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17화 (51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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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여덟번째인가. 슬슬 알이 바닥날때도 된것 같은데."

손에 묻은 게딱지의 체액을 털어나며 나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게딱지를 뒤집어 쓴 복어대장군과 사투를 벌인지도 어느덧 한시간여. 대부분 직접 싸우는 시간보다는 알에서 부화한 녀석을 찾으러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그 지리한 작업도 슬슬 끝이 보이고 있었다.

알에서 새롭게 다시 부활할때마다 복어대장군의 반응성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였다. 처음에는 금린백련권인지 뭔지로 나를 때려눕힐 의욕만땅인 녀석이였지만, 마샬아츠 더 비타의 연축(年蓄)에 의해 계속해서 원샷원킬을 당하자 최소한의 발버둥조차 포기한듯 했다.

게다가 알이 부화하는 주기 또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기에 나는 지금과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보면 상대가 완전소멸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내가 한결 여유로운 태도로 다음 알의 부화를 기다리는데 버블 프리즌에 갖힌채로 내 눈과 귀가 되주던 유토, 사토 형제가 동시에 소리쳤다.

-옥사건님 복어대장군의 알이 이번엔 진등용문쪽에서 부화할려하고 있어요! x 2

띠이이잉!

그 전음을 놓칠리가 없는 내가 진등용문이 있는 쪽으로 기다렸다는듯이 발걸음을 돌리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누가 종을 울리는듯 극심한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팔다리가 쥐가 난 것처럼 경련을 일으키니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주,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요슈아 네 눈에는 이게 괜찮아 보이냐? 어서 니 눈깔로 뭐가 문젠지 살펴봐."

'알겠습니닷!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미간 사이에서 동공을 크게 확장시킨채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더니 요수아가 잠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놓았다.

'주인님 제가 불칸 녀석하고도 잠시 이야기를 나뉘본 결과 이건 아무래도 합체한 두 육체의 불균형에서 온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합체한 두 육체의 불균형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자면 일단 주인님께서 사용하시는 그 뭐시기야... 맛살아츠 더 비타민이라는 기술 있지 않습니까? 순간화력으로만 따지자면 대마신 벨제붑님의 식탐의 대권능보다 한수위인 기술이긴 하지만 육체에 주는 부하가 보통 커야 말이지요.'

"그래서 본체랑 아바타를 합체한 상태에서만 남발하는거 아니야. 만약 본체였다면 처음의 일격을 사용한 후에 최소 일년은 요양해야 했었다고."

'예, 바로 그 부분이 문제인겁니다. 설사 본체와 아바타가 육체의 부하를 1대9로 나눠받는다 한들 그 1만으로도 본체는 죽음의 문턱을 왔다갔다하게 되는 것이지요. 주인님의 신체기능이 지금처럼 일시적으로 무력화되는건 바로 그 이유때문이라고 사료됩니다.'

"불칸 녀석이 두번째 심장 역할을 해주는데도 그렇단 말이냐?"

'예, 그럼요. 불칸 녀석이 최선을 다해서 육체 부하를 줄여줘서 이정도인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즉에 합체가 풀리고 주인님의 본체는 아까 말씀하신대로 1년간 요양을 해야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이런저런 강화시술을 했다고해도 기본적으로 인간의 육체는 마족에 비하면 턱없이 약한 존재니까요. 아무튼 지금부터는 불칸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몸을 쓰는 기술은 자제하면서 싸우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보아하니 주인님의 합체기술은 무력의 한계치뿐만 아니라 영력의 한계치까지도 높혀주는듯하니 제가 보조하면 강령술로도 충분히 상대를 쓰러트릴 수 있을겁니다.'

"좋아, 이번에는 요슈아 네 의견대로 해보지. 어차피 상대도 여러번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면서 많이 약해졌을테니 말이야. 그런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합체기술은 맛살아츠 더 비타민이 아니라 마샬아츠 더 비타다."

겉으론 태연한척 했지만 설마하니 유니온키네시스 ~데모고르곤의 너와 나~가 육체적 한계치뿐만 아니라 영력의 한계치까지 올려줄줄은 몰랐기에 나는 내심 굉장히 놀라고 있었다. 사실 내 경우 따지고보면 하나의 의식을 사고분할(思考分轄)의 사이킥 능력으로 나눈 다음 다시 합치는 것 뿐인데도 영력의 한계치가 늘어날 수 있단 말인가?

뭐 실제로 해보면 바로 답이 나오겠지. 영력은 무력과 달리 내가 한평생 수족처럼 다뤄온 능력이였기에 나는 요슈아의 도움을 받을 것도 없이 곧바로 영혼공조에 들어갔다. 제법 강대한 힘을 지닌 적들의 눈을 흡수했음에도 아직 Ex랭크에 머물고 있는 능력이 조금씩 늘어나는게 시스템창에서 목격되었다.

-영력이 1상승했습니다.

-영력이 1상승했습니다.

