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대체 뭘 어쩔셈이지, 아크리퍼?"
"어쩔셈이긴 뭔 어쩔셈이야. 판데모니엄의 4군주들을 꼬득여서 이이제이를 노린다는 전법이지. 척하면 척하고 알아들어라. 눈치없는거 티내지 말고."
"판데모니엄의 4군주를 불어들인다고? 그딴 일이 가능했으면 아크데빌이 진즉에 했겠지! 네눈에는 차원이동이 장난으로 보이냐? 설사 판데모니엄의 군주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쳐도 그 대가는 어떻게 준비할건데? 악마들이 무슨 자선사업가인줄 알아? 못해도 세트보다 더한 요구를 해올거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세트는 죽은 인간을 판데모니엄의 군주들은 산 인간을 제물로 요구하는게 다르겠지."
"다 방법이 있으니까 그냥 좀 닥치고 있어, 사이킥 마스터. 째잘째잘 불만만 토해놓지 말고. 애초에 너야말로 아크데빌이랑 내가 급이 다르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잖아. 내가 1급 청정수라면 아크데빌은 3급 구정물이다. 한마디로 노는물이 다르다는거지."
"그래서 아리수 프로젝트인지 뭔지로 1조 달러에 가까운 돈을 써가면서 삽질을 한거냐? 아크리퍼 네가 차라리 그 돈으로 원거리 자주방공체계만 만들었어도 지금 전황이 100배는 좋아졌을거다!!"
"아 짜증난다. 너 그냥 잠깐 눈감고 쉬고 있어라. 필요할때 부를테니까."
촤르륵!
나는 에테르 웨폰인 사슬낫을 추가로 늘려서 아예 사이킥 마스터를 미라처럼 꽁꽁 싸매버렸다. 지도 세계정복을 할 목적으로 각국 정상들에게 세뇌를 걸었으면서 왜 지구방위에 소흘했냐고 따져묻는 그녀의 이중성에는 실물이 날 지경이였다.
그럼에도 사이킥 마스터를 살려두는건 그녀의 정신지배가 아이러니하게도 세트의 언데드 교단을 상대로 한 열강국들의 협력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 일방적으로 쳐발릴줄 알았던 열강국들은 10번째 북두십성 유저 갓핸드의 등장이라는 돌발변수때문에 일부 리치들이 그쪽으로 차출되면서 숨통이 트여 나름 분전하고 있었다.
적어도 현재까지 프랑케네뜨의 초소형위성으로 관찰한 결과로는 그랬다. 하지만 언데드 병력의 특성상 지리한 소모전으로 이어지면 열강국들이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물과 식량 그 어느것도 필요치않는 언데드와 어제의 살아있던 아군이 내일의 죽어있던 적군이 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는 인간과의 싸움은 처음부터 불합리 그 자체였던 것이다.
뭐 아무튼 어느쪽이 승리하던 내 알바는 아니였지만 내 비장의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선 그 두 진영이 조금이라도 더 치고박고 싸우는편이 이득이였다. 그 비장의 계획이 뭔고하니 판데모니엄의 4대 군주를 설득시킨 후 악마 군단을 이끌고 바로 고성 네크로폴리스로 진격하는 이른바 빈집털이 작전!
세트가 현재 갓핸드와 치열한 공방(초소형 위성 카메라로 살펴본 결과 해골나비의 날개짓 한번에 천둥번개가 몰아닥치는게 장난이 아니였다)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주교들이 지구정복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계획은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의 작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것도 사이킥 마스터의 말마따라 판데모니엄의 4군주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을때를 가정한 얘기였지만.
'왔다!'
그렇게 내가 머릿속으로 큰그림을 그리고 있는 와중에 올라운더가 그렸던 앙그라마이뉴 법진이 다시 한버 피구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피구름이 번져나가면서 신기루를 피어올리더니 뿔이 여섯개라는 점을 빼면 공통점이 하나도없는 각양각색의 악마 4명의 잔상을 자아낸다.
"워리놈님 저놈입니다, 저놈! 저놈이 제물을 달랬더니 제 심장을 강탈해놓곤 도리어 협박을..."
-닥쳐라, 바르바토스! 다른 군주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워리놈의 신하는 인간에게 당할만큼 약해빠졌다고 자랑이라도 할셈이냐!!
-어머머 너무 야박하게 굴지말라고, 워리놈. 상대방은 자칭 루시페르를 쓰러트린 사나이. 백작계급의 그것도 전투전담이 아닌 요리전담의 악마가 이길 수 있을리가 없잖아.
-루시페르가 자신의 뿔을 바쳐 우리에게 지원군을 요청했을때 결국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 게이트가 닫히긴 했지만 그 찰나의 순간 악마들이 마지막으로 목격한 인간의 인상착의와 저 자의 인상착의가 99.54%로 일치하는군. 물론 성형수술을 받았을 확률이 2%, 얼굴만 똑같은 쌍둥이일 확률이 0.004% 그리고 평행세계의 인물일 확률이 0.00000000000000000001% 정도 존재하지만 말이야.
