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75화 (475/599)

<--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나는 커스(커럽티드 스핑크스)가 앙증맞은 사자손으로 떼어준 호리병 목걸이를 낚아챈 뒤 조금의 지체함도 없이 바로 내용물을 코로 흡입했다. 그러자 진짜 마약을 흡입하기라도 한듯 정신이 몽롱해지더니 내 그림자와 데모닉 그리모어 진본에서만 보이던 공허충(空虛蟲)들이 사방팔방에서 보이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그림자가 지는곳이라면 그 어디든간에 징그러운 벌레놈들이 빼꼼하고 날 쳐다보는통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 세트는 어느새 헬하운드 수백, 수천마리를 토네이도로 몰아내고 이쪽으로 짓쳐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날개짓 한번에 구십번대 바람 술법에 준하는 토네이도가 연거푸 생성되니 얼티밋 언데드 폼의 육체라고 해도 갈기갈기 찟겨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형편없는 꼬라지로 종탑 2층 외벽에 쳐박힐뻔 했던 나였지만 예상밖의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스스로를 지혜의 대환수라고 밝힌 커스가 두 날개를 펼쳐 토네이도로부터 날 보호해준 것이다. 수수께끼를 두번이나 맞춘것 때문에 내게 호감이 생겼나 싶었으나 커스의 목적은 애초에 니편내편을 가리네 마네 하는게 아니였다.

-낮잠자야되니까 내 보금자리에서 싸우지마아! 싸우려면 나가서 싸우란 말이야아!!

휘익!

위의 대사와 함께 나를 종탑 2층의 창문으로 집어던지는 커스. 그 위력이 어찌나 강력했는지 나는 언데드 식별용으로 추정되는 묘비를 열댓개나 박살내고 나서야 멈춰 설 수 있었다. 다소 거친방식이긴 했지만 어쨌든 세트와 본격적인 일전을 벌이기전 시간을 벌 수 있었던 나는 바로 상태창을 오픈했다.

[옥사건의 상태창]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월등한 재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그 어떤 독에 대해서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시체를 섭취해 신체를 재생할 수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정신오염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어둠속성의 데미지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블랙탈론을 통해 격투스킬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죽음의 장기중 뇌를 계승해 친화력[暗] 스텟을 얻었습니다.

무력: A(0/512)

마력: A(0/512)

영력: Ex(512/???)

친화력[暗]: Ex(0/???)

분명 호리병 목걸이의 크기 자체는 아뮤트들이 가지고 있던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바로 암흑 속성 친화력이 A랭크에서 Ex랭크로 상승하다니! 호재라면 호재였지만 아뮤트들의 호리병에 담긴 오시리스의 유해에는 불순물이 대부분이였다는 소리였기에 나는 허탈감을 느꼈다.

투탕카멘 이 자식 설마 호리병에 분필가루같은걸 섞어 놓은건 아니겠지? 라는 걱정도 잠시 어느샌가 종탑이라는 새장을 벗어나 벗어나 또 다시 자신의 덩치를 산만하게 늘린 세트가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기에 나는 한껏 긴장을 빨 수 밖에 없었다.

종탑 2층에서는 너무 정신이 없어 자세히 살피지 못했지만 커스보다 거대해진 세트의 화신체는 너무나 아름다운 무늬의 나비 날개와 그에 상반되는 해골 몸통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그 뒤를 부하들도 대동하지 않고 홀로 뛰쳐오는 마몬. 정말이지 군주보다는

전투에 미친 광견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작자였다.

"옥사건 네 이노오오오오옴! 신성한 데스스토커의 성지에 악마놈들을 불러들인게 바로 네놈이였구나. 어줍잖게 오시리스의 사도를 사칭한 대가를 치루게 해주마!!"

"이 양반아 양심이 있으면 신성한이란 수식어를 붙이면 안되지. 종교라고해서 다같은 종교인줄 아나."

"시끄럽다! 네놈의 영혼만큼은 무슨이 일이 있어도 무간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쳐박아주마!!"

신의 권능: 유체이탈(Power Words: Out of Body Experience)

보통 화가 난게 아닌지 판데모니엄의 게이트에서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악마들은 무시한체 오직 나를 1인 타겟으로 삼은 세트. 그런 그의 권능에 내가 아이언 메이든에서 스켈레톤 다이노스들을 꺼내 뼈의 방벽처럼 쓰려고 했던 나였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이였다.

