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33화 (53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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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음. 나는 얼마나 쌔게 맞았는지 아직도 얼얼한 환상통이 느껴지는 턱주가리를 메만지며 황급히 킹의 자리를 물렸다. 상대의 수를 되받아치기 보다는 그냥 킹이 잡히는 각을 피하기에 급급한 수였지만, 애초에 이 체스 승부는 뭔가 대단한 내기가 걸려 있는 것도 아니였고 단순한 시간 떼우기였기에 체스말을 움직이는 손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렇게 사리카야를 힘으로라도 제압해서 따먹으려 했던 작전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나는 아직 언데드화 시키기 전인 쿠자르를 넘겨준 다음 사리카야와 절연을 선언했다. 다음부터는 몸을 빼았기든 정신지배를 당하든 절대 도와주지 않겠다면서. 그런 내 행동에 사리카야는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적반하장으로 자기도 내가 위험에 쳐하면 모른척하겠다면서 쿠자르와 함께 도그파이트에 올라 수왕성을 떠났다.

결국 고생만 작살나게하고 허탕만 칠뻔했던 수왕성 전투였지만 성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엑시아 여왕을 처치하면서 들어온 VP(Vaccine Point) 보상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토록 꿈에 그리던 용린은리 사저와 응응을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직도 그때의 황홀한 감촉이 남아 있어 아랫도리가 불끈불끈했지만 동시에 뒷목이 서늘한게 어디선가 용린은리 사저의 검기가 날아올까 가슴을 쓰러내리게 만들었다.

애초에 내가 도움을 준것도 아니고 도움을 요청한 쪽인 용린은리 사저가 내게 몸을 허락한 과정은 그만큼 녹록치만은 않았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섹스에 눈이 멀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은 벌인 셈이였다. 그러니까 때는 엑시아 여왕과의 일전이 끝나고 한 열흘쯤 지났을까 한창 수왕성 복구 작업이 한창일때 용린은리 사저가 황룡선의 선장실에 직접 찾아와 말했다.

* * * *

'옥사건 너 나랑 생사결 한번만 하자.'

'예? 뭐, 뭐라고요?'

'지금쯤이면 엑시아 여왕과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도 전부 다 회복했을거 아니야. 아니 너라면 그날 당일에 바로 다 회복했을 수 도 있겠지만 정신적 피로도같은 문제도 있으니까 지금까지 기다렸다.'

'아니 그런걸 묻는게 아니잖아요. 갑자기 난데없이 생사결이라니 혹시 제가 사저 심기를 거스를만한 짓을... 아 설마 그때 심상융합때문에 사저 젖가슴을 멋대로 주무른 것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제가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절대 고의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사저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날만한 일인건 사실이니 제가 진검으로 10대 정도 얻어맞는걸로 끝내는게 어떨까요?'

'내 진검 10합을 일방적으로 얻어맞고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는건가?'

'하.하.하! 사저도 아시다시피 제 몸이 조금 튼튼한 편이잖아요?'

'뭐 확실히 그렇긴 하지. 하지만 지난 몇년간 나는 바로 그 괴랄한 재생력을 파훼하기 위해 무수한 초식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 좌도방문의 기술을 상대하기 위해선 나 또한 좌도방문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지. 자 과연 네가 이 빙륜안을 보고도 10합을 양보하겠단 말이 나올 수 있을까?'

라고 자뭇 진지한 목소리로 지난 폐관수련의 성과를 밝힌 용린은리 사저가 마침내 안대를 벗어 던졌다. 그러자 그곳에 드러난건 용린은리 사저의 눈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안은 더더욱 아닌 이질적인 눈동자.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동공을 핑그르르 굴리던 그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전신이 얼어붙는듯한 감촉을 느꼈다. 아니 실제로 몸이 얼어 붙고 있었다. 당황한 내가 급히 몸에 달라붙은 서리를 털어내는데 요슈아가 호들갑을 떨어왔다.

'앗, 저건 눈에 닿는건 모조리 얼려버린다는 빙결 속성의 마안 아니 요안입니다! 요괴놈들이 먼 옛날 모조리 아스트랄계로 도망치면서 완전히 실전된줄 알았는데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군요.'

'나는 저 눈깔의 내력같은게 궁금한게 아니야. 어떻게 파훼할 수 있는지가 궁금한거지. 안구인권을 보장받고 싶으면 네 가치를 증명하란 말이닷!'

'파훼법은 간단합니다. 빙륜안이 제법 상급의 요안이긴 하지만 저처럼 지능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요. 그말인즉슨 정확하게 빙륭안을 노리고 공격했을때 저처럼 쏙하고 몸안으로 숨을 수 없다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집요하게 왼쪽눈을을 노리시다보면... 아아아아악!'

'이 새끼가 그래서 지금 나보고 사저의 눈깔을 찌르기라도 하란 말이냐? 요슈아 너 이 새끼는 그래서 안돼. 당분간 안구인권같은건 꿈도 꾸지 마!'

'하하하! 계약자여 이 정도 얼음은 근육에서 발산하는 열기로 충분히 녹일 수 있다네!'

마신 벨제붑의 기생장기 요슈아와 불칸의 답도없는 조언 퍼레이드에 내가 깊게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고 오해했는지 용린은리 사저가 말했다.

