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죽네 사네 하더니 갑자기 장황한 설명을 하기 시작한 올라운더. 나는 얘기가 길어질것을 직감하고 바로 제지에 들어갔다.
"간단히 세줄 요약, 세줄 요약! 내가 육하원칙으로 설명해 달랬지 언제 수필을 써달랬어? 갓핸드가 정확히 누구고 언제 만났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짧게 말해. 괜히 말꼬리가 늘어졌다간 주둥이를 찢어버리는 수 가 있어. 내가 환자라고 봐주고 그런 사람 아니란거 너도 알지?"
"저, 전국일주를 하던 도중 어느 이름없는 신사에서 목불상에 참배를 드렸는데 갑자기 그 목불상에 깃들어 있던 갓핸드공이 내 마음을 관심법으로 꿰뚫어 보곤 VOT 온라인이란 게임이 재미있어 보인다고 했소. 그래서 내 몸을 빌려 VOT 온라인을 플레이하게 해주면 만류귀안이란 보배를 준다고..."
"오케이 거기까지. 깔끔하진 않지만 세줄 요약은 세줄 요약이군. 아니 잠깐만! 그런데 올라운더 너 지난번엔 1000가지의 스킬을 마스터해서 얻은 칭호보상으로 만류귀안을 얻었다고 나한테 그랬잖아. 이젠 수필이 아니라 소설까지 쓰는거냐?"
"그, 그건 거짓말이였소. 갓핸드공께서 절대 자신의 정체를 타인에게 밝히면 안된다고 해서... 물론 지금은 갓핸드공께서 스스로 정체를 밝히고 악신 세트와 싸우러간 상황이니 상관없겠소만."
"좋아 대충의 상황은 잘 알겠어. 아니 사실 잘 모르겠지만 더 중요한게 있으니 그냥 넘어가지. 이봐 올라운더 넌 나한테 한가지 더 거짓말을 했어. 만류귀안은 두개가 한쌍이라고 했지만 이제보니 이마의 눈까지 합하면 세개였던 모양..."
"뭐!? 만류귀안이 하나 더 있다고? 진작 말했어야지 올라운더 이 머저리 새끼야! 인터스텔라 텔레포트만 배우면 이 지옥같은 행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사이즈 더 에테르(Scythe The Aether) 착(着),
촤르륵!
나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올라운더로 부터 만류귀안을 빼았으려드는 사이킥 마스터를 제압하기 위해 급히 에테르 웨폰을 소환했다. 제 아무리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초능력자라고 해도 영혼의 쇠사슬은 어쩔 수 없는법. 아직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사슬낫의 사슬부분만을 이용해 그녀를 꽁꽁 치감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제 아무리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초능력자라고 해도 영혼의 쇠사슬은 어쩔 수 없는법이지.
"이년이 감히 아크리퍼님이 바로 앞에 있는데 먼저 숟가락을 들이밀어?"
"숟가락을 뒤늦게 들이민건 바로 너겠지, 아크리퍼 이 염병할 자식아! 네가 외유성 출장인지 뭔지를 다녀올동안 우왕좌왕하는 각국의 지도자를 세뇌시켜서 언데드 군단에 맞서싸운건 바로 나야! 그런 주제에 이제와서 만류귀안을 독식하겠다고? 스킬 하나가 늘어난다고 해서 네놈이 세트를 이길리도 없거니와 스킬을 흡수할 대상도 없잖아! 닥치고 나한테 만류귀안을 넘겨. 별로 내키진 않지만 다른 별로 이주할때 네놈도 데려가 줄테니까!!"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사람이 보자기로 보이..."
"아크리퍼공, 사이킥 마스터공 두 사람다 설전중에 미안하지만 내 이마의 만류귀안은 이미 아크데빌공의 스킬인 앙그라마이뉴 법진을 익힌 상태요. 만류귀안의 공능이 불가역적이라는건 내게서 만류귀안을 한짝씩 가져간 두분이 더 잘 알고 계실거요.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오."
"뭐라고!?" x 2
올라운더의 갑작스런 고백에 나와 사이킥 마스터가 서로 짜고맞춘것 마냥 벙찐 얼굴로 그를 돌아봤다. 사실 나야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괄목상대(刮目相對)가 있으니 좋다 말았네 정도의 감상이였지만 사이킥 마스터는 지구를 탈출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눈물까지 고인 모양이였다.
"으흑! 그럼 이제 어떻게 하냐고. 이젠 리치놈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배리어를 치는 바람에 핵폭탄도 안통할것 같은데."
"잠깐 앙그라마이뉴 법진을 익혔다면 왜 악마와 계약을 하지 않았지? 그랬다면 사이킥 마스터의 꼬봉이 되는 일같은건 없었을텐데."
"그건... 앙그라마이뉴 법진을 사용한 순간 등장한 바로바토스 백작이란 악마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기 때문이요."
"터무니없는 요구? 기껏해야 시체 쪼가리 몇개 던져주면 끝 아니였나?"
"그렇지 않소. 스스로를 판데모니엄의 미식가라고 밝힌 바르바토스 백작은 무려 계약조건으로 살아있는 인간의 심장을 원했소. 바로 적출해서 산낙지처럼 펄떡펄떡 뛰는 심장이 자신의 취향이라고 자랑스럽게 밝히더군. 인간의 시체를 제물로 받치는것조차 꺼림직했던 나로선 도저히 그 요구를 들어줄 수 가 없었소."
"으흠. 그건 좀 흥미로운 얘기인데. 어디 한번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그 바르바토스 백작인지 어쩌군지 하는 놈 불러봐. 잘하면 지금 상황을 타개할 키워드가 될 수 도 있겠어."
"정말이오, 아크리퍼공? 그렇다면 바로 불러보겠소."
올라운더가 자신이 각혈했던 피를