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22화 (52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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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리카야님께서 도착하셨군요. 물의 대결계를 파훼하는 작업이 예상과 달리 쉽게풀려서 더 일찍 부르지 못한점 양해바랍니다. 그런데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조금 데려오신것 같군요."

"옥사건 녀석을 말하는거라면 딱히 상관없지 않아? 애초에 내가 부른것도 아니고 제발로 찾아온거지만 말이야."

젤피의 추궁에 사리카야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이미 디파일러 아크비숍임이 들통난 젤피가 뻔뻔하게도 다시 물구나무를 서서 디파일러 퀸인척 사리카야를 맞이한 것이다. 경계심과 호기심이 섞인 시선이 레이저마냥 쏘아지는게 느껴졌지만 나는 애써 무시한채 스고우의 행방을 찾아헤맸다. 녀석이 옥(玉)자가 새겨진 장기말을 매개체로 상호공간이동 술법을 시전했으니 마땅히 이곳 근처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마신의 제 3안 요수아의 힘을 빌려 이곳저곳을 샅샅히 뒤져도 스고우의 흔적은 커녕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상당히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였는데 내가 그 개고생을 해가며 복어대장군과 꽃게여장군을 쓰러트렸으면 스고우 또한 2명까지는 무리더라도 1명의 디파일러 간부정도는 죽여놨어야 수지타산이 맞는 장사이기 때문이였다. 진짜 개좆같네! 이러면 회유 작전이고 나발이고 그냥 사리카야년 모가지부터 따고 싶어지는데.

"저 옥사건이란 자는 대업 앞두고 방치하기엔 지나치게 위험한 돌발변수입니다. 거기다 저자는 성정이 음흉하고 속을 알 수 없어 사리카야님이 브루고뉴님과 1:1대결을 하는 도중에 난입해 뒤통수를 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VOT 단말기를 지닌자가 디파일러 퀸을 사냥하면 막대한 재화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걸 사리카야님도 모르시지 않을텐데요?"

"암 잘 알고말고. 도시형전함 도그파이트도 그 재화로 산건데 내가 왜 모르겠어."

"알고계시다니 다행입니다. 그러면 물의 대결계안에 입장하기 전에 오르카니우스경과 협공해서 저 음흉하기 짝이없는 자를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해치우는게 어떻겠습니까?

가뜩이나 스고우의 무임승차나 다를바 없는 행위에 부아가 치미는 가운데 젤피년이 이간질까지 쳐하자 나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광기가 활화산처럼 폭발하기 직전이라는걸 느꼈다.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면 적극적으로 변명을 해가며 오히려 뒷통수를 치는쪽은 엑시아 여왕쪽이라고 사리카야를 설득해야겠지만 차라리 이 기회에 그녀를 공격할 명분을 얻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스고우에 대한 분노가 달아올라 그와 관계된 누구에게라도 불똥을 튀기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애초에 상대방의 전력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원군을 요청한 행위부터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였다. 항상 상대가 몇명이든 얼마나 강하든간에 좆꼴리는대로 행동하는게 내 전매특허가 아니던가.

그렇게 내가 겉보기엔 평온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론 톡하고 건들면 터질것 같은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가 되 있을때 사리카야가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을 벌였다. 다짜고짜 앞으로 돌진해서 젤피에게 주먹을 뻗은 것이다. 비록 얼굴을 1cm 남겨두고 주먹은 멈췄지만 오르카니우스나 샤힌이 뒤늦게 움찔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가공할 공격 속도였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옥사건 녀석이 속을 알 수 없고 음흉하다는건 나도 동의하지만 꼭 녀석만 그런건 아닐텐데. 너야말로 언제까지 여왕 코스프레를 할셈이지? 내가 아무리 바보라지만 같은 디파일러 퀸도 못알아볼 것 같아? 디파일러 퀸과 킹에게는 서로 동족상잔을 방지하기 위한 특수한 결계가 설치되어 있어. 그런데 너한텐 그런게 보이지 않는군. 그말인즉슨 내가 조금만 손을 뻗어서 네녀석의 머리통을 쥐어짜면 넌 그대로 즉사란 소리야. 그러니 너부터 그 검은속내를 드러내는게 어때?"

"면목없습니다. 고의로 속이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해야겠군요. 저는 엑시아 여왕님의 아크비숍인 젤피라고합니다. 엑시아 여왕님께서 대량의 출산으로 인해 사실상 휴면상태에 들어간지라 어쩔 수 없이 여왕 대리를 맡게된 점, 미리 고지드리지 못해 고개숙여 사과드리겠습니다. 다만 결코 사리카야 여왕님을 능멸할 의도는 없었다는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한테 능멸할 의도가 있었건 없었건간에 나는 이미 기분이 더러워졌어. 네말대로 브루고뉴 타도라는 대업이 코앞에 있으니 이번 한번만은 넘어가겠지만 다음에도 날 조금이라도 속이는 기색이 보이면 즉결처분이다."

