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08화 (50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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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4 Oxygan the True Queen Of Ocean

'이런 상황에서 어설픈 전력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다고 이미 색향천월관과 함께 용제성에 도착했을 앙그릿사를 다시 부를 수 도 없는 노릇이고 이걸 어쩐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한다고 가정했을때 가장 가까운건 아무래도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이겠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수인들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뺨치는 신체능력을 타고났다고 한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되기 힘들었다. 그나마 귀갑권가의 기인에게 무공을 사사받은 은랑철권(銀狼鐵拳), 퍼시벨 정도가 디파일러 로얄 나이트와 맞붙을만한 전력이였지만 자기 마누라랑 붙어먹은 놈을 도와줄리가 만무했다.

그렇다면 결국 팔륜성을 수호하고 있는 황룡거사를 불러야 한다는 소리였는데 여신칼날달 서열 11위이자 1인 전승 문파인 황룡문의 문주인 그라면 도움이 될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그에겐 팔륜성을 침입한 디파일러나 반신타락자들을 견제할 의무가 있다는 것. 물론 지금당장 디파일러 트라이브가 2곳이나 수왕성에 묶여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팔륜성이 침략당할 가능성은 낮긴 하겠지만 자기 관할 행성을 헌식짝처럼 집어던지고 떠날 수 있는건 나정도 되는 위인이나 할 수 있는 일이였다.

'뭐 그래도 용희를 앞세워서 부탁을 하면 그래도 자기의 하나뿐인 제자인데 마냥 외면하지는 않겠지.'

라고 대충 생각을 정리한 나는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통해 황룡선에 연락을 취했다. 임시로 궁기련에게 부선장직을 맡겨놓고 택배업무를 수행시켜놓은 황룡선은 마침 비스크코인 스테이션에서 화물을 싣고 팔륜성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였다.

설사 금용희가 황룡거사를 모시고오지 못한다고한들 그녀가 황룡선만의 고유한 전략무기인 함포 역린(逆鱗)으로 원거리 타격을 해온다면 그건 그거대로 유용한 전력이 되어주리라. 아무튼 원군 요청건은 이쯤에서 마무리 짓기로한 나는 여전히 물의 결계에 오징어 먹물을 퍼붓고 있는 디파일러 그랜드 룩 계왕오징어에게로 향했다.

솔직히 말하면 백토성에 있는 디파일러 킹 대붕공자(大鵬公子) 카트랏슈에게도 도움을 요청할까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디파일러 퀸을 토벌하는데 디파일러 킹에게 도움을 받는것만큼 아이러니한 일(그 아니러니한 일이 긴고가 살아있었을때 바로 이 수왕성에서 벌어졌지만)도 없었기에 금방 생각을 접었다. 하여 이매망량의 물결을 타고 미끄러지듯 이동하니 계왕오징어 근처에 다다르니 스스로를 디파일러 퀸 동해귀왕 엑시아라고 자칭한 해파리 공주와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샤힌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중 샤힌쪽이 나를 먼저 발견했는지 특유의 톱이빨을 훤히 드러내며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런어웨이 해버리신 옥사건님 아니십니까? 이제와서 그 쉐임리스한 페이스를 들이밀다니 마음같아선 뼈채로 잘근잘근 씹어먹고 싶지만 마침 브루고뉴측과의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니 참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말하지만 이제와서 다된밥에 재뿌리기 식으로 나온다면 저희 엑시아 여왕님께서 베리 앵그리 하실테니 주의하시길."

"이거이거 너무 까칠하게 나오는구만, 상어 형씨. 나도 다 사정이 있어서 전쟁에 동참하지 못했던거라고."

"왓더헬! 선불금으로 디파일러 병력을 4개 사단이나 쳐먹었으면 무슨 사정이 있든간에 싸우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던것 아닌가요?"

"아니 그게 말이야 내가 디파일러 4개 사단의 지휘권을 이양받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싶은 심정이라고 해도 전쟁을 앞두고 4개 사단이나 되는 병력을 덜컥 제 3자에게 내놓는건 너무 비상식적인 일이라서 말이야. 개인적으로 조금 검증의 시간이 필요했달까."

"그 비상식적이고 리디큘러스한 요구를 한 장본인이 누군데..."

"어이어이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지. 그러니까 내가 개인적으로 해부도 해보고 생체실험도 해본 결과 너네 여왕님이 내준 디파일러 병력에는 정신적인 세뇌가 걸려있을분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단 말씀이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하고싶으신 말씀이 뭡니까, 옥사건씨?"

"나도 양심이란게 있는 사람이니까. 100% 함정인줄 알았던 선물에 진심이 담겨있다는걸 알았으니 지금부터라도 그 진심에 답해야될때가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처음에 거론됐던 제안대로 디파일러 4개 사단을 일단 전쟁에 참여시킨 다음 후불로 디파일러 병력을 받는게 어떨까?"

