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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상한 계획은 꽃게여장군이 생각한 것과 얼추 일맥상통했다.
'오르시나와의 약속도 있으니 수왕성에 서둘러 가봐야하는건 나도 마찬가지야. 거기다 괜히 마력소모가 큰 아크네메시스 모드로 지지부진한 소모전을 해봤자 좋을게 없으니 나도 본체와 합체해서 단숨에 끝장을 본다!'
유니온키네시스(精神體化) ~데모고르곤의 너와 나~
그렇게 마음을 굳힌 나는 종유석 소나기 떨어지는 틈을 타 인벤토리에서 공간확장술법 대신 여러가지 보호결계술법이 걸린 관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죽은듯 잠들어 있는 본체를 사고분할(思考分轄)의 사이킥 능력으로 일깨운 다음 이어서 곧바로 같은 사이킥 능력인 유니온키네시스를 사용했다.
그러자 언제 경험해도 좀처럼 익숙해질 수 없는 초월적 육체적 동화에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전율하는듯한 감각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너(본체)와 나(아바타)의 2단 합체물은 평소엔 숨겨져있던 요슈아와 불칸이 바깥으로 튀어나온데다 보라색 혈관이 피부밖에서 휜히 보여 끔찍하기 짝이없는 몰골이였다.
이건 뭐 게딱지를 뒤집어쓴걸로 2단 합체를 자처하는 복어대장군을 욕할 처지가 아니랄까. 아무튼 생김새와는 별개로 마샬아츠 더 비타를 쿨타임도 없이 연발할 수 있는 지금의 상태는 그야말로 치트키나 다름없었기에 상대가 2단 합체를 했든, 3단 합체를 했든 무리없이 처치가 가능할 것이다.
"이것 참 다행이로군요. 동굴천장을 무너뜨린 틈을 타서 도망칠줄 알았는데 얌전히 목을 씻고 기다리고 있을줄이야. 자칫 잘못했으면 대결계의 핵을 파괴한게 악수가될뻔 했습니다."
"도망이라고? 웃기지도 않는군. 내가 왜 나보다 먹이사슬 한참 아래에 있는 해산물놈들을 상대로 도망쳐야하지? 너희들이먀말로 비린내 나는 몸을 구석구석 씻은 다음에 해물탕에 들어갈 준비나해라!"
"생김새는 바껴도 여전히 입만 살아서 나불되는군요. 당신이야 말로 제 버블 프리즌 안에 들어가서 묵언수행이나 하고 계시죠."
복어대장군의 얼굴에 꽃게여장군의 의식을 지닌듯한 상대가 볼이 빵빵해질정도로 숨을 들이쉬더니 입안에서 독액대신 거대한 비눗방울을 뿜어냈다. 안그래도 좁아터진 공터에 종유석 잔해가 쌓인터라 여간 피하기 어려운 공격이 아니였는데 나는 애초에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제 아무리 버블 프리즌(Bubble Prison)이 마력진공상태를 유도해 술법사에겐 아주 고약한 쥐덫이라 한들 마샬아츠 더 비타 앞에선 진짜 비눗방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였다. 어디보자.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쓸필요는 없으니 일축으로 손좀 풀어볼까.
마샬아츠 더 레프트훅(Lefthook) 용린정권 권묘결 일축(日蓄)
팡!
"아니 2단 합체 후 강화된 버블 프리즌을 어찌 저리 쉽게!"
역시나 버블 프리즌은 내 몸을 감싸자마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정권을 얻어맞고 깔끔하게 터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마력 역삼투압 현상이 발생해 폭발이 일었지만 유니온키네시스로 단단함과 재생력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은 내가 그 정도 폭발에 굴할리가 없었다.
하여 바로 이어서 복어대장군에게 달려든 나는 일부러 녀석이 게딱지를 뒤집어쓴 부위를 공격하기로 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 상대에게 깊은 절망감을 심어줄 요량이였다. 그와중에 상대는 버블 프리즌이 깨져 당황한 탓인지 아니면 꽃게여장군쪽이 원래 근접전에는 서투른 것인지 집게다리를 글러브처럼 덮어쓴 주먹을 마구잡이로 휘둘러왔다.
물론 디파일러 로열나이트와 아크비숍이 합체해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탓인지 그 자체로도 꽤 위협적인 공격이였지만 지금까지 적잖은 수라장을 술법이 아닌 무투술로 돌파해온 내게는 그야말로 허점투성이였다. 자연스럽게 용린연환각의 갑(甲)초식인 다리후리기로 상대를 넘어뜨리고 시작하니 등의 게딱치를 노리기 딱좋은 구도가 형성됐다.
마샬아츠 더 풋프린트(Footprint) 용린연환각 권묘결 일축(日蓄)
"이걸로 끝이다, 이 덜떨어진 해산물놈들아!!!"
