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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471화 (471/599)

<--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라이프 베슬(Life Vessel), 그것은 간을 빼돌린 별주부전의 토끼처럼 리치가 지신의 생명의 근원이 담긴 그릇을 따로 보관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로 강령술사라면 모를 수 가 없는 물건이였다. 보통은 리치가 되기 직전 자신의 심장을 마정석화 시켜서 라이프 베슬을 만드는게 보통인데 뇌를 매개체로 쓴게 이상하긴 했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라 내가 1000명의 주교들의 목숨줄을 쥐게 되었다는 점이다.

막말로 내가 지금 여기서 리쿤다룬을 소환해 전술핵폭탄 하나만 터트려도 지금 지구를 침공중인 언데드 군단은 몰살이나 다름없었다. 단 한명 죽음의 구도자, 세트를 제외하고 말이지. 그렇기에 나는 지금 당장 리쿤다룬을 소환하기 보다는 잠시 뜸을 들이면서 여러가지 구도로 큰 그림을 그려보았다.

아까 말했듯이 트롤왕 리쿤다룬을 소환해 여기다가 전술핵폭탄을 설치한 뒤 고성 네크로폴리스를 빠져나가면서 기폭버튼을 누르고 바로 갓핸드와 세트의 전장에 합류한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였다. 허나 더 좋은 그림이 있었으니 바로 1000명의 주교들의 목줄을 쥔김에 녀석들을 협박해서 세트와 대립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간단하지는 않았지만 성공만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손안대고 정액뽑기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기에 나는 벌써부터 심장이 터질듯 두근거리는 기분이였다. 좋아 그렇다면 이번에도 물어보면 뭐든지 답해주는 척척박사 듄 선생님에게 자문을 구해보실까?

"듄 선생님 여기보세요. 제가 마침내 종탑 3층까지 가볍게 돌파하고 세트의 개인 예배실에 도착했더니 럴수 럴수 이럴수가 뇌가 통채로 담긴 시험관이 무려 1000개나 있네요? 그런데 그 중 하나에 듄 선생님의 이름이 새겨져있는데 어디 한번 샘플로 하나꺼내서 해부를 해볼까요?"

-뭐, 뭐라고? 그, 그러면 안돼!

"왜 안돼는데요? 이 시험관들의 정체과 뭔지 알아야 제가 세트를 타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혹시 듄 선생님은 이 시험관의 정체가 뭔자 알고계시는겁니까?"

-그, 그게... 그러니까 알것같기도 한데 정확하지는 않고 분석을 해봐야할것 같은데."

"그러니까 분석을 이해서 해부를 해봐야하는것 아니겠습니까, 듄.선.생.님?"

-으으으으... 그 뇌가 담긴 시험관의 정체는 라이프 베슬이야, 라이프 베슬! 너 이 자식 알면서도 날 놀리려고 수술도구도 없으면서 해부가 어쩌니 저쩌니 한거지!!

"당연하지 이 새끼야! 내가 명색이 일류 강령술산데 라이플 베슬도 못알아보겠냐? 그러니까 내가 사슬을 풀어줬을때 즉각 세트의 본거지가 옥사건님께 넘어간걸 알아보고 충성의 절 한번을 올려었어야지 임마. 이 인생이란게 말이야 자기 실력이 안되면 연줄이라도 잘 타야하는거야."

-저, 정말로 절을 하면 네편으로 껴줄거냐?

"얼시구? 이 자식이 지금 간보는중이냐? 뭐 두개골밖에 남지않은 놈이 절은 됐고 지금 당장 신앙 네트워크 연결해서 나머지 주교들에게 알려라. 세트 코인은 오늘부로 떡락했다고!"

-코인? 떡락? 그런 이상한 용어로 주교들을 설득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마라. 주교들중에는 나처럼 그저 영생의 권능만을 바라고 데스스토커 교단에 입단한 자들도 있지만 광신도처럼 세트님에게 충성을 다하는 자들도 심심치 않게 있다. 그리고 내 신성 네트워크 채널로 그런 개소리를 했다간 본론으로 들어가기도전에 세트님이 내 영혼을 소멸시킬거라고.

리치 듄이 두개골밖에 남지 않은 주제에 극심한 공포감을 드러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 쫄보 자식은 딱히 나로 라인을 갈아타고 싶다거나 한게 아니라 그냥 죽기 싫어서 그때 그때 임기응변식으로 아무말이나 내뱉고 보는것 같았다. 영 미덥지 못한 모습이였기에 나는 이번엔 사이킥 마스터의 사슬을 풀었다.

"파하아, 빌어먹을 아크리퍼 자식! 사람을 사슬로 묶어놓고 악세사리처럼 끌고다니는게 너희 강령술사들이 사람다루는 방식이냐!?"

"사람 뇌를 무슨 인삼주 담그는것 마냥 뽑아다가 전시해두는 네녀석한테 그런 말을 듣고싶지는 않아. 잔말 말고 지금 앞에 있는 뇌들간의 정신 네트워크를 간섭할 수 있는지나 한번 봐봐."

"하아? 뜬금없이 정신 네트워크라니 그게 무슨... 이, 이 시험관들은?"

"지구를 침략한 1000명의 리치들의 라이프 베슬들이지. 이 옥사건님께서 또 한번 눈부신 활약을 해줬달까?"

