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82화 (482/599)

482회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언제까지 그렇게 버틸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것이냐, 오시리스. 네놈도 미륵놈처럼 내 공격을 전부 맞받아 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곳이 어디라고 생각하느냐. 수천억 언데드 신도들의 총본산인 네크로폴리스란 말이다!!"

아발란체의 최상급 어둠의정령 승계식이 끝난 뒤 웬지모를 허전함을 느꼈던 나는 뒤늦게서야 오시리스가 아직 세트와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오시리스가 결계를 통해 세트의 공격을 일방적으로 수비하고 있는 형국이라 대응한 싸움이라 보기엔 어려웠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슬슬 그 결계조차 한계에 이른듯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의 동생 세트여 삶과 죽음의 순환은 설사 불멸자라고해도 간섭해서는 안되는 지극히 원초적인 우주의 법칙이다. 이제는 그만 그들을 놓아주거라."

"웃기는 소리! 과거와 달리 내게 신도와 권능 그 모든것이 밀리니 네놈이 어줍잖은 개똥철학으로 날 능멸하려 하는구나. 애시당초 그 우주의 법칙이란걸 누가 만들었단 말이냐? 조물주? 태초의 정령? 아니면 창세신? 어느쪽이 됐건간에 내가 그들을 능가하면 그런 규칙따위는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이다. 그러니 네녀석의 위선을 남에게까지 강요하지 말란 말이닷!"

"가끔은 나의 계약자가 옳았던게 아닌가 싶군. 말을 해서 알아듣지 못하면 매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신격보구(神格宝具) 60진법의 비의가 담긴 지팡이, 에멜라드 타블렛[:LX]

해방기 발(發) 7망전 불가사의 피라미드[Seventh Mysterious Pyramid]

쩌저저저저저적!!!

그리고 마침내 오시리스의 피라미드 결계가 깨져나간 순간 마치 뱀이 탈피를 하듯 새로운 피라미드가 튀어나오더니 세트를 집어삼켰다. 모든걸 날려버릴듯한 위세를 자랑하던 세트였지만 약간의 방심으로 새장속의 나비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고, 피라미드 결계 안쪽은 별개의 중력이 적용되는지 날개사이의 두개골이 조금씩 찌그러들어가기 시작한다.

내심 화신체로 부활시켰는데도 오시리스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는게 못마땅 했던 나였기에 그 장면은 정말이지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그래 형만한 아우없다는데 이정도 숨겨진 한방은 있어야지.

"오시리스 나이스샷! 이대로 아예 끝짱을 내버려요. 설마 아직도 동생에 대한 연민같은게 남아 있는건 아니겠죠?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그정도면 호구에요, 호구."

"그런건 아니네만 아무래도 이걸로 끝이 나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군."

오시리스의 예감은 얼추 적중했다. 피라미드 결계에 갇혀 이제는 깡통캔마냥 찌그러진 세트였지만 결계가 사라지자마자 수백, 수천마리의 작은 해골나비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진 것이다. 겨울철 철새떼를 연상캐하는 해골나비의 목적지는 다름아닌 일찍이 지구에서 보았던 괴목(怪木)이였다.

무시무시한 성장속도로 어느샌가 네크로폴리스에 닿을 정도로 가지를 뻗어나간 괴목에 모여든 해골나비는 서로의 날개를 의도적으로 엉클더니 하나의 커다란 번데기를 형성했다. 그 번데기의 정체는 알 수 없었으나 방치해서 좋을게 없었보였기에 내가 뛰쳐나가려는 찰나 번데기가 마치 에얼리언의 알처럼 꿈틀거리더니 머리가 해골인 초거대 애벌레를 토해냈다.

"흐아아아아악!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는 나비가 되어 언젠가는 죽는다. 결국 끝을 맞이할걸 알면서도 덧없는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 바로 하등한 필멸자들의 특성이지. 허나 불멸자이자 죽음의 구도자인 나 세트는 다르다. 삶의 순환을 역행하며 언젠가 이 세계를 만든 신조차 모독할 준비가 되어 있는것이 바로 나란 말이닷!! 네놈들은 절대 날 쓰러트릴 수 없어!!!"

"이런 썩을! 오시리스 아까 그 결계 다시 한번 가능해요? 이번엔 나도 도울테니까 어서 저 징그러운 벌레녀석을 퇴치해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가능하긴 하겠지만 그렇게 해봤자 똑같은 일이 반복될 뿐일것 같군. 이 네크로폴리스와 만년괴혼목이 연결된 이상 세트는 계속해서 죽음과 부활을 반복할뿐일걸세."

"뭐라고요?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데요. 제가 지구로 내려가서 스텔라비타 흡성대법으로 행성을 그냥 끝장내버릴까요?"

