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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설마 진짜 내상 때문에 죽은건가?"
새롭게 부임한 이매망량 군단장 무무(이무기 무장)와 한참을 투닥거리더니 이내 피를 토하며 쓰러져버린 복어대장군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나는 그렇게 중얼그렸다. NT1급 영력으로 망령들을 압축해 반억지로 탄생시킨 무무의 위력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강력했던 모양이였다.
이지는 없었지만 이매망량 군단장이란 것 자체가 수많은 이무기 원혼들의 집합체였으므로 어느정도의 전투 데이터는 내재되어 있었을터. 거기다 일반적인 인간도 아니고 이무기 1000마리의 원혼을 집약시켜 만들었으니 그 위력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허나 그 강대한 원혼의 힘때문에 내가 유니온키네시스를 해제할 경우 역으로 하극상을 당할 수 있었기에 나는 무무의 사지뿐만 아니라 모가지에도 꼼꼼히 영혼의 족쇄를 설치했다. 그 후 동굴 내부에 더 이상 복어대장군의 부활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유니온키네시스를 해제했다.
그러고나서 무무 또한 실체화를 해제시키고 일반 이매망량으로 회귀시키려는데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일시적으로 한계치를 돌파했던 영력 스텟이 다시 리셋되자 무무녀석이 나를 만만히 보고 반기를 든 것이다.
"어쭈 이것봐라? 눈 안까냐, 이 용가리 새끼야!"
'나는, 나는... 다시 잡령으로 돌아가고 싶지않다. 대신 네녀석의 몸을 빼았아 생전에 못이룬 승천의 꿈을 이루리라!'
"지랄염병할 승천같은 소리하네. 송충이는 풀잎을 먹고 살아야지. 날개도 없는 주제에 어딜 하늘위로 날아오르겠다는 거냐?"
허나 이매망량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나였기에 당황하지않고 사전에 설치한 영혼의 족쇄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아크네메시스 못지않은 덩치의 무무가 무슨 뉘집 똥개마냥 끌려나와 바닥에 쳐박혔으니 이대로 최상급 영혼석에 봉인하면 훗날 다시 유니온키네시스를 사용할때 재활용 할 수 도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영력 랭크가 하락하면서 영혼의 족쇄의 위력도 경감했는지 곧이어 사슬의 일부가 산산히 부서져나가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하여 나는 여차하면 무무와 전면대결까지 불사할 각오로 염라에게 선물받은 소울웨폰인 염왕선(炎王扇)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무무는 반쯤 자유의 몸이 되었음에도 나를 공격하기는 커녕 어딘가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악어 아니 용의 눈물을 흘리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그래 이제야 감히 죽음의 왕이자 아버지이자 주인인 옥사건님께 덤빈걸 후회하는..."
'유토 그리고 사토 내 가엾은 증손자들아, 너희들만큼은 승천의 꿈을 이뤄 무릉도원에 이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필시 손상된 영혼의 족쇄로나마 나의 위대함을 깨닫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거라 생각했지만 다시 보니 녀석의 시선이 닿아 있는곳은 내 어깨너머 여전히 버블 프리즌 안에 갇혀 있는 유토, 사토 형제쪽이였다. 한동안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녀석은 두손을 합장하더니 모종의 주문을 읊조려 버블 프리즌(Bubble Prison)에 난생 처음보는 찬란한 은빛 문자가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러자 얼마안가 진짜 거품마냥 꺼져버리는 버블 프리즌. 일반적인 결계와 달리 내부가 마력진공상태인 버블 프리즌을 저리 쉽게 해제한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기에 나는 무무의 술법실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 이전에 이매망량 군단장이 원혼의 힘을 기반으로 한 폴터가이스트 현상과는 별개로 술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컬쳐쇼크 그 자체였기에 나는 지체않고 가지고 있던 최상급 영혼석 10개를 모두 꺼내 봉인작업에 들어갔다.
만약 무무 또한 레레나 소소처럼 온전한 인격의 주인이 정해진 상태였다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조차 대여섯개의 인격들이 서로 등용문을 통과하겠답시고 아웅다웅거렸기에 봉인작업은 제법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나는 10개의 최상급 영혼석에 이무기들의 원혼을 나뉘 봉인한 뒤 귀혼강싱법에서 배운 부적술로 안정장치를 하나 더 설치하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옥사건님 방금 그 거대한 이무기의 령은 혹시 라오우 장로님의 것이였습니까? 사용하는 술법의 양식이 그분의 것과 매우 유사..."
