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회
vol.14 Oxygan the True Queen Of Ocean
쿠자르가 안그래도 불독상이라 불만가득해보이는 얼굴을 한껏 찡그리자 나로서도 설득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디파일러 로열나이트가 디파일러 퀸보다 강하다고 해서 지금의 내 상대가 될리는 없었기에 나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 그것 참 대형특종이로구나가 아니라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거냐. 전교 1등의 시점에서
볼때 반에서 꼴찌를 다투는 놈들끼리 누가 위네 아래네 다투는것만큼 무의미한건 없다고."
"옥사건 네놈의 그 시종일관 뻔뻔한 태도를 보고있자니 때론 부럽기까지 할정도군.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거라. 디파일러 로열나이트와 퀸 사이의 격차는 디파일러 로열나이트와 나이트 사이의 차이가 우스울 정도로 현격하다. 그렇다고 했을때 샤힌의 윗선이라고 할 수 있는 디파일러 퀸 엑시아의 힘은 어느정도겠느냐?"
"하! 얼굴도 보지못한 상대의 힘이 얼마나 쌜까 두려워서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라니. 쿠자르 너 원래 이렇게 쫄보였냐? 그 엑시안지 뭐시긴지는 자식을 50사단이나 낳느라 몸져 누웠다며. 뭘 그렇게 걱정하는건데?"
"만약 디파일러 50사단 지원 얘기가 사실이라면 동해귀왕 엑시아의 힘의 고하와는 상관없이 몸져 누울 수 밖에 없었겠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디파일러 퀸과 킹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별의 생명력을 흡수해서 자신의 원기를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수왕성처럼 상대적으로 태어난지 얼마안된 신생별을 통채로 흡수할 경우 빈사 상태에서 부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물론 대지의 배꼽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이상 흡수할 수 있는 별의 생명력 양에는 한계가 있겠지만서도."
나는 대지의배꼽이라는 단어 시큰둥한 태도를 고쳐먹고 잠시 눈을 빛냈다. 팔륜성에서 사흉신중 한명인 도철과 싸우면서 알게된 그 장소는 인공마력기관을 사용중인 내 아바타와는 그닥 인연이 없는 곳이였으나 야미도엔이 내게 디파일러의 미들네임을 하사하면서 나 또한 별의 생명력을 흡수하기 용이한 빨대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엔도미야의 권역내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반동분자로 찍히기 쉽상이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디파일러놈들의 포션처럼 사용되는 것 보다야 내가 흡수해서 괄목상대의 능력으로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게 100배는 나을터. 나는 못이기는 척 쿠자르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대지의 배꼽의 위치를 떠보기로 했다.
"그 말은 마치 쿠자르 너는 대지의 배꼽의 위치를 알고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지금은 쫓겨났지만 우리가 수왕성에서 머문 시간만 햇수로 3년이 넘어간다. 모르는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다면 그 위치의 노출 여부는 전략적으로 꽤 중요한 분수령이 되겠군. 쿠자르 네 기우와는 달리 디파일러 퀸 엑시아가 얌전히 수왕성을 넘겨주고 떠난다면 아무 의미도 없겠지만 말이야. 어디 한번 대충 그 위치가 어디쯤인지 들어나볼까? 한때 디파일러 킹 긴고를 맞서싸우기 위해 동거동락했던 전우에게 그 정도 정보는 알려줄 수 있겠지?"
"이제와서 또 전우 타령을 하는 옥사건 네놈의 두꺼운 낮짝에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뭐 한가지 약조만 해준다면야 대지의 배꼽의 위치를 알려주지 못할것도 없다만..."
"그 약조가 뭔데?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봐."
내가 그렇게 되묻자 쿠자르가 자신의 험상궂은 불독상을 바로 코앞까지 들이밀더니 구십도로 절을 하며 말했다.
"이것은 약조이기 이전에 내 일생일대의 부탁이다. 나도 내 상상력의 산물들이 전부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디파일러 퀸 엑시아의 협력에 흑심이 숨겨져 있는거라면 부디 옥사건 네가 사리카야님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뭐라고? 사리카야를 지켜달라고? 야 임마 니가 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개소리를 내뱉으면 안되지."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고우님이 자리를 비운 이상 내가 걸 수 있는 희망은 너 말고는 없더군. 내 목숨을 걸어서 사리카야님을 지킬 수 있다면 진즉에 그렇게 했을것이다. 허나 이번만큼은 야미도엔님이 내 목숨값을 그리 비싸게 쳐줄것 같지가 않아."
"하! 지랄을 해요, 지랄을. 우국충신 코스프레는 작작하고 정말로 사리카야를 지키고 싶은거라면 그냥 수왕성에서 손떼고 스고우가 돌아올때까지 어디 우주 외딴 곳에서 숨어있어라. 도대체 뭘 위해서 그 비싼돈으로 바지사장까지 앉혀가며 구매한 도시형 전함이냐. 이럴때 쓰라고 만든거 아니야?"