라고 말하며 사리카야가 주먹을 거두었다. 그러자 덩달아 내 안의 화도 조금씩 식는 기분이였으니 사리카야같은 빡대가리도 저렇게 이성적으로 행동하는데 내가 앞뒤분간 못하고 폭주할뻔한게 부끄러웠기 때문이였다. 게다가 나 혼자 독고다이로 전장에 뛰어들었따면 모를까 용린은리 사저까지 참전하는 마당에 더더욱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하여 내가 섣부른 행동은 삼가고 사태의 추이를 잠자코 지켜보자 샤힌이 녀석 답지않은 진중한 태도로 길잡이를 자처하더니 물의 대결계와 연결된 수중궁전의 정문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분명 내가 쉐도우 브레스(Shadow Breathe)에 공허충까지 가미해서 쪽문을 뚫어준걸로 기억하는데 저렇게 당당하게 정문으로 입성하면 내가 괜한 헛고생을 한셈이잖아. 그런 내 속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젤피가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너무 억울해 하실것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려 굳이 물의 대결계의 틈을 억지로 벌릴 필요가 없어진 것 뿐이니까요."

"일이 뭐가 어떻게 쉽게 풀렸다는거지? 설마 브루고뉴가 직접 문을 열고 마중이라도 나왔다고 말할셈인가?"

"무르갈이 전생유적에서 발견한 정령의 램프의 성능이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뛰어나더군요. 샤힌 장군이 물의 정령왕을 상대로 고전할때 방심한 그녀를 일순간 포박했을뿐만 아니라 명령권을 1회 사용하니 물의 대결계로 향하는 문을 자력으로 열어주더군요. 적을 코앞에 두고 울며 겨자 먹기로 결계를 해제하는 물의 정령왕의 표정을 옥사건님도 직접 보셨어야 했는데 말이죠."

"하아! 소원을 강제로 들어주게 만드는 정령의 램프라니. 본래는 디파일러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티팩트가 디파일러들의 정복작업을 수월하게 만들어주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로구만."

"뭐 인생이란게 원래 그런것 아니겠습니까? 그것보다 저는 옥사건님과 함께 공간이동된 꽃게여장군의 행방이 궁금해지는군요. 수왕성 어딘가로 공간이동 됐다면 제 전파신호가 닿지 않을 이유가 없을터인데 무슨 수작을 부려놓으신건가요?"

"끌쎄. 딱히 수작이랄건 없고. 요새 내가 입맛이 좀 없어서 말이야 1000년 묵은 진간장 항아리에다가 담가버렸지. 한 일주일정도 숙성시키면 아주 맛난 간장게장이 될거 같은데 너한테도 나중에 좀 나눠줄까? 아참 너희들은 간장게장이라는 요리가 뭔지 잘 모르겠구나. 이게 말이야 한그릇이면 밥 10공기도 뚝딱인 정말 천상의 진미인데 고향별에서는 마땅한 횟감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차에..."

"더 들어볼 것도 없군요. 오르카니우스 장군, 샤힌 장군 그리고 계왕오징어, 계왕불가사리는 응답하세요. 엑시아 여왕 대리로서 명합니다. 저 하늘높은줄 모르고 까부는 건방진 인간을 이 땅에서 지워버리세요. 총공격!"

촤아아아아악!

젤피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르카니우스가 가장 먼저 내게 덤벼들었다. 범고래가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바다에서 가장 흉악한 포식자인것 마냥 녀석도 사리카야 못지 않은 싸움광인듯 했다. 그렇게 선빵을 허용한 내가 바닷물 밑으로 쳐박힘과 동시에 저 멀리 해수면 밑에서 계왕오징어가 10개나 되는 촉수를 뻗어왔다.

지금 당장 시야에 보이진 않아도 계왕 불가사리와 샤힌 또한 나를 공격해 오고 있을께 분명했으니 이는 정체절명의 위기임과 동시에 용린은리 사저를 호출할 타이밍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내가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이용해 황룡선에 지원요청을 보내는 찰나 갑자기 어디선가 어뢰가 날라와 내 몸을 감싸려던 계왕오징어의 촉수를 박살내 버렸다.

콰광!(x10)

아무리 황룡선이 빠르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지원(그것도 바닷속에서)을 올 수 는 없는지라 내가 놀람을 금치 못하는데 VOT 단말기에서 갑자기 신원미상의 영상 메시지가 도착했다. 뭔가 싶어 단말기를 클릭하니 홀로그램 화면에서 피바다의 샨코공주가 나타나 급박한 목소리로 상황을 전해왔다.

-옥사건님! 자세한 정황을 설명하기엔 시간이 없으니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이 잠수함은 제가 전생유적에서 얻은 아케인족의 유산으로 이름은 다이빙비틀이라고 합니다. 제가 최대한 디파일러 그랜드룩들의 시선을 끌어볼테니 옥사건님께서는 디파일러 로열나이트들을 상대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대로 수왕성이 다시 다피일러들의 손아귀에 넘어가는걸 보고만 있을 수 는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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