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41화 (54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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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니 신호등 마냥 빨강 노랑 파랑색 비늘을 지닌 엘더 드래곤 3인방중 노랑에 해당하는 골드 드래곤 하르마게돈이 두 눈을 부릅뜨며 경고했다. 내게는 그닥 영향이 없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드래곤 피어(Dragon Fear)를 살짝 섞은것 같은데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고른셈이였다.

Ex급 영력에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내게 드래곤 피어라니 가당키나 한 소린가. 물론 지금처럼 원격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드래곤 피어의 위력도 반감됐을 확률이 높았지만 어차피 코앞에서 드래곤 피어를 맞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여 나는 한껏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귓밥을 파면서 말했다.

"아니 누가 보면 내가 해츌링 살인마라도 되는줄 알겠어? 실상은 진짜 미치광이 드래곤 살인마, 괴룡왕 바하무트를 무찌른 대영웅님이신데 말이지."

-내 표현이 다소 과격했다면 사과하지. 하지만 앙그릿사에게 전해들은 자네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엄포를 놓을 수 밖에 없었네. 뭐 그것과는 별개로 괴룡왕 바하무트를 처치한건은 고개숙여 감사인사를 전해야겠지만 말이야. 그는 모든 드래곤들의 숙적이자 천적이니 우리가 이곳 용제성에서 모여살기 시작한 배경에는 그 바하무트란 자의 몫도 적지 않았으니까. 기본적으론 인간들의 욕심때문에 드래곤들이 화를 입기 시작해서였지만.

"그러게 평소에 좀 잘했어야지. 종족 금수저 좀 물고 태어났다고 다른 종족들 무시하고 깔보고 노동력을 무단으로 갈취하니까 인류 문명이 전체적으로 발전했을때 역풍을 맞는거 아니겠어?"

-뭣이라!? 다른건 몰라도 다른 종족의 노동력을 무단으로 착취한다는 이야기는 그냥 흘려 들을 수 없겠군. 도대체 어떤 드래곤들이 자신의 타고난 힘을 앞세워 그런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단 말인가? 그저 일부 드래곤들의 기행을 문제 삼아 드래곤 종족 전체의 명예를 더럽힌다면 나도 더 이상 대화로 풀어나갈...

-하르마게돈 거기까지 하게. 애초에 우리가 말싸움이나 하자고 저 필멸자와 대화를 나누려고 했던건 아니지 않은가?

-콜록콜록... 프레이야의 말이 맞네. 하르마게돈 자네 답지않게 상대의 페이스에 넘어가버렸구만. 과거 일부 드래곤들이 타종족 특히 드워프 일족의 노동력을 착취한 경우가 심심치않게 있었던건 사실이지만 정말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들의 노동력을 빌린건 아닐세. 드워프가 드래곤의 레어를 건설해주면 드래곤은 드워프를 마물들로부터 보호해주는 식이였지. 뭐 이제는 동화속 이야기로도 다뤄지지 않을만큼 옛날 이야기지만 말이야. 그러니 지금은 저 옥사건이란 필멸자가 용제성에 득이될 인물인지 아니면 해가 될 인물인지만 따져보도록 하세.

-내가 오랜 친구들 앞에서 못쓸꼴을 보이고 말았구만. 알았네 냉정을 되찾고 다시 질문함세.

그동안 마네킹 마냥 잠자코 있던 신호등 트리오중 빨강과 파랑 그러니까 레드 드래곤과 블루 드래곤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레드 드래곤은 여성체 그리고 블루 드래곤은 어딘가 아파보였는데 용제성을 쥐락펴락한다는 엘더 드래곤 치고는 카리스마가 좀 부족해 보였다.

아무리 지상최강의 생명체라는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만살씩이나 쳐먹으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쇠약해질 수 밖에 없는거겠지. 물론 드래곤 하트의 경우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계속해서 마력 축적량을 늘려나가 뇌쇠한 몸을 지탱해주겠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요즘들어 기술은 진화하는데 도데카 코어의 인공마력기관은 그러지 못해서 마력공급이 부족한 경우가 자꾸 생기는데 말이야 저 엘더 드래곤들이 죽을때쯤 유품으로 드래곤 하트나 넘겨주고 죽었으면 좋겠네. 내가 그런 엄한 생각을 하고있는줄도 모르고 골드 드래곤 하르마게돈이 자뭇 진지한 얼굴로 사과를 해왔다.

-아무래도 첫단추부터 잘못 꿰버린것 같군. 확실히 자네가 용제성에 발을 딛기도전에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던건 내 잘못이야. 깔끔하게 인정하지.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해츌링들만큼은 보호해야한다는 내 신념만큼은 아직 유효하네. 특히나 자네와 같은 고위 강령술사의 경우 드래곤의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제련해서 자신의 심복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은가. 노파심에 하는 말이라도 그대가 너무 귓등으로 듣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네.

"해츌링을 언데드로 만들어봤자 마법을 쓸 수 있는것도 아니고 순수 전투력은 트롤만도 못할텐데 무슨."