-그르르르르르르르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전신무장을 해서 뿔만 삐죽 투구밖으로 튀어나온 갑옷남, 여우모피로 만들어진 스카프겸 브래지어겸 팬티겸 양말겸 원피스 옷을 입고있어 오우야 소리가 절로나오는 섹시도발 그 자체의 누님 한분 그리고 무슨 슬라임 덩어리에 눈알만 수십개가 달린 극혐1과 3대 지랄견인 비글, 코카, 슈나우저를 합성해 만듯듯한 개인간 극혐2. 뭐야 이거 판데모니엄에서는 개성있는 외모순으로 군주를 뽑기라도 하는건가.
"이것참 바쁘신 와중에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판데모니엄의 군주님들. 제가 좋은 말씀을 좀 전해드릴려고 다소 거친 방식으로 초대장을 드렸는데요. 아마 일단 한번 들어보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겁니다. 절대 다단계나 사이비 종교 권유같은거 아니니까..."
-닥쳐라 건방진 인간놈! 애초에 우리 군주들은 네놈의 장난질에 어울려주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 아니다. 앙그라마이뉴 선조마신의 맹약에 따라 후불계약에 응해줬더니 역으로 계약에 응해준 악마의 신체일부를 강탈하고 협박한 네놈에게 저주를 내리기 위해 찾아온것이다!!
-어머머 왜 그렇게 분위기가 심각해. 나는 그냥 재미로 찾아온건데.
-만약 우리를 호출한 저자가 루시페르를 처치한 자와 동일인물일 경우를 상정했을때 군주 위리놈의 저주가 통할 가능성은 9.53%정도 밖에 안되는군. 워리놈의 저주권능 수준은 4군주중에 최약체니까 말이야.
-그르르르르르르르르!
-이것들이 도와줄 생각이 없다면 어서 썩 꺼져라! 저주권능이 통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화신체로 나서는 한이 있더라도 저놈을 응징하겠다!!
종족 불문하고 윗대가리들이라는게 원래 그렇듯 전혀 협력이 되고있지않은 판데모니엄의 4군주들. 그런 불협화음이 내게는 기회나 다름없었기에 나는 바로 치고나갔다.
"백작이라곤 해도 결국 요리사에 불과한 악마를 위해 화신체로 나서는것까지 불사하다니 워리놈님의 부하사랑에 강령술사 나부랭이인 저 옥사건은 감탄을 금치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요. 과거 판데모니엄에는 악신 세트가 이끄는 데스스토커 교단이 침투해 들어와 악마 한마리도 아닌 도플갱어 한 종을 멸종위기까지 몰아넣은거로 알고있습니다만 그 일에 관해서는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었던 것인지?"
-네, 네놈이 그 일을 어떻게 알고 있는것이냐!
"후후후. 제가 그 사건을 어떻게 알게됐느냐는 별로 중요한게 아니지요. 중요한건 수많은 악마들을 거느리고 있는 군주쯤 되시는 분이면 일처리에 일관성이란게 있어야 한다는겁니다. 강자에겐 규칙을 느슨하게 적용시키고 약자에겐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시키는 치졸한 짓은 하지마시고요."
-이이이이이이이익! 지금 이게 뚫린 입이라고!!
신기루 너머로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정도로 부들부들 거리는 워리놈. 허나 그 밖의 세군주들은 비교적 태평한 모습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3대 지랄견을 합성해 만든듯한 개인간 군주는 등장할때부터 화가 난듯 아무말도 없이 콧김을 내뿜고 있었기에 태평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기왕 뚫린 입이니까 몇마디만 더 드리겠습니다. 사실 이쪽이 여러분들을 호출한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제 고향별에는 아까 말씀드렸던 악신 세트의 데스스토커 교단이 침입한 상황입니다. 판데모니엄의 군주들도 어쩌지 못한 자들이 미천한 인간들을 신도로 삼고자 침입해 들어왔으니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것이였습니다만... 예상 밖의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갓핸드라고 하는 정체불명의 불멸자가 나타나서 세트와 대립각을 세운것이지요. 그리고 그 대립각은 현재진행중입니다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원정 전쟁을 하다보면 집이 비는법 아니겠습니까?"
-어머머. 그래서 세트가 자리를 비운사이 우리랑 같이 고성 네크로폴리스를 같이 공격하자 그런건가?
"어이쿠 외모도 아리따우신분이 머리도 똑똑하시군요. 이건 여담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완전 제 취향이신데 언제 같이 차라도 한번..."
-세트가 자리를 비울 경우 고성 네크로폴리스를 점령할 가능성은 곱연산으로 50% 증가하지. 거기다 주교 한명이 빠질때마다 1%씩 확률이 올라가니 저 인간의 제안은 수학적으로 제법 끌리긴해.
-이것들이 지금 판데모니엄의 군주가 되서 인간의 간사한 혀놀림에 놀아나겠다는거냐!!
-그르르르르르르르르!!
-어머머. 마몬도 아까부터 싸우고 싶어 미치겠다고 성환데 그냥 속는셈치고 인페르노 게이트를 열어도 상관없잖아. 마침 루시페르 녀석이 자기 뿔을 제물로 받치고 그냥 죽어버려서 마력도 남아도는 상황이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 세트 그 자식 진짜 재수없어. 한번쯤은 골탕을 먹여줘야 우리 판데모니엄의 군주들의 체면도 사는거 아니야?
점점 여론이 빈집털이를 하자는 쪽으로 몰리자 어쩔줄을 몰라하는 워리놈. 사실상 대세가 기울었다는걸 직감한 나는 말없이 스스로를 칭찬했다. 세치설검아 네가 또 해냈구나, 해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