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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467화 (467/599)

<--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그르르르르르르르!"

"그럼 뒤를 부탁할게 마몬 군주 나으리."

마지막 네번째 판데모니엄 게이트까지 소환을 마친 나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진 예배당을 빠르게 벗어났다. 설마하니 마지막 게이트에선 판데모니엄의 군주가 직접 행차(다른 군주의 게이트에선 부하들만이 출동함)하실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고성 네크로폴리스 주둔세력과 판데모니엄 4대 군주세력을 충돌시킨다는 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셈이였다.

세트와 그의 주교들이 지구를 침공하러 내려갔기에 고성 네크로폴리스는 텅텅 비어 있을줄 알았거늘 애초에 주교들이 끌고나간 병력의 원천이 바로 이곳이였기에 사방팔방이 언데드 하수인 천지였으니 판데모니엄의 4대 군주세력과 협력하기로 한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내 아이언 메이든에도 개노답 3형제가 이끄는 다이노스 스켈레톤, 스펙터, 구울 삼종세트가 있긴 했지만, 이게 급하게 끌어모은 민병대라면 고성 네크로폴리스의 언데드 병력들은 대놓고 전쟁을 하겠다고 편성된 로마정예부대같은 느낌이라 정면충돌을 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던 것이다.

아무튼 그런 와중에도 내가 요리조리 잘 피하면서 판데모니엄 게이트를 열 수 있었던건 이곳의 지형이 내 집 안마당마냥 아주 익숙했기 때문이였다. 아니 고성 네크로폴리스를 방문한건 이번이 처음이면서 어떻게 그리 잘아냐고? 어찌된 영문인가 하니 이 고성 네크로폴리스의 지형이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의 사냥터인 네크로폴리스와 똑 닮아 있었던 것.

엔도미야가 세트의 본거지를 배껴서 만들었는지 세트가 VOT 온라인의 사냥터를 배껴서 본거지를 만들었는지 나는 모른다. 사실 전자일 가능성이 높긴했지만 닭이 먼저든 달걀이 먼저든 지금은 아무래도 좋은 일 아닌가? 중요한건 내가 세트의 개인 예배당이 어딘지 주변 지형을 보자마자 팟!하고 감이 왔다는 사실이였다.

'원래는 월영공 듀리스의 리스폰 장소였던 고성의 종탑 거기 말고 이 네크로폴리스에 완전밀폐된 장소같은게 있을리가 없잖아.'

곳곳에서 전쟁의 화마가 날뛰는 가운데 나는 겁도없이 내게 덤벼드는 데스나이트 경비와 피아식별을 못하는 식인악마들을 가볍게 무시해준 뒤 바로 고성의 종탑으로 직행했다. VOT 온라인의 사냥터와 완전 100%로 지형이 일치하는건 아니였지만 큼지막한 건물은 거의 비슷했기에 종탑까지 도착하는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종탑 1층 바로 앞에 대규모 언데드 부대가 도열하고 있다는 점이였는데 사방팔방에서 악마침공을 알리는 경고종을 울리고 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데스나이트는 둘째치고 스켈레톤 워리어까지 삐까뻔쩍한 타워쉴드와 장창을 장착하고 있었기에 억지로 돌파하기도 해매한 상황.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 리치 듄을 포박한 쇠사슬을 다시 풀어헤쳤다.

-이런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 세트님이 자리를 비웠다고해서 네크로폴리스를 침략해오더니 제정신인 것이냐?

"내 정신이야 가출한지 오래라서 찾는것도 포기했으니까 넌 닥치고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해. 저기 종탑 1층 부근에 있는 언데드 부대는 왜 경보종이 울리는데도 움직이질 않는거지?"

-말해줄 수 없다(종탑의 언데드 경비병들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얘기가 정말이였군).

"그래 잘 알았다."

-잘 알긴 뭘 잘아! 네녀석이 독심술이라도 쓴다는 것이... 우우웁!

다시 리치 듄을 사슬낫으로 김말이처럼 돌돌 말아버린 나는 다음 계획을 빠르게 구상했다. 저렇게 정예병력이 좁은 골목을 철통처럼 지키고 있을때 질낮은 언데드 하수인들로 물량공세를 하는건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별로 효율적인 전략이 아니였다. 그렇다면 이쪽도 맞불작전으로 정예병력을 내세울 수 밖에 없다는건데...

"골든메이든의 금의위들이 옥승상의 명을 받고 이 땅에 집합하라!"

"신 황일 옥승상의 명을 받고 천인의 금의위를 이끌고 도착했습니다. 명을 하달해 주십쇼."

"신 황이도 언제든지 신묘한 책략으로 옥승상을 보조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신 황삼도 언제든지 싸울준비가... 실례지만 따거 이 곳은 도대체 어디입니까? 곳곳에 사기가 가득합니다."

"가타부타 말않고 한가지 목표만 설정해주겠다. 저기 있는 저 해골뼈다귀들을 무슨 수를 쓰든간에 와해시켜서 내가 통과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라."

"신 황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금의위 전체 쐐기진 발동!"

금의위의 총대장인 황일이 황금빛 보검을 들어올리며 지휘를 하자 1000명의 강시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내게 뭔가 할말이 있는것 같았던 황삼 또한 절도있는 움직임으로 제 자리를 찾아갔으나 단 한명의 강시만이 약간 모자란듯한 행동을 하며 지휘체계에서 동 떨어졌다. 그

강시는 바로 귀혼강신법 시술중 부작용으로 인해 정신의 일부가 붕괴된 황천이였다.

"황천, 내 지휘에 따라라! 네 위치는 쐐기진의 가장 후미다!!"

"으으으으으으어. 사, 상대의 외부 방어가 강력할땐 내부에서 빈틈을 찾으라고 륭 사부가..."

