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14화 (51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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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뜬금없는 전쟁선포에 사토는 말할것도 없고 유토 또한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 그 발언은 세번째 선물만큼은 옥사건님의 마음에 드셨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첫번째와 두번째 선물을 합쳐서 백다스를 가져다 준다 한들 세번째 선물에 비한다면 잡동사니나 다름없을정도니까."

"천년묵은 이무기의 내단과 진토술 ~용의 형상편~이 잡동사니라니... 스고우님께서 괜히 저희형제에게도 3번째 선물함의 존재를 숨긴게 아니군요. 견물생심인지라 그정도로 대단한 선물이라면 보는것만으로도 딴생각을 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에에에엑? 딴생각을 품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유토. 등용성의 명운이 달린 일에 개인의 욕심을 앞세울리가 없잖아."

"글쎄. 나는 솔직히 말해서 이무기 장로회가 스고우님께 취하는 태도를 보면 과연 등용성은 무조건 지켜야만하는 대상인가하는 의제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어. 고작 사술을 익혀 좌도방문의 길을 걸었다고해서 이무기 종족을 위해서 헌신해온 스고우님을 홀대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애시당초 이 등용성이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낸것도 스고우님인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이 정도로 내단을 키워 등용문에 오르지 못하니까 시기하는걸로 밖에..."

"어이 스톱, 스톱! 내가 등용성을 지키는데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그런 너저분한 집안싸움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어. 그러니 긴말 해봤자 입만 아프니까 어서 나가서 복어대장군이랑 꽃게여장군이나 잽싸게 해치우자고. 머리만 해치우면 나머지 디파일러 나이트놈들이야 너희 이무기들끼리도 알아서 처리할 수 있겠지?"

"당연합니다. 아무리 이무기족의 세력이 쇠하였다해도 그정도도 해내지 못한다면 비단 디파일러가 출현하지 않았다 한들 멸족했을테니까요. 그러면 지금 바로 문을 연 다음 스고우님께 배운 몇가지 보조 진법을 설치하겠습니다. 미력하나마 전투에 도움이 될겁니다."

"아니 그런건 괜히 성가시니까 필요없다. 난 혼자서 싸우는게 마음이 편해!"

라고 말한 내가 여우귀 소녀가 누워있는 관짝을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하게 껴안자 유토가 잠시 망설이더니 사토와 눈빛 교환을 한 후 또 다시 진토술을 시전했다. 그러자 진흙으로 만들어진 개와 원숭이가 이번엔 출구의 양쪽 단상에 배치되었고 무늬만 출구였던 동굴 외벽이 스르륵 갈라지면서 예의 복도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면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라. 지금 한참 달아오른 내 주니어가 식기전에 두년놈의 모가지를 베어올테니까."

"유후~ 설마 그 두년놈이 저와 복어대장군을 칭하는건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정말 실망이로군요. 이무기 꼬마형제를 생포하는 척 옥사건님을 기습하려던 저희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뭐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않은 그림이지만 말입니다. 복어대장군, 제가 이 자의 신병을 버블 프리즌으로 구속하고 있는동안 어서 등용문의 입구를 초전박살내세요! 필시 술법으로 숨겨진 저 장소안에 이 동굴을 둘러싼 결계의 핵이 있을겁니다."

"맡겨만두라고!!"

콰과과과과과광!!!

그렇게 진(眞) 등용문 바깥으로 나온 나를 맞이한건 퀘퀘한 동굴냄새가 아니라 마력진공상태로인해 고일대로 고인 비린내였다. 언제부터 대기하고 있었는지 모를 꽃게여장군, 퐁퐁이와 복어대장군, 테트라가 쌔끈한 몸매의 여우귀소녀를 주워 한껏 기분이 들뜬 내 의표를 정확히 찔러온것이다.

설마하니 무슨 잠자리채도 아니고 입구전체를 버블 프리즌으로 뒤덮고 있을줄이야. 그나마 다행이라면 복어대장군이 버블 프리즌 기술때문에 옴짝달싹도 못하는 내가 아닌 진(眞) 등용문으로 향하는 입구를 노렸다는 점이였다.

