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02화 (50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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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4 Oxygan the True Queen Of Ocean

샤힌이 웬지 모르게 껄끄러운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홀로그램 화면에서 자취를 감쳤다. 그러고 2, 3분여가 지나고 나서야 다시 모습을 드러낸 상어 대가리. 하지만 이번에는 피부가 투명한 미안과 함께였으니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피부가 투명해서 속이 훤히 비쳐보이는 해파리 공주가 스스로를 디파일러 퀸 엑시아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옥사건님. 제가 바로 동해귀왕 엑시아이자 옥사건님께 수왕성 동시공략을 제안한 당사자입니다.

"아 그렇구나라고 하면 내가 믿을줄 알았냐? 지금까지 내가 본 디파일러 퀸이나 킹들은 전부 성격은 개차반일지 몰라도 겉으로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있었다. 네년이 아무리 정중한척 굴어도 해피리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한 난 간단히 속지 않는다고. 아마 실제로는 디파일러 아크비숍쯤 되겠지. 디파일러 퀸 본인이 등장하기 싫다면 싫다고 하지 어디서 밑장빼기를..."

아니 잠깐만 무르갈 녀석이 자기 입으로 지가 디파일러 아크비숍이라고 했는데? 디파일러 로열 나이트는 샤힌놈이고, 디파일러 그랜드 룩 계왕고래라고 한다면 저 녀석이 진짜 디파일러 퀸인건가? 이런 중요한 자리에 일반 디파일러를 데려왔을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내가 한껏 비아냥 대다가 스스로 논리의 함정에 빠진 그때 그런 나를 구원하듯 자칭 동해귀왕 엑시아가 상냥하게 말을 걸어온다.

-보통 디파일러 퀸과 킹들은 휴먼폼으로 다니니 옥사건님께서 그렇게 착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 태어날때부터 인간과 닮은 형태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모두 엔도미야님께서 지정해주신 동물의 DNA를 기반으로 원시적인 새끼동물의 형태를 하고 있었죠. 당연히 그때는 그들을 보좌할 디파일러 부하들도 전무했습니다.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그랜드 룩, 아크비숍은 고사하고 디파일러 폰 한마리 없었으니 스스로 성장함과 동시에 부하들을 생성하기 위해선 비밀리에 별의 생명력을 흡수할 필요가 있었고...

"잠깐 거기까지. 그러니까 디파일러 퀸이나 킹이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건 순전히 그들이 아직 미성숙한 상태였을때 인간 무리에 섞여 별의 생명력을 흡수하기 위한 위장이였을 뿐이라는건가?"

-예, 그렇습니다. 역시 고위 술법사답게 머리회전이 빠르시군요.

"하지만 만약 그런거라면 어느정도 인간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을 갖췄을땐 더 이상 위장을 할 필요가 없는것 아닌가?"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제가 굳이 인간의 탈을 쓰지않는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고요. 하지만 어떤 디파일러 퀸이나 킹들은 유년시절 인간 무리에 섞여 생활하던 기억때문인지 휴먼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일종의 사회적 동화현상같습니다만 다른건 몰라도 세상에 혼돈을 몰고와야 한다는 디파일러 본연의 의무를 도외시하지는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해파리 공주가 투명한 피부위의 흑진주같은 눈동자를 처연하게 떨구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해파리 공주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 수 록 그녀가 상당한 지능과 공감능력을 갖춘 생명체임을 느꼈지만 디파일러 퀸이 아닌것 같다는 의심은 사라지키는 커녕 오히려 증폭될 따름이였다.

그도 그럴게 샤힌과 무르갈이 입을 모아서 한 얘기가 동해귀왕 엑시아는 호환마마보다 무시무시한 철혈의 여왕이라는 것. 하지만 지금 홀로그램 화면으로 보이는 해파리 공주는 인간의 얼굴이 아닌걸 떠나서 그 이미지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필시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을듯 했지만 당장 전쟁을 코앞에두고 캐묻고 싶은 내용은 아니였기에 나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뭐 좋아. 나도 여덟명의 디파일러 퀸과 킹의 얼굴을 모두 본건 아니니까 그 의심은 이쯤에서 접어두도록 하지. 하지만 내가 선봉장 역할을 맡는것과 관련해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어. 아무리 디파일러 4개 사단을 선불로 받았다지만 이건 대놓고 나를 화살받이로 쓰겠다는 심보 아닌가? 무르갈 녀석이 그 제안을 했을때는 어차피 말이 안통할 것 같아서 그냥 지나갔지만 최고 결정권자가 지금 내 눈앞에 있으니 그 제안의 저의를 솔직히 말해줫으면 좋겠군. 내 눈앞에 있는 해파리 공주님께서 진짜 디파일러 퀸 엑시아라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방금 화살받이라고 하셨나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병력이 많다한들 광역파도술식이 걸려있는 수왕성을 무턱대고 침공했다간 피해가 막심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다소 무리한 요구일 수 도 있지만 옥사건님께서 먼저 수왕성으로 침투해서 잠깐이나마 브루고뉴의 시선을 끌어주신다면 전쟁이 끝난 후 살아남은 디파일러 병력들을 전부 드리지요.

