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09화 (50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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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4 Oxygan the True Queen Of Ocean

정령왕관이란 인간들의 왕관처럼 별볼일 없는 왕의 핏줄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허례허식의 끝판왕과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였다. 애초에 물질적인 장식품이 아니라 천사의 고리나 신격의 고리처럼 영혼에게 수여되는 소울웨폰 아니 소울아머에 가까운 정령왕관은 그 자체로 권력과 권능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었다.

그말인즉슨 정령왕관을 착용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파브르 곤충기도 아니고 그저 관찰만 가능했던 공허충(空虛蟲)들을 실제로 부릴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였다. 데모닉 그리모어의 책장 갉아먹으며 사는 이 책벌레들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에너지 자체를 먹이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굉장히 유용할터.

물론 이와같은 정보들은 내가 다른 정령신들에게 정령왕관을 수여받았을때 자연스럽게 알게된 정보들로 만약 그때의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찬성이 나와 내가 신격의 고리까지 수여받았다면 나만의 새로운 어둠의 정령을 탄생시키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공허충들은 내 본래의 백성들이 아닌 오시리스가 자신의 마도서를 관리하기 위해서 창조한 피조물에 불과했으니 이 차이는 비슷한듯 하면서도 오묘하게 달랐다.

아무튼 지금처럼 물리적인 장벽이 아니라 수력(水力)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결계를 뚫기엔 공허충만한게 없었기에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쉐도우 브레스에 공허충들을 실어 보내는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콤비네이션 기술이였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내가 위장까지 유산균을 살려보내는 모박사님의 심정으로 공허충들을 호흡기관에 집약시키니 마력기관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이 책벌레놈들이 역시 진짜 제 조물주가 아니라고 말을 안듣는건가. 나중에 제대로 한번 조련시켜야 겠구만.'

쉐도우 브레스(feat. 공허충)

여러가지 어려움을 딛고 쏘아낸 새로운 버전의 쉐도우 브레스가 디파일러 그랜드 룩 계왕오징어의 먹물 브레스를 모새의 기적마냥 가르고 물의 대결계에 쏘아졌다. 만약 오리지널 버전의 쉐도우 브레스였다면 지지부진한 힘싸움으로 이어지다 마력이 고갈되고 말았겠지만 공허충들이 물의 대결계에 기반이 되는 수력을 갉아먹자 반구형 결계 표면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계왕오징어의 먹물 브레스의 수압이 더해지자 결계가 쩌저적!하고 갈라지며 빈틈을 드러냈다. 나는 디파일러 퀸 엑시아의 진영쪽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길 원하는건 아니였기에 재빨리 쉐도우 브레스를 거둬들었다. 눈치없는 공허충 몇놈이 물의 대결계를 갉아먹는데 정신이 팔려 회수가 느려졌지만 정령왕관의 힘을 빌어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자 결국엔 데모닉 그리모어로 복귀했다.

나 또한 계왕오징어의 곁을 떠나 샤힌과 디파일러 퀸 엑시아가 있는 곳으로 복귀했으니 어떻게 생색을 내면 우주제일의 생색쟁이라고 소문이날까싶어 벌써부터 주둥이가 근질거렸다. 그렇게 샤힌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녀석 또한 내가 진짜 물의 대결계를 뚫어낼줄은 몰랐는지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왔노라 봤노라 이겼노라! 이게 바로 디파일러 킹 슬레이어 옥사건님의 클라스 아니겠어? 디파일러 그랜드 룩따위가 백날 노력해봐야 안되는걸 이렇게 단번에 해내버렸잖아."

"흠흠흠. 이번에는 저도 옥사건씨를 새로 볼 수 밖에 없겠군요. 그냥 디파일러 킹이 궁지에 몰렸을때 암습에 성공한 수다스러운 럭키 보이인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숨겨둔 한수가 있었을줄이야. 그런데 어째서 결계의 크랙을 더 벌리지 않은채로 돌아오신거죠? 아 절대 책망하려는건 아니고 제 개인적인 큐리어시티입니다."

"그거야 나도 방금 그 기술을 사용하는데 나름 리스크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지. 결계의 틈을 벌린답시고 모든 기력을 그곳에 소모해버렸다가 브루고뉴가 그 틈을 노려서 요격을 나오면 아무리 천하의 옥사건님이라고해도 어쩔 재간이 없다 이 말이야. 아 물론 절대 내가 패배한다는 뜻은 아니야 어디까지 평소엔 쉽게 이길 수 있는걸 살짝 고전한다는 뜻이지."

"충분히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저길 보시죠. 옥사건님의 말대로 브루고뉴가 직접 요격을 나온건 아니지만 물의 정령왕이 직접 행차하셨군요. 저 여자의 쌍칼에 몇개사단이나 되는 제 디파일러 부대가 도륙당한걸 생각하면 확실히 옥사건님조차 경시할 수 없는 상대인것은 분명하죠."