"이거이거 왜들 이렇게 분위기가 데인저러스하신겁니까? 제가 좋은 소식을 들고왔으니 모두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내가 한참 쿠자르와 설전을 펼치고 있을때 샤힌 녀석이 소리소문도 없이 돌아와 자리에 착석했다. 나는 말할것도 없고 쿠자르 녀석도 샤힌이 특유의 느끼한 목소리를 내뱉기 전까지는 그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얼굴이 새파래진다.
사실상 디파일러 퀸 엑시아는 무조건 나쁜년이고 언젠가 배신을 할거라는 내용의 뒷담화를 하고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내가 긴장을 빨고 있는데, 샤힌이 입천장과 아랫턱에 돋아난 수천개의 송곳니를 비벼대며 싱글벙글 웃어댄다. 이 자식 우리가 하던 대화를 정말 못들은거야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거야?
"제가 엑시아 여왕님과 원격통신을 해본 결과 옥사건님의 제안을 조건부로 수락하기로 합의가 됐습니다. 저희 여왕님 정말 통이 크신 분 아닙니까? 저희 잠시 크랩핸즈 시간을 갖도록 하죠. 짝짝짝짝짝짝!"
"잠깐, 잠깐! 조건부 수락이라고? 그렇다면 그 조건을 듣기전까진 통이 큰건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을것 같다만?"
"아하하! 별거 아닙니다. 그저 디파일러 1개 사단의 현상금에 준하는 가치를 지닌 아티팩트를 담보로 맡기시기만 하면 되는겁니다. 우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강령술사니까 그 정도 아티팩트는 여유분으로 하나쯤 가지고 계시겠죠?"
"지랄하고 자빠졌네. 뭐 디파일러 1개 사단의 현상금에 준하는 가치를 지닌 아티팩트? 그게 무슨 옆집 개 이름인줄 아냐 이 자식아? 보통 그런 아티팩트는 돈이 있어도 물량이 없어서 못구하는 것들이 태반이야. 내가 그걸 담보로 맡겨야 하는건데?"
"이거이거 가면 갈 수 록 점입가경이로군요, 옥사건씨. 이 정도면 동해귀왕 엑시아님께서도 많이 양보를 해준셈인데 이렇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가며 거래를 무산시키려는건 처음부터 저희와 협력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닙니까? 그저 간만 보다가 한몫 챙겨서 떠날심산이였다면 피스 앤 러브가 모토인 저로서도 앵그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만."
그르륵그르륵.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샤힌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송곳니들을 마찰시키며 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딴 시정잡배나 쓸법한 제스쳐에 쫄 내가 아니였기에 도리어 책상을 뒤집어 엎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콰다당!
"니가 앵그리하면 어쩔건데 상어대가리 새끼야! 그럼 뭐 꼬우면 여기서 한판 뜰까? 마침 이 도시형전함 도그파이트는 사나이들의 결투를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이니 화끈하게 놀기 딱좋은 장소 아니겠어? 쫌생이도 아니고 이빨만 털지 말고 어디 한번 덤벼봐. 두부도 못씹어먹게 강냉이를 아주 그냥 전부 다 털어버릴라니까."
"누가 도그파이트가 사나이들의 결투를 위해서 만들어졌데! 사나이가 아니라 남녀노소 불문하고 강자들이 진영논리를 떠나서 오로지 자신의 힘만을 겨뤄보라고 만든 곳이 도그파이트다. 언제적 사나이 타령이야 이 머저리가!!"
쒜에에에에에엑!
역도 선수들이나 쓸법한 바벨이 쌍으로 마치 원반처럼 회전하면서 이쪽을 덮쳐든다. 대놓고 샤힌을 자극하기 위해 내뱉은 말이 전혀 다른 엉뚱한 상대를 도발한 탓이다. 나는 중력단련실로 향했던 사리카야가 어느새 돌아왔음을 깨닫고 이 상황을 변명하려 해봤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건 내 뚝배기를 깨부시기 직전인 톤단위의 바벨을 어떻게든 쳐내는 것이였다.
허나 워낙 부지부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술법을 쓸 틈도 없었던 나는 블랙탈론을 그물처럼 뻗어 충격을 완화시키려 해봤지만 결과는 벽면에 쳐박혀 와플을 찍는게 고작이였다. 그에 반해 샤힌 녀석은 강냉이가 우수수 떨어지긴 했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입으로 바벨 원반을 막아낸 형국이였기에 나는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
사실 어둠의 상급정령 셰이드크롤러를 이용해서 바벨 원반을 받아내는 방법도 있었지만, 현재 녀석은 어둠의 최상급정령이 되기위해 고치상태가 된 아발란체를 품고 있었기에 내 마음대로 호출할 수 가 없었다. 뛰어난 사냥꾼인 매일 수 록 발톱을 숨긴다는 격언에 따라 일부러 봐준셈 쳐야지 뭐 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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