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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샤, 옥사건님 수왕성 리턴즈!"
나는 계왕고래의 입밖으로 뛰어내며 소리쳤다. 본래 수왕성의 내륙 비율은 바다면적에 비하면 10퍼센트조차 되지 않아 한자리수를 멤돌았지만, 지금은 의도치않게 디파일러들의 시체로 간척사업이 진행된터라 아무대나 착륙해도 발딛을 곳 천지였다.
다만 이전과 비교했을때 시체의 부패정도가 상당히 고도화되어 그냥 숨쉬는 것만으로 시독(屍毒)에 중독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물론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내게는 아무런 제약도 되지않을뿐더러 오히려 이런 특수한 환경덕분에 사용조건이 까다로운 몇몇 강령술을 자유자재로 펼칠 수 있게 된 셈이였다.
아무튼 그건 차후의 일이니 차치한다쳐도 궁기련이 데리고 왔다는 무인이 전투력과는 별개로 만독불침지체에 이르지 못했다면 상당히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시독이 복어대장군의 강산계열 독만큼 치명적인 것은 아니였지만 보통의 인간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인 수준이였던 것이다.
하여 내가 지상으로 착륙중인 황룡선을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어떤 성격급한 무인이 나처럼 격납고 사다리가 내려오기도 전에 상공 몇백미터위에서 뛰어내렸다. 요슈아의 힘을 빌어 그 무인의 모습을 자세히 살피던 나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실루엣에 뒷덜미가 서늘한 느낌을 받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뭐야 내가 아는 무인이라는게 저 사람을 말하는거였어!?
"여어 오랜만이다, 옥사건. 왜 지난번처럼 다짜고짜 내 가슴부터 만지지않고."
"헤헤헤, 용린은리 사저. 그, 그때 사건은 절대 고의가 아니라 피,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는거 아시잖아요."
나는 이제와서는 실력적으로나 계급으로나 딱히 꿀릴게 없음에도 웬지 모르게 올챙이 시절이 떠올라 말을 더듬었다. 루시페르의 심상융합건을 제한다면 팔륜성에서 헤어진 이래로 사실상 처음 만나는셈인 용린은리 사저는 예전의 나마냥 한쪽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었고 머리카락 군데군데 새치까지 생겼지만, 여전히 수묵화로 그려난 미인도의 주인공마냥 고고한 아름다음을 뽐내고 있었다.
뭐랄까 오히려 이전엔 찾아볼 수 없었던 완숙미까지 어우러져 용린은리 사저가 무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여자로서도 한층 더 성장했다는 느낌? 거기다 알게모르게 젖통 사이즈도 약간 더 커진것 같아서 나는 헤진 무복의 가슴부위 힐끔거렸다.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용린은리 사저는 무복을 한층 더 강하게 쪼매더니 칼집을 풀어헤치며 말했다.
"시덥잖은 변명은 집어치우고 내가 담당할 적이 누군지나 말해. 방대한 언데드 부하들을 지니고 있는 네가 도움을 요청할 정도라면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닐텐데?"
"아 그게 일단 제가 쓰러트려야할 적은 디파일러 트라이브긴한데 일반적인 트라이브하고는 조금 달라요. 로열나이트랑 아크비숍이 무려 3명씩 존재하거든요. 그중 2명은 제가 해치우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손이 모자랄까봐 황룡거사를 초청한건데 설마 용린은리 사저가 올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나는 뀡대신 닭이다 뭐 이런거냐? 뭐 로열나이트고 아크비숍이고 3마리든 30마리든 딱히 상관은 없는데 말이야 디파일러 퀸까지 3마리가 존재하는건 아니겠지?"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내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용린은리 사저가 허공답보로 하늘을 날아오르더니 황룡선보다 뒤늦게 대기권을 돌파한 도그파이트에서 내려온 미확인 물체와 충돌했다. 뒤늦게 요슈아를 통해 확인한 대상은 아니나 다를까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였다. 하긴 수천미터 상공에서 낙하산도 없이 아무렇지않게 뛰어내릴만한 존재가 그녀말고 또 있을까 싶었다.
"다비금강 사리카야, 혈린검 용린은리가 너에게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겠다!!"
"앙? 옥사건 녀석의 기운이 느껴져서 찾아와 봤더니만 뭐야 너는? 뭐 걸어오는 싸움을 피할 생각은 없으니 지금 바로 여기서 상대해주지!"
아무리 외양이 살짝 변했다지만 몇년전에 봤던 용린은리의 얼굴을 까먹은걸 보면 사리카야의 머리가 나쁘긴 나쁜 모양이였다. 반면에 사리카야를 따라나온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쿠자르는 용린은리 사저와 직접 싸워본 경험까지 있었기에 바로 그녀를 알아본듯 바로 중재에 나섰다.
"사리카야 여왕님! 그 자는 이전에 여왕님께서 수왕성에서 쫓아낸 실버스케일 함선의 일원입니다. 이제와서 굳이 또 손속을 겨뤄볼 필요는 없으니 어서 본래 목적지로 가시지요. 엑시아 여왕이 신호를 보내왔으니 물의 대결계가 다시 재생성되기전에 물의 정령신 브루고뉴를 치러가야합니다!!"
