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23화 (52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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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이라고? 나는 어뢰의 궤적을 뒤이어 나타난 거대한 은빛 물방개를 목격하곤 이내 작금의 상황을 어느정도 이해했다. 레드 파이렛 해적단 일행을 전생유적에 피난 시키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로 디파일러 아크비숍인 무르갈이 정령의 램프라는 기연을 획득한 것처럼 이미 칠망경이란 기연을 얻은 샨코 공주도 또 다른 기연을 획득한 것이다.

둘 다 따지고 보면 전생유적 입장권한 자체가 없는 이들이였으나 이는 엔도미야가 기연 획득 권한을 따로 제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오류였다. 하여튼간에 초월 인터페이스라고 해도 항상 완벽한건 아니란 말이지. 물론 현 상황에선 그 오류가 아군에게 유리한 쪽으로 작용한데다 나 또한 그 오류때문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지않았던가.

하여 좋게좋게 생각하기로한 나는 구태여 샨코 공주에게 잠수함 다이빙비틀(Diving Beetle)의 출처를 묻지않고 바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계왕오징어가 어뢰를 얻어맞고 주춤한 상태긴 하지만 정령왕 아피로스에 의해 10개의 다리가 전부 썰려나갔음에도 다시 재생한걸 보면 이번에도 다시 상처를 재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공허충(空虛蟲)들이 알알이 섞여 걸죽한 쉐도우 브레스를 한방 먹여주는 거지.

그렇게 호흡기관이 잠시 예열 과정을 거친 뒤 기열차게 뿜어낸 음에너지의 집합체를 얻어맞은건 예상밖으로 계왕오징어가 아닌 계왕 불가사리였다. 딱히 눈물 나는 동료애를 발휘한건 아닌것 같고 바다 모래속에 기습할 요량으로 숨어 있다가 타이밍이 엇갈린듯 했다. 가운데가 시원하게 뻥뚫리자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의 바람개비처럼 지랄발광을 하기 시작한 계왕불가사리.

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이것참 계왕고래도 그렇고 엑시아 여왕밑이 그랜드 룩들은 하나같이 저능아들밖에 없는 모양이구만... 컼!"

"오르카니우스 저능아 아니다!!"

빠아악!!!

본의 아니게 계왕오징어 대신 계왕불가사리에게 치명타를 먹인 꼴이 된 내가 그랜드 룩들의 멍청함을 조롱하는 사이 시야의 사각에서 불의의 일격이 들어왔다. 여왕대리 젤피의 척살령을 받은 오르카니우스가 어느새 해수면 밑으로 추적해왔던 것이다.

안그래도 싸움광 기질이 있던 녀석이였는데 '저능아'라는 단어가 기폭제가 되었는지 무서운 기세로 내게 연타를 가해왔다. 분명 수압때문에 저항을 받아 위력이 감소 되었음에도 일격일격에 살점이 터져나가니 버틸 재간이 없었던 나는 바로 아크토두스 모드로 들어갔다.

얼티밋 언데드 폼 제 2형 괴력난신(怪力亂神) 아크토두스(Arctodus)

그제서야 얼추 힘의 균형이 맞아 떨어져 드잡이질에 들어가려던 찰나 오르카니우스 녀석이 괴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오호라 이 자식 봐라. 사리카야같은 싸움광이지만 힘과 기술이 아닌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힘찍누(힘으로 찍어 누름)가 안되는걸 깨닫고 뒤로 물러난 모양이였다.

"왜? 술법사가 이 정도 육체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게 너무 충격적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나? 이 자식 아크네메시스 모드를 보면 아예 놀라 까무러치겠구만."

"오르카니우스 그런거 관심없다. 상대가 쌔지면 오르카니우스는 그보다 더 쌔지면 그만이니까!"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더블암스(Doublearms) 종속마력기관 발동

일단 전략 상 후퇴를 한 다음 다른 디파일러 동료들과 합류라도 할줄 알았던 오르카니우스였지만 녀석의 실제행동은 그 반대였다. 갑자기 지느러미가 있어야할 부위에 팔 두개를 추가로 쭈욱 뽑아내더니 아크토두스의 거대한 동체를 붙잡고 바다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다.

말로는 자기가 저능아가 아니라고 했지만 진즉에 오르카니우스가 전략적 선택에 능한 상대가 아니라는걸 파악한 나였기에 녀석이 아군과 가까워지기는 커녕 오히려 멀어지려 하는걸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다만 아크토두스를 무슨 커다란 테디베어 인형마냥 끌고 들어가는 완력에는 오히려 내가 놀라 까무러칠 정도였기에 시급히 대책을 강구해야만 했다.

내 천재적 지능과는 별개로 아크토두스 모드에선 나야말로 힘찍누 말고는 이렇다할 전략을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였다. 하여 나는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와중에 마력을 한층 더 끌어올려 아크네메시스 모드를 발동할 준비를 맞췄으니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오르카니우스가 눈을 빛냈며 말했다.