그 입구는 상당한 고위급 술법으로 위장되어 있었지만 술법이 발동되는 도중에 강한 충격력을 받은걸로 모자라서 복어대장군이 강력한 산성침을 끼얹자 그대로 무력화되고 말았다. 그렇게 진(眞) 등용문으로 향하는 길이 뻥 뚤리자 유토, 사토 이무기 꼬마형제도 어쩔줄 몰라하는 가운데 꽃게여장군이 버블 프리즌에 갇힌 잠자리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듯 그대로 나를 지나쳐갔다.

"호오 정말 대단하군요. 같은 공간위상좌표에 존재하는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벽하게 격리된 이중공간이라니! 새삼 엑시아 여왕님께서 왜 뱀술사 스고우를 경계했는지 알 수 있을것 같군요."

"감탄사나 연발하고 있을새가 없소, 꽃게여장군. 만약 스고우가 그만큼 뛰어난 역량의 술법사라면 우리도 어서 등용성의 이무기 장로들을 정리하고 바로 수왕성을 복귀해야만하니까."

"유후~ 너무 안달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복어대장군. 이미 대세의 흐름이 엑시아 여왕님께 넘어갔으니 고작 스고우 한명으로 전황이 뒤집힐리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스고우가 참전한 대신 옥사건이란 변수가 제거됐으니 이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엑시아 여왕님께서 말은 안하셨지만 내심 그자를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불안해하셨으니까요."

"도대체 옥사건이란 자가 누군데 엑시아 여왕님께서 그토록 견제를 한단 말입니까? 보아하니 스고우와 약간이나마 안면이 있는듯한데 설마 반신타락자 출신인 것은..."

"오호호호호호! 천하의 복어대장군이 설마 반신타락자들을 두려워하는겁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그리고 반신타락자가 맞다한들 10위권내의 고서열자가 아니면 복어대장군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외로 사두용미의 뱀술사, 스고우가 9위에 랭크되어 있긴 하지만 복어대장군과는 상성상 열세니까요. 아무튼 엑시아 여왕님께서 옥사건이란 자를 경계하는 이유는 별거없습니다. 그저 운좋게 디파일러 트라이브간의 세력다툼에 끼어들었다가 막타를 친 덕분에 디파일러 킹 슬레이어라는 칭호를 얻었기 때문이죠.

뭐 운도 실력이라면 딱히 할말은 없겠지만요. 그렇지 않습니까? 옥사거ㄴ..."

"이 몸이 한번 당한 기술에 두번이나 당해줄줄 알았냐, 이 어패류 놈들아!"

쉐도우 브레스(Shadow Breathe)

스스로도 버블 프리즌이란 기술에 대한 신뢰가 상당했는지 적을 코앞에 두고도 재잘거리던 꽃게여장군과 복어대장군에게 나는 제대로된 한방을 먹여주었다. 마치 3평 고시원에 쳐박혀 기지개 한번 제대로 피기 힘든 고시생이 울분을 토하듯 한껏 예열된 호흡기관에서 어둠의 마력을 가열차게 토해낸 것이다.

마나입자가 단 한톨도 존재하지않는 완전한 마력진공상태로 이루어진 감옥. 그런 공간안에서 술법을 사용한다는건 자살행위(마력 역삼투압 현상때문에 본인의 술법에 본인이 당할 수 있으므로)나 다름없었으니 보통의 술법사였다면 제 아무리 날고기는 주문영창 실력을 지녔다해도 꼼짝없이 당했을테지만 내가 누구인가? 비단 초천재 강령술사일뿐만 아니라 어둠의 정령왕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고 보는눈이 많아 대처가 늦었지만 이번에는 버블 프리즌을 인식하자마자 정령왕관의 힘을 빌어 어둠의 상급정령 셰이드 크롤러를 소환해 탈출을 도모했다. 일찍이 일찍이 성검 아발란체에 깃들어 있던 성령 아발란체를 어둠의 최상급정령으로 부화시키기 위한 둥지를 자처했던 녀석이였지만 왕의 호출에 기꺼이 모습을 드러내주었다.