'영 내키지 않는 모양이네. 확실히 네 입장에선 뜬금없이 미친년 하나가 덤벼드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겠군. 그럼 이렇게 하자 이번 생사결에서 옥사건 네가 이기면 네가 좋아하는거 실컷 하게 해줄게.'

'제, 제가 좋아하는거요?'

'새삼스럽게 뭘 그래. 니가 좋아하는게 그것밖에 더 있어?'

'그러면 평생 제 성노예로 살면서 아침마다 제 자지를 빨아줄실건가요?

'그건 너무 나갔고 이 미친 변태 새끼야! 하룻밤. 딱 하룻밤만 네 여자가 되줄테니까. 이정도면 구미가 조금 당기냐?'

'그정도면 확실히 나쁘지않은 딜이긴 하네요. 그런데 이 생사결 순수한 1:1 대결인가요? 부하들을 소환해선 안되는?'

'만약 네가 강령술사가 아닌 다른 술법사였다면 응당 그렇게 했겠지만 그런 제약은 검사로 따지자면 검을 버리고 싸우라는 것과 마찬가지. 그러니 몇명의 부하를 소환할지는 순전히 옥사건 네 양심에 맡기겠다. 어차피 빙륜안의 힘을 빌린다면 약간의 숫적 열세는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제 양심에 맡기시겠다고요? 흐으음, 정 그러시다면... 륭 사부, 프랑케네뜨, 네크로필리아,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 셰오 더 큐피트, 리쿤다룬, 푸스카, 무슈 전부 추우우우우울격!!!'

나의 부름에 사실상 에보니 메이든과 크림슨 메이든의 모든 하수인들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용린은리 사저를 확실하게 따먹기 위해 엑시아 여왕과 전면전을 벌일때도 부르지 않았던 하수인까지 전부 불러낸 것이다. 용린은리 사저와 나뿐이던 고요한 무인도가 갑자기 북적북적해진 가운데 별의별 잡소리가 내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나한테는 어떻게 하늘같은 사저의 눈을 찌를 수 있냐며 뭐라하더니 이게 도대체 뭡니까, 주인님!'

'아크리퍼 네 이놈! 얼마나 강적이 나타났길래 부하들을 전부 소집한 것이냐? 이런 상황에서 내가 순순히 협조할거라 생각했다면 오산... 아니 이 기운은 요괴? 아니 반요인가?'

'이히히히히히! 사람 많다, 많어. 전부다 실이랑 바늘로 꿰어버려야지.'

상황이 이렇게 되버리니 용린은리 사저도 반쯤 검날을 들어낸 검집마냥 입을 반쯤 벌린채 다물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양심에 털난 인간이라고 해도 설마하니 이렇게 많은 부하들을 소환할줄은 그녀도 예상치 못했으리라.

허나 용린은리 사저는 이내 표독스런 표정을 짓더니 오른쪽눈은 감고 빙륜안(氷輪眼)만을 뜬채로 내게 돌진해 왔다. 그러자 푸스카, 무슈 그리고 리쿤다룬처럼 마땅히 빙결계 술법에 저항할만한 기술을 지니고 있지않은 부하들은 발이 묶이고 말았다.

하지만 시야에 닿는건 전부 얼릴 수 있다는건 역으로 말하면 시야에 닿지 않는건 얼릴 수 없다는 소리였으니 소리없이 시야의 사각으로 돌아간 우버리퍼나 륭 사부의 협공에 용린은리 사저도 검로의 방향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용린무형검 제 1초식 참설무흔(斬雪無痕) 만년빙검기 발(拔)

허나 아무리 용린무형검의 초식 하나하나가 현묘한데다 천빙검후 여사태의 특훈을 통해 강화되었다고해도 우버리퍼나 륭 사부는 용린은리 사저 못지않은 어쩌면 그 이상의 강자. 거기다 셰오 더 큐피트나 프랑케네뜨의 원거리 지원사격까지 이어지자 결국 용린은리 사저도 벼랑끝에 몰리고 말았다.

'씨바아아아알, 진짜 옥사건 이 개자식이 욕이 안나올 수 없네!'

'하하하하! 이번 생사결에서 용린은리 사저의 패착이라면 사제를 너무 양심적으로 봤다는 거에요.'

'하아, 그래 내가 사람을 잘못봐도 한참 잘못봤네. 끽해봐야 3마리 정도 소환할줄 알았더니 가지고 있는 언데드 부하들을 총 출동시켜? 엑시아 여왕이랑 싸울때나 그렇게 열심히 하지 그랬냐!'

'아무리 강력한 적이라도 3할정도의 실력은 숨겨두는편이라서 말이죠. 그래서 사저, 패배를 인정하실건가요?'

'...그래 니가 무슨 기습을 한것도 아니고 독을 쓴것도 아니고 있는 부하들을 호출한건데 내가 어쩌겠냐. 웬지 이렇게 될것 같긴 했는데 설마 목숨 걸고 익힌 오의를 써보지도 못하고 백기를 들게 될줄이야. 아침해가 떠오를때까진 나 용린은리는 옥사건씨의 전용기생이니까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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