"황천, 마지막 기회다. 어서 쐐기진의 후미로 들어가라. 이번에도 명에 따르지 않으면 참수해버리겠다!!"

"으어어어어어어. 무서워!"

황천은 마치 신병교육대대에서 관심병사나 할법한 행동을 반복하더니 끝내 부대를 완전히 이탈한채 홀로 적에게 돌진했다.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도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였으나 그 결과는 예상밖의 성과를 이뤄냈다.

황천이 코앞에 도달하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한 스켈레톤 워리들의 장창세례와 데스나이트들의 암흑검기를 호신강기로 받아내며 막무가내 돌진을 하더니 적진 한가운데서 자폭을 해버린 것이다. 나는 그 자폭이 팔륜성에 보았던 역천혈강시와 같은 형태의 종류인줄 알았지만 자욱한 연기가 가라앉고 난 후에 지켜본 결과 자신의 육체가 아닌 호신강기를 과부하시켜 터트린 모양이였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황천 저 자식이 륭 사부랑 대련을 몇번하더니 그 과정에서 저런 고급기술을 습득한건가? 뭐 사실 고급기술이라곤 해도 자기육체의 내구성이 호신강기 자폭의 위력을 버텨낼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말짱도루묵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견고했던 언데드 병력의 진형에 빈틈이 생긴 순간 황일이 그 기회를 놓치지않고 쐐기진을 한 금의위를 돌격시켰다. 그렇게 완벽한 진형붕괴를 유도한뒤 서로 뒤얽혀 난타전을 벌이는가 싶었으나 황일은 쐐기진에서 학인진을 진형을 바꾸더니 숫자만 놓고 보면 곱절로 많은 언데드 부대들을 체계적으로 공략해 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이게 지능을 가진 언데드 하수인과 지능이 없는 언데드 하수인의 결정적인 차이였으니 나는 사실상 승패가 결정되었음을 직감하고 바로 종탑 2층을 향하는 계단으로 질주해 나갔다. 센스 있게 그런 내 뒤를 엄호해주는 황삼. 아부가 좀 심한게 단점이긴 했지만 이래서 내가 녀석을 미워할 수 가 없다니까.

"2층에도 분명 뭔가가 있긴할텐데 이번에도 듄너석의 얘기를 한번 들어볼까. 어디보자. 야 종탑 2층에는 뭐가 있냐?"

-커럽티드 스핑크스. 침입자에게 수수께끼를 낸 후 맞추지 못하면 극악의 저주를 거는 지저의 괴수가 기다리고 있다.

"어라라? 웬일로 그렇게 순순히 다 말해주냐? 지금까지는 모르쇠로 굴더니. 오호라 이제보니 듄 너 이자식 세트녀석에게 줄을 대는것보다 나한테 줄을 대는게 성공의 지름길이란걸 눈치챈 모양이구나."

-웃기지 마라, 쥐새끼같은 인간녀석! 내가 순순히 종탑 2층의 가디언이 누군지 말해준건 절대 네놈이 그 위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충고 하나할까? 어찌어찌 운좋게 1층의 경비들을 따돌렸다쳐도 커럽티드 스핑크스에게 그런건 절대 통하지 않으... 우우웁!

"그거야 두고볼 일이지. 나도 충고 하나 하건대 라인은 빨리 갈아탈 수 록 좋은거야, 이 친구야."

지체없이 종탑 2층에 도착한 나는 리치 듄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종탑 2층서부터는 아예 위로 올라가는 계단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건 꽤 흥미로운데? 뭐 어차피 커럽티드 스핑크스라는 녀석을 두들겨 패면 알아서 3층으로 가는 입구가 어딘지 불긴 하겠지만.

-으흐흥. 이게 몇십년만의 외부인이야아? 너도 내 넌센스 퀴즈를 풀고싶어서 찾아왔니이?

"웬놈이냐!"

나는 말꼬리를 질질 끄는듯한 기분 나쁜 말투가 어둠속에 들려오자 재빨리 백덤블링으로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림자가 져서 시야의 사각인 종탑 구석에서 베히모스급의 덩치를 지닌 사자가 걸어나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연히 간담이 서늘한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으나 이 사자놈이 아줌마들이나 하는 파마를 하고 있었기에 나는 반사적으로 실소를 토할 수 밖에 없었다.

"풉! 네가 커럽티트 스핑크스인 모양이구나. 도대체 어느 미용실에서 했길래 그런 곱슬파마를 해준거냐?"

-으흐흥? 미용시일? 내 머리는 천연머리라서 한번도 손 대 본적 없는데에? 그것보다 너 내 넌센스 퀴즈를 듣기도 전에 벌써부터 웃으면 본게임에 들어갔을때에 버틸 수가 없을텐데에? 배꼽빠지게 웃을 준비는 됐니이? 자 그럼 몸풀기 퀴즈 들어간다아. 목은 있는데 머리는 없는것은 무엇일까요오오오오?

"목은 있는데 머리는 없는거? 그거 듀라한이잖아 임마! 문제를 내도 사령술사한테 꼭 그런 문제를 내야겠냐?"

-땡! 정답은 유리병이였습니다아~ 으흥흥흥흥흥! 내가 생각해냈지만 너무 재밌어, 으흥흥흥흥흥흥! 이러다가 내 배꼽이 빠지겠네, 으흥흥흥흥흥!! 내가 넌센스 퀴즈라고 여러번 강조했잖니. 한번만 더 그런 썰렁한 대답을 하면 무시무시한 저주를 내려버릴거야. 자 그럼 지금 부터가 본게임이다. 첫번째 수수께끼! 웨이트리스가 테이블 위로 서빙해도 먹을 수 없는게 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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