-영력이 1상승했습니다.

-영력이 1상승했습니다.

-영력이 1상승했습니다.

...

[데모고르곤의 상태창]

-옥사건의 상태창을 그대로 계승합니다.

-김사건의 상태창을 그대로 계승합니다.

-동시에 모든 잠재력을 곱절로 증폭합니다.

무력: A(0/512)

마력: A(0/512)

영력: NT1(0/2048)

친화력[暗]: Ex(0/1024)

스텟포인트: 0

'NT1이라고? 이것참 강제로 증폭해서 도달한 경지가 겨우 1단계라니 어처구니가 없군.'

NT1이란 랭크에는 뭔가 다른 비밀이 더 있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걸 따지고 있을때가 아니였다. 알에서 부화한 복어대장군이 어느샌가 진등용문에서 나와 나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꽃게여장군의 말이 옳았습니다. 그런 강력한 기술을 연달아 사용하다보면 당연히 몸에 무리가 오기 마련이지요. 어떻게 그런 몸으로 본좌의 금린백련권을 받아낼 수 있겠습니까?"

"아까부터 계속해서 나한테 한방에 나가떨어진 놈이 잘도 그런 말을 지껄이는군. 그러는 너야말로 계속해서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느라 몸이 꽤나 약해진 상태일텐데?"

"흥! 설마하니 본좌가 아무리 일격필살의 위력을 담고있다지만 단순한 근접공격을 대응할 수단이 없어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었겠습니까? 처음의 일격은 방심해서 당한것이 사실이지만 두번째부터 본좌가 일체의 반격도 하지않은 것은 당신의 힘을 빼려는 꽃게여장군의 계략이였습니다. 그리고 엑시아 여왕님의 계란유골의 권능으로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다보면 디파일러 특유의 재생력은 서서히 줄어들지만 신체능력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지요. 어차피 제 새 갑주는 커녕 금린백화갑도 뚫지 못했던 당신에게는 의미없다는 소리입니다!!"

금린백련권 제 1초식 대해일속(大海一粟) 포검기 폭자결 발(拔)

복어대장군이 괴성함께 전면으로 일권을 내뻗었다. 그러나 자신만만한 언사와 달리 그 주먹은 내 그림자조차 건들지 못했으니 딱히 내력을 바깥으로 내뿜는 기공계열의 공격도 아닌듯 했다. 하지만 일순간 요수아의 눈을 이용해 주먹에서 튕겨져나간 땀방울이 실은 고도로 압축된 버블 프리즌이란걸 꿰뚫어본 나는 재빨리 표홀신법을 이용해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영력의 힘을 시험해보기 위해 주변의 망령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는데 행성이 행성이다보니 이무기들의 망령밖에는 없었다. 하나같이 자신이 등용문을 통과해 승천의 용이 되지못했다는 사실에 절망해 맛이 가거나 혹은 미련이 남아 이승을 떠돌고 있는 부류였는데 내가 이매먕량의 술(術)을 발동시키자 마치 철가루가 자석에 이끌리듯 모조리 끌려들어왔다.

'으아아아아악! 어째서 나정도 재능의 이무기조차 등용문을 통과할 수 없단 말인가!'

'아니 영혼을 끌어당기는 인력이 이리도 강력하다니 도대체 어떤 술법사가 이리도 강력한 강령술을 다룬단 말인가!'

'난 아직 죽지않았어, 난 아직 죽지 않았다고!'

그렇게 모인 이무기들의 영혼을 마치 믹서기에 갈아넣듯 얼렁뚱땅 섞어버린 나는 금새 이매망량 군단장급의 존재를 탄생시켰다.

"그래 너는 이무기 무장이니까 지금부터 무무다. 가서 저 게딱지를 뒤집어쓴 복어대가리를 잽싸게 해치운 다음 그 수급을 내게 받쳐라!"

"......"

"하하하! 무슨 술법을 쓴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만들어진 하수인이 감히 이 복어대장군의 상대가 될 수 있겠습니까?"

복어대장군의 말대로 NT1급의 영압으로 강제로 망령들을 압축시켜 탄생한 제 3의 이매망량 군단장은 느껴지는 기운만으로 따졌을땐 레레나 소소보다 한수 위였지만 그 기운을 통제할 수 있는 마땅한 핵심 령(靈)이 존재하지 않는듯 했다. 생긴걸로만 따지자면 아크네메시스와 닮았지만 날개가 없는 무무는 그렇게 한참을 멍때리다 복어대장군이 지근거리에 도착하고 나서야 행동에 나섰다.

영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언월도를 마치 파리채를 쓰듯 복어대장군에게 휘두른 것이다. 그러자 맹렬한 기세로 나를 쫓아오던 복어대장군이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게딱지 갑주가 완전하게 뚫리진 않은듯 했지만 거듭된 난생을 통해 재생력이 극도로 낮아진 지금 약간의 내상만 입혀도 치명상으로 작용할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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