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88화 (488/599)

488회

vol.14 Oxygan the True Queen Of Ocean

나는 딱봐도 미끈미끈해 보이는 손바닥으로 악수를 청해오는 자칭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샤힌의 팔을 찰싹!하고 쳐냈다. 그러자 기분이 나쁠법도 한데 족히 수천개는 넘어갈듯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어재끼는 상어 대가리. 이게 뭘 잘못 쳐먹었나 왜 남의 고간을 보면서 쳐웃고 지랄이야! 설마 이 새끼 게이 아니야?

"이이거 꽤 터프하신분이군요. 그건그렇고 이렇게 만나게 된것도 인연인데 사리카야님의 약육강식 전략에 관해서 옥사건씨의 오피니언을 듣고싶습니다만? 근위기사 나부랭이인 저로서는 여왕님의 고견에 딴지를 걸 수 가 없어서 말이죠. 아 그전에 잠시 책상위에 내려와서 여분의 의자에 앉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계속 덜렁거리는걸 보고 있으려니 참을 수 가 없어서. 츄르릅!"

샤힌이 거의 고등어만한 혀를 낼름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덕분에 상대가 게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더욱 증폭된 나는 그 어떤 적과 싸울때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두려움을 느끼고 얌전히 빈 의자에 착석했다. 그리고 윗도리 하와이안 셔츠를 벗어 마치 치마 처럼 하반신에 두르고나니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 아니 잠깐만 내가 근데 왜 로열나이트 따위한테 쫄아야 하는거지?

"야 이 좆같은 새끼야 사리카야의 약육강식 전략이 어떻냐고? 뭐 의견을 말해주는거야 어렵지 않지만 한번만 더 내 앞에서 혀 낼름거리면 그 혀를 뽑아다가 줄넘기를 해버릴줄 알아라."

"후후후. 이거이거 터프할뿐만 아니라 센서티브하기까지 하신분이군요. 예, 앞으로 혀를 쓰는건 자제하도록 하죠. 사실 저는 혀가 두개라서 하나정도는 버려도 상관없긴 하지만."

"혀가 두개면 쌍절곤이야 이 새끼야! 아무튼 사리카야의 작전에 관해서 내가 오지랖을 좀 부리자면 이 세상은 미시적으론 약육강식일지 몰라도 거시적으론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고 보는게 맞겠지. 즉 정면대결을 하든 비열한 전략을 쓰든 그 과정과는 별개로 최후에 이긴 놈이 강하다 이 말씀이야. "

"옥사건 이 입만 산 새끼가 그게 그거지 어디서 말장난을 하고 지랄이야!"

"쯧쯧쯧! 사리카야 니가 그러니까 디파일러 아크비숍이 없는거야. 이 빡대가리년아!"

"뭐? 빡대가리년? 이게 진짜 뒤질려고. 동맹 한번 맺었다고 아주 맞먹으려드네. 지금 내가 당장 실력행사를 해서 약육강식이 얼마나 가혹한 법칙인지 뼈에 새겨줄까?"

"그래 어디 한번 덤벼봐 이 썅년아! 니년의 특성이 육체초월이면 난 괄목상대야. 긴고녀석이랑 쌔쌔쌔나 하던때랑 지금의 나랑 똑같을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그래 오냐 한대 쳐맞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

사리카야가 치마속이 훤히 보이는줄도 모르고 한발을 책상위에 올린채 어깨를 풍차처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스텔라 비타 제 1성기인 육체초월을 사용했을때처럼 사리카야의 오른팔을 불사조의 형상이 휘감았고, 그녀의 코앞에 있었던 내 얼굴은 주먹에 닿기도전에 노릇한 바베큐처럼 익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1년여간의 시간동안 수련을 통해 강해진건 비단 나뿐만이 아닌듯 살벌한 기수식(물론 동작만 놓고보자면 일진녀가 빵샤틀을 후려패는 모양새였지만)을 보여주는 사리카야. 하여 내가 한껏 긴장한채로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술법을 준비하려는데 갑자기 상어 대가리가 불쑥 가운데로 끼어들더니 사리카야의 주먹을 막아선다.

치히이이이이이이이익!

디파일러간의 계급차라는건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같은 것이였기에 나는 당연히 샤힌이 그 자리에서 샥스핀이 되버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허나 그러한 내 예상과는 반대로 비교적 손쉽게 사리카야의 주먹을 막아낸 샤힌은 한템포 늦은 타이밍에 비명을 지르더니 특유의 느끼한 목소리로 엄살을 떨어댔다.

"오우 사리카야 여왕님의 주먹 쏘핫, 쏘핫, 쏘핫!"

