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4회
vol.14 Oxygan the True Queen Of Ocean
"인어족의 수치같은 창년들!"
쨍그랑!
백신마켓을 통해 구매한 머메이드 아쿠아리움의 특전 동영상을 광학 홀로렌즈로 관람하던 나는 신경질적인 비명을 내지르며 소라고동으로 만든 술잔을 집어던졌다. 일반인어들이 싱크로나이즈 공연을 하는것까지는 그렇다쳐도 서해용궁의 공주인 스와레가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을 입고 동물원의 원숭이마냥 묘기를 부리고 그 묘기를 관람객들이 침을 흘리며 지켜보는 장면은 도저히 참아줄 수 가 없었다.
사실 스와레를 포함해서 다른 인어족들이 좋아서 그런 일을 하고 있는건 아니리라. 고향별인 수왕성이 디파일러의 침입을 받아 강제로 다른 행성에 더부살이를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먹고 살기위해 말이 예술이지 사실상 성상품화나 다름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럼에도 이렇게 지느러미끝까지 뻗치는 분노를 삭힐 수 없는 것은 한때 아니 지금도 내가 스와레 공주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물론 내 성별은 엄연히 암컷 인어였으니, 그것도 보통 암컷 인어도 아니고 북해용궁의 공주이자 수왕성에 남은 유일한 토착세력인 레드 파이렛의 선장인 피바다의 샨코가 바로 나 아니던가. 그런 내가 옛날에 짝사랑했던 남자를 잊지못해 가슴앓이를 하는것도 아니고 여자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는건 레드 파이렛의 선원들이 배꼽 잡고 웃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뭐 이 비밀을 아는 선원은 단 한명도 없었고 설사 안다고 해도 내 면전에서 그렇게 웃어재꼈다간 바로 배꼽에다가 작살을 꽂아넣어줬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라고해서 태어날때부터 레즈비언이였던건 아니였다. 그냥 평범한 성장과정(평범한 인어공주가 맨손으로 상어를 때려잡진 않겠지만)을 거치다가 용궁 정기모임에서 스와레를 처음 목격하고 한눈에 반해 버린 것이다.
'에메랄드 빛갈의 비단결 머릿결, 청초한 눈동자 그리고 껴안아주고 싶을만큼 아담한 몸매. 씨발 존나게 사랑했다, 이 썅년아! 머릿속에서 뿐이였지만...'
그렇게 한껏 끓어오른 애증을 애써 컨트롤하려 애쓰는데 소라고동 술잔을 집어던지면서 정지시킨 광학 홀로렌즈 화면에 야릇한 장면이 포착됐다. 격렬한 싱크로나이즈 동작을 하던 스와레의 조개껍질 브라자가 들썩이면서 일순간이지만 연한 핑크빛 젖꼭지가 드러난 것이다.
스와레의 태연한 표정을 보건대 의도적으로 젖꼭지를 노출한것 같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이 동영상을 홀로그램화하면서 편집자가 검열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사실에 분노가 치미면서도 한편으론 흥분이되 내 젖꼭지까지 발딱 서기 시작했다. 상상속에서야 이미 볼장 다 본 사이지만 실제로 스와레의 은밀한 부위를 보는건 처음이였기 때문이였다.
하여 그러면 안되는줄 알면서도 여분의 소라고동 술잔을 집어든 나는 그 안의 독한 럼주를 한입에 털어놓고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찌걱찌걱. 본격적인 삽입을 하기도전에 흥건해진 보짓물 덕분에 나는 그저 보지둔덕을 소라고동끝으로 살살 문지르는 것 만으로 큰 쾌감을 얻고 있었다.
그저 영상을 통해 젖꼭지를 보는것만으로 이렇게 흥분되는데 내가 직접 스와레의 젖꼭지를 빨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만해도 심장이 터질듯한 느낌에 본능이 이끄는데로 이번엔 소라고동을 보지깊숙한 곳으로 밀어넣어 보지만 이성은 딴 소리를 하고 있었다. 방금까지 싱크로나이즈를 하는 인어들을 창녀라고 욕한주제에 그걸 보면서 자위를 하다니 넌 위선자야!
그럼 본능이 또, 그래 위선자라도 좋으니까 일단 한번 뿅가고 보자! 라고 해서 소라고동잔을 거세게 흔들면서 오르가즘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으려는데 갑자기 선장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황급히 들췄던 가죽치마를 내려입으며 상황을 무마하려 해봤지만 야리꾸리한 냄새는 어쩔 수 가 없다. 그러면 차라리 목격자를 없에는 편이!
"선장! 지금 파순꾼한테서 바로 들어온 소식인데 우리 위수지역에 웬 장수풍뎅이를 닮은 미확인 비행물체가..."
"야이 빡빡이 새끼야! 내가 노크하고 들어오라는 말 못들었어? 뒤질래 이 씨발 좆같은 새끼가 선장이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이냐?"
"아아 절대 아니야. 사, 살려줘. 샨코 선장. 내가 선장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선장이 더 잘 알잖아. 얼마나 무서우면 저번에 선장이 날 산채로 작살에 꽂아서 구워먹는 꿈까지 꿨다고."
"그래? 그럼 그게 예지몽이였던 모양이구나. 이 쓸데없이 팔만 많은 새끼가 그 많은 팔을 나두고 노크를 안해? 어차피 많으니까 한두개쯤은 없어져도 괜찮겠지. 옥토퍼두스 일족의 다리가 그렇게 별미라는데 어디 한번 나도 술안주로 먹어보자!!"
