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89화 (489/599)

489회

vol.14 Oxygan the True Queen Of Ocean

등용성? 나는 용이라는 단어에 잠시 움찔했지만 이무기가 사는 곳이라면 용제성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곳일게 뻔했기에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애초에 등용성 함락은 디파일러 퀸 엑시아의 진영이 사리카야 진영의 수왕성 공략에 참여하는 이유였을뿐 고향별도 버리고 도망쳐나온 내가 신경쓸만한 요소는 아니였다.

"아 그래 이제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겠어. 개머리판이였던 사리카야의 진영에 웬 상어대가리가 있길래 뭔가 싶었는데 그런 연유였군. 그런데 말이야 결국 내가 수왕성 수복 아니 사실 수복도 아니지 원래 수왕성은 인어족들의 것이였으니까. 아무튼 수왕성 공략에 참여해야될 명분에 관한 얘기는 단 1도 나오지 않은것 같다만?"

"물론 사리카야 여왕님께서 수왕성을 되찾는다는 가정하에 당연히 공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부족함 없이 보장되어야 겠죠. 사실 옥사건씨의 등장 자체가 여기있는 그 누구도 예상못한 돌발변수였기에 확답을 드릴 수 는 없겠습니다만 아마 엑시아님이라면 사리카야님의 보상과는 별개로 디파일러 일개사단을 기꺼이 내드릴겁니다."

"그게 뭔 개소리야 이 자식아! 나 옥사건, 우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강령술사다. 내가 휘하병력이 모자란다고 디파일러들의 손따위를 빌릴것 같아? 그것도 비린내나고 미끈거리는 네놈들의 지느러미는 공짜라도 손잡고 싶지않아."

"이런이런 옥사건씨가 제 말을 미스언더스탠딩한것 같군요. 제 말은 병력을 빌려드리겠다는게 아니라 VP 벌이용으로 디파일러 일개사단을 희생시키겠다는 뜻이였습니다. 뭐 옥사건씨라면 충분히 디파일러 일개사단을 홀로 쓰러트리고도 남겠지만 편의를 위해서 얌전히 서로 뭉친채로 샌드백처럼 스탠바이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수왕성을 되찾고 난 후의 이야기입니다만."

나는 샤힌의 충격적인 제안에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듯한 충격을 받았다. 디파일러를 쓰러트릴 경우 계급별로 차등 VP 보상이 주어진다. 그것은 엔도미야가 야미도엔의 피조물들로부터 우주 전체를 지키기 위해 만든 규칙이였다.

그런데 그 규칙을 다른 누구도 아닌 디파일러 본인들이 거래의 수단으로서 이용하다니 인륜을 저버리고 말고를 떠나서 신박하기 그지없는 발상이였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내가 여기서 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간 상대방의 페이스에 넘어가는 꼴이였기에 나는 일단 입을 열기전에

고개부터 절레절레 저었다.

"안돼, 안돼."

"오 와이? 왜 안된다는겁니까? VOT 단말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 탐낼만한 제안인데. 디파일러 폰으로만 구성된 일개사단이 아닙니다. 나이트, 룩, 비숍이 적정비율로 구성된진짜배기..."

"거기까지. 똑똑한척은 혼자 다하더만 너도 사리카야랑 다를바가 없구만. 우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강령술사의 몸값이 고작 그것밖에 안될것 같아? 니 말대로 내가 홀로 디파일러 일개 사단을 쓰러트릴 힘이 있다면 그냥 사냥을 하면돼지 뭐하러 그런 번거로운 협상을 해야하지? 적어도 그런 제안을 할려면 4개 사단을 선불로 지불하고나서야 응대를 해줄까 말까라고."

"오 웨잇어 미닛! 옥사건씨 그건 너무 터무니없는 딜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후불도 아니고 선불로 디파일러 4개 사단을 그냥 내놓으라고요? 그냥 수왕성 공략에 참여할 생각이 없으시면 없다고 솔직히 말해주세요. 그런 무리한 제안 하지 마시고."

"너야말로 제대로된 몸값을 지불할 생각이 없으면 아예 처음부터 그런 제안을 하지마. 단순계산으로만 따져도 디파일러 50개 사단 VS 디파일러 46개 사단 + 디파일러 킹 슬레이어 옥사건이라고 한다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좋은게 당연한거 아니야?"

"그렇게 따지면 디파일러 50개 사단 + 옥사건씨라면 더 배럴한거 아닌가요? 굳이 수왕성을 공략하기도전에 선불을 받으시려는 저의를 전 모르겠습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50개 사단을 통채로 후불로 준다고해도 안믿어. 나는 무조건 선불주의거든. 꼬우면 그냥 파토 내던가. 어치파 니들 내가 스고우의 개수작으로 이곳에 소환되지 않았다면 너희 둘끼리 짝짜쿵해서 수왕성을 공략할 생각이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무래도 이 부분에 관해선 엑시아님과 좀 더 디스커션을 해봐야할것 같군요. 그럼 실례지만 잠시 자리를 비우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디파일러 퀸이 몸져 누웠다고 해도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엔 한계가 있었는지 허겁지겁 회의장을 벗어나는 샤힌. 그 모양새가 꽤 진중해보였지만 내 입장에선 제안이 수락돼든 거절돼든 아무 상관없이 대충 툭 던져본 것일 뿐이였기에 부담없이 바로 다음 협상 타겟인 사리카야에게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우리 사리카야 여왕님께서는 무슨 보상을 준비해 놨을지 들어보실까? 설마 무임승차를 하려고 했던건 아니겠지? 수왕성을 진심으로 정복하길 원하는건 그쪽이니까 그에 걸맞는 보상을 내놓으셔야겠어."

