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69화 (469/599)

<--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빌어먹을 팔타로스 독사녀석과 한몸을 쓰게되다니 아크리퍼 네녀석의 추악한 상상력에는 정말 두손두발 다들었다.'

'누가 할 소리! 마기가 뇌까지 퍼져올라것 광룡병이 걸린 녀석과 바로 옆에서 머리를 맞대게 되다니 나야말로 불쾌하기 그지없다.'

삼위일체 아크네메시스 모드의 버전업이라고 할 수 있는 쌍두용왕(雙頭龍王) 모드는 방금의 대화로도 알 수 있듯이, 마룡(魔龍) 쉐도우스틸 육체와 독룡(毒龍) 팔타로스의 머리를 결합해 만든 일종의 변종 키메라였다.

물론 팔타로스의 육체는 내가 블루아주 회장 사건때 완전히 소멸시켰지만 그 연구를 이어받은 아야사의 연구를 내가 또 이어달리기처럼 바톤을 이어받아 임시육체를 만들었고 호흡기관을 재현해 무려 애시드 브레스(Acid Breathe)까지 쏠 수 있었다. 불루아주 회장도 이루지 못한 염원을 내가 이뤄낸 셈이였지만 그것뿐이라면 내가 이리 호들갑을 떨었겠는가?

쌍두용왕 모드의 백미는 다름 아닌 드래곤 나이트의 혼백(魂魄)중 백(魄))에 새겨진 용의 인장이였다. 파트너 드래곤과 친밀도가 높을 수 록, 파트너 드래곤이 많을 수 록 놀라운 쌍생 시너지를 내는 이 스킬은 안그래도 강력했던 드래곤폼 모드를 초월괴수급으로 만들어주는 치트키나 다름없었다.

물론 제약이 아예 없는것 아니였다. 쉐도우스틸, 팔타로스라는 흉폭한 성격의 야생용 두마리를 이지를 제압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준채로 컨트롤을 해야했기에 영력소모도 심했고 마력소모야 더 말할 필요도 없이 끔찍했다.

그래서 혹여나 세트와 최종결전(절대 지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조금 시비를 걸다가 꼴같잖으면 들이박기 위한 싸움)을 하게 될 경우에만 꺼내려고한 카드였는데 본의 아니게 지금 공개하게 됐으니... 이래놓고 세트의 개인 예배당에 진입했는데 뭣도 없으면 나만 좃되는 상황이였다.

"우버리퍼 비켜라! 그 바늘같은 무기로 어디 손톱손질이나 할 수 있겠냐?"

"가죽이 너무 두꺼워서 칠방삭의 벡터재생산을 7단 일직선으로 뻗어도 급소가 닫지않는군. 상성이 좋지않은 상대니 일단 물러나겠다. 아크리퍼 네놈이 날뛰기에도 그편이 낫겠지?"

"알면 어서 비켜!"

-나랑 좀 더 놀다가아!

커스(커럽티드 스핑크스)가 뒤로 후퇴하는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를 붙잡기 위해 처음으로 날카로운 발톱을 뽑아들었다. 지금까지 커스가 설렁설렁 싸워왔다는 사실이 증명된 가운데 나는 도데카 코어의 마력기관을 예열하면서 애시드 블레이드(Acid Blade)를 사용할 준비를 했다.

팔타로스의 호흡기관을 삼지족에 이전하면서 고출력의 산성 브레스를 연속해서 쏟아넣는 이 기술은 그 동안 암흑속성의 적에게는 데미지가 경감되는 쉐도우 블레이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사실 커스가 어떤 속성의 하수인인지는 아직 드러난 바가 없었지만 적어도 산성면역인 적일리는 없었기에 안전빵으로 이 기술을 고른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주효했다. 자신의 덩치에 비하면 벼룩이나 다름없는 우버리퍼를 쫓다가 헛손질을 한 커스의 발바닥에 애시드 블레이드가 정타로 꽂힌 것이다. 그렇게 강철이야 말할것도 없고 화이트 티타늄(백토성의 특산물)도 녹여버릴만한 산성물질의 응집체가 두꺼운 털가죽을 뚫고 살갗에 닿은 순간 종탑을 떠나갈듯한 비명이 울려퍼진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따가워, 따가워, 따가워, 따가워!!

백화점에서 로봇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초딩처럼 배를 뒤집고 누워서 난리를 치는 커스. 데미지가 들어간것은 분명했으나 내가 기대한 그림은 이정도가 아니였다. 최소한 앞발 하나를 자르고 시작하는걸 기대했건만 도대체 가죽이 얼마나 두꺼우면 바위도 녹이는 산성물질에 접촉하고도 살짝 데이는 수준에 끝난단 말인가?

'뭐가 문제인지 알겠군. 쉐도우스틸, 팔타로스 이 파충류 두놈들이 날 리스펙트하지 않기때문에 용의 인장 스킬이 제대로 효율을 보지 못하고 있는거야. 야 이것들아 싸움에서 이기고 싶으면 억지로라도 날 존중하는 마음을 갖춰라.'