"그.걸.지.금.말.이.라.고.하.시.는.겁.니.까?"

샤힌이 거듭되는 무대포 논리의 향연에 정말 화가났는지 웃음기까지 싹 뺀 목소리로 나를 위협해왔다. 혹시나 상대방 측에서 병력 손실이 많다는 이유로 내가 정성들여 배양한 기생충에 감염된 디파일러 4개 사단을 받아들인다면 좋았겠지만 역시나 세상일이란게 마냥 쉽게 풀리지만은 않는 모양이였다.

"옥사건씨께서 말씀하셨죠. 아무리 손이 궁해도 그렇지 4개 사단이나 되는 디파일러 병력을 선뜻 내놓는게 서스피셔스 했다고. 사실 그건 저희측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빠득빠득 생때를 써서 선불로 디파일러 4개 사단을 받아가놓고 이제와서 다시 돌려주겠다니 도대체 그 저의가 뭡니까!? 게다가 지금 저희에겐 따로 베리피케이션을 진행할 시간도 없으니 나중에 국을 끓여 먹으시든, 언데드로 부하로 만들어 쓰시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어허 이거 우리 상어 형님께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으신 모양이야. 좀처럼 사람의 진심을 믿지 못하니 말이야. 그럼 우리 이렇게 할까? 지금보니까 브루고뉴가 만든 저 물의 대결계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것 같은데 내가 조금 거들어주지."

"옥사건씨게서 거들어주신다고요?"

아군도 적군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는 나를 좀처럼 신뢰할 수 없는듯한 샤힌이였지만 계왕오징어가 혼신의 힘을다해 공략하고 있는 물의 대결계가 까다로웠던건 사실이였는지 솔깃한 반응을 보여왔다. 거기다 물의 대결계 공략에 답답함을 느꼈던건 샤힌뿐만이 아니였는지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왔던 자칭 디파일러 퀸 엑시아까지 해파리 지느러미를 허우적거리며 호응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정말 옥사건님께서 저 물의 대결계를 파훼해 주실 수 있는건가요? 옥사건님이 강령술법에 달인이라는 사실은 알고있었지만 설마하니 결계술법에도 조예가 있는줄은 몰랐군요. 보기엔 단순한 반구형 결계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수왕성의 모든 수력을 단 한지점에 집중시키고 있는 굉장한 광역술법입니다. 뭐 덕분에 대지의 배꼽의 위치를 알아낸것 까지는 좋은데 뚫어내기가 여간 여의치않아서 말이죠. 만약 옥사건님께서 저 물의 대결계를 뚫어내는데 협조해주신다면 전쟁 초기에 있었던 도주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해드리겠습니다."

"오케이! 내가 원하던 것도 바로 그거라고. 그러면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봐. 저까짓 결계 따위는 금새 뚫어줄테니까."

라고 자신만만한게 호언장담을 한 나는 계왕오징어가 있는 곳으로 재빨리 튀어나갔다. 내심 왜 너희들 디파일러 트라이브에는 그랜드 룩이 2마리냐고 따져묻고 싶었지만 지금처럼 서로간에 주춧돌을 올리듯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그런 자잘한 흠을 따지고 드는건 긁어 부스럼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이제와서 내가 갑자기 야미도엔편으로 전향하기 위해서 디파일러들의 편을 드는건 절대 아니였다. 애초에 불편한 골짜기 이론에 따라 나와 같은 상또라이과인 야미도엔은 절대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상관 1순위인데다 오르시나에게 러브젤 마사지까지 받아가며 했던 약속을 어기고싶진 않았던 것이다. 즉 지금 내가 물의 대결계 파훼에 동참하는건 어디까지나 최적의 배신 타이밍을 잡기 위해 잠깐 협력하는 척 하는 것일 뿐이랄까.

그렇게 오징어 먹물보다 시커먼 흑심을 품고 계왕오징어의 머리위에 도착한 나는 재빨리 전황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가까이서 보니 훨씬 더 위압적으로 느껴지는 계왕오징어가 먹물 브레스뿐만 아니라 열개의 다리로 반구형 결계를 짓누르고 있었지만 물의 대결계는 꿈적도 하지 않는듯한 모양새였다.

디파일러 퀸 엑시아의 말마따라 내가 결계술법에도 조예가 있는건 아니였지만 이 물의 대결계가 만들어질때부터 물리적 공격은 거의 상쇄시키도록 설계됬다는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여 나는 곧바로 쉐도우 브레스를 쏘아내기 위해 호흡기관을 내열하기 시작했으니 지금도 쉴새 없이 뿜어져 내오는 먹물 브레스를 보조해 결계의 한부위를 일점타격 할 요량이였다.

'괜히 평소와 같은 위력의 쉐도우 브레스를 쏴봤자 마력낭비에 불과하지. 이번만큼은 새롭게 얻은 정령왕관의 힘도 시험해볼겸 전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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