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무슨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것도 아니고 지 혼자 넌센스 퀴즐 내고 지 혼자 웃어재끼는 커럽티드 스핑크스의 행태에 나는 어안이 벙벙할 수 밖에 없었다. 허나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이지 않는 이상 저 녀석을 무찌르거나 퀴즈를 맞추는 것 외에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수단이 없는듯 했기에 고민하는 척이라도 할 수 밖에 없었다.
"웨이트리스가 테이블 위로 서빙을 했는데도 먹을 수 없는거라면... 혹시 접시?"
-땡! 땡! 땡! 정답은 탁구공이였습니다아! 으흥흥흥흥흥흥흥!! 테이블 위로 서빙을 했는데 먹을 수 가 없는게 탁구공이래. 내가 만든 퀴즈지만 너무 재밌어. 으흥흥흥흥흥흥!! 아참 재밌는건 재밌는거고 첫번째 수수께끼를 틀렸으니까 저주를 내려야지. 어디보자 처음이니까 가볍게 발기부전의 저주를 내려볼까?
"뭐, 뭐라고!? 발기부전의 저주? 스탑, 스탑, 스탑!"
-스탑, 스탑, 스탑? 스탑을 세번 외치면 3정거장 후에 내려주세요. 으흥흥흥흥흥흨! 진짜 내 유머 순발력은 미친다니까.
"작작해 이 미친새끼야!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웃기지도 않는 썰렁 개그나 쳐대면서 너 혼자 웃어재끼면 재밌냐?"
-뭐어어? 나보고 미친 새끼라고? 난 파친 새낀데? 으흥흥흥흥흥흥흥흥! 나 죽네 나 죽어. 으흥흥흥흥흥흥!
"아 됐고 다른 저주는 몰라도 발기부전의 저주는 절대 받을 생각 없으니깐 3층 출구를 내놓던지 아니면 그냥 죽어라!"
나는 더 이상 이 커럽티드 스핑크스를 상대하는게 시간낭비일뿐이란걸 깨닫고 리치 듄을 제압할때처럼 사슬낫을 다발로 뽑아냈다. 상대의 덩치가 덩치였기에 그 개수는 수십 다발을 넘어 수백, 수천다발에 이르렀고 결정적으로 적의 포박이 아닌 섬멸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게 달랐다.
궁기옥쇄겸 영식(零式) 죽음의 무도(Death's waltz) 영자결 발(發)
그렇게 커럽티드 스핑크스를 수천다발의 사슬낫으로 꽁꽁 싸맨 뒤 도르래의 원리로 갈기갈기 찢어발기려는 그때 녀석이 있는지도 몰랐던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더니 모든 사슬낫을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사슬낫의 형태를 한 이 에테르 웨폰엔 일종의 영혼을 압박하는 형태의 에고(Ego)가 담겨있음을 고려하면 이는 실로 놀라운 일이였다.
고성 네크로폴리스의 비밀이 담긴 종탑의 가디언이니 어찌보면 이정도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시종일관 어디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굴던 커럽티드 스핑크스였기에 그 놀람운 한층 더 배가 되었다. 파마때문에 우스꽝스러워 보였던 사자머리도 이제보니 위압감이 느껴지고 이거 레이드할려면 고생 좀 하겠는데?
-난 싸움같은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왜냐면 싸움을 하는동안에는 수수께끼를 낼 수 가 없잖아. 그러니까 얌전히 내 백한가지 수수께끼 시리즈를 모두 듣도록 해. 발기부전의 저주는 내리지 않을테니까.
"웃기지마! 뭐 백한가지 수수께끼? 내가 그런 시시껄렁 농담이나 계속 들어주고 있을만큼 한가해보이냐? 닥치고 진지하게 덤벼라."
-흐으으으음. 정싸우고 싶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발기부전의 저주는 아니더라도 굼벵이의 저주를 내릴 수 밖에!
파밧!
커럽티드 스핑크스 줄여서 커스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가 일순 눈이 부실정도로 번쩍이더니 내 몸을 사이한 기운으로 감싸버렸다. 나는 진즉에 이상함을 느끼고 회피동작을 했지만 눈과 눈이 마주치는걸 피하는건 코앞에서 총알 피하는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였다.
당장 특별히 몸에 이상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뭔가 수작을 부려논건 분명했기에 내가 급히 전신을 손으로 매만지는데 두 손의 움직임이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것처럼 느릿느릿하다. 손가락 하나를 까닥하는데도 한 세월이니 답답해 미칠것 같은 와중에 커럽티드 스핑크스는 마치 풀악셀 덤프트럭처럼 내게 돌진해오니 난 형편없이 종탑 외벽에 쳐박힐 수 밖에 없었다.
콰과과과과과과광!!!
일단 공격을 허용한건 허용한거고 추가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선 몸을 추스려서 회피기동을 해야했는데 아직까지도 손가락이나 밍기적거리고 있으려니 속에 천불이 나서 미쳐버릴것 같았다. 차라리 발기부전의 저주를 받을걸 그랬나? 아니지, 아니지 그건 절대 안돼지.
'야 요슈아 지금 내 몸상태가 왜 이런거야?'
