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회
vol.14 Oxygan the True Queen Of Ocean
으음 이 그리운 바다내음. 나는 일부러 황금장수풍데잉 기야스의 환기구를 모두 개방시킨 뒤 수왕성의 소금기 가득한 짠내를 있는 힘껏 들이마셨다. 지구의 매연과 기름떼 잔향이 섞인 바다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맑고 깨끗함에 그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것 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기분이였다.
아아 이것이 바로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인가? 지구의 수질을 개선하려 했던 아리수 프로젝트는 결국 중간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만약 언제가 엔도미야가 내게 또 다른 행성의 가디언을 맞긴다면 수질개선에 제법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이 됐든 바다가 됐든 옷만 벗어 던지면 그 어디든 뛰어들어 물장구를 칠 수 있다는 것. 그 얼마나 대단하고 은혜로운 축복이냔 말이지. 물론 거기에 육덕진 몸매를 자랑하는 비키니 차림의 쌔끈이 한명이 추가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안타깝게도 내 전용 쌔끈이들은 대부분 색향천월관에 탑승한채로 용제성으로 향한 상태였고 륭 사부를 위한 수영복은 미처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였다.
아니 잠깐만 그런데 굳이 수영복이 있을 필요가 있나? 그냥 알몸으로 바다에서 뛰어놀면 되는거 아니야? 어차피 누가 보는것도 아닌데다가 륭 사부가 나와의 동침을 허락한 이상 각자의 은밀한 부위를 서로에게 노출하는건 불가피한 일.
여차하면 반창고로 젖꼭지, 똥꼬 그리고 도끼자국 정도만 가린채로 수영을 하면... 으흐흐. 그렇게 내가 음탕한 생각으로 한껏 고조되어 있는데 기야스의 인공지능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위험요인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해온다.
-선장님, 전방 280m 밖에 미확인 생명체가 다수 감지되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혹시 아까 눈만 빼꼼 내밀었다는 게딱지 녀석 동료 아니야? 그냥 내비둬. 촌동네 해양생물놈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우주선때문에 신기해서 그러는걸테니까.
-선장님, 미확인 생명체들이 점점 더 거리를 좁혀오고 있습니다. 경고사격을 할까요?
"아 진짜 이것들이 휴양지에 들린것처럼 좀 느긋하게 즐기다가 조용히 떠날려고 했더니만 자꾸 옥사건님의 심기를 건드네. 기다려봐 일단 내가 나가볼테니까."
나는 답답한 전투용 슈트를 벗고 분위기 맞추기 용으로 준비한 하와이안 셔츠를 챙겨입은 뒤
격납고를 통해 밖으로 향했다. 솔직히 말해서 수왕성은 내게 굉장히 뜻깊은 행성이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피를 보지않는 방향으로 일을 해결하고 싶었다.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의 세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발딛은 땅인 이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진짜' 전투(디파일러 나이트 트리플 크라운)와 섹스(오르시나)를 경험했다. 그 경험은 너무나 강렬해서 숱한 전장과 잠자리를 거쳐온 지금도 선명히 기억될 정도였다.
그런 특별한 추억이 있는 행성인 수왕성에서 백토성 경비병 사건때처럼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걸고, 두 팔을 짜르고하는 극단적인 짓을 저질러서야 되겠는가? 좋은게 좋은거라고 이 몸의 이름 석자를 대기면 하면 지레 쫄아서 금방 물러날터 기야스밖을 나서는 내 발걸음에는 조금의 긴장감도 담겨있지 않았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흉적 디파일러 킹 긴고를 쓰러트린 대영웅 옥사건님께서 수왕성에 돌아왔으니 모두 절을 하고 경배하... 으아아악!"
"적군 포착! 모두 작살 투척!!"
"피바다 해적단을 위하여!"
아무리 이솔다 공주와 스와레 공주를 위시한 인어족 세력들이 수왕성을 떠났다고 해도 나를 알아보는 이가 한명쯤은 있을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기야스의 선체 꼭대기 위로 올라선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차별 작살세례가 쏟아진 것이다.
다행히도 기야스의 아케인 쉴드가 작동하고 있어서 내 몸에 작살이 닫는 일은 없었지만, 보통의 냉병기가 아니였는지 갑자기 번쩍하며 고압전류를 뿜어내는 작살들. 덕분에 아케인 쉴드가 마치 야간 할증이 걸린 택시 미터기마냥 줄어들기 시작했기에 나는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빠지지지지지지지지직!!!
-아케인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475/512)
-아케인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399/512)
-아케인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354/512)
-아케인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282/512)
-아케인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251/512)
'아니 씨부럴 이럴줄 알았으면 이매망량들을 미리 모아놓는건데.'
