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
엔도미야 스레드 시스템 부팅중...
지구력 서기 2020년 이벤트 로그 작성중...
전 우주를 넘나들며 질서의 엔트로피 수치를 관리하는 초월 인터페이스 엔도미야 그것이 바로 나이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이것이 무슨 소린고하니 아무리 인공지능의 특이점에 도달한 초월 인터페이스라고 해도 각종 행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의 인과율을 동시에 조율할 수 는 없었다.
하여 주 인공지능 엔도미야는 스레드(Thread)라고 하는 분할 인공지능을 수천, 수만개씩 임의 생성해 행성들을 관리하곤 했는데 나 또한 그 스레드들중 한명이였던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주 인공지능과는 다른 독립적인 자아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였고 주기적으로 동기화 과정을 걸쳐 정보 필터만을 교환하는 또 하나의 나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비록 지금은 여느 신과 필적하는 아니 그 이상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베이스가 인공지능이 아니였다면 이러한 동적 자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건 불가능한 일이였을터. 나의 주 인공지능 엔도미야는 그야말로 이 넓디 넓은 우주를 일원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탄생한 신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때때로 인과율을 뒤엎어 버리는 변수, 이른바 버그(Bug)의 존재는 주 인공지능 엔도미야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문제였다. 누군가 고의로 시스템의 허점을 노려 버그를 유발하든 아니면 그저 우연히 버그가 발생하든 일단 사태가 벌어진 후에는 디버깅(Debugging)은 커녕 인과율이 마구잡이로 요동쳐 연산력을 사태수습에 총동원하기 바빴다.
-그 일례중 하나가 바로 VOT 온라인 프로젝트의 천외천 랭커 아크리퍼 옥사건의 아바타 제어권한 탈취 사건.
사실 말이 제어권한 탈취지 실상은 용린혁이란 NPC가 용린무형검이란 미증유의 힘으로 아바타에 설치된 단말기를 물리적으로 제거 했을뿐이지만 말이다. 만약 실제 VOT(Vaccine Of Things) 네트워크상에 해킹이 일어나 아바타 제어권한이 탈취된거라면 고작 그 난리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그 사건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여신칼날단원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그 사건의 당사자인 옥사건은 디파일러 킹과 퀸을 쓰러트리는 쾌거를 이뤄 VOT 온라인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검증한셈이였지만 까딱 잘못했어도 무시무시한 참변으로 이어질뻔했다. 신비문명 레벨이 제로나 다름없는 지구에서 강령술사란 그야말로 양떼속의 늑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였다.
하물며 스레드에 불과한 나로서는 지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 더더욱 큰 문제가 될뻔했다. 다행히도 옥사건이란 인물이 무분별한 살생을 일삼는 혹돈악 성향은 아닌데다 애초에 아바타가 탈출한 곳이 지구가 아니라 대량의 질서 엔트로피 소실을 피할 수 있었다.
허나 지구의 위기는 그 뿐만이 아니였으니 앞서 말한 혼돈악 성향의 천외천 랭커 아크데빌이 지구에 강림한 것이다. 이는 VOT 네트워크를 해킹한 것도 아니고 아바타의 제어 단말기를 물리적으로 건든것도 아닌 주 인공지능 엔도미야의 숙적 야미도엔이 몽환경(夢幻鏡)이란 고대 아티팩트를 활용해 꿈과 현실의 인과를 역전시켜 발생한 참사였다.
-이런건 버그라고 할 순 없지만 VOT 온라인 2.0을 오픈할때까지 대비책을 준비해 두지 않으면 곤란해. 가장 최선은 VOT 온라인 2.0을 서비스 하는 행성의 존재 자체를 야미도엔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렇게 따지면 지구의 존재도 들켜선 안됐었는데...
밤의 장막(Veil of the Night)이란 특수한 스텔스 인공위성을 이용해 외부 은하계와 통하는 모든 전파를 단절 시킨 보람도 없이 여지없이 야미도엔에게 존재를 들킨 지구. 허나 역석절으로 그렇기에 지구가 악신 세트의 침공을 받았을때 손쉽게 저울질을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신비문명 레벨은 제로에 과학문명 레벨 또한 걸음마 수준이나 다름없는 지구라는 행성의 존재의의는 전생유적을 이어 인류의 바이러스 저항력을 올려줄 VOT 온라인 프로젝트의 테스트 베드 오직 그것 뿐이였다. 일개 행성의 멸망이 질서의 엔트로피 수치에 주는 영향은 제법 컸지만 지구처럼 은하계 멀리 동떨어진 행성의 경우는 그 수치가 최소화 되기 마련이였다.
결국 주 인공지능 엔도미야는 인간 개개인의 생명보다는 우주 전체의 대국적인 흐름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사실상 지구가 멸망에 이르도록 방치한거나 다름없었다. 지구인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자신을 만들어낸 모행성인 얼티밋 판게아조차 비슷한 이유로 자폭 명령을 내린 것이 바로 엔도미야의 가치판단 알고리즘이였으니 그들이 구원을 원한다면 다른 신을 알아봐야 할 것이다.