"샤힌 이 자식 넌 또 왜 날 막아서는거야? 너도 옥사건 저 녀석이 하는 얘기가 옳다고 보는거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리카야 여왕님. 일단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전에 감히 로열나이트 주제에 퀸의 앞을 막아선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그러나 저는 오히려 사리카야님의 약육강식 이론에 어그리하기 때문에 옥사건시를 공격하려는걸 막아선겁니다."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비열한 술수를 써서 상대적으로 전력에 우위에 있는 상대를 제압하는 것도 물론 좋은 수지만 만약 역으로 우리쪽이 압도적인 전력을 갖고 있다면 굳이 우회적인 방법을 쓸것없이 정면돌파가 가장 좋은 정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한번 지금 상황을 보십시오. 저의 디파일러 퀸이신 동해귀왕 엑시아님께서 적극적으로 다비금강 사리카야님과의 혈맹을 약조한 상태. 그리고 여기 디파일러 킹 긴고를 쓰러트린 옥사건씨가 하의실종 상태로 대기중. 사실상 디파일러 트라이브 3개분의 전력이나 다름없으니 제아무리 물위에서는 무적이라는 여신칼날단 서열 4위 브루고뉴라고 해도 당해내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으으음. 듣고보니 일리있는것 같기도."

당장이라도 협상테이블을 쪼개버릴듯 기세가 험악했던 사리카야가 샤힌의 감언이설에 귀가 쫑끗했는지 다시 제자리에 착석한다. 나는 그 꼴을 도저히 두고볼 수 없어서 쿠자르를 대신해 듣기엔 쓰지만 몸에는 좋은 직언에 나섰다.

"뭐? 일리가 어쩌구 저째? 사리카야 이년아 니가 그러니까 평생 못배운년이란 소리를 듣는거야. 저 상어대가리가 하는 말에는 오류가 세가지나 있다. 일단 첫번째는 마치 내가 이미 사리카야 네년의 수왕성 수복작전에 협력하는게 기정사실인 것 마냥 굴었다는 점. 두번째는 전력이 앞서면 무조건 정면돌파가 가장 좋다고 한점. 다른 상대라면 모르겠지만 바다를 자기 오줌줄기보다 자유롭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브루고뉴를 상대로 그런 짓은 나 잡아줍쇼하는 것 밖에 안돼.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어 대가리 진영의 디파일러 퀸이라는 엑시아 어쩌구 하는 녀석이 직접 협상테이블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 그건 엑시아님께서 대규모 출산 직후라 몸이 좋지 않으셔서 저를 대리로 보낸 것입니다. 이른바 산후조리 기간이랄까? 우후훗.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리카야님이라면 이해해주실거라 믿습니다. 별의 생명력을 흡수해 원기를 보충한다 해도 디파일러 폰들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나면 컨디션이 영 꽝이지 않습니까?"

"뭐 그건 그렇긴 하지. 나도 그거때문에 수왕성에 소규모 게릴라 병력을 파견하는걸 포기할 정도니까."

"뭐가 그렇긴 그래야. 사리카야 이 모지리년아. 디파일러 트라이브에서 디파일러 퀸과 킹의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폰, 나이트, 룩, 비숍을 전부 다 합한것 보다도 높다. 그런 디파일러 퀸과 킹이 제외된 순간 디파일러 트라이브의 전력은 반감 아니 반의 반토막도 안될거다. 딱보면 멍청하고 힘만쎈 디파일러 퀸을 앞세워서 수왕성을 날로 먹겠다는 저 비린내 나는 놈들의 심보가 네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말이닷!"

"오우 마이 갓! 옥사건씨 절대 네버 그렇지 않습니다. 수왕성을 함께 공략하겠다는 엑시아님의 진심에 그런 흑심따윈 없다고요. 그 예로 본인은 오지 못하더라도 50개 사단에 해당하는 디파일러 병력을 파견하실 예정이랍니다."

"뭐? 50개 사단?"

나는 단순한 어림계산으로도 도저히 감이오지 않는 병력숫자에 순간 눈이 동그래졌지만 바로 회의감이 밀려왔다. 디파일러 퀸이 본래 그 정도의 디파일러 병력을 소유할 수 있었는지의 여부는 둘째치고 그 많은 병력을 어떻게 수왕성으로 수송한단 말인가?

인간조차 일개 사단의 병력을 수송하기 위해선 최소 일개 전함은 있어야 하는데 계급이 올라갈 수 록 덩치가 커지는 디파일러 놈들을 50개 사단이나 운반할때는 전함이 100대가 있어도 힘드리라. 우주 스테이션을 통채로 뜯어온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것도 사실상 연료문제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주 서스피셔스하신것 같은데 저희 엑시아님에게는 계왕고래라고 하는 아주 판타스틱한 디파일러 그랜드 룩이 있어서 말이죠. 그 정도 병력을 옮기는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랍니다. 물론 공격능력이 전무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세상에 디파일러 50개 사단을 수송중인 초거대괴수를 공격할만큼 간큰 존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 압도적인 병력으로 수왕성을 독식하겠다 이건가?"

"오 노노노! 수왕성은 이미 사리카야님께 넘겨드리기로 약속이 끝났습니다. 뭐 그렇다고해서 저희들이 프리로 도와드리겠다는건 아니고 나중에 저희가 등용성이라는 행성을 공략할때 사리카야님께서 도와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안그래도 땅덩어리도 쪼그만한데 수천년 묵은 이무기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라 엑시아님이 번번히 정복에 패일하신 곳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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