'아 그게 아무래도 동체시력과 관련된 저주가 시신경으로 스며든것 같습니다, 주인님.'
'시신경? 아니 나한테 사령안이 있는데 도대체 왜 저주가 통한건데?'
'소, 송구스런 말씀입니다만 아무래도 저 커럽티드 스핑크스란 존재의 마안이 사령안 보다 상위의 마안이기 때문이 아닐런지.'
'뭐라고? 이런 씨부럴. 아무리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지만 천하의 아크리퍼가 저주에 시달려서 제대로 전투 한번 못해본다는게 말이 돼? 뭐 방법 없어?'
'일단 제가 어떻게든 저주를 몰아낼려고 힘쓰고 있습니다만 눈을 마주칠때마다 저주의 지속시간이 갱신되고 있어서 쉽지가 않습니다. 일단 잠시 눈을 감고 커럽티드 스핑크스와 시선을 마주치는걸 피하면 어떨까요? 주인님의 육체라면 그 잠깐동안 공격당한다고 큰일 나는것도 아닐텐데'
'아니 이게 지금 그걸 말이라고... 아악!'
나는 속편한 소리나 하는 요슈아에게 한소리 해주려다 갑자기 전신을 압박해오는 사자발 꾹꾹이에 소리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이 빌어먹을 커스 자식은 끝까지 진지하게 싸울 생각없이 나를 앞발로 굴렸다 뒷발로 굴렸다 장난을 치는데 마지막 인내심이란 기타줄이 뚝 하고 끊어지는 기분이였다.
-어때? 이제 내 수수께끼를 풀어보고 싶어지지 않아?
"전혀. 어차피 그 같잖은 수수께끼를 틀렸을때마다 저주를 받는다면 차라리 지금 네녀석을 제압하는게 정공법일터. 감히 아크리퍼의 콧털을 건든 대가를 치루게 해주마!"
흑단관구(黑檀棺柩)에 잠들었던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Blind)
묘지기의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현현(顯現)하라
다행히도 내 몸이 내 몸같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혼의 속삼인은 가능했기에 나는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를 호출할 수 있었다. 내게 사령안을 강탈당해 장님이 된 그라면 요슈아가 커스의 저주를 몰아낼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벌어줄 수 있으리라.
"아크리퍼 네녀석은 항상 상황이 궁핍할때만 날 부르는것 같군."
"아앙? 그럼 상황이 궁핍할때 부르는거지 여유 있을때 부하들을 왜 소환하냐? 그리고 애초에 네녀석의 사령안이 상대의 마안보다 하위등급이라서 상황이 이렇게 된거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지? 사령안 보다 상위등급의 마안이라니 그런게 있을리가..."
-장님이 강한지 약한지 시험해보는 것은? 블라인드 테스트!
그드드드드드드드드득!!
커스가 무슨 파리잡듯 휘두른 앞발에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가 튕겨나가 내가 쳐박혔었던 종탑 외벽에 똑같이 뒹굴었다. 눈이 없는 대신 청각이나 육감같은 감각이 극도로 발달한 우버리퍼였기에 보통 저런식으로 정타를 허용하는 경우는 잘 없었는데 확실히 커스 이 자식은 보통 까다로운 적이 아니였다.
"쿨럭쿨럭. 재미있군. 단 한톨의 살기도 담지않은 공격이라니.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른것인가 아니면 정말 누군가를 죽일 생각이 없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방금의 공격이 네녀석의 마지막 유효타가 될 것이다!"
-죽여버리면 내 수수께기를 풀어줄 사람이 없어져 버리는걸. 으흥흥흥흥흥흥!
커스와 우버리퍼가 제대로 맞붙었다. 확실히 눈이 없으면 굼벵이의 저주의 영향을 받지않는지 섬전처럼 움직이며 거대한 덩치의 상대방을 능욕하는 우버리퍼. 하지만 여기저기를 칠방삭으로 찔러봐도 커스는 간지러움을 느낄뿐 심각한 타격을 입지는 않은듯 했다.
그러다보니 마치 버들강아지로 장난을 치는 고양이 같은 모습이 연출되니 긴장감 급속도로 떨어진다. 허나 어쨌든간에 시간을 끈다는 당초의 목적은 충족되고도 남을정도였기에 나는 거듭해서 요슈아를 제촉했다.
'요슈아 아직 멀었냐? 마신의 세번째 눈이라메. 이정도 마안의 저주는 후딱 풀어야하는거 아니야?'
'조, 조금의 시간과 영력을 주시면 금방 풀 수 있을것 같습니다.'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해냈습니다! 제가 굼벵이의 저주를 풀었다고요.'
'다 죽었어, 이 빌어먹을 사자 자식! 내 부름에 답하라 길잃은 드래곤 나이트의 영혼이여 그리고 세계를 삼키려다 실패한 독룡이여.'
진'사령안 개안(開眼) ~카마이타치의 새벽~
내게 죽음을 당했지만 아직 혼백은 남아있는 두 영혼이 귀혼의 마안의 부름을 받고 이승에 재림한다. 그리고,
얼티밋 언데드 폼 제 4형 쌍두용왕(雙頭龍王) 쉐도우스틸X팔타로스X용의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