-그러니 더더욱 해츌링들을 보호해야하지 않겠는가? 그 아이들은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육체적 가치에 비해 너무나 연약하기짝이 없는 존재들이야.

"알았으니까 잔소리는 그만 작작해. 애초에 해츌링들을 괴롭힐 생각도 없었지만 이 용제성에 머무는만큼은 절대 그 꼬꼬마 도마뱀들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하지만 성룡부터는 얄짧없어. 괜히 이주민이랍시고 텃세라도 부리는 날에는 바로 꼬리를 잘라서 화톳불에 구어먹을줄 알아."

-그 부분에 관해서는 걱정말게. 이미 괴룡왕 바하무트를 무찌른 외지인이 용제성으로 찾아온다는 소문이 쫙 퍼졌으니 자네에게 함부로 굴 성년 드래곤은 없을테야. 직접 바하무트를 본적은 없어도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괴룡왕은 공포 그 자체이니 말일세. 오죽하면 자식을 둔 드래곤 부모들이 말안듣는 해츌링은 괴룡왕이 와서 잡아먹는 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할까. 아무튼 내가 할말은 이게 전부네. 프레이야와 넬은 따로 할말이 있는가?

골드 드래곤, 하르마게돈이 양옆을 한번씩 쳐다보며 의견을 구했다. 하지만 레드 드래곤, 프레이야와 블루 드래곤, 넬은 딱히 할말이 없었는지 묵묵부답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차마 이곳에선 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던가.

-콜록콜록... 해츌링에게 해꼬지만 하지 않는다면야 앙그릿사에 이어 또 한명의 여신칼날단이 용제성에 거주한다면 안보상에서 그만한 이득도 없겠지. 이미 앙그릿사가 정밀검사도 끝냈으니 이만 드려보내도 괜찮다고 보네. 프레이야만 괜찮다면 말이지.

-나도 이미 검증이 끝난 이주민에게 굳이 딴지를 걸 생각은 없네. 때마침 새로운 광역술법을 연구중인지라 일단 먼저 물러가보지. 넬의 컨디션이 좋지않으니 워프는 하르마게돈이 처리해주게.

라는 말을 끝으로 신호등중 빨간불이 점멸했다. 이 후 하르마게돈의 꼰대 면접관같은 질답이 잠깐 오고간 후 내 바닥 밑의 술법원진에서 빛이 뿜어져나와 나를 휘감았다. 그러자 딱 한번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주변의 시계가 완전히 뒤바꼈다.

달표면처럼 삭막한 용의 꼬리의 대지에서 무성한 잡초가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이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그 초원 위에 익숙한 외관의 도시형전함 색향천월관과 이름 모를 시골느낌이 물씬 나는 마을이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색향천월관 자체만으로도 거주시설로서 충분한 아니 오히려 웬만한 도시보다 살기좋은 편의성을 제공했지만 용제성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마을을 형성한 모양이였다.

그렇게 잠시 남다른 풍광을 감상하던 나는 멀리서 마차가 다가오는걸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이곳에 도착하기 전 아야사에게 미리 메시지를 보내놨기에 마중을 나온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코앞에 도착한 마차의 문이 들리더니 시골 처녀같은 차림을 한 아야사가 정중한 인사를 건네왔다.

"김사건 아니 옥사건님 돌아오셨습니까?"

"아아 정말 오랜만이야, 아야사. 그런데 뭐하러 마차같은걸 타고 다니는거야? 색향천월관의 격납고에 보면 호버드라이브만 수십대가 비치되어 있을텐데."

"아 그게... 혹시나 해츌링들에게 해로운 물질이 분비될 가능성때문에 용제성에서는 워프 술법원진 아니면 동물 탈것 밖에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 색향천월관 생존자들중에서는 제가 임시로 리더를 맡아 드래곤 일족과 협상을 맡아왔습니다. 일단 마차에 오르시면 저희에게 할당된 드래곤 빌리지에 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하! 전기로 움직이는 호버크래프트에서 무슨 나쁜 물질이 나온다고 유난들은."

나는 오랜만에 만나서 더더욱 사랑스러운 아야사와 어깨동무를 하며 마차위로 올라섰다. 아야사는 워낙 본판이 좋다보니 시골 아낙같은 복장임에도 색기가 뿜뿜하고 뿜어져 나왔다. 어디보자 자동차에서 하는 섹스를 카섹스라고 하면 마차에서 하는 섹스는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마상성교? 와곤섹스?

뭔가 입에 착달라붙는 명칭이 없네. 하긴 보지만 착달라붙으면 되지 명칭같은게 무슨 소용이겠어. 인어공주 세명과 신명나게 즐긴지 얼마나 됐다고 하반신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나는 마차에 오르자마자 아야사와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차가 이제 막 출발하려는 순간 고막을 송곳으로 긁는듯한 괴성이 들려왔다.

"아아아아아아아앙! 아야사 맘마 어딨어? 동화책 읽어주기로 했는데 어디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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