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04화 (50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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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4 Oxygan the True Queen Of Ocean

-나의 아이들아 두려워할건 없노라. 나의 축복이자 저주가 너희들과 함께하리니.

디파일러 퀸 더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계란유골(Infinitive Egg)

겉으로만 보면 해양아인종과 크게 다르지 않게 생긴 엑시아 여왕님의 하수인들이였지만 그 속에는 분명 디파일러의 특이유전자로 형질화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여타 디파일러들은 일반적으로 초고속세포재생이라는 형질화를 갖고있지만 엑시아 여왕님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삼중난생분화라고 하는 특수형질화를 추가시켰다.

디파일러가 사망할 경우 알 3개를 남기며 다시 부활을 꾀하는 이 특수형질화는 알이 두개 이상 살아남으면 무한으로 병력이 증식되고, 알이 하나만 살아남아도 병력이 끝도없이 유지되는 사기적인 능력이였다. 특히나 50사단이나 되는 대규모 디파일러 병력을 끌고온 지금 시점에서는 더더욱.

물론 제약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였으니 일단 첫번째는 나와 같은 네임드 디파일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 두번째는 엑시아 여왕님이 발하는 광역오오라의 범위내에 있어야한다는 점(사실 엑시아 여왕님의 광역오오라는 브루고뉴의 광역파도술법과 마찬가지로 행성전체를 커버하기 때문에 큰 단점은 아니였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알에서 부화를 거듭하면 거듭할 수 록 디파일러 본연의 재생력이 10%씩 떨어져서 종국에는 자가붕괴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즉 진짜 전쟁에 지장을 줄 정도의 제약은 세번째뿐이였으니 그것도 수십세대에 걸쳐 난생과 부화를 거듭해야만 겨우 재생력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수준이였기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니였다. 사실 진짜 문제는 바로 물의 정령들 쪽이였으니 우리 디파일러군처럼 증식을 하는건 아니였지만 유체화 상태에서는 물리적 타격이 불가능한 까닭.

'허나 그것도 이미 육각수의 초월령, 브루고뉴와 싸우기로 마음먹은 시점에서 예견된 일. 디파일러 아크비숍이 없는 사리카야의 진영이라면 이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전멸을 면치 못했겠지만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지금 내 텔레파시를 받고있는 디파일러 비숍들은 들어라. 지금 당장 미리 준비했던 커럽티드 오션 작전을 시행하라!

-젤피님의 명 확실히 받았습니다. 모든건 엑시아 여왕님을 위하여!

디파일러 비숍 시체씹어뱉기(Vomiting) 종속마력기관 발동 x 99

커럽티드 오션(Corrupted Ocean) 작전. 그것은 수원의 오염도에 따라 컨디션에 큰 영향을 받는 물의 정령들의 강점이자 약점을 역이용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였다. 이렇다할 공장 하나없이 태초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수왕성의 수질은 특1급+++라고 해도 무방한 상태였고,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브루고뉴가 거주하고 있다는 조건만으로 조금씩 수원의 힘이 강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물의 정령들이 날뛰기에 더없이 좋은 홈그라운드가 갖춰진 셈이였지만 모름지기 세상만사라는게 정화시키기는 어렵지만 더럽히기는 쉬운법. 엑시아 여왕님께서 유전자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서 완성한 종속마력기관과 함께라면 이 깨끗한 바다를 순식간에 5급수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였다.

그 과정을 찬찬히 짚어보자면 일단 디파일러 폰들이 물의 정령들의 부분실체화된 아쿠아 트라이던트에 얻어맞고 꼬치에 꿰뚫린 황소개구리 신세가 된다. 그렇게 시체가 된 디파일러 폰들을 메기를 닮은 디파일러 비숍들이 한입에 집어 삼키고 위장속에서 특수효소를 분비시켜 빠르게 부패시키면 일차 준비 끝.

다음엔 그걸 열댓번 정도 반복한 다음 한꺼번에 토해버릴 경우 아무리 청정심해라고 해도 그 바닥부터 썩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커몬 디파일러들은 죽어도 다시 난생으로 부활할 수 있었고 이러한 과정은 거의 무한히 반복되리라.

'즉 너희들의 패배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브루고뉴와 가엾은 인어공주님.'

나는 투명한 입술색 때문에 보일듯 말듯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사실 브루고뉴쪽이야 이 전쟁에서 패배한다고 한들 큰 손실을 보지는 않았다. 수왕성 바다의 오염도가 높아진다 한들 결국 최하급 물의 정령인 닉스부터 차례차례 정령가든 아쿠아리움으로 역소환 되는 것일뿐 령멸(靈滅)하는건 아닌 탓이다.

