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9회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다소 급조된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얼추 3인의 추기경들을 상대로한 부대편성이 짜졌다. 데스엠페러GX는 에녹과 누시아 듀오가, 아크리치EX는 프랑케네뜨와 네크로폴리아 자매가 그리고 와이번캡틴VX는 좀비 드래곤 쉐도우스틸과 본 드래곤 팔타로스 쌍룡이 상대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뭘하냐고? 물론 팝콘과 콜라를 가져다가 관전자의 입장에서 이 싸움을 즐기는거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형편이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았다. 오시리스가 일방적으로 세트의 파상공세를 결계 하나만 믿고 버티는 중이였기에 조금이라도 싸움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급속도로 전세가 기울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에녹과 누시아만을 전장에 파견한건 징벌적 의미도 있었지만 나머지 하수인들(베히모스, 우버리퍼)과 함께 5분 대기조처럼 활동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그러나 예상외로 분전해주는 에녹과 누시아.
아무래도 데스엠페러GX의 검격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단타위주다보니 누시아의 신의 가호(Divine Protection)를 이용한 어그로핑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모양이였다. 물론 에녹 또한 데스엠페러GX의 거대한 타워쉴드에 기스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였지만.
"누시아 성녀님 죄송합니다. 제 판단미스로 성녀님을 이런 위험한 상황에 놓게해서."
"에녹 너무 마음쓰지 말아요. 밴쉬의 육체는 인간의 육체하고는 궤를 달리해서 설사 저 청동거인의 거검에 제 몸이 두쪽 난다고해도 다시 부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에녹은 적의 약점을 찾는데만 집중해주세요. 아무리 덩치가 크다고 해도 머리부터 발끝가지 완전무적인 존재는 없습니다. 오히려 덩치가 크기에 의외로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수 있으니 제가 시간을 끌동안 계속해서 주의깊게 관찰을 해주세요. 옥사건님을 실망시켜서는 안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다보니 에녹과 누시아 듀오쪽은 지든 이기든 시간이 오래걸릴게 불을 보듯 뻔했기에 나는 시야를 돌려 아크리치EX와 사투중인 프랑케네뜨, 네크로필리아 자매쪽을 살폈다. 사실 지금까지 제대로 최고전력을 발휘해본적이 없는 그 둘이였기에 내심 많은 기대를 걸고있었지만,
아크리치EX는 괜히 아크라는 접두사를 달고 있는게 아니라는듯 놀라운 묘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그게 뭔고하니 마치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다는식으로 12계통의 술법을 하나하나씩 프랑케, 필리아 자매에게 시험해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영원의 삶을 사는 리치라고 해도 보통의 재능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였기에 나는 쓴입맛을 다셨다.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 최고의 술사(아크데빌은 뒤졌고 엘리멘탈 로드는 오직 재능빨이니)라고 할 수 있는 나조차 강령술과 변이술을 익히는데 그쳤거늘.
-크크크크크크크킄. 재미있군요. 두분 다 칠십번대 저주술법은 아예 통하질않고 팔십번대 저주술법조차 얼마안가 저절로 풀려버리다니. 하지만 그거 아십니까? 양철인형은 번개에 약하고 봉제인형은 화염에 약한법이란걸! 이중축약영창 헬파이어X스톰랜서!!!
"필리아 조심해요! 제가 배리어를 칠때까지 무조건 도망쳐야 해요!!"
"뭐야, 뭐야 술래잡기 하는거야? 아아 나 도망치는거 싫어. 내가 술래할거야!!!"
설상가상으로 프랑케네뜨의 지시를 곡해한 네크로필리아가 화속성과 뇌속성의 고위술법을 사용한 아크리치EX로부터 도망치기는 커녕 도리어 달려들었기에 나는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뭘 어떻게 손쓸틈도 없이 강맹한 불덩이와 뇌전의 창이 자매를 덮치려는 그 순간 네크로필리아가 두손을 번쩍들어 두 술법의 마력의 핵을 움켜쥐었다. 뭐야, 뭐야 이거 네크로필리아가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전개인가? 싶었으나 이내 귀청이 떨어져나갈듯한 비명을 내지르는 그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어어어!!!"
"필리아, 필리아 진정하세요. 제가 액체질소 냉각기를 이용해서 금방 식혀드릴게요."
"아냐, 아냐, 아냐 그냥 손목을 잘라줘. 빨리, 빨리!"
"예, 예? 소, 손목을 잘라달라구요?"
"금방 다시 꼬맬 수 있으니까 빨리!! 너무 뜨거워어어어어어!!!"
"아, 알겠어요."