'여어 오랜만이야. 한창 바쁠때 불러서 미안하지만 저 꽃게괴인이 입에서 내뿜는 거품기술이 영 성가셔서 말이야. 싸움이 완전히 끝날때까지 날 좀 보좌해줘야겠다.'

'왕을 모시는 것은 곧 저의 기쁨입니다. 괘념치 마시길.'

'그건 그렇고 아발란체쪽은 어떻게 됐지? 어둠의 최상급정령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이제 고치도 만드셨으니 어느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할겁니다. 왕의 의식이 정령가든과 연결된 순간 곧바로 고치를 옮긴터라 아마 제가 없어도 곧 있으면 완전한 정령일체를 이루시겠지요. 다만 제가 걱정되는 것은 아발란체님이 아닌 다른 어둠의 정령쪽입니다.'

'다른 어둠의 정령이라니 그게 무슨소리야? 나한테 셰이드 크롤러 너랑 아발란체 말고 다른 어둠의 정령 부하가 있었던가?'

'제가 정령가든에 진입했을때 아발란체님과는 별개로 고치를 형성한 어둠의 정령이 있었습니다. 아발란체님께서 본래 격이 최상급정령에 비해 떨어지진 않으나 속성을 반전시키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면, 그 어둠의 정령은 본해 최하급정령밖에 되지않던 것이 막대한 에너지를 흡수해 급격한 진화를 이루느라 진통을 겪고 있는것 같더군요. 혹시 나중에 시간이 되신다면 아발란체님을 거둘겸해서 같이 살펴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어둠의 정령들이 사실상 령멸에 가까운 수모을 겪은 상황에서 동료는 단 한명이라도 소중할터이니.'

셰이드 크롤러의 감정이란게 느껴지지 않는 국어책 읽기식 설명에 나는 뒤늦게 나를 육체적이 아닌 정신적 거세상태로 만든 어둠의 최하급정령 셰오를 떠올렸다. 전대 어둠의 정령신이였던 둠 5세가 빛의 정령신 루와의 격전 끝에 령멸(靈滅)당해 어둠의 정령측 진영이 완전히 지리멸렬한 가운데 홀로 정령가든에 남아 있던 녀석.

내가 처음 정령가든에 진입했을때 무슨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처럼 살갑게 굴더니 그대로 내 성욕을 모조리 흡수해버렸다. 오욕칠정과같은 감정 또한 일종의 에너지였기에 셰오놈이 흡수한 에너지는 그야말로 막대하기 그지없으리라.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성욕빼면 시체인게 내가 아니던가. 실제로 한동안은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가 오르시나의 러브젤(?) 마사지와 스고우의 여우귀 러브돌(?) 선물덕분에 겨우겨우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셰오녀석도 어둠의 최상급정령으로 진화할 예정이라는건가?'

'그건 상급정령에 불과한 제가 예단하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같은 어둠의 정령으로 진화하는지조차 미지수... 왕이시여 적의 공습입니다! 옥체를 보존하시길.'

어조에 높낮이가 없었던 셰이드 크롤러가 모종의 살기를 느끼곤 그림자를 길게 늘려 보자기처럼 나를 감쌌다. 그러한 녀석의 행위는 결코 과잉보호가 아니였던지 내가 쉐도우 브레스로(Shadow Breathe)로 추가 굉도를 뚫었던 곳에서 비비탄 비스무리한 투사체가 날아오고 있었다.

겉보기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공격이였지만 나를 감싸고 있던 그림자 보자기에 닿은 순간 무슨 유탄이라도 되는것 마냥 폭발해버렸다. 덕분에 군데군데 구멍이 나 거적대기가 되버린 그림자 보자기. 셰이드 크롤러같은 어둠의 상급정령들은 사실상 물리 데미지 이뮨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 비비탄은 보통 물건이 아님이 분명했다.

