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내가 고성 네크로폴리스로 복귀했을때 처음 목격한 장면은 바로 판데모니엄의 군주인 마몬이 질리지도 않고 계속해서 세트에게 덤벼드는 모습이였다. 현실적으로 전투력이 밀리는걸 알면서도, 몸에 풍압으로인한 상처가 가득한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덤벼드는 모습은 어떤 의미에선 경의롭기까지 했다.
"이 빌어먹을 지옥의 똥강아지가 이젠 그만 좀 죽어라!!"
"그르르르르르르르르륵!!!"
그러나 그 헝그리 정신도 한계에 이르렀는지 결국 두발은 커녕 네발로도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마몬. 비척거리는 그 모양새가 마치 늙고병든 개처럼 가엽기 그지없었으나 그동안 당한게 많은 세트는 사정없이 토네이도 믹서기로 마무리를 지으려 하고 있었다.
"어이쿠 그러면 곤란하지. 셰이드크롤러 가서 저 개인간 좀 이쪽으로 데리고와."
'명을 따르겠나이다, 나의 깊고 어두운 왕이시여."
나의 명을 받은 상급 어둠의 정령 셰이드크롤러가 땅거미처럼 매끄럽게 바닥을 쓸고가더니 뼛조각이 흩날리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서 마몬을 탈취해냈다. 사일런트워커 푸스카가 큰만 먹고 딱 1회만 쓸 수 있는 그림자 도약 스킬을 쿨타임이나 소모자원없이 자유자재로 쓰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니 괜시리 마음 한구석이 시려온다. 그래도 충성심은 푸스카가 우직한 황소마냥 최고였는데. 에휴우...
"옥사건 네이노오오오오오오옴!!! 쥐새끼처럼 어디 숨어있다가 이제 또 나타난것이냐!?"
"쥐새끼처럼 숨긴 누가 숨어 이 자식아! 그러면 적이 필살기를 대놓고 쓰는데 그걸 그냥 맞아주냐? 이런건 효율적인 회피기동이라고 하는거야 이 짜샤!!"
"시끄럽다!! 네놈의 새치혀에 놀아나는건 이제 질색이다! 고향별을 통채로 갖다받치는척하면서 더러운 악마놈들과 손잡고 이런식으로 뒤통수를 치다니 네놈은 죽어서도 영원한 고통에 시달리리라!!!"
"맨날, 맨날, 맨날 똑같은 패턴 지겹지도 않냐? 아까부터 계속 내가 죽고나면 뭐뭐하겠다고 공약을 거시는데요. 일단 죽이고나서 국을 끓이던 채를 썰던 하세요. 님이야말로 아가리로만 나불거리지 마시고."
"그래서 바로 지금 옥사건 네놈을 도륙내려 하고 있지않느냐!! 죽음의 구도자의 부름에 답하라 삼인의 추기경 데스엠페러GX, 아크리치MX, 와이번캡틴VX이여!!!"
세트가 내력이 아닌 영력이 담긴 사자후를 외치자 갑자기 고성 네크로폴리스의 지형이 급변하기 시작한다. 아직 언데드 병력과 판데모니어므이 악마들간의 전쟁이 끝난 상황이 아니였기때문에 적지않은 아군 희생자(추락하거나 찡기거나)가 발생했지만 세트는 조금도 게의치않는 듯 했다.
언데드 병사를 소모품 취급하는건 나나 저녀석이나 마찬가지라는건가. 아무튼간에 그렇게
고성 네크로폴리스의 지형이 변화하면서 등장한 15층 아파트 크기의 관짝 3개에 나는 한껏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저 관에 공간확장술법이라도 걸려 있는 날에는 희생당한 언데드 병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규모 군단이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각각의 관짝에는 1:1 사이즈로 맞춰진 언데드 하수인들이 한기씩 들어있을뿐 공간확장술법같은건 없었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세 언데드 하수인 모두 몸의 일부가 기계장치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랄까. 아니 잠깐만 설마 이거 내가 시도 했다가 예산만 잔뜩 날리고 실패했던 기갑교룡(機甲蛟龍) 시리즈의 재림?
"어이어이 아무리 불멸자라고 해도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로봇공학분야의 최고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이족보행로봇을 로얄티도 없이 그냥 막 갖다써도 되는거냐? 뭐 어차피 겉만 번지르르한 깡통장난감일게 뻔하지만."
"후후후후훗. 과연 그럴까? 이 삼인의 추기경들은 본래도 충성스럽고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내 언데드 부하들이였지. 그런 그들이 태엽거인 타이탄 장인인 딥 드워프 노예들의 개조를 받아 진정한 마스터피스로 재탄생한 것이다. 정말로 이들이 깡통장난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래 어디 한번 그 공격을 몸으로 받아보거라! 데스엠페러GX, 내가 옥사건 녀석의 영혼을 묶어둘동안 저 놈의 본체를 두쪽으로 쪼개버려!!"
위이이이잉칙!