두 술법의 마력의 핵이 발하는 화기 때문에 벌겋게 달아오른 네크로필리아의 두손을 프랑케네뜨가 빔샤벨로 댕강하고 잘라버린다. 그러자 악귀처럼 찡그러졌었다가 극적으로 편안해진 네크로필리아의 얼굴.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신체구조길래 저런 일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애초에 딴지를 걸려면 이미 시전이 완료된 술법의 마력핵을 손으로 쥔 시점부터 걸어야 했다. 애초에 어떻게 저런게 내 구공방에 버려져 있었던 거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출신성분을 특정할 수 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마력핵을 저격해서 술법을 무력화시키다니!!!? 생김새와 달리 얕볼 수 없는 분들이였군요. 그렇다면 저 또한 진심 100% 출력으로 가겠습니다. 어디 한번 다중축약영창 공격도 막아보시지요.
"으갸아아아아악! 너 짜증나. 이제부터 입을 꼬매버릴거니까 말하지마!!"
-생각하는것 만큼은 생김새처럼 순진하시군요. 그 거리에서 어떻게 제 입을 꼬매는가는 둘째치고 입을 꼬맨다고해서 제 술법영창을 막을 수 있을리가... 우우우웁!
네크로필리아의 잃어버린 두손 대신 더듬이 머리가 마치 내 블랙탈론처럼 쭈욱 늘어나더니 아크리치EX의 입을 박음질로 꼬매버렸다. 이제와서는 뭐라고 지적하기도 뭐한 신기의 연속이였기에 나는 그냥 마음놓고 지켜만 보기로 했다.
상상을 초월한 수단으로 술법을 봉인당한 아크리치EX였지만 아직 갈비뼈 부분에 달린 다연장 미사일런쳐가 있었기에 방심할 수 없는 그때, 자매의 맹활약에 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엔 프랑케네뜨가 유효타를 때렸다.
-웁우우웁우우우우웁!!!
"이제 그만 모든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세요. 제 초소형 위성 앱실론들이 이미 당신의 몸 내부 구석구석에 잠입해서 모든 기계장치들을 무력화시킬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우우우웁우우우웁웁웁!!!!!
"끝가지 저항하신다면 그 결과는 저도 장담 못..."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콰과과과과과과과!!
콰과광!
하늘에 부유해 있던 아크리치EX의 거대한 동체가 눈부신 빛으로 물들면서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프랑케네뜨의 초소형위성이 뭔가 수작을 부려놨다는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칭찬이라도 해달라는듯이 쪼르르 달려오는 프랑케네뜨. 물론 그녀를 운반하고 있는건 두 손을 잃고도 해맑게 웃고있는 네크로필리아였다.
"아버지 어떻게 하죠? 방금 폭발로 제 앱실론들이 전부 같이 폭사해버렸어요. 이대로는 제가 큰 도움을 드릴 수 없을것 같아요."
"너무 마음 쓰지마. 아크리치EX를 쓰러트린것 만으로도 이미 1인분 이상을 한거니까. 그보다 다리는 괜찮고?"
"예, 괜찮아요. 예비부품만 준비되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걸요. 그보다 필리아의 손이 완전히 타버려서 제봉이 어려울것 같은데 어쩌면 좋을까요?"
"그거라면 지금 당장 생사에 문제가 되는건 아니니까 나중에 차근차근 해결해보자. 네크로필리아야 혹시 지금 손이 없어서 불편하거나 그런거 있어?"
"아빠! 불편하진 않는데 인피가 있어야 제봉이 가능할것 같은데."
"인피? 인조가죽 말하는거야?"
"아니 그거말고."
"그러면... 설마 사람가죽?"
"응."
"그거라면 나중에 살아남은 지구인중에 몇명 데려다 줄테니까 네가 알아서 벗겨봐."
"싫어. 아빠 가죽으로 하고 싶어."
"인피라고 해봐야 거기서 거길텐데 굳이 내 가죽으로 해야하는 이유라도 있냐?"
"그래야 우리 둘이 떨어져 있을때도 같이 있는것처럼 느껴질테니까. 그러면 바로 실례할게. 손이 날아갔으니까 손가죽으로 제봉해야지!"
네크로필리아가 어디서 났는지 모를 재단가위를 갑자기 꺼내들더니 내 두손의 거죽을 사이즈에 맞게 잘라내기 시작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을 지닌 나였기에 얼마안가 재생해낼 상처긴 했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싸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영화의 한장면같아 나는 소름돋기 그지없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한참 전쟁중이였기에 나는 녹색피가 뚝뚝 떨어지는 두 손을 가볍게 털어내고 이번에는 쉐도우스틸, 팔타로스 두 쌍룡이 와이번캡틴VX와 맞서싸우고 있는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웬만한 고룡보다 덩치가 큰 와이번캡틴VX였으나 한때 세상을 멸망시킬뻔한 마룡과 독룡이 함께라면 아마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을줄 알았건만... 저것들은 왜 지들끼리 싸우고 자빠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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