하여 마신의 제 3안, 요수아(불칸과 달리 동화된 기간이 오래되다보니 짧은 시간이나마 진짜 내 눈처럼 사용하는게 가능해졌다)의 힘을을 빌어 흙먼지로 뒤덮힌 굉도를 살피니 비비탄의 정체가 실은 고도로 압축된 버블 프리즌(Bubble Prison)임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버블 프리즌은 꽃게여장군과 복어대장군을 감싸 쉐도우 브레스의 피격데미지까지 상쇄시킨 모양이였다.

그야말로 공수일체의 완벽한 기술이 아닐 수 없었으니 비눗방울따위는 꼬마들이나 갖고 노는 장난감이라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부셔 주었다. 이건 뭐 스고우 입장에서는 복어대장군이란 늑대를 몰아내기 위해 사냥개를 불러들였는데 그 사냥개 바로 옆에 호랑이가 달라붙어있던 셈이랄까.

'어둠의 왕이시여 송구합니다. 아발란체님의 둥지역할을 하느라 정령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탓에 이대로는 현계에 오래 머무를 수 없을것 같습니다.'

'오냐, 그러면 어서 정령가든으로 돌아가서 푹 쉬어라. 지금 사실상 활동할 수 있는 어둠의 정령이 너 하나뿐인데 너마저 몸져누우면 큰일난다.'

'그러면 깊디 깊은 어둠속에서 잠시 쉬다 오겠습니다아...'

셰이드 크롤러의 정령체가 흐물흐물해지더니 이내 내 그림자속으로 녹아들어 사라졌다. 월영공(月影公) 듀리스처럼 초월 그림자 도약을 쓸 수 있는건 아니였지만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를 아무런 자원소모도 없이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셰이드 크롤러의 부재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다소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독감에 걸린 사원에게 야근을 시킬 수 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옥사건님 이렇게 되서 참으로 유감입니다. 우리는 정말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줄 알았는데요."

"네놈들이 먼저 기습해놓고 이제와서 무슨 개소리야. 아니 그것보다 이제와서 하기엔 조금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2대1은 조금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 정정당당하게 태그매치로 승부보는게 어때. 이렇게만 해도 너희들쪽이 훨씬 더 유리할텐데 말이야."

"유후~ 그런 벗거로운 짓 할 필요없이 그냥 1대1로 승부를 보는 방법도 있지요. 복어대장군이 옥사건님을 저는 저쪽의 이무기 꼬마도령님들을 상대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도 완벽한 1대1은 아니지만 이무기 꼬마도련님들 수준의 적이라면 10마리든, 100마리든 딱히 상관없어서 말이죠."

"오호라 그거 참 듣던중 반가운 소리로구만. 싸우다가 불리해져도 도움요청같은거 하기 없기다?"

"그건 제가 할말입니다. 뭐 어차피 옥사건님이 도움을 요청할때쯤이면 이무 꼬마도련님들은 이 세상에 없겠지만요!"

라고 말하며 꽃게여장군이 공간격리의 술법이 붕괴된 진(眞) 등용문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아무래도 꽃게여장군의 입장에선 나를 쓰러트리는 것 보단 이 동굴 주위를 감싸고 있는 대결계의의 핵을 파괴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였다. 그야말로 나를 빙다리 핫바지로 보지않은 이상 취할 수 없는 행동이였기에 나는 재빨리 변이 에너지를 끌어올리며 복어대장군에게 달려들었다.

우드득, 투드득!

얼티밋 언데드 폼 제 2형 괴력난신(怪力亂神) 아크토두스(Arctodus)

"그래 어디 한번 이무기 장로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는 복어장군님 실력 한번 볼까?"

"겁도없이 먼저 덤벼드는 구나. 그래 어디 한번 네놈이 금린백화갑에 흠집이라도 낼 수 있는지 지켜봐주지!"

