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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대체 어떻게 네놈이 살아 움직일 수 있단 말이냐? 처음 독주머니를 삼킨 시점에서 오장육부가 모두 녹아내려 손끝하나 깜짝할 수 없는 것이 정상이거늘."
"아어으어으으아(고작 이정도에 놀라면 곤란하지)!"
"이이이이익! 시끄럽다!! 독이 통하지않는다면 이 두주먹으로 후들겨패서 입도 뻥긋못하게 만들어줄뿐!!!"
"퉤에에에에에에엣(너야말로 시끄럽고 이거나 쳐먹어라)!"
눈뜨고 코베인것도 아니고 대놓고 독주머니를 뜯긴 복어대장군이 화가나서 쿵쾅쿵쾅 돌진해올때 나는 입안에 고인 독극물을 전면에 분사했다. 그러자 아크토두스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아무리 긁어도 기스조차 나지않던 금린백화갑이 물만난 각설탕마냥 스르륵 녹아내렸다. 중도 제 머리는 못깎는다더니 절대 뚫리지 않을것 같았던 견고한 비늘갑옷도 본인의 독은 막아줄 수 없었던 모양이였다.
"으하아아아아악! 엑시아 여왕님께서 친히 하사해주신 금린백화갑이!!"
"복어대장군 아직도 멀었습니까? 이거 실망이로군요. 3인의 디파일러 로열나이트중 항상 말로는 상석을 자처하는 복어대장군께서 이리 일처리가 늦다니요. 본녀는 이미 이무기 꼬마도련님들을 제압하고 동굴 대결계의 핵까지도 파괴를 마쳤습니다. 이제 이무기 장로들의 목만 따러 가면 되는 것을 시간이 지체되겠군요."
소중한 갑옷 아티팩트가 손상되자 입에 거품까지 물어가며 광분한 복어대장군이였지만 그의 폭주를 일거에 제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바로 버블 프리즌(Bubble Prison)으로 사토, 유토 이무기 꼬마형제들을 포박한채 유유자적한 발걸음으로 진(眞) 등용문에서 걸어나온 꽃게여장군이였다.
"그, 그것이 녀석과 탐색전을 벌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독주머니를 공격당하는 바람에..."
"변명은 됐습니다! 그것보다 진등용문에 설치된 대결계의 핵을 파괴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으니 복어대장군께서는 저와 2단 합체를해 어서 저 자를 해치우고 수왕성으로 복귀합시다."
"2단 합체라니? 저 옥가놈이 괴상한 변신술을 쓰긴하지만 그정도로 까다로운 적은 아니요. 게다가 저 자를 해치우자마자 수왕성으로 떠나면 이무기 장로들은 어쩌란 말이요?"
"이무기 장로들이야 스고우를 끝장내고 나중에 천천히 요리해도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자를 본녀 혼자서 처치 못해서 2단합체를 하자는게 아닙니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등용성을 떠나 수왕성으로 향하기 위해 속전속결을 하자는 뜻이죠."
"속전속결이라니 수왕성의 상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은 꽃게여장군이 아니요?"
"대결계의 핵을 보기전까지는 그랬지요. 설마하니 스고우 그자가 극상급 마력석을 지니고 있었을줄이야. 아마도 고향별의 생명력을 오랫동안 추출 및 연성해서 손수 제작한듯한데 이미 술법원진을 구성하는 4개의 마력석중 3개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3개로 공격적인 술법원진을 설치하든 방어적인 술법원진을 설치하든 성가시기 짝이없는 일이지요. 그러니 더 이상 자존심을 세우지말고 제 명을 따르세요."
꽃게여장군의 불호령에 복어대장군이 침음성을 삼키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디파일러 로열나이트와 아크비숍간의 합체라니 다소 쌩뚱맞은감이 없잖아 있었으나 짐작가는 바가 아예 없는건 아니였다. 내가 수왕성에 막 도착했을 무렵 트리플 크라운(Tripple Crown)이란 합체능력을 지닌 디파일러 나이트와 조우한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디파일러 나이트 3마리가 합체를 하든 100마리가 합체를 하든 그닥 무서울건 없었지만 디파일러 친위대급들이 합체를 하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짐작키 어려웠다. 게다가 나는 상대가 2단 합체를 한다고해서 매너있게 지켜봐주는 3류 악당이 아니였기에 재빨리 아크토두스 모드인채로 전면에 돌진했다.
복어대장군의 독때문에 턱과 목부위는 물론 내장도 일부 녹아내렸지만 팔다리 근육만 멀쩡하면 싸울 수 있는게 바로 언데드의 장점아니던가. 그렇게 내가 사족보행으로 가속도를 높혀 무시무시한 몸통박치기를 준비하는데 갑자기 전면에서 이전에 보았던 비비탄(버블 프리즌을 압축해 만든 투사체)들이 날라와 나를 공격했다.
이번에는 셰이드 크롤러가 보호해주지 않았기에 아크토두스의 가죽이 퍼버벅!하고 터져나갔다. 그럼에도 내가 굴하지않고 끝까지 유효타를 먹이려했지만 꽃게여장군과 복어대장군은 이미 불투명해서 속을 드려다볼 수 없는 버블프리즌 안에 들어간 상태였다. 혹시나 싶어서 솥투껑같은 아크토두스의 앞발로 연신 버블 프리즌을 두드려 보았지만 흠집이 안나는건 둘째치고 마치 허공에 헛손질을 한듯 타격감이 느껴지지않았다.