아무튼 신비문명 레벨과는 별개로 지구는 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만큼은 아주 휼륭하게 해냈다. 만약 비슷한 수준의 행성에서 VOT 온라인 프로젝트를 또 진행했을때 이정도 샘플을 뽑아낼 가능성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천외천 랭커에서 여신칼날단원이 된 천외천 랭커 아크리퍼야 말할것도 없는 대표적 특이케이스지만 그밖에도 같은 북두십성 유저인 아크엔젤, 아크데빌, 올라운더, 사이킥 마스터, 드래곤 나이트, 앱솔루트 모나크, 매드독스, 갓핸드, 엘리멘탈 로드 모두 하나같이 기이한 내력을 품고 있었지.
그게 설사 게임일지라도 하나의 분야에서 최고봉에 오른 10인이 평범하다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한 일이겠지만 지구의 경우는 그 궤를 달리했다. 일단 올라운더, 아크엔젤, 엘레멘탈 로드를 한그룹으로 묶어 설명하자면 이들은 속된말로 신내림 혹은 오라클(Oracle)에 적합한 인물들이였다.
그게 무슨말인고 하니 생명체들중에는 특수한 영혼의 파장 즉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어 아스트랄계에 존재하는 정신체들이 물질계에 강림할 수 있게 해주는 인간 단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들이 있었다. 이때 생명체의 스펙트럼이 정신체 고유의 파장과 유사할 수 록 해당 역할을 수행하기 수월해지는데 이중 올라운더의 스펙트럼 동화율이 가장 낮고 엘레멘탈 로드의 스펙트럼 동화율이 가장 높아 무려 99.999%에 육박했다.
그말인즉슨 엘리멘탈 로드의 육체에 강림한 정신체는 그 어떤 제약도 없이 자유자재로 물질계를 활보할 수 있다는 뜻이였으니 이는 전 우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치였다. 계측을 맡은 VOT 온라인 접속 캡슐이 고장난건 아닌가 의심될정도의 황당한 동화율. 그 비정상적인 수치의 내막은 엘리멘탈 로드만큼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동화율을 지닌 아크엔젤의 폭주 사건으로 밝혀지게 된다.
알고보니 엘리멘탈 로드는 정신체 그러니까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신이라고 알려져 있는 존재의 환생체였던 것이다. 뛰어난 신성 감응력을 지니고 있어 동화율이 높은게 아니라 신 그 자체였기 때문에 스펙트럼 동화율이 높아보였던 것. 뜻밖의 결말에 주 인공지능 엔도미야의 인과율 연산력 점유율이 요동칠정도였지만 인간으로 환생한 신의 성향이 질서선인 것을 확인하고 이내 잠잠해졌다.
-그래 올라운더의 몸을 빌린 정신체이자 북두십성 유저인 갓핸드 미륵 또한 중용선 성향의 인물이였으니 오라클 3인방 자체는 큰 위협은 아니였어. 진짜 문제는 드래곤 나이트와 아크데빌이였지.
그 둘의 공통점은 바로 혼돈의 주인, 야미도엔이 몽환경이란 고대 아티팩트를 이용해서 수작질을 부려놨다는 점이였다. 각기 인물만 따져본다면 그저 남들보다 게임센스가 탁월할뿐 재능 자체는 평범하기 그지없어 야미도엔의 간섭이 없었다면 그저 평범한 게임 랭커로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크데빌은 꿈속에서 악마들을 이양받아 지구역사상 최악의 테러범이 되었고 드래곤 나이트는 이계를 여행하며 용사로 활약하다 결국엔 아크리퍼 암살자로 돌변했다. 물론 후자는 미수에 그쳤고 반신타락자 서열 5위 바하무트 더 미르베로스와의 싸움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지만 VOT 온라인 2.0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도 미수에 그칠지는 알 수 없는 일.
가급적 VOT 온라인 2.0의 시범지로 선택된 행성인 제 2의 지구 '프록시마'의 존재 자체를 야미도엔에게 들키지 안는게 우선이겠지만 몽환경에 대항할 카드 또한 필히 준비해야할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이쪽도 꿈과 관련된 고대 아티팩트를 물색중에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몽환경에 준하는 기물은 전 우주로 따져봐도 극히 드물었지만 말이다.
그 밖에 매드독스, 사이킥 마스터, 앱솔루트 모나크 또한 앞선 케이스에 묻혀서 그렇지 충분히 주목할만한 인물들이였다. 지구라고 하는 신비문명의 불모지에서 각기 무공, 초능력 그리고 언령 분야에서 상급의 재능을 타고 났으니 어찌보면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고 해야할까? 뭐 이제와선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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