'너같으면 존중하고 싶겠냐!' X 2

이때만큼은 서로 한마음 한뜻으로 거절의 뜻을 밝혀오는 두 드래곤. 나는 결국 믿을건 세치설검뿐이라는 생각에 쌍두용왕 모드도 해제하고 커스의 머리 앞으로 다가갔다. 상상을 초월한 맷집을 지닌 커스는 마침 애시드 블레이드에 긁힌 자신의 앞발을 혀로 열심히 햛고 있는 중이였다.

"자 이제 너와 나의 격의 차이가 어느정도인지 잘 알겠지? 사실 방금 나는 내 힘의 십분지일도 다 발휘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전력을 다했다면 네 앞발은 잘려나가고 다리 세개로 걸어다녀야만 했겠지. 그럼에도 자비를 베풀었으니 네놈도 그에 상응하는 예의를 갖춰라. 종탑 3층으로 향하는 출구는 어디있지?"

-햝짝햝짝! 종탑 3층 입구라면 내 입인데?

"이게 지금 나랑 장난하냐? 아직도 농담따먹기할 기운이 남았다면 이번에먀말로 서로 전력을 다해서 맞붙어보자."

-으으으 난 이제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 그리고 3층 입구가 내 입이라는건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야. 종탑 3층부터는 아예 다른 이공간에 있기 때문에 내 입과 연결된 특수한 게이트를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다고.

"그래서 지금 나보고 사자 아가리속에 제발로 걸어들어가라는거냐? 흐으음. 좋아 그렇게 해주지. 대신 나중에 거짓말인게 들통나면 니놈의 위장속으로 들어가서 오장육부를 전부 갈기갈기 찢어주마. 아무리 가죽이 두꺼워도 내장까지 보호해주지는 않을거다."

-정말이라니까. 나도 너처럼 이상한 독이랑 산성을 내뿜는 인간을 삼키고 싶은 생각같은건 없다고. 아참 그런데 내 다리가 세개가 될뻔해서 생각난 옛날 수수께끼인데 아침에는 네 다리로, 낮에는 두 다리로, 밤에는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이 뭐게?

"인간이지, 인간 임마! 해설까지 겻들어주랴? 갓난아기때는 네발로 성인이 되서는 두발로 노인때는 지팡이까지 합해서 세발로 걷는걸 아침, 낮, 밤이라는 시간적 흐름에 비유해서 만들어진 고전중의 고전 수수께끼지."

-딩동댕! 으흥흥흥흥흥흥흥! 이걸로 나중에 세트 아저씨한테 혼나지는 않겠네. 수수께끼를 맞추긴 맞춘거니까. 자 어서 3층으로 올라가. 아아아아~

커스가 입을 활짝 벌리자 확실히 목구멍 너머로 뭔가 공간왜곡이 일어난듯 목젖 대신 계단이 보이고 있었다. 나참나 저딴 곳에 출구를 만들어 두다니 취향한번 고약하군. 보안면에서 보자면 괜찮은 장소긴 하다만.

뭐 어쨌든 이렇게나마 찾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에 나는 재빨리 커스의 아가리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생각지도 못하게 종탑 2층에서 시간낭비, 자원낭비를 잔뜩했기에 일분일초라도 더 아끼고 싶은 심정이였다.

그렇게 도착한 종탑 3층은 2층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였는데 다만 다른점이 하나 있다면 누가 벽에 못을 박기라도 했는지 작은 구멍이 빼곡하게 차있었다는 점이랄까. 만약 환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겁해서 다시 발을 돌릴만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자 그럼 이쯤에서 물어보면 뭐든지 대답해주는 척척박사 듄 선생님을 불러보실까.

"듄 선생님 제가 모든 역경을 힘겹게 돌파하고 마침내 종탑 3층에 도착했어요. 3층에는 어떤 가디언이 있는지 좀 알려주세요."

-거, 거짓말... 커럽티드 스핑크스는 세트님께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지혜의 대환수이거늘 네놈처럼 근본없는 강령술사까 어찌 통과를 했단 말이냐?

"근본이 없기로니와 수수깡보다 못한 육체를 지닌 우리 듄 선생님만 할까요? 시덥잖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종답 3층에는 어떤 가디언이 있는지나 말해. 두개골을 반으로 쪼개서 돼지국밥 뚝배기로 쓰기전에."

-그건 나도 모른다. 애초에 세트님의 개인 예배당이 왜 출입금지 지역으로 설정된줄 아느냐? 호기심에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가 아예 영혼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주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주교들 사이에서는 만년동안 수련한 창병이 있다는 소문이 잠깐 돌긴했지만 애초에 그건 말이 안돼. 불멸자가 아니고서야 데스스토커 교단의 역사 보다 오래된 존재같은게 있을리가 없으... 우우웁!

"만년동안 수련한 창병이라니 확실히 터무니없긴 하군. 그렇지만 터무니없는걸로 따지면 커럽티드 스핑크스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조심해서 나쁠건 없지."

나는 일분일초라도 아껴야 한다는 마인드에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로 전략을 수정한 뒤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어떤 편집증 한자가 그런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바닥, 천장 가릴것 없이 벽의 못자국이 점점 빼곡해지는 가운데 어느 강당의 중심에서 스텔레톤 워리어 한마리가 잎사귀가 달린 죽창 하나를 힘없이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뭐야 설마 저게 만년동안 수련한 창병의 정체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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