내가 물의 대결계를 뚫건 말건 관심도 없는듯 무표정한 얼굴을 고수하던 디파일러 퀸 엑시아가 해파리 지느러미를 들어올리며 계왕오징어가 있던 곳을 가리켰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일전에 보았던 물의 정령왕, 이피로스가 양손을 쌍칼처럼 변환시킨채로 계왕오징어를 회치려 하고 있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먹물 브레스때문에 지속적으로 결계의 틈이 벌어지는걸 방지함과 동시에 물의 대결계를 수복할 시간을 벌 요량인 것으로 보였다.

"물의 정령왕의 이름으로 명한다. 갈라져라, 사악한 피조물이여!"

서걱서걱(x10).

그렇게 시작된 물의 정령왕 이피로스 VS 디파일러 그랜드 룩 계왕오징어간의 싸움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계왕오징어쪽이 하루웬종일 먹물 브레스를 쏘느라 지친것인지 아니면 이피로스쪽이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수압 커터방식의 쌍칼앞에 계왕오징어의 십족이 추풍낙엽처럼 썰려나간 것이다.

"이런이런 디파일러 그랜드 룩이 저렇게 손쉽게 당하면 쓰나싶지만, 우리 엑시아 여왕님께서는 여분의 디파일러 그랜드 룩이 있어서 상관없으려나?"

"비꼬지마시고 하시고싶은 말씀이 직설적으로 하시지요, 옥사건님"

"아니 뭐 딱히 비꼬려는건 아니고 내가 지금까지 본 디파일러 트라이브에는 하나같이 그랜드 룩이 1마리뿐이였는데 이쪽은 계왕고래에 방금 쓰러진 계왕오징어까지 합치면 2마리인게 신기해서 말해봤을뿐이야."

"별걸 다 신기해 하시는군요. 일반적인 디파일러 트라이브에서 그랜드 룩은 크게 공성, 수성 그리고 수송의 역할을 겸하고 있지요. 저는 한마리의 그랜드 룩이 그 세가지 역할을 모두 지니고 있는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에 계왕고래에게는 수송을 계왕오정어에게는 공성을 그리고 계왕불가사리에게는 수성의 역할만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히 육성했을뿐입니다."

"뭐라고!? 그러면 설마 또 다른 디파일러 그랜드 룩이..."

촤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수압커터에 잘려나간 오징어다리 밑에서 계왕오징어 못지않은 덩치의 불가사리 한마리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더니 재빠르게 물의 대결계의 균열을 감쌌다. 거기다 전투불능이 된줄 알았던 계왕오징어까지 다리가 없는 상태에서 몸통만 남은채로 먹물 브레스를 쏘아대기 시작했으니 물의 정령왕 이피로스는 전황에서 다소 고립된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것으로 물의 정령왕을 물의 대결계에서 떼어내는데 성공했군요. 이제 저 자를 포박하기만 한다면 육각수의 초월령, 브루고뉴의 무거운 엉덩이까지 떼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왕성 전쟁이 시작한 이례로 적장의 얼굴한번 보지 못한건 참으로 불쾌하기 짝이없는 일이였지요."

"호오 물의 정령왕을 포박한다라 그거 웬지 고양의 목에 방울 다는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누구에게 시킬작정이지? 설마 방금전까지 물의 대결계를 뚫느라 진이 다빠진 이 몸을 또 부려먹을 심산은 아닐테고 말이야."

"옥사건님의 힘이 필요해진다면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허나 지금 물의 정령왕을 포박할 기수는 이미 결정되어 있어서 말이죠."

라고 말한 자칭 디파일러 퀸 해파리 공주가 지느러미를 곧게 펴더니 무슨 피뢰침마냥 뇌전의 힘을 집약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여진 뇌전의 힘으로 정체불명의 차원문을 열기 시작했으니 내심 이번 기회에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샤힌의 진면목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을줄 알았던 나로서는 심히 당황할 수 밖에 없는 한수였다.

-젤피, 이 게으름뱅이 자식아 내가 얼마나 대단한 아티팩을 발견했는데 이제서야 교신을 취하면 어쩌자는거야! 너 나한테 공적을 뺐기기 싫어서 일부러 날 여기에 가둬둘려고 한거지?

"여왕님이 바로 앞에 계십니다. 말씀을 하실때는 조금 비 케이풀 하시는게 어떨까요, 무르갈씨?"

-응? 히이이이익! 죄, 죄송합니다. 제발 이 아티팩트를 보시고 한번만 노여움을 풀어주시길.

"무슨 아티팩트길래 이리 호들갑을 떠시는건가요?"

-그, 그러니까 이 마법의 램프로 말씀드릴것 같으면 제가 심해 유적을 탐험하다 어떤 고대수학퍼즐을 풀고 발견한 것인데 상대가 정령이라면 그 어떠한 존재든간에 봉인이 가능하다는군요. 그리고 그 봉인을 해제할 경우 그 정령은 봉인을 푼자에게 3가지 소원을 들어줘야만한다고 여기 고대 상형문자로된 설명서에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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