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54화 (554/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역시 젖꼭지를 깨무는건 조금 오바였나.'

나는 아직도 얼얼한 뺨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통각 완화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젖꼭지를 깨물었으니 충격이 상당했으리라. 하지만 이미 강령술사 전직 퀘스트에 성자의 두개골지팡이 획득 쉐스트까지 수락한 마당에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v딸기곤듀v과의 인연은 잠시 미뤄두고 다음 모험가의 방문을 기다리기로한 나는 바닥에 누워 드르렁을 시전했다. 어차피 누가 보는것도 아닌데다 나의 경우 다른 NPC완 달리 굳이 세비앙과같은 GM에게 잘보일 필요가 없었기에 뭘 하든 내 마음이였다.

다만 강령술사로 전직하고자 하는 모험가의 방문을 아예 받지 않을 경우 엔도미야가 내게 부탁한 의뢰를 완전히 철회할 수 도 있었기에 종종 얼굴정도는 비출 필요성이 있었다. 이미 내게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 접속 캡슐이 있으니 상관없지 않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녀의 기술력에 특정 접속 캡슐의 아이피를 차단하는건 일도아니리라.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점차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나는 숙면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꿈속에서 끈팬티만 입은 구미첩과 술래잡기를 하는데 갑자기 발에 걸려 넘어진 나는 그 발의 주인이 다름 아닌 현실의 모험가임을 인지하곤 화들짝 꿈에서 깨어났다.

"이봐 NPC가 한가하게 낮잠이나 자게 되어 있나?"

"이런이런 죄송합니다. 어젯밤 강령술 연구때문에 철야를 해서 말이죠. 후후후."

[BIG보스의 상태창]

-이제 막 심연의 대륙에 입성한 풋내기 모험가입니다.

-초보자 보호 기간이므로 사망 패널티를 무시합니다.

무력: F(0/16)

마력: F(0/16)

영력: D(0/64)

스텟 포인트: 9

재수없는 새끼!

나는 건방지게도 옥사건님의 단잠을 방해한 모험가의 면상을 살피며 이죽거렸다. 고글을 방불캐하는 뿔테안경에 꼬질꼬질한 머리스타일이 딱봐도 찌질이같은놈이 유저랍시고 NPC에게 갑질을 하는 모냥을 보고 있자면 마음같아선 바로 무한 PK(레벨 다운을 할때까지 특정 플레이어의 살해 및 부활을 반복하는 행위)를 걸고 싶은 심정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VOT 온라인에서 가장 악명높은 비매너 유저로 이름을 날렸던 아크리퍼가 아니라 강령술 전직 NPC인 변태사신이였기에 애써 가슴속에 참을 인(忍)자를 새겨넣으며 모험가의 스테이터스 창을 살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자칭 BIG보스는 v딸기곤쥬v와 같이 아직 10레벨 미만임에도 영력 스텟이 개방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랭크는 무려 D!

이러한 현상을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였으니, 바로 내가 과거 그랬던것처럼 BIG보스도 영력 재능을 타고난 속된말로는 무당의 신기가 있는 인물이란 소리였다. 사실 성자의 두개골지팡이 같은 아이템은 바로 이런 재능있는 모험가를 위해 준비된 것이였지만 나는 결단코 BIG보스에게 그 아이템을 선물할 생각이 없었다.

비단 BIG보스가 내게 건방지게 굴었기 때문이 아니라 아주 순수한 놀부 심보였다. 재능 있는 놈이 잘되는 꼴은 못본다. 그것도 나와 비슷한 재능을 지닌 놈이라면 더더욱. 오히려 가장 어렵고 귀찮은 난이도의 전직 퀘스트를 내놔서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도록 짓밟는다. 그게 바로 내가 BIG보스의 스테이터스창을 훑은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였다.

"레벨업도 못하는 하등한 족속들이 강령술 연구는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군."

"레벨업을 못하니까 연구를 해서라도 강해지려는 것 아닐까요? 뭐 그 문제는 차치하고 레벨업이라는 휼륭한 권능 지니고 계신 우리 모험가님께서는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으려나?"

"별시덥잖은걸 쳐묻는군. 강령술사로 전직하기 위함인게 당연하잖아! 하지만 그전에 몇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 일단 내 스테이터스창을 봐라. 무력과 마력란의 아래를 보면 영력 스텟이 D랭크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스텟 포인트로 따지면 무려 48포인트에 해당하는 수치지. 이제 막 10레벨을 찍은 내게는 과분하다 못해 치트에 가까운 스텟이다. 다른 유저들중에는 이런 케이스가 거의 없는걸로 아는데 왜 내 캐릭터만 이런 찍지도 않은 추가 스텟을 갖고 시작하는거지?"

"흐음. 그것 참 흥미로운 이야기로군요. 혹시 튜토리얼 룸에서 GM은 뭐라고 하던가요?"

"그 족제비 녀석을 말하는거라면 동물의 영혼과 교감하는 재능이 뛰어나니 드루이드로 전직하라더군. 그리고 왜 나만 이런 보너스 영력 스텟을 가지고 시작하는지 물어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갈뿐이였다."