복어대장군이 굉장히 자신만만한 태도로 거구의 괴물곰으로 변신한 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곧이어 그 자신감의 원천이 드러났다. 아크토두스의 흉폭한 앞발 공격이 연달아 펼쳐졌음에도 복어대장군의 말마따라 금린백화갑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나 경도만 강하고 강도는 약한 재질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어서 연결부위를 강제로 찢어볼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여의치가 않았다. 복어대장군이라고 해서 가만히 서서 내 공격을 일방적으로 맞아주진 않았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서로 점잖게 말하면 난투전 나쁘게 말하면 개싸움을 펼치다가 서로 손을 맞잡고 힘싸움에 들어가자 잠시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복어대장군은 결코 아크토두스의 괴력에 한치도 밀리지않는 파워를 지니고 있었으니 단순히 완력으로 찍어누르는 식으론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였던 것이다. 거기다 동굴외벽을 두부처럼 녹아내리게 만드는 강산계열의 독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몇백년 묵은 이무기들이 괜히 애를 먹은게 아니리라.

하지만 도리어 그런 오버스펙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낑캉(디파일러 킹 긴고의 로열나이트로 재생력을 포기하는 대신 육체를 강화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때처럼 디파일러 특유의 재생능력은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생각은 곧이어 행동으로 이어졌고 나는 신체구조상 갑옷으로 결코 보호할 수 없는 통통한 볼떼기를 냉큼 베어물었다.

서걱!

"크아아아악! 이 정신나간 곰탱이 녀석이 감히 내 독주머니를 물다니 진짜 죽고싶은 개로구나!!"

"으하하하하! 육체는 미련곰탱이일지 몰라도 정신은 이 우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천재지략가 옥사건님이시다. 이걸로 네놈의 약점은 완벽히 파악... 아니 잠깐 뭐라고? 내가 방금 물어 뜯은게 독주머니였다고?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에엑!!!"

나는 뒤늦게 세계에서 제일 매운 고추중 하나라는 쥐똥고추를 입안 한가득 쑤셔넣은듯한 통증을 느끼고 바닥을 뒹굴었다. 만약 복어대장군의 독이 신경독이나 출혈독의 일종이였다면 반 언데드나 다름없는 내 육체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했겠지만 강산계열의 독은 그 자체로 부식 데미지를 지니고 있었기에 혀는 말할것도 없고 식도가 녹아내리는 고통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멍청한 것! 이 몸의 독주머니에는 평소 침으로 희석시키지 않은 맹독원액이 들어있으니 네놈은 얼마안가 한줌 핏물로 산화하리라. 금린백화갑은 투구 일체형 갑옷인데다 딱히 보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방치한 것을 정말 볼의 독주머니를 공격하는 녀석이 있을줄이야."

"어으어으와으아아아(아하 그러니까 네녀석의 독의 원천이 바로 그 혹주머니였단 말이지)?"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유언을 남기고 싶은거라면 이 몸에게 덤비기 전에 미리 작성해 놨어야지!"

"아으어우아으아으으(유언을 작성해야할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네놈이야)!"

상황이 이렇게 된바에야 이판사판 공사판이라는 사고방식으로 복어대장군에게 다시 달려든 나는 반대쪽 독주머니까지 냉큼 집어삼켰다. 거의 자살골 넣고 세레모니를 하는거나 다름없는 돌발행동에 복어대장군조차 놀라 뒷걸음질 치는 가운데 아크토두스의 두꺼운 턱이 녹아내리며 언옥타늄(Unobtanum)으로 구성된 턱뼈만이 그 허연 몰골을 드러냈다.

그렇게 흉측하기 짝이없는 모습으로 복어대장군의 추이를 살피니 뜯겨나간 볼살은 재생되었지만 이전과 달리 홀쭉해진걸 보아하니 독주머니는 재생되지 못했거나 혹은 독샘이 맹독원액을 충전할때까지는 시간을 필요로 한것으로 보였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을 믿고 던진 도박수였는데 이정도면 나름 소기의 성과를 얻은 셈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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