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70화 (470/599)

<--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1경 150조 1502억 30만 2878, 1경 150조 1502억 30만 2879, 1경 150조 1502억 30만 2880, 1경 150조 1502억 30만 2881...

"야 임마 여기 종탑 3층에 세트의 개인예배당이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가 어디냐?"

-1경 150조 1502억 30만 2882, 1경 150조 1502억 30만 2883, 1경 150조 1502억 30만 2884, 1경 150조 1502억 30만 2885...

"야 임마 내 말 씹냐? 잡졸중의 잡졸처럼 생긴게 감히 아크리퍼님의 말을 무시해? 너도 두개골이 쪼개져서 순대국밥 뚝배기로 쓰이고 싶지않으면 세트의 개인 예배당이 어딘지 빨리 말해!"

-1경 150조 1502억 30만 2886, 방... 해... 하... 지... 마... 라...

섬찟!

나는 가까이에서 보면 볼 수 록 종탑 1층의 스켈레톤 워리어(사실 장비만 놓고보자면 더 후줄근했다)와 다를바 없는 창병을 우습게 보고 죽창을 빼았으려 했다가 큰코를 다치고 말았다. 녀석이 평소 하던 맥아리 없는 창질을 45도 틀어서 한 순간 내 몸이 벽쪽으로 튕겨져 나가더니 보이지않는 못에 명치가 꿰뚫리기라도 한듯 양팔을 옴짝달싹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실제로 죽창의 형태를 한 검기가 못처럼 내 손바닥 정중앙을 꿰뚫고 있었는데, 사용자의 손을 떠나고도 이렇게 오랬동안 유지되는 검기는 난생 처음보는 형태였기에 나는 한동안 그 양상을 지켜봤다. 허나 내가 무공의 고수도 아니고 검기의 형태를 본다고 해서 그 무공의 연원을 알아내는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괄목상대를 이용한 속성 단기반 짭퉁 무림인의 한계랄까? 어쨌든 손바닥에 500원 짜리 구멍 좀 난건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내게 상처축에도 속하지 않았기에 나는 아예 손바닥을 강제로 찢어버렸다. 분수처럼 쏟아져나오는 녹색피가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되감기 한것마냥 다시 제 자리를 찾고 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주 잠깐 뿐이였지만 쌍두용왕(雙頭龍王) 모드를 사용하면서 안그래도 적지않은 영력과 마력을 소모한 상태에서 저 녀석을 홀로 상대했다간 세트를 대면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질것 같았다. 그렇다면 역시 여기선 염라와의 지옥특훈을 끝낸 륭 사부를 소환하는게 맞겠지? 안그래도 사신의 본좌에게 야매가 아닌 정식으로 배운 에테르 웨폰을 시험해보고 싶어 근질근질해 하는 그녀에게 이번 싸움은 좋은 기회가 되리라.

"륭 사부 도움!"

"이곳은 어디... 아니 의미없는 질문이였군. 어차피 연자가 본녀를 불렀다면 그곳은 싸움이 필요한 어딘가겠지. 왜 싸워야하는 질문같은건 무의미할뿐. 그래서 내 상대는 저 대나무 막대기같은걸 쓰는 해골인간인가? 흐으음. 딱히 타인이 쓰는 무기를 지적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염왕투의 상대로는 너무 빈약해보이는군. 일단 평소처럼 맨주먹으로 시작해볼까."

-1경 150조 1502억 30만 2887, 1경 150조 1502억 30만 2888, 1경 150조 1502억 30만 2889, 1경 150조 1502억 30만 2890...

"하루에 정권 100번 지르기같은 훈련을 하고 있는건가? 취지는 좋지만 한평생 그렇게 훈련해봤자 한계는 명확하다. 본녀도 그런 훈련을 열심히 한적이 있지만 결국 자신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인 상대와의 혈투보다 좋은 훈련은 없더군."

-나... 도... 안... 다... 하지만 지난 만년동안 나를 창을 잘쓰는자는 커녕 동수를 이룰만한 검사나 권사를 단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 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이 순간 목도하도록. 권의 극에 한없이 가까워진 본녀라는 권사를!"

마샬아츠 더 어퍼컷(Uppercut) 태양의 에테르, 양자결 발(發)

캉!

캉!

캉!

륭 사부의 주먹이 눈이 멀어버릴듯한 빛을 내뿜는가 싶더니 찰나의 순간 자칭 만년동안 수련을 해왔다는 해골창병과 수십번의 공방을 서로 교환했다. 사실 내 동체시력으로 전부 그 공방을 확인한건 아니고 주변의 벽에 새로운 구멍이 뚫리는걸 새아려서 대충 어림직작 했을뿐이였다.

구체적으로 어느쪽이 유리한 공방이 이끌어나가고 있는지조차 내 동체시력으론 요원한 일이였으니, 커럽티드 스핑크스의 저주가 남아 있어서가 아니라 둘의 공방이 음속과 승부를 다툴만큼 재빨른 탓이다. 그렇게 관측할 수 도, 간섭할 수 도 없는 싸움이 한동안 계속대다가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반대편 끝쪽으로 물러나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 사이로 죽창에 달려있던 대나무 잎사귀 하나가 하늘하늘 떨어져내리니 마치 무협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장면 같았다. 물론 륭 사부와 만년동안 수련해온 창병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한듯 했지만.