"그러면 더더욱 혼구멍을 내줘야겠군. 이 사리카야님의 힘을 두눈으로 목격하고도 겁없이 도전을 해와? 한주먹에 박살내버릴테니까 쿠자르 너는 잔소리말고 얌전히 거기서 기다려!"
깡! 깡! 깡! 깡! 깡!
사리카야의 자신만만한 한방컷 선언에도 불구하고 둘의 싸움은 생각보다 치열하게 이어졌다. 용린은리 사저가 어디 엿바꿔 먹었는지 용린검 대신 녹슨 철검 하나를 꼬나쥐고 일격 하나하나가 대포와 다를바없는 사리카야의 주먹과 맞서 동수를 이룬 것이다.
허나 그것도 잠시 결국 사리카야가 작정하고 휘두른 주먹에 산산조각 나고만 녹슨 철검. 하여 사리카야가 기고만장해져서 끝내기 펀치를 날리려는데, 용린은리 사저가 녹슨 철검의 손잡이를 가슴 앞에서 고쳐잡더니 7m에 달하는 얼음 검날을 뽑아내 그에 맞섰다. 둘의 싸움이 유혈사태로 번지기전에 중재에 나설려 했던 나도 그 장엄한 광경에 넋을 잃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뭐야 그 얼음 보숭이는 내 주먹앞에서 그런 잔재주가 통할것 같아!"
"폐관수련을 끝내면 가장 먼저 맞붙고 싶었던 상대중 한명이 이렇게 제발로 찾아오다니 나도 꽤 운이 좋은 것 같군. 그날 무력하게 수왕성을 버리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굴욕감을 지금 이 자리에서 갚아주마!"
용린무형검 제 1초식 무중생유(無中生有) 빙검기 단자결 발(拔)
그렇게 사리카야와 용린은리 사저간의 대결이 본격화되자 나는 사실상 이 싸움의 내손을 떠났음을 깨달았다. 이제와서 말린다 한들 내가 오입질을 좋아하는 것 만큼 쌈박질을 좋아하는 사리카야가 싸움을 그만둘리도 없었고 자존심이 강한 용린은리 사저도 역으로 내게 역정을 낼것이 분명했다 하여 내가 팝콘도 푹신한 의자도 없지만 적당히 자리를 잡고 구경모드에 들어가려는데 쿠자르녀석이 험상궂은 불독 얼굴을 내게 들이밀며 말했다.
"이봐 말려야하지 않겠나?"
"뭐하러 그래야되지? 이제 막 분위기가 달아올라서 재밌는 구경거리 생기려던 참인데 말이야. 설마 너네 여왕님이 우리 사저한테 질까봐 겁나냐?"
"말같지도 않은 소리! 내가 걱정하는건 오히려 그 반대다. 네 사저의 실력이 인간치곤 제법이긴 하지만 사리카야 여왕님께서 스텔라비타 제 1성기 육체초월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거기다 내가 누차 말했을텐데. 우리의 진짜 적은 사실상 물의 정령신, 브루고뉴가 아니라 동해귀왕 엑시아 여왕쪽이라고. 그런데 이런곳에서 호승심때문에 쓸데없이 힘을 빼는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란 말이다."
"아 거 참 말많네. 그러면 쿠자르 네가 직접 사리카야 여왕님한테 이러이러한 상황이니 저러저러하게 하는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될거 아니야. 왜 귀찮게 나한테 그런 귀찮은 일을 떠넘기고 지랄이야."
"나도 그러고 싶지만 사리카야 여왕님께선 내 말을 귓등으로 듣지않으신다. 원래도 그러셨지만 스고우님께서 행방불명된 이후로는 더더욱 고집불통처럼 행동하셔. 거기다 사리카야님은 다른 디파일러 퀸이나 킹들에 비해서 영역본능이 강하신편이라 절대 수왕성을 포기지 않을거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용린은리 사저는 무슨 말잘듣는 순한양인줄 아냐? 용린은리 사저도 사리카야 못지않은 독불장군이란..."
쩌저저저저저저적!!
용린무형검 제 2초식 氷山一角(빙산일각) 빙검기 단자결 발(拔)
내가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맨바닥에서 빙산이 솟아오르더니 나와 쿠자르를 덮쳤다. 혹여나 용린은리 사저가 내가 하는 말을 엿듣고 발끈공격을 감행한건 아닌가 싶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용린은리 사저의 타겟은 사리카야 한명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즉 방금의 빙산 공격은 단순히 둘의 싸움의 여파가 이곳까지 미치것뿐이였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내가 싸움을 중재하는건 더더욱 어려워진 셈이였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저 멀리서 디파일러 시체의 바다를 가르고 웬 범고래 한마리가 가공할 속도로 접근해 용린은리와 사리카야간의 싸움에 끼어들었던 것. 이미 시독원액이나 다름없는 바다를 헤엄쳐 온것만으로 일반적인 범고래 개체가 아니라 디파일러 개체라는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감히 디파일러 퀸의 싸움에 끼어들다니 간이 붓다못해 배밖으로 튀어나온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