결국 병력손실을 입지않는건 우리측이나 상대측이나 피차 마찬가지였지만 수왕성의 토착민 출신이자 레드 파이렛의 선장인 샨코 공주 입장에서는 자신의 보금자리가 하루아침에 죽음의 바다로 변해버린 셈이니 얼마나 허망할까? 제딴에는 나름 발버둥을 쳐보겠다고 블랙 해커(Black Hacker)라는 무법자 집단과 대량의 살상무기를 거래한 모양이지만 레드 파이렛에는 이미 첩자가 파견된 상태였고 위의 정보도 그가 전해온 것이였다.

나와 같은 디파일러 아크비숍인 무르갈은 겉모습은 다소 띨띨해 보일지 몰라도 제법 심계가 깊은 자였기에 무슨 변수가 생기면 바로 조치를 할 수 있으리라. 즉 지금 당장은 브루고뉴와의 일전에만 집중하는게 맞았다. 굳이 직접 싸울 필요도 없다는듯 본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였지만 모든 바다를 제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그였기에 바로 맞대응을 해왔다.

해수면 위에서 추가적인 병력지원을 차단하던 용오름이 점차 해수면 아래쪽을 잠식해 들어왔던 것이다. 거친 물의 회전력을 통해 오염된 수원을 정화하겠다는 심산. 단순하지만 무척이나 효과적인 전법이였으니 디파일러 폰 시체를 속에서 삭히고 있던 비숍들은 난데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조난을 당하고 말았다.

"예상했던 것 보다 한발 더 빠른 대처로군요. 예의 아티팩트를 지금 사용하는건 어떨까요? 저 소용돌이는 물의 정령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니 오히려 그런 점때문에 방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괜찮다, 젤피여. 어차피 알만 멀쩡하다면 모든 디파일러들이 전멸해도 얼마든지 다시 병력충원을 할 수 있으니 사리카야의 합류 타이밍도 잴겸 지금은 기다려야할 때다. 물의 정령신, 브루고뉴는 일찍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거세한자. 아무 물의 정령이나 인질로 잡고 협박한다 한들 꿈쩍도 하지 않을터. 최소 물의 정령왕정도의 미끼여야만 듣는 시늉이라도 하겠지.'

"알겠습니다, 엑시아 여왕님. 그렇다면 당분간은 좀 더 지켜보도록 하죠."

'혹시 무르갈로부터의 연락은?'

"그게... 샨코 공주 일행이 다른 행성도 아니고 아예 다른 차원으로 피신했는지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그래도 무르갈이 명령이 없다고 해서 얼탈 자는 아니니 알아서 잘 처신하겠지요. 게다가 레드 파이렛츠가 일개 해적단치곤 재밌는 장남감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무르갈이 감당 못할정도는 아닐겁니다. 말석이라곤 하나 그도 엄연히 디파일러 아크비숍이니까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그녀를 여분의 미끼로 사용하려 했건만 사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으흐음. 그보다 오랜만에 스텔라 비타를 사용해서 그런가 조금은 피곤하군. 젤피여 저 소용돌이가 끝날때까지 잠시 쉬고 있을테니 상황이 급변하면 날 깨워다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나의 고귀한 여왕이시여."

연이은 출산과 광역오오라의 사용은 엑시아 여왕님에게 조차 꽤 부담이였던건지 그녀와의 정신연결이 일순 끊긴다. 그와 동시에 입을 헤~ 벌린채로 멍을 때리고 있던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샤힌이 깨어나더니 특유의 경망스런 말투를 쏟아낸다.

"마제스티, 고저스 앤드 판타스틱! 엑시아 여왕님과 일심동체가 된다는건 언제 겪어도 스폐셜한 익스피어리언스로군요. 젤피 당신과도 이 필링을 쉐어링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엑시아 여왕님의 숙주는 최후의 방어선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가장 무력이 뛰어난 자가 맡는게 맞습니다."

"오호 그건 제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뭐 좋을대로 하십쇼. 테트라 복어대장군의 경우 체내에 치명적인 독을 품고있고, 오르키너스 범고래장군은 성격이 너무 호전적인 탓에 선택지가 마땅치 않았을뿐입니다만. 어쨌든 저같은 약골보다야 100배는 나을테니까요."

"약골이라니 그 무슨 섭섭한 말씀을. 일전에 등용서에서 이무기 한마리를 통채로 쿡킹해버리신 분이 약골이라면 저희 디파일러군내에서 누가 강골임을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상대가 방심한탓에 가능했던 겁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겉모습으로만으로 따지자면 디파일러 나이트보다 약체로 보이는게 저니까요."

"아무튼 덕분에 이무기 장로의 도터를 인질로 잡아 스고우의 발을 묶어 둘 수 있었죠. 실로 다행인 일 아닙니까? 왜냐하면 저희들의 트루 오브젝티브는 수왕성 자체가 아닌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를 엑시아 여왕님께 숙주로 바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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