세트의 고함과 함께 3인의 추기경(Cardinal)중 하나인 거대한 중장기병의 꺼져있던 동공에 불이 들어온다. 타워쉴드와 한손검으로 무장한 그 거대 중장기병은 누가 로봇아니랄까봐 절도있는 발걸음으로 관에서 걸어나오더니 내 본체가 있는곳으로 직행해 나갔다. 거기서 한술 더 떠서 말이 한손검이지 웬만한 대검보다 수십배는 큰 검에 암흑검기까지 피어올리니 그 위압감은 이루말할 수 없을정도였다.
아무리 적은 힘으로 큰 힘을 받아내는 사량발천근의 달인인 에녹이라고 해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체급차이였기 때문에 나는 다급히 인벤토리를 호출했다. 그러나 아무리 명령어를 정확히 발음해도 보이지 않는 아이언 메이든, 에보니 메이든 그리고 크림슨 메이든 삼종세트. 뒤늦게 인벤토리는 아바타 귀속이란걸 깨달은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에녹에게 소리쳤다.
"에녹 어서 인벤토리 열어서 니가 쓸 검이랑 관짝 다 꺼내놔."
"하, 하지만 누시아님을 이런 혼전 상황에 부를 수 는..."
"뭔 개소리야 이 시부럴새끼가. 내 부하가 누시아 한명뿐이냐? 그리고 누시아를 소환한다고 쳐도 무슨 그녀석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철부지 아가씨도 아니고 언제까지 그렇게 어화둥둥 내 새끼마냥 감싸고 돌건데!! 펜싱검을 후장에 쑤셔넣기전에 닥치고 어서 블러디 카타나, 아슈켈론, 아발란체 꺼낼 수 있는 무기는 다 꺼내서 내 육체를 지키란 말이닷!!!"
"명을 받들겠습니다, my master."
펜싱 더 에테르(Fencing The Aether) 격(擊)
템플 스워드맨쉽 BB(Black Belt). 제 3 절 헌드레드 쓰러스트
에녹이 데스엠페러GX의 건곤일척의 일격을 맞기 직전 내게 관 두개를 집어던졌다. 그런데 그 관이란게 아이언 메이든과 크림슨 메이든이 아닌가. 노골적으로 누시아가 거주중인 에보니 메이든을 제한 모양새였기에 나는 화가 꼭대기까지 치솟았다.
그래서 항문에 펜싱검을 꽂아주겠다는 욕은 애교로 느껴질정도로 끔찍한 패드립을 일방 장전
및 발사하려는 순간 에녹의 육체(내것이기도 한)가 형편없이 튕겨져 나갔다. 딴에는 에테르 웨폰을 다수 복제해서 헌드레드 쓰러스트를 쾌(快)를 기반으로한 환(幻)의 검술에서 탈피시키려 했던것 같은데 기본 영력자체가 높지않은 에녹이였기에 데스엠페러GX의 단순하지만 강(强)력한 검격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아니 저 에녹 호구 자식이 혼자 삽질하지 말라니까..."
"네놈이 본체로 돌아가게 나둘성 싶으냐! 쿠와아아아아아아아!!"
파닥파닥파닥파닥.
미우나 고우나 현재 내 육체의 제어권을 가지고 있는건 에녹이였기에 내가 다급히 커버를 칠려는데 세트가 그 기회를 놓치지않고 입을 활짝 벌렸다. 이전처럼 진공청소기처럼 날 빨아들이려는줄 알았으나 이번에는 그 반대였다. 오히려 날숨을 깊게 내쉬더니 자신의 미니어쳐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해골나비를 수백, 수천마리씩 내뿜었던 것이다. 딱봐도 성가시기 그지없는 기술이였기에 나는 셰이드크롤러가 머금고 있던 판데모니엄의 군주 마몬을 끌어냈다.
"오시리스 준비해요! 지금 당장 화신 모드로 들어갈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어줄테니까. 저 버릇없는 동생을 형이 직접 좀 두들겨 패달라고요."
'화신의 매개체라니? 설마 자네 악마들의 군주를 정령견신의 매개체로 삼을 셈인가? 아무리 의식을 잃었다고해도 그것은 극히 위험한...'
"아무리 위험해도 지금 상황보다 위험할까요? 그냥 좀 나오라면 나와요. 언제까지 뒷짐지고 이 상황을 구경만하고 있을겁니까!?"
지옥군주(地獄君主) 마몬 제 2형 정령견신(精靈犬神) 오시리스(Osiris)
정령신들이 선물한 정령왕관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혼에 어둠의 기운을 덧씌우는게 너무나 손쉬워진 나는 초대량의 마기를 무려 판데모니엄의 군주급 악마에게 부여하는데도 아무런 장애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속전속결로 정령견신의 술법을 완성한 나는 내 영혼속에서 뭔가 기묘한 기운이 빠져나가는듯한 감각을 맛봄과 동시에 미니 해골나비떼의 습격을 받았다.
무슨 모기도 아니고 내 몸에 달라붙어 영력을 빨아당기려하는 녀석들을 서둘러 떼어내려는데 갑자기 주변에 잿불이 흩날리더니 해골나비들이 싸그리 타죽기 시작했다. 전신근육이 풍압에 찢겨나갔던 마몬이 정령견신의 술법을 빌어 새롭게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는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