마샬아츠 더 뎀프시롤(Dempseyroll) 백호패왕권 권묘결 연축(年蓄)
어마어마한 생명력의 힘이 주먹끝에 모여들어 근육세포를 한계의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거기에 백호패왕권의 패도적인 초식의 묘리까지 더해졌으니 나는 복어대장군과 꽃게여장군이 이 일격에 즉사할 것이라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위를 가득 메운 석회암 가루가 가라앉자 몸 한가운데가 뻥 뚫린 복어대장군의 시체가 크레이터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디파일러 친위대급의 재생력이라면 저정도 상처는 충분히 치유하고도 남았지만 아무래도 2단 합체를 할 경우 낑캉때처럼 파워업을 하는 대신 재생력을 잃어버리는 모양이였다.
유니온키네시스를 사용한 순간 승리를 확신짓긴 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 쉽게 이길줄은 몰랐기에 나는 한편으론 허탈감을 느꼈다. 하긴 트리플 크라운 녀석도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다가 거대화된 어보미네이션에게 한입거리 식사가 되지 않았던가. 합체라는게 언뜻보면 '1+1=11'의 결과물을 가져다줄것 같지만 서로 합이 맞지않으면 '1+1=2'조차 버거웠다.
그러면에서 봤을때 본체와 아바타끼리 합체를 이루는 내 경우가 특이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으니 쌍둥이조차 나만큼 영혼의 파장 동화율이 높지는 못하리라. 뭐 좌우지간 한방컷이라 한들 승리는 승리였기에 내가 가볍게 자축하며 크레이터 바깥으로 벗어나려는데 어딘지 모르게 급박해보이는 유토의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었다.
-옥사건님 조심하세요! 복어대장군과 꽃게여장군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유후~ 이거이거 엑시아 여왕님께 계란유골의 권능을 따로 하사받지 않았으면 위험할뻔 했군요. 복어대장군과 본녀가 합체했을시의 방어력은 샤힌 장군이 치악력을 최대로 끌어올렸을때의 톱이빨도 튕겨내는 수준인데 한번에 뚫리다니요."
"꽃게여장군, 아까부터 지켜보니 저자의 무투술이 술법사라고 하기엔 제법 현묘한 구석이 있었소. 지금부터는 본좌가 육체의 주도권을 넘겨받아도 되겠소?"
"...그렇게 하시죠, 복어대장군. 솔직히 말하면 본녀가 지금까지 2단 합체했을때 육체 주도권을 받아간건 지금까지 버블 프리즌을 파훼한 상대가 없어서일뿐 딱히 육탄전에 자신이 있어서는 아니니까요. 허나 상대의 초식 하나하나가 경천동지할 위력을 지니고 있으니 주의하셔야합니다. 본녀가 버블 프리즌을 활용해 최대한 보조하겠습니다."
실제로 목소리의 진원지를 살피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웬 공룡알을 깨고 게딱지를 뒤집어 쓴 복어대장군이 튀어나오는 중이였다. 혹시나 싶어 다시 한번 크레이터 밑바닥을 살폈지만 몸 한가운데가 뻥 뚫린 복어대장군의 시체는 결코 가짜따위가 아닌 진짜였다. 그말인즉슨 상대에게 죽어도 다시 부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소리였는데 짐작가는 바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내가 저승문 개전을 통해 명계에 들렸다가 수왕성으로 복귀했을때 그 넓은 대양이 디파일러들의 시체로 가득차 있는 장면을 똑똑히 목격했다. 아무리 엑시아 여왕이 50사단(심지어 그중 4개사단은 내가 빼돌렸다)에 해당하는 디파일러 부대를 대동했다고해도 수왕성의 바다의 면적과 깊이를 생각하면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였다.
하지만 엑시아 여왕에게 자신의 부하가 죽을 경우 모종의 알을 통해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한다면 얼추 지금의 상황과 더불어 대충 앞뒤맥락이 맞아떨어졌다. 기껏 해치운 적이 멀쩡히 다시 부활했다는 사실이 조금 거시기하긴 했지만 강령술법을 연구하면서 리치의 라이프 베슬같은 개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던 나였기에 당황하지않고 추가공격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옥사건 네이놈! 지금부터는 이 복어대장군님께서 친히 금린백련권으로 상대해주마!!"
"시끄러워 임마! 어디서 주서 배운 무공인줄은 모르겠지만 마샬아츠 더 비타 앞에서 모든 무공은 평등하다는걸 알아야지!!"
마샬아츠 더 드랍킥(Dropkick) 용린연환각 권묘결 연축(年蓄)
복어대장군이 마구잡이로 집게다리를 휘둘렀던 꽃게여장군과는 달리 제법 그럴듯한 기수식을 펼쳤지만 유니온키네시스를 발동중인 내게는 귀여워보일 뿐이였다. 하여 지체없이 달려들어 용린연환각의 을(乙)초식인 내려찍기에 권묘결 연축을 가미하니 마치 중력이 10배 이상으로 증가한듯한 착각과 함께 복어대장군이 쥐포가 되버리고 말았다.
상대가 죽어도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더 이상 일축으로 간을 볼 필요는 없어졌다. 그저 연축으로 상대가 더 이상 부활할 수 있을때까지 일격필살의 기세를 이어나갈뿐. 그렇게 내가 용조송이 피어오른 팔다리를 매만지며 다음 싸움을 준비하는데 이번엔 사토의 다급한 전음이 들려왔다. 자세히 들을 필요도 없이 또 다른 알의 출현을 암시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