"하! 살아서도 복어대장군을 어찌하지 못한 자가 어떻게 죽어서 복어대장군을 때려잡을까. 그것도 꽃게여장군과 합체한 완성체를 말이야. 시덥잖은 추억팔이는 집어치우고 너희 두 형제는 여기서 나가는 길로 곧장 전장으로 향해서 이 시체들을 앞세워 복어대장군이 사망했음을 알려라. 그러면 제 아무리 정예 디파일러 나이트라고 해도 지휘관을 잃은 충격때문에 제대로 싸우지 못할테니 상대하기 훨씬 편해지겠지. 나는 바로 계왕고래가 있는 쪽으로 향해서 퇴로를 끊겠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출발하기전에 잠시 스고우님을 대신해서 복어대장군을 처치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말하면서 유토가 사토와 함께 절을 할 기세로 무릎을 꿇자 나는 급히 그들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감사는 무슨. 그런 허례허식은 집어 치워라. 나야 받은만큼 일한 것 뿐이니까. 만약 세번째 선물이 없었다면 너희 둘이 내 눈앞에서 반으로 갈라져 죽었어도 눈하나 깜짝안했을거다. 그럼 먼저 실례하지."
그렇게 쿨한척 뒤돌아선 나였지만 속으론 발정난 개마냥 벅차오르는 욕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여우귀 소녀때문이였는데 내가 아무리 섹스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미치광이라고 해도 아직 어린 이무기 형제 앞에서 알몸으로 날뛰는 추태를 보일 수 는 없는 노릇이였기에 급히 자리를 뜨려고 한 것이였다. 아오 이 꼬리 아홉 달린년 아무도 없는 한적한 장소에 도착하기만 해봐라 아주 그냥 확씨!
* * * *
"아아아안녀어어어어엉"
"복어대장군과 꽃게여장군은 내 손에 죽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너는 내 명에 따라라."
"......"
"야 임마! 내 말 안들려?"
"......"
"내 손에 죽었다고 이 둔해빠진 고래녀석아!"
"대에에에에바아아아아악사건!"
나는 안그래도 말투가 느려터졌는데 말귀까지 어두운 계왕고래때문에 복장이 터지기 일부직전이였다. 수왕성으로 돌아갈 교통수단 + 여우귀소녀를 마음껏 범해도 아무터 터치안할 공간을 찾기위해 일찍이 이무기 꼬마형제들에게 말했던대로 계왕고래를 찾아온 나였지만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계왕고래를 지키고 있던 정예 디파일러 나이트야 그냥 손가락만으로 처치가 가능했지만 막상 계왕고래와 직면하자 지능수준이 대여섯살 미취학 아동보다 못해서 회유가 어려웠던 것이다. 덩치는 흰수염고래의 1000배도 넘을듯한 녀석이 뇌용적은 반대로 1000분의 1밖에 되지않는지 걸핏하면 내가 했던 말을 까먹어 지금도 몇번째 같은 말을 반복하는지 몰랐다.
"아아아악! 정말 다 됐고 나를 수왕성으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데려다주면 그만한 보상을 해줄테니까 어서 하늘위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하지말고 내려왓!!"
"보사아아아아앙? 어떠어어어어언거?"
"니가 원하는건 뭐든지!"
"대에에에에바아아아아악사건! 그러어어엄 나느으으으으은 공허한 우주말고 물고기 친구들이 있는 넓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싶어. 근데에에에 수왕성은 이제 망했잖아. 난 아마 안될거야야아아아아아아."
"안돼긴 뭐가 안돼! 내가 물의 정령신이랑 같이 차도 마시고 우주의 미래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토론도 한 사인데 엑시아 여왕만 해치우면 얼마든지 다시 수왕성을 원상태로 복귀..."
나는 내가 말해놓고도 순간 앗차싶어서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리 상대가 지능이 낮은 디파일러 그랜드룩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네 트라이브의 퀸을 해치우겠단 말을 아무렇지않게 해버렸으니 앞으로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줄 알았건만 계왕고래는 지능이 낮다 못해 주종관계란 개념조차 없는지 반색하며 맞장구를 쳐왔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러면 나는 매에에에엔날, 매에에에엔날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겠네에에에에. 어서 올라타. 수왕성 가즈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래. 그러면 수왕성에 도착할때까지만 잠시 실례하지."
계왕고래의 입이 벌려지자 등용문이 있던 동굴보다도 거대한 칠흑의 아가리가 나타났다. 나는 웬지 머리가 모자란 아이를 이용해 먹는것 같아 양심이 살짝 찔렸지만 뒤늦게 나란 인간이 양심따위는 진즉에 갖다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곤 기꺼이 계왕고래의 몸안쪽으로 진입했다.
계왕고래의 덩치가 크다는건 일찍이 두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실이였지만 몸 내부에는 공간확장술법이라도 걸린듯 그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나 말고는 개미 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아 굉장히 공허한 느낌이였다. 물론 내게 여우귀 소녀가 있는 이상 수왕성까지 가는길이 심심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으흐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