"아니. 만년괴혼목은 세계수와 달리 별의 생명력을 양분으로 삼지 않아. 행성을 둘러싼 영혼의 순환 그 자체를 영원히 빨아들일 뿐이지.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나락문을 여는수밖에."

"나락문이요? 그게 뭔데요."

"데모닉 그리모어 진본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보게."

펄럭펄럭.

오시리스의 지시에 나는 재빨리 아바타로 복귀해 에녹으로부터 육체의 제어권을 건내받은 뒤 인벤토리에서 데모닉 그리모어의 진본을 꺼내들었다. 이 언제 제본된지 알길이없는 강령술법서의 마지막 페이지엔 역시나 알 수 없는 상형문자로 빼곡히 도배가 되어 있었다.

오히려 블루아주 회장에게서 강탈한 데모닉 그리모어 사본쪽이 읽기 편해보일 정도였지만 진본에는 술법이름만으로 술법을 시전할 수 있는 우월한 기능이 있다고 했던가? 그대신 원본에 기생중인 공허충으로부터 저주를 받아야만 한다고 했지만 세트를 쓰러트릴 수 만 있다면야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발기부전의 저주는 제외.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게. Naraka Kaimon."

"뭐, 뭐라고요? 오시리스? 나라카 카이몬? 이런... 먼저 말해버렸다. 어떤 저주를 받는건지는 알고 했어야 하는건데."

"그건 걱정할 필요없네. 이번만큼은 그 저주를 내가 안고 갈테니."

오시리스가 웬지 모르게 쓸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기 무섭게 데모닉 그리모어를 감싸고 있던 공허충이 간질이라도 걸린듯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어둠의 정령왕이 된 지금도 꺼려지는 아우라를 내뿜던 녀석이 그 지랄발광을 하다니 완전흑색의 알을 토해낸다.

당연히 평범한 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는쪽 정면에서 금이 갈라지더니 누런 이빨이 떠올라 나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처음에는 메츄리알만 하던게 달걀, 타조알을 넘어서 공룡알급으로 커지고 있었기에 나는 큰 부담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괴상한걸 소환한 기분인데. 저승문 개전하고는 아예 문을 여는 방식자체가 틀리잖아.

"그럼 이제 작별의 시간이군. 그동안 무능한 불멸자를 몸에 이고사느라 고생이 많았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에요, 오시리스? 누가보면 오시리스가 입대라도 하는줄 알겠어요."

"나락. 그것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뒤틀린 공간일세. 한번 들어가면 설사 불멸자라고해도 절대 나올 수 없는 무간지옥이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장소지. 짐조차 그곳에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내가 세트와 함께 그곳에 들어간다면 데스스토커 교단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영혼의 순환을 교란시키는 일은 없겠지."

"아 그러니까 제대일이 없는 군대같은 곳이군요. 나락은. 그리고 나락문이란 술법은 일종의 입영열차같은거고."

"후후훗. 자네는 정말 마지막까지 진지함이란걸 찾아볼 수 가 없구만. 어쨌든 그 덕분에 후련하게 떠날 수 있겠어. 마지막으로 그대에게 언데드의 축복을 내리겠네. 엄밀히 말하면 그대의 육체는 언데드라고 할 수 없지만 부디 유용하게 쓸 수 있길."

오시리스가 에메랄드 지팡이 끝으로 내 이마와 양볼을 찍는 가호의 표시를 하더니 지척에 달한 세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해골 애벌레가 된 세트가 뱀처럼 자신을 감싸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피라미드 결계를 펼치는 오시리스.

"지금이다, 나락문이여. 나를 세트와 함께 집어삼키거라!!"

"뭐, 뭣이라? 오시리스 네이노오오오오오옴! 지금 네놈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지 알기는 하는것이냐!!"

"알고있다마다. 내가 만든 술법이니 그 누구보다 지금의 행위가 최악의 자살법이란걸 알지. 하지만 세트 네가 이렇게 뒤틀린것 또한 나의 불찰. 모든 죄와 카르마를 내가 짊어지고 무소의 뿔처럼 나락으로 가겠다."

"이런 유골로 사골을 끓여먹어도 시원찮을 개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시익!!! 오시리스 제발 정신 차리고 지금이라도 술법을 중단해 아니 중단해주세요. 제발제발제발제발! 제발 형 착하게 앞으론 착하게 살테니까 제발! 안돼 이럴순 없어. 이럴순 없단 말이..."

꿀꺽꿀꺽.

공룡알을 넘어서 보름달만큼이나 커진 완전흑색의 알이 여전히 누런이를 빛내며 오시리스와 세트를 결계채로 집어삼킨다. 그러자 소리조차 집어삼킨듯 맥업이 끊겨버린 세트의 단말마. 수천억 언데드신도의 교주이자 죽음의 구도자라는 이명을 지닌 불멸자의 최후치곤 너무 허무해 나까지 김이 새는 기분이였다. 설마 정말 이걸로 끝인거야?

*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