"뭐, 뭐라고!?"

나는 그야말로 통이 크다 못해 바지가 찢어질듯한 엑시아의 제안에 순간 기우뚱하고 선장석에서 넘어질뻔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디파일러 퀸과 킹들중 제정신이 박힌 년놈이 드물긴 했지만 이번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약속을 실제로 지킬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서 정복행성을 안정화 시켜야할 병력을 제 3자에게 꽁으로 받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믿고 안믿고는 옥사건님의 자유입니다만 애초에 저희가 전쟁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살아남을 디파일러 병력은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고작해야 반의 반의 반정도 살아남으면 다행이랄까. 어쩌면 수왕성을 정복하고도 모든 디파일러 병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물론 옥사건님께서 예상외의 대활약을 해주신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니까 더 많은 후불 보상을 얻고 싶으면 나보고 최선을 다해서 수왕성 침공을 도우라는건가? 거 머리 한번 잘썼군. 좋아, 오히려 그렇게 솔직하게 나와준다면 나로서도 기꺼이 화살받이 역할을 맡아주지. 그런데 저 디파일러 병력을 싣고있는 고래들 내가 따라오라고 하면 따라오는건가? 우리 함선 트렁크에 태우기엔 좀 많이 커보이는데."

-이미 디파일러 룩인 성유고래들에게는 옥사건님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도록 세뇌를 해두었습니다. 아마 당신이 자살을 명령한다고 한들 그대로 따르겠지요. 물론 그 경우 VP를 얻을 순 없겠지만 말입니다.

"오케이. 그럼 일찍이 약속했던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놈들을 처리한 다음 수왕성에 아주 신나는 서프라이즈 파티를 열어주지."

-혹시 저희쪽에서 따로 구체적인 신호를 받을 순 없을까요? 이런 양동작전엔 긴밀한 연계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건 필요없어. 내가 활약하는 순간 우주밖에서도 뚜렷하게 보일정도로 멋진 불꽃놀이가 펼쳐질테니까. 그럼 이만 통신을 끊지."

피익!

디파일러 퀸 엑시아쪽에서 뭔가 더 딴소리를 하기전에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나는 기야스를 이끌고 다시 수왕성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마치 어미 고래를 쫓듯 날 쫓아오는 성유 고래들. 겉모양만 보면 덩치는 산만하면서 플랑크톤이나 먹고 사는 순한 고래들과 다를바가 없어보몄지만 그안엔 행성을 멸망시킬 첨병들로 가득차 있을터였다.

물론 지금은 내 한끼 점심거리나 다름없는 것들이지만서도. 그렇게 성유고래 4마리와 템포를 맞추면서 수왕성의 대기권에 진입한 나는 바다가 보이기도전에 공기중의 마력이 요동치는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육각수의 초월령, 브루고뉴가 수왕성 전체에 걸어놨다는 광역파도술식인지 뭔지가 작동하려는 징조겠지.

하지만 나는 조금도 염려되는 바가 없었다. 왜냐하면 난 처음부터 이 전쟁에 관여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기 때문이였다. 지금까지 말로는 디파일러를 도울것처럼, 브루고뉴와 반목할것처럼 실컷 액션을 취해왔지만 그 모든건 오직 양진영간에 외줄타기를 하면서 최대한의 이득을 뽑아내기 위한 밑작업일 뿐 내 손에 피를 묻히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결국 브루고뉴 진영으로부터 떡고물을 받아먹는건 실패하긴 했지만 이정도 불로소득이면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급은 아니더라도 바로 그 밑급은 되리라. 그리하여 나는 디파일러 퀸 엑시아로부터 선물받은 디파일러 4개 사단을 이끌고 수왕성을 침공하는 척 하며 저승문 개전의 술법을 시전했다. 자 그럼 우리 친구들 전쟁의 불씨가 다 꺼진 뒤에나 보자고. 킥킥킥.

일흔 여덟 갈림길 걷고 걸어

저승 호안성 도착했으나 아직 갈길이 멀어

육로 삼천리 해로 삼천리 또 걷고 걸어서

마침내 저승 연천문 두드렸노라

조왕할망따라 행기못가 이르렀으니

저승꽃 사뿐이 즈려밟고 가겠나이다.

네크로노미콘 강령술식 78번 저승문 개전(開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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