오시리스의 조언으로 세트와 일전을 벌이기전 병력해산을 했었더니 이런 성가신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의 게으른 심성탓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빠르게 전투상황이 벌어질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쉐도우브레스로 한꺼번에 저 해산물놈들을 쓸어버리면 깔끔하게 이 상황을 마무리하고 즐거운 피크닉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허나 앞서 말했듯이 수왕성에서까지 굳이 망나니짓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내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데 갑자기 해산물놈들이 우루루 갈라지더니 하얀 돌고래들이 이끄는 수중마차가 등장하는게 아닌가. 말대신 돌고래가 이끄는 마차라니 이거 신박한데?
"투척 중지, 투척 중지! 샨코 선장님께서 오셨다."
"샨코님 저 녀석한테는 라이트닝III 작살이 통하질 않습니다. 아무래도 백병전을 해야할것 같은데..."
"시끄러워 이 자식아! 나도 눈이 있으니까 다 보고 있어. 애초에 저 비싼걸 누구 맘대로 전부 투척시킨거야? 너 저거 하나에 얼마나 하는지 알기나해? 거기다 돈은 둘째치고 물량이 바닥난 상태에서 디파일러놈들이 쳐들어오면 어쩔건데?"
"죄, 죄송합니다. 샨코 선장."
"됐고 나중에 저 작살들 전부 회수해놔. 배터리가 방전 안된것들은 재활용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걸걸한 목소리에 박력있는 말투 그리고 콧잔등을 길게 가로지른 일자상처까지. 백마탄 마차 아니 백돌고래 마차에서 내린 공주님은 겉으로 봐서는 절대 인어공주를 연상시킬 수 없는 외양을 지니고 있었다. 그나마 몸에 작 달라붙는 가죽치마와 가죽자켓 그리고 선장모로도 가릴 수 없는 자잘한 지느러미들이 그녀가 인어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을뿐이였다.
물론 상대가 공주건 시녀건 인어건 인간이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였다. 정말로 중요한건 자지를 보지에 꽂아넣었을때 그 떡감이 얼마나 찰진지, 빨통은 빨통답게 얼마나 빨아먹음직한지 그리고 머리채를 붙잡고 자지를 입안에 쑤셔넣었을때 어느정도의 정복감이 느껴지가 아니던가.
그런면에서 볼때 여신칼날단 서열 4위 브루고뉴의 힘을 빌어 사리카야로부터 수왕성을 탈환했다는 북해용궁의 공주, 샨코는 합격점을 줄 수 있을것 같았다. 얼굴에 기스가 난건 좀 안타깝긴 했지만 그 일자상처가 오히려 보이쉬한 느낌의 레드와인 숏컷과 조화를 이루면서 한껏 걸크러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런 왕루옌과의 드센여성들이 스스로 처녀를 받쳐올때 얼마나 큰 고양감이 느껴지는지 알고있는 나였기에 한껏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쉐도우브레스를 쓰지 않길 잘했군. 부하들을 모조리 몰살시켰다간 원수지간이 되기 십상이였을테니깐.
"이곳은 레드 파이렛츠의 위수지역이다. 그쪽의 신원을 밝혀라."
"나는 옥사건 더 디... 아니아니 짧게 그냥 옥사건이라고 불러라. 더 짧게 부르고 싶으면 오빠라고 부르던가."
"옥사건? 웬지 모르게 낯이 익는 이름인데 무슨 목적으로 수왕성을 침입했지? 아니 그전에 수왕성의 바다전체에 걸려있는 광역파도술법을 어떻게 피해서 들어왔는지부터 말해라."
"광역파도술법? 그게 도대체 뭔데? 언제부터 수왕성에 그런 정체불명의 술법이 걸린거지?"
"브루고뉴님께서 디파일러들로부터 수왕성을 보호하기 위해 걸어주신 술법이다. 그런데 네놈의 말투를 보아하니 마치 광역파도술법이 걸리기 전에 수왕성에 와본적이 있다는듯한 말투로군."
"뭐 그런셈이지. 그런데 왜 내가 왔을때는 그 광역파도술법인지 뭔지가 발동하지 않은거지? 흐으음. 혹시 수어지교 포탈을 통해서 드러와서 그런가?"
"뭐라고 수어지교 포탈? 네녀석이 물의 정령들의 비전인 그 기술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내가 한참 샨코와의 대화에 집중하면서 그녀의 몸매를 심충분석하고 있는데 갑자기 샨코의 발아래에서 물기둥이 솟아오른다. 그와 동시에 안경과 정장을 착용한 오피스 레이디가 내게 따져묻듯이 수어지교 능력의 출처를 물으니 나로선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알고있긴 어떻게 알고있어. 물의 정령들의 비전을 배운 물의 정령하고 계약을 했으니까 알고 있는거지. 댁도 물의 정령인것 같은데 궁금한게 있으면 이쪽에 물어보라고. 오르시나 잠깐 유체화 상태로 나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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