"뭐, 뭐라고!? 그런데 왜 저 라이프 베슬들을 가만히 나두고 있는거야? 지금이라도 내 염동력으로 모조리 박살을..."

"어이어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중생아. 1000명의 주교들을 처치하면 뭐하냐? 데스스토커 교단의 교주이자 영혼을 관장하는 불멸자 세트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당연히 리치놈들을 구슬려서 제 주인인 세트를 물게해야지. 지구에서 세뇌 좀 해봤다는 분이 사고력이 그것밖에 안돼?"

"이이익! 오케이, 오케이. 이번만큼은 아크리퍼 네 말이 맞는듯 하니 얌전히 따라주도록 하지. 하지만 언데드 군단을 지구에서 몰아낸 다음에도 내가 고분고분 네 말을 따라줄거라 생각하진 마라."

한껏 퉁명스러운 티를 팍팍 내던 사이킥 마스터가 자신의 미간에 중지와 검지를 갖다대더니 눈을 감고 정신집중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행동은 오래가지 못했으니 눈을 감은지 일분도 채 되지 않아 코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은 것이다.

"퉤에엣! 빌어먹을 아크리퍼 이 개자식아! 이건 평범한 정신 네트워크가 아니잖아! 제일 나이가 어린 놈이 100살인건 둘째치고 정신 네트워크 전체가 초월적인 단일정신체에 의한 통제를 받고 있어서 세뇌는 커녕 도리어 내가 정신이 집어삼켜질뻔 했다고!! 너 알면서 일부러 그런거지?"

"알면서 일부러 그랬다니 섭섭하구만.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서 직접 실험해봤다로 순화해주지 않으련? 아무튼 직접적인 세뇌가 안된다면 그냥 단순히 그 정신 네트워크에 내가 하고싶은 말을 전달하는것도 안되는건가?"

"그정도야 사이킥 안테나를 설치하면 가능하겠지만 어떻게 말로만 설득시켜서 사냥개들이 자기주인을 물게 할 수 있단 말이냐. 그건 괴벨스가 무덤에서 일어나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상대는 어리석은 대중이 아니라 1000살이 평균 나이인 리치들이라고!"

"흥! 역으로 그런 생각은 안해봤나? 1000살도 넘는 나이를 먹고도 삶에 미련을 못버려서 구질구질 질척거리는 놈들이기에 오히려 라이프 베슬을 갖고 협박하면 일반인 보다 더 쉽게 굴복할지도 모른다는걸? 그리고 괴벨스같은 선동가보다 팩트폭격으로 승부하는 내가 두수 아니 다섯수는 앞서있으니까 넌 내가 하는말이나 왜곡없이 전달하기나 해."

"후우우. 그 자신감이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자. 조금이라도 수틀리는 감이 있으면 난 염동력으로 여길 전부 쓸어버릴거야. 물론 아크리퍼 널 포함해서!"

"좋을대로. 물론 감히 아크리퍼에게 덤벼든 대가는 치뤄야겠지만."

사춘기 소녀처럼 반항기가 다분한 사이킥 마스터가 코피를 소매로 훔치며 이번엔 양 관자놀이에 왼손,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갖다대었다. 그렇게 일종의 인간 무전기가 된 그녀를 앞에둔 나는 가볍게 헛기침을 한뒤 미리 컨셉을 잡아둔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세트의 일천주교들은 들어라. 나는 오시리스의 사도 옥사건이라고 한다. 나는 감히 형의 재능과 지위를 시기하고 패륜범죄를 저지른 세트를 단죄하기 위해 현재 고성 네크로폴리스를 점령하고 너희들의 라이프 베슬 보관서 까지 장악한 상태다. 사실 마음같아선 오시리스를 배신하고 세트같은 놈에게 달라붙은 너희들을 전부 찢어죽이고 싶지만 오시리스님의 관대함을 빌어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고자한다. 살아남고 싶은 놈들은 지금 당장 세트에게 덤벼들어라. 어차피 라이프 베슬이 있는한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는 너희들이라면 그리 무리한 조건도 아닐터. Did you get it?"

-이게 도대체 무슨 소란이야. 어떤 채널의 이교도가 감히 상황히 혼란한 틈을 타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이야?

"야 듄 저 새끼 이름 뭐야?"

나는 잠시 사이킥 마스터의 정수리에서 입을떼고 리치 듄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동료의 이름을 팔아치우는 기회주의자 녀석.

-으음 아무래도 부두술을 전문으로 하는 요단 주교인것 같은데?

"오케이, 요단 너 이새끼야. 유언비어를 퍼트리는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고요. 바로 요단강 건너주시고요."

-저 말투를 보거라. 오시리스의 사도가 지금 살아있을리도 없거니와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저런 경박한 말투를 쓸리가... 크어엌!

블랙탈론이 길죽하게 늘어나더니 요단이란 명패가 새겨진 시험관을 사정없이 꿰뚫어 버린다. 내가 아무리 아가리를 잘 털어도 1000명의 주교를 모두 포섭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였다. 그러니까 썩은 부위는 바로 그때 그때 도려내야지. 아니나 다를까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요단이란 리치가 신성 네트워크 채널에서 사라지자 다른 리치들이 동요하며 네 말의 진위에 관심을 가지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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