웬고하니 이번 세트의 공격은 외상적으로 데미지를 주는게 아니라 육체와 영혼을 격리시키는 초법적은 주술이였던 것이다. 나 또한 뒤늦게 위화감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가 초점을 잃은채로 멍때리기를 시전중인 아바타를 발견해서 알게된 사실이였기에 돌아갈 타이밍을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사실 어떻게 본육체로 돌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사실 육체야 든든이 백업인 에녹이 있는데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으로 주인이 없어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었지만, 문제는 난생처음 육체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천둥벌거숭이가된 내 순결한(?) 영혼이였다. 죽음의 구도자, 세트를 눈앞에 두고 벌어진 일이였기에 더욱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세트가 건치를 자랑하던 해골의 입을 확짤 벌리더니 진공청소기처럼 나를 빨아당기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먼지 부스러기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있었으니 필시 저 풍압은 영적 존재에게만 적용되는게 분명하리라. 즉 이대로 얌전히 저 해골입으로 끌려갔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알 수 없다는 소리였기에 나는 에테르 웨폰을 소환했다. 영혼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마샬아츠 더 에테르란 무술의 가장 큰 장정줌 하나였다.

사이즈 더 에테르(Scythe The Aether) 착(着)

챠르르르르르륵!

영력입자로 만들어진 사슬다발이 후방의 묘실로 무차별로 뻗어나가 낫을 박아 넣는다. 그렇게 지지대를 마련한 나는 해골나비의 턱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벌려지는 와중에도 끝까지 저항했다.

"버러지같은놈! 쓸데없는 발버둥은 그만두고 어서 나락으로 떨어지거라!!"

'싫어 이 새끼야! 륭 사부를 따먹기전에는 절대 죽을 수 없다아아아아아!!'

그러나 그러한 저항도 잠시 사슬낫을 박은 묘실들이 쩍쩍 갈라지면서 나는 세트의 화신체인 해골나비쪽으로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는건 난생 처음이였기에 내가 오시리스를 목놓아 부르려는 순간 해골나비가 드리운 그림자에서 공허충들이 떼로 솟아올라 빨려들어가기 직전이였던 나를 잡아당겼고 내 시계엔 암전이 드리워졌다.

* * * *

"한참 바쁜 와중에 정령신들을 왈큐레 전당으로 불러들여서 미안하군요."

"흥! 우리 잘난 대속성 빛의 정령신 루님께서 부르셨는데 우리같은 중속성 정령신들이야 바로 달려올 수 밖에. 그래서 이번에는 또 무슨 용무로 우릴 부르셨을까?"

"어둠의 정령신 후보가 탄생했기에 다른 정령신들의 의견을 구하려고합니다."

"어둠의 정령신? 그렇다면 우리를 부를게 아니라 어둠의 소정령들이 투표를 하든 난투를 벌이든 알아서 하게 냅둘 문제 아닌가?"

"일반적인 상황이였다면 그렇게 하는게 맞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상황이 복잡해요. 불멸자가 아닌 필멸자중에서 어둠의 정령신 후보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필멸자중에서 정령신 후보가 나왔다고? 뭐야 그게. 불멸자가 인간으로 환생했다던가 뭐 그런거 아니야?"

"흐으음. 자세한건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그 케이스가 아니라 불멸자의 유해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어둠의 정령신 후보 최소 조건을 만족한것 같더군요. 사실 이런 특이 케이스의 필멸자를 입후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어둠의 정령신이 공석이였던지라 빛과 어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서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빛과 어둠의 균형이 깨지면 우리 빛의 정령신 루님께서는 오히려 더 좋은거 아닌가? 더 강한 권능과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을테니 말이야. 유일한 대속성 정령신이라는 자리도 지킬 수 있을테고."

"아니 절대 그렇지 않아. 다른 속성들도 그렇지만 빛과 어둠은 특히나 그 균형이 깨질 경우의 반대급부가 치명적이다. 자칫 잘못하면 창세신이 우주전체에 걸어둔 빅뱅의 대권능이 발동해 차원전체가 초기화 될 수 도 있어. 그런 와중에 권력이나 권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면 더 토론할것도 없이 바로 신격을 부여해 버려. 뭐가 문젠데?"

암전된 시야가 다시 밝아졌을때 나는 파워레인저를 연상시키는 오샌찬란한 쫄쫄이들이 원탁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투명한 분수, 무지개 그리고 난생처음 보는 꽃들이 가득한 이 주변 풍광을 봤을때 세트가 언급한 나락(那落)에 내가 떨어진건 아닌거 같아 안심이 됐지만 한편으론 온통 낯선 것 투성이라 당황을 금할 수 가 없었다. 설마 이 자식들이 말하는 어둠의 정령신 후보란게 나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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