"오르카니우스 분명 말했다. 상대가 쌔지면 오르카니우스는 그보다 더 쌔지면 그만이라고. 오르카니우스 충고 무시한 너야말로 완전 저능아다!"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트리플암스(Tripplearms) 종속마력기관 발동

하아! 복어대장군과 꽃게여장군은 2단 합체인지 뭐시기로 나를 괴롭히더니 이번에는 2단 진화인가. 팔이 여섯개로 늘어났다고 해서 막대한 변이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용변신 자체를 막아낼 순 없었지만, 오르카니우스는 말그대로 늘어난 팔개수만큼 강화된 완력으로 나를 심해 밑바닥에 쳐박았다.

복어대장군때도 그렇고 이 빌어먹을 엑시아 여왕의 부하놈들은 뭘 쳐먹었길래 이렇게 강한거야? 쿠자르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오르카니우스에 비하면 그도 애완용 불독이랑 크게 다를바가 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디파일러 퀸이나 킹에도 비빌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스텔라 비타를 사용하기 전이라면 절대 경시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이 옥사건님한테 비빌려면 한참 멀었단 말씀.

"상대가 쌔지면 나는 그보다 더 쌔지면 그만이라고? 오냐 이번에는 특별히 똑같은 논리로 상대해주마!"

진'사령안 개안(開眼) ~카마이타치의 새벽~

내게 죽음을 당했지만 아직 혼백은 남아 진사령안에 귀속된 존재들이 지금 이 자리에 강림하기 시작한다. 그 후,

얼티밋 언데드 폼 제 4형 쌍두용왕(雙頭龍王) 쉐도우스틸X팔타로스X용의인장

얼티밋 언데드 폼이란 재료와 변이 에너지라는 소스를 기반으로 융합하기 시작했으니 드래곤 나이트의 용의인장 스킬을 마지막 향신료로 가미하니 완벽한 요리가 탄상했다. 바로 쌍두용왕이라고 하는 요리가 말이다. 막대한 마력 소모는 물론 사령안의 영압 부하까지 감내해야하는 기술이긴 했지만 속전속결을 요할때는 이만한 기술도 없었다.

그리고 기왕 속전속결을 하기로 한 것 전투무대 세팅에도 완벽을 기하기로 한 나는 레비아탄의 영혼까지 불러들여 녀석의 바다지배자의 권능으로 주위 바닷물을 밀어냈다. 그렇게 해서 마치 꽃게여장군의 버블 프리즌과 같은 공간을 만들어낸 나는 한결 운신이 편해진걸 느꼈지만 그와 반대로 사령안쪽은 영력에 짓눌리다 못해 터질것 같은 안압을 느끼고 있었다.

다행히도 요수아 녀석이 눈치 빠르게 영력의 압박을 나눠받아 줬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카마이타치의 새벽 모드 자체가 풀려버릴뻔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쌍두용왕 모드까지 풀려 위험에 쳐할뻔 했지만 이젠 만반의 준비가 갖춰줬으니 내가 역공을 가할 차례였다.

"팔이 여섯개면 뭐 어쩔건데? 어차피 목이 짤리면 뒤질 것을!"

치이이이이이이익!

지체할 것 없이 팔타로스의 산성 브레스를 삼지족으로 집약시켜 애시드 블레이드(Acid Blade)를 만들어낸 나는 오르카니우스의 대가리를 찔러들어갔다. 녀석이 여섯개의 팔을 동원해 급히 막아보려 했지만 쉐도우 블레이드나 애시드 블레이드같은 검날에 마력이 깃드는게 아닌 마력이 검날 자체가 되는 기술은 단순히 완력만으로 막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였다.

디파일러 특유의 질긴 생명력 덕분에 겉으로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살점이 녹았다 재생되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팔이 잘려나가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마루리를 짓기 위해 쉐도우스틸과 팔타로스의 용머리를 앞세워 오르카니우스의 여섯팔 중 두개를 물어 버렸다.

그러자 힘의 균형이 급격하게 무너지며 애시드 블레이드가 그대로 오르카니우스를 지나쳐 갔으니 이른바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가 실현된 것이다. 허나 나는 복어대장군의 선례가 있었기에 방심하지 않고 혹시 어디선가 낯선 알이 존재하진 않는가를 살폈다. 허나 심해 그 어디에도 알은 커녕 피래미 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기에 안심한 나는 쌍두용왕 모드를 서둘러 해제하고 해수면 위쪽으로 헤엄쳐 올라갔다.

하긴 아무리 디파일러 퀸이라 해도 8번이나 부활이 가능한 권능을 자유자재로 쓸 수 는 없었을터. 아마도 다른 행성에 파견나간 디파일러 간부들에게만 한정적으로 권능을 하사한 것이 분명했다. 이로서 디파일러 간부를 3명이나 홀로 해치운 꼴이였기에 크게 자신감을 얻은 나였지만 해수면 밖으로 나온 순간 그 자신감은 마치 눈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아까부터 시독을 잔뜩 들이마시고도 멀쩡한걸보니 제법 독에 대한 저항력이 있는 모양이다만 이 복어대장군님의 맹독앞에선 몇걸음 걷지 못하고 쓰러질것이다!"

"오홍홍. 본인의 버블 프리즌을 통채로 얼려서 파훼하다니 제법이군요. 하지만 이 많은 버블 프리즌을 전부 다 얼릴 수 있을까요? 오홍홍, 한번 시험해 보도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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