-너... 는... 누... 구... 냐...? 내 평생 아녀자가 이 정도 무의 경지를 이룩했다는 사실은 풍문으로도 들어본적이 없다.

"무의 길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를 따지는것만큼 의미없는 일도 없지. 옛날사람답게 사고방식도 낡아있군. 창 다루는 솜씨 하나는 "

-그... 런... 가... 그렇다면 나 또한 여자라서 봐준다는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전력을 다하겠다.

"본녀도 원하는 바다."

-그전에 정식으로 나를 소개하도록하지. 내 이름은 노산룡. 과거 선사무림에서 요괴와 맞서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죽림대웅회의 1대 수장이였던 자다.

"본녀의 이름은 륭. 한때 라의 일족의 일개 족장에 불과했으나 이 두 주먹으로 수많은 부족들을 통일하고 지지않는 태양의 왕국을 세웠던 몸이다. 죽림대웅회란 곳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싸울 상대의 이름값으로서 부족함은 없겠지."

-세월이란 물결에 씻겨내려가 이젠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명예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 이상의 미사여구는 필요없으니 준비한 무기가 있다면 어서 들어라.

부웅, 부웅, 부웅!

그저 대나무 죽순에 불과한줄 알았던 노산룡의 무기에서 갑자기 10m도 넘는 검기가 양갈래로 뿜어져 나왔다. 덕분에 천장이고 바닥이고 할것없이 긁혀나갔지만 그는 조금도 게의치 않는듯한 모습이였다. 륭 사부도 그에 맞써서 염라가 몸소 제련해준 소울웨폰인 염왕투(炎王投)를 꺼내들었으니 이 싸움의 향방을 함부로 제단하기는 어려울듯 했다.

-그곳의 강령술사여 세트의 개인 예배당으로 향하는 통로를 천장에 만들어뒀으니 썩 사라지거라. 방해다.

"뭐 이 틀니도 닳아없어진 해골빠가지 새끼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설마 그럴일은 없겠지만 륭 사부가 불리해지면 난 2:1로 널 줘팰거야. 아니 다른 언데드 부하들도 소환해서 3:1, 4:1, 5:1 아니 10:1로 널 조질건데 내가 왜 자리를 비켜줘야하지?"

"연자여 나는 연자의 싸움에 관한 철학이 뭔지 알고 있기에 정정당당함을 강요하고 싶진 않아. 하지만 이번만큼은 본녀를 위해서 양보를 해주지 않겠나? 염라란 자와의 특훈도 그랬긴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무인과의 대련은 절대 흔치않은 기회일세."

"하지만 륭 사부, 이번 싸움은 단순히 제 개인의 자존심을 떠나서 지구의 운명이 걸려있는 싸움이에요. 정정당당을 추구하다가 인류 자체가 멸명해버리면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죠?"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지금 여기서 자리를 비켜주면 연자가 좋아하는 그, 그... 그걸 해주겠네."

"제가 좋아하는 그게 뭔데요? 정확히 말해봐요, 륭 사부."

"굳이 그걸 본녀의 입으로 꼭 말해야겠나?"

"나중에 륭 사부가 딴소리 할까봐 그렇죠."

"후우우. 그 남자랑 여자랑 침대위에서 하는... 세, 섹스말일세."

지금까지 단 한번도 평정심을 잃어본적이 없는 륭 사부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나는 그 갭모에에 지구멸망이고 나발이고 지금 당장 륭 사부의 바지를 벗어재낀 다음 뒷치기로 보지를 따먹고 싶은 심정이였지만, 설익은 밥이 제촉한다고 익는게 아니였기에 그녀의 엉덩이를 살짝 두들겨준 다음 바로 천장위로 솟구쳤다.

"그 약속 꼭 지키셔야합니다, 륭 사부."

대답은 따로 들려오지 않았다. 내가 자리를 뜨자마자 노산룡이 양갈래로 10m인 검기가 달린 죽창을 들고 파상공세를 해온 탓이였다. 하긴 건곤일척의 승부를 하려는 상대가 뜬금없이 성관계를 내기 대상으로 건다면 누구라도 참기 힘들 것이다. 만년동안 수련해온 창병이니까 저정도 참아준거지.

아무튼 노산룡이 예쁘게 별모양으로 짤라준 종탑 3층 천장을 통해 4층으로 올라선 나는 더 이상의 가디언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결국 세트의 개인 예배당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자세한건 더 살펴봐야 알겠지만 종탑 4층은 이공간이라 햇빛이 드는것도 아닐진데 사방에 커튼이 쳐져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수상한 점은 없었다. 여기저기 아무 성과없이 서성이길

10분여. 너무 뻔한 트랩같아서 손대고 싶진 않았지만 예의 커튼 말고는 아무 장치도 없었기에 나는 결국 모든 커튼을 활짝 열어재꼈다.

그렇게 공개된 세트의 개인예배당의 비밀은 다름 아닌 뇌가 담긴 시험관 1000개였다. 흡사 사이킥 마스터가 세계 각국 정상들을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한 공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괴이한 풍경. 하지만 초능력자가 아닌 강령술사의 관점에서 봤을때 이건 세뇌용 전두엽 적출같은게 아니였다.

'유레카! 그래 이건 세뇌용 전두엽이 아니라 1000명의 주교들의 라이프 베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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