'아 진짜 짜증나 죽겠네. 나야말로 디파일러 아크비숍이랑 로열나이트따위에게 시간낭비를 해서는 안되는 사람인데.'
결국 불투명한 버블 프리즌을 깨트리는건 시간낭비에 불과하다는걸 깨달은 나는 얌전히 앉아 마력순환을 촉진해 재생력을 복돋았다. 그러자 시간을 되감기라도 하듯 엉망진창이 된 아크토두스의 육체가 본래모습으로 돌아왔고, 그와 동시에 흠집 하나없던 불투명한 버블 프리즌이 쩌저적 갈라지며 눈이 멀듯한 빛을 뿜었다.
그렇게 요란한 등장쇼끝에 모습을 드러난 복어대장군과 꽃게대장군이 합체한 존재는 솔직한 말로 어이가 없을정도로 성의가 없었다. 2단 합체라길래 뭔가 대단한 모습이라도 보여줄줄 알았더니 그저 복어대장군이 금린백화갑 대신 꽃게의 등딱지와 집게다리를 착용했을뿐이였던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군. 너희들은 지금 그걸 2단 합체랍시고... 커커컼!"
"문답무용!"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하여 전투를 시작하기 앞서 설검을 놀려 한껏 비꼬아 주려던 나였지만 불의의 습격을 받아 동굴 외벽에 쳐박혔다. 눈으로 인식하진 못했지만 필시 게딱지를 뒤집어쓴 복어대장군이 나를 공격한 것이 분명했다. 꼴에 2단 합체랍시고 파워와 스피드가 크게 상승했는지 아크토두스의 육중한 덩치가 동굴 외벽에 쳐박히다 못해 자그마한 굉도를 뚫었으니 외양만 보고 방심해서는 안되리라.
"유후~ 아까의 자신만만한 말투는 어디갔습니까, 옥사건 선생! 기왕 오랜만에 2단 합체를 한김에 저를 좀 더 즐겹게 해주셔야죠."
"씨부럴! 겉모습은 복어대장군에 말투는 또 꽃게여장군이라니 토나오는군. 그래 어디 한번 제대로 신명나게 놀아볼까."
얼티밋 언데드 폼 제 3형 삼위일체(三位一體) 아크네메시스(Arcnemesis)
나는 아크토두스의 괴력으로는 2단 합체한 상대와 힘싸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크네메시스 모드를 발동했다. 그러자 안그래도 비좁았던 임시 굉도가 급격하게 불어나는 용인(龍人)의 덩치를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기 시작했다.
물론 합체한 복어대장군이나 나나 돌더미에 좀 파묻혔다고 해서 엄살을 부릴 인사들이 아니였기에 싸움은 곧바로 등용문이 있는 공터쪽에서 이어졌다. 집게발과 아크네메시스의 삼지족이 맞붙자 그제서야 어느정도 힘싸움이 성립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잠깐 거기서 힘싸움이 성립하면 안되는거잖아. 한때 디파일러 킹 긴고를 궁지로 몰아붙였던 아크네메시스 아무리 합체를 했다지만 디파일러 아크비숍과 로열나이트와 비등비등한 구도를 연출한다는건 그 자체로 굴욕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아직 아크네메시스 모드의 백미인 쉐도우 블레이드(Shadow Blade)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상대를 확실하게 끝장낼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마력소비가 막대한 기술을 쓰는건 그리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였다. 하여 내가 어떻게 적을 상대할지 고민하는데 합체한 복어대장군이 꽃게여장군의 목소리로 소리쳤다.
"우후후후, 아무래도 옥사건님께서는 우리 이무기 꼬마도련님들께서 하신 말씀을 듣지 못한 모양이군요. 이런 좁은 공터에서 그렇게 커다란 괴물용으로 변신해봤자 피격면적이 늘어날뿐이란 말입니다! 특히나 저와 복어대장군이 합체했을때는 말이지욧!!"
펑! 펑! 펑! 펑! 펑! 펑! 펑!
복어대장군의 입이 턱이 빠질세라 벌려지더니 주먹만한 비눗방울을 수십, 수백개가 뿜어져 나왔다. 하나같이 예의 비비탄만큼이나 고도로 압축됐는지 아크네메시스의 몸에 닿을때마다 대포알마냥 터져나가는 버블 프리즌들. 아무래도 합체시 상승되는건 복어대장군의 파워와 스피드뿐만 아니라 꽃게여장군의 고유기술까지 향상되는 모양이였다.
아직까지는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으로 복구하지 못할정도는 아니였으나 꽃게여장군의 말대로 이 비좁은 공터에서는 버블 프리즌 탄환을 피할 재간이 없었기에 나는 슬슬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심을 굳힌고 아직도 다루는게 어색한 아크네메시스의 꼬리를 하늘 위로 연신 휘둘렀다. 그러자 동굴 바깥과 달리 그 어떤 결계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공터의 천장이 무너지며 종유석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상대가 2단 합체를 했다면 이쪽도 2단 합체로 맞대응을 해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