쒜에엑!
자위현장을 들켰다는 것 보다 오르가즘에 이르기 직전 흥이 식었다는 사실이 더 짜증났던 나는 수석항해사 무르갈을 향해 전력으로로 술병을 집어던졌다. 그러자 얼굴이 새하얗게 되서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녀석, 옥토퍼두스 일족 특유의 완력과 다손잡이(?)라는 장점을 높이사서 거둬줬더니 이렇듯 눈치가 너무 없어 항상 매를 버는 타입이였다.
"으으 한번만 봐줘, 샨코 선장. 앞으론 꼭 노크할게."
"그 한번만이 벌써 여덟번째야 이 머저리 새끼야! 그때마다 네놈의 팔을 하나씩 찢어다 구워먹었으면 네놈은 민머리만 남아서 배구공마냥 갑판위를 굴러다녔겠지. 선장의 자비에 감사히 생각하고 어서 썩 꺼져!!"
"가, 감사합니다!"
"잠깐 아까 하던 보고는 제대로 마저 하고 가야지. 이 저능아 자식아. 내가 일 한번해도 되는거 두번, 세번 늘어지는거 싫어하는거 몰라?"
"아아 그러니까 파수꾼한테서 들어온 소식인데 장수풍뎅이를 닮은 미확인 비행물체가 우리 위수지역에서 발견됐데. 그냥 대형해수종이면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텐데 그게 아니니까 선장이 한번은 봐야할것 같아서."
"그래서 포박은 끝냈고?"
"아니 그게 작살이 안들어가서 일단은 감시만 하고 있다는데."
"그럼 일단 애들 끌고가서 제압한 다음에 날 부르던가 해야할거 아니야, 이 빡대가리 새끼야! 내가 이 짬밥에 직접가서 뺑이치란 말이냐? 디파일러가 출현한게 아닌 이상에야 내가 직접 가서 싸울일은 없으니까 비행물체는 비행물체대로 조종사는 조종사대로 포박해서 내 앞에 가져와."
"Yes, sir!"
더 이상 토를 달았다간 무슨 쌍소리를 들을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무르갈이 헐레벌떡 선장실을 빠져나간다. 그런데 문득 녀석이 선장실 문을 제대로 닫지않고 떠났다는 사실에 또 열이 뻗치려는 순간, 아까 던졌던 술병에서 흘러나온 럼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해적선과
정말 안어울리는 조합인 안경과 정장을 착용한 여성을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온전한 모습이 갖춰지기도전에 상대가 누군인지를 눈치챈 나는 재빨리 의자에서 내려와 부복자세를 취했다. 아니나 다를까 럼주가 모두 증발하고 나자 이제는 제법 익숙한 정중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샨코 공주님께서 또 뭐가 그리 화가나신걸까? 아까운 럼주까지 집어던지시고."
"최상급 물의정령이신 슈이쿤님을 뵙습니다."
"아아 나한텐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없다니까. 난 그저 육각수의 초월령, 브루고뉴님의 비서일뿐인걸."
"허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제가 고향별인 수왕성을 되찾을때 지대한 도움을 주신 은인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정말 고지식하기는. 아무래도 내가 빨리 할말만 하고 떠나는게 우리 샨코 공주님의 무릎관절을 위해서도 좋을것 같네. 그전에 한가지 묻고싶은게 있는데. 최근에 디파일러들의 침입같은게 있었어?"
"최근에는 조용합니다. 불과 몇달전만 하더라도 심심치않게 디파일러 나이트를 위시한 일개소대를 동시다발적으로 강하시켰습니다만 아무래도 브루고뉴님이 걸어주신 광역파도술법때문에 곧바로 수장되다보니 놈들도 포기한 모양입니다."
"뭐 디파일러라고해서 무한으로 병력을 뽑아낼 수 있는건 아니니까 말이지. 더군다나 주둔행성이 있는것도 아니고 도시형전함을 타고 우주에 떠다니는 형편이라면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슬슬 브루고뉴님께서도 다른 행성을 케어하고고 싶어 하셔서 말이야."
"하, 하지만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는 그렇게 녹록한 상대가 아닙니다. 지금은 잠잠해도 언제 수왕성을 향한 정복야욕을 드러낼지..."
"아아 그건 나도 알지. 하지만 브루고뉴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곳이 원체 많아야지. 언제까지 수왕성만 신경쓰고 있을 순 없지 않겠어? 그리고 아예 수왕성을 내팽겨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물길을 통해서 돌아오실 수 있으니까."
"아참 그러고보니 최근 굉장히 수상한 장수풍뎅이 모양의 비행물체가 발견됐습니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쌩뚱맞은 내용으로 이대로 돌아갈듯한 분위기의 슈이쿤의 발목을 붙잡았다. 아무리 광역파도술법이 있다고해도 레드 파이렛 세력만으론 사리카야를 무찌를 수 없다는걸 알기에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구실이였다. 그럼에도 나름 효과가 있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하는 그녀.
"흐음 그래? 그건 이상하네. 대기권을 통해 들어왔다면 광역파도술법에 감지되지 않을리가 없을텐데. 그럼 우리 같이 가서 한번 확인해볼까? 혹시 그 안에 디파일러라도 타고 있는거라면 곤란하니까 후훗."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