"좆까! 그딴거 내 알바 아니야. 디파일러 사단을 1개를 내놓든 4개를 내놓든 선불을 하든 후불을 하든 내가 원하는건 그저 브루고뉴 그 자식한테 복수를 하는것 뿐이란 말이다!!"

"아니 니가 거기서 알바아니라고 하면 나보고 뭘 어쩌라고? 에휴우, 됐다. 내가 사리카야 너한테 뭘 바라겠냐."

"한숨쉬지말고 그러면 니가 무슨 보상을 원하는지 니 입으로 말해봐 이 개자식아! 쓸데없이 말 빙빙 돌려서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거 말이냐? 뭐 대충 이런 느낌이지."

나는 테이블 밑에서 다리를 뻗어 사리카야의 종아리를 쓸어내리다 그녀의 치마안쪽으로 발가락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처음엔 움찔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허벅지 근육에 힘을 꽉준채로 내 발을 역기역자로 꺾어버리는 그녀. 생각지도 못한 반격에 턱이 빠질세라 입을 벌린 나였지만 너무 극심한 고통에 비명소리조차 내뱉질 못했다.

"끅끅. 어어어어어..."

"이 자식이 어디서 모래묻은 더러운 발로 내 몸에 손을 대. 별 좆같은 바디랭귀지는 집어치우고 구체적인 말로 원하는걸 말해보란 말이야! 도그파이트의 1년치 수입의 반을 원한다던가 수왕성의 해산물 자원채취권을 원하다던가 그런거 있잖아. 내가 멍청하기로소니 그런것도 못알아들을것 같냐?"

"후우웁, 으으으으으으..."

"이 자식이 다리 좀 삐끗한걸로 말을 못하는거 보니까 그동안 별로 강해지지도 않았네. 야 쿠자르 나 잠시 열 좀 식히러 중력단련실 좀 다녀올테니까 샤힌 녀석이 돌아오면 기별보네."

"알겠습니다, 사리카야님."

사리카야까지 자리를 비우고 난 뒤 적막이 찾아온 작전회의실. 나는 얼티밋 언데드 폼의 뼈대를 구성하는 언옥타늄(Unobtanum)이 뿌러지진 않았지만 살짝 구부러진 탓에 막대한 변이에너지를 퍼붓고 나서야 역기역자 그러니까 니은자로 꺾인 다리를 다시 기역자로 원상복귀 시킬 수 있었다. 이 빌어먹을 사리카야년 지능 스텟을 모두 힘 스텟에 몰빵을 했나. 힘만 무식하게 쌔가지고는.

"나는 스고우님이 그저 단순한 변덕으로 네녀석을 이곳에 소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멀쩡히 8등신 미녀하고 끈적한 피크닉 라이프를 즐기고 있던 사람을 갑자기 전쟁광들 한복판에다가 소환한게 변덕이면 그게 더 문젠거지. 도대체 스고우는 무슨 큰일이 났길래 천지분간 못하는 사리카야를 저렇게 방치하고 혼자 떠난거냐. 쿠자르 너한테 뭐 따로 귀뜸한거 없어?"

"나도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내가 알고있는건 그저 스고우님이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은건 처음이라는 것뿐. 그리고 스고우님이 사라진 직후 얼마안되서 네녀석이 소환된건 사리카야님을 지켜달라는 암묵적인 메세지겠지."

"뭐? 사리카야를 지켜달라고?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보니 동맹 한번 맺었다고 맞먹으려 드는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쪽인것 같군. 도대체 내가 왜, 무엇으로부터 사리카야를 지켜야 한다는거냐?"

"너도 방금 봤겠지. 디파일러 퀸, 동해귀왕 엑시아의 로열나이트라는 샤힌을. 뭔가 이상한 점을 못느꼈나?"

"아 느꼈지. 시종일관 필요이상으로 느끼하게 발음을 굴려대더군."

"그것말고 사리카야님이 옥사건 네녀석에 휘두른 주먹을 놈이 대신 막아섰을때 말이다. 입으로는 크게 엄살을 떨어댔지만 나는 분명 보았다. 녀석이 손바닥에 티끝만한 상처도 입지 않은것을."

"디파일러 특유의 재생력으로 치유한거겠지.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해."

"사리카야님의 육체초월이 단순히 신체적 능력만을 향상시킨다고 생각하지 마라. 비록 신체 일부분에 한정된 발동이라고 해도 고도의 열에너지에 기반한 열상을 통해 재생력을 무효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 열상은 특히나 하위계급의 디파일러에겐 쥐약이나 다름없지. 그럼에도 그 힘이 일체 통하지 않았다는건 인정하긴 싫지만... 샤힌이 사리카야님 보다 더 강할 수 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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