"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모험가 BIG보스님께서 다른 유저들보다 스텟 포인트가 48개나 많다는건 즉 레벨업이 48번이나 앞선다는 뜻이니까요. 좋은게 좋은거라고 그 보너스 스텟은 지금 당장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뿐만 아니라 나중에 만렙이 되셔도 큰 디딤돌이 되줄겁니다. 물론 그것도 강령술사로 전직했을때의 이야기입니다만..."

내가 말끝을 흐리며 BIG보스의 반응을 살피자 그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역시 너도 제대로 아는게 없는건가. 내가 첫 직업으로 드루이드를 배정받고 꽤 괜찮은 스타트 아이템까지 약속받았음에도 거절하고 나온건 몇가지 행동제약 때문이였다. 비성공인 동물형 몬스터나 식물형 몬스터는 죽여선 안된다는 짜증나는 조건이였지. 혹시나 싶어서 묻지만 강령술사에게도 그런 제약이 있는건 아니겠지?"

"그럴리가요! 살아있는건 모두 죽여서 하수인으로 부리자는게 강령술사의 모토인걸요. 영력을 주스텟으로 활용하는 직업이 많은건 아니지만 단언컨대 강령술사가 으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일반 몬스터는 말할것도 없고 보스 레이드도 굉장히 휼륭한..."

"잔말말고 빨리 전직이나 시켜줘! 드루이드 마을에서 이곳 흑마술사 길드가 있는곳까지 오느라 안그래도 시간 낭비가 컸단 말이다."

개 좆같은 새끼!

나는 쌍욕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아내고 NPC용 패널을 오픈했다. 이미 가슴속에 새긴 참을 인(忍)자는 달아 없어져 점하나도 남지않은 상태였지만, 눈앞의 캐릭터를 공격해봤자 본체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는 사실이 간신히 이성의 끈을 유지시켜줬다.

빌어먹을 찌질이놈이 캐릭터 이름이 BIG보스라고 해서 지가 진짜 뭐 대단한 인간이라도 되는줄 아는 모양인데, 당장 필드 밖으로 나가서 동레벨의 네임드 몬스터만 만나도 자기가 얼마나 하찮은 모험가인지를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물론 나는 고작 네임드 몬스터사냥 에 그치지않고 전직 퀘스트 목표를 보스 몬스터의 보금자리 탐색으로 설정하여 그에게 지옥을 보여줄 생각이였다.

초보자 보호기간이라 경험치 하락이나 장비 드랍은 없겠지만 남들은 편지 배달같은 마을 심부름이나 할때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미션 임파서블을 찍고있노라면 꽤나 열받겠지. 게다가 나는 거기서 그칠 생각이 없었다. 일단 강령술사로 전직한 이상 좋으나 싫으나 나와 자주 마주치게 될텐데 그때마다 좆같은 새끼에게 어울리는 좆같은 퀘스트만 부여할 생각이였다.

"이 스켈레톤 킹이란 몬스터의 보금자리만 탐색하고 오면 전직시켜주는건가? 무슨 장작을 패달라니 장을 봐와달라니 편지를 보내달라니같은 잡스러운 심부름은 안해도 되서 좋군."

"하하하! 그런건 모든 능력치 랭크가 F인 낙제생 모험가들이나 할법한 잡일이죠. 주스텟이 E랭크도 아니고 무려 D랭크이신 빅보스님에게는 그에 어울리는 전직 퀘스트가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아무쪼록 무사히 퀘스트를 완료하시고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흥! 금방 돌아테니 이번에는 자빠자고 있지나 말아라."

내 입에 바른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BIG보스가 한껏 우쭐한 표정으로 방을 벗어났다. 금방 돌아오네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아무리 영력랭크가 D라고해도 아직 전직도 안한 초보 모험가가 보스 몬스터의 감지범위를 피해서 그 보금자리를 탐색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였다.

아마 모험가들의 평균 레벨이 어느정도 올라가서 스켈레톤 킹을 레이드할 수 있는 수준이 되서야 리젠 타이밍을 이용해서 탐색에 성공할 수 있겠지. 물론 그 사이에 나를 찾아와 전직 퀘스트를 다른 쉬운걸로 바꿔달라고 해도 버그 핑계를 되며 절대 해주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바닥에 누워 드르렁을 시전했다.

다음 모험가로는 또 누가오려나?

* * * *

"아앙아앙! 조, 조금만 천천히."

"후후후! 우리 딸기곤듀님은 윗입하고 아랫입하고 하는 말이 전혀 다르네요. 아랫입은 이렇게 벌렁벌렁거리면서 자지를 박아달라고 애원하는데 윗입으론 천천히라뇨. 안보는새에 제 자지가 그렇게 그리우셨나요?"

"시, 시끄러워! 나는 그저 상위 넘버링의 아이템이랑 스킬북이 받고 싶어서 이러는 것 뿐이라고. 누가 네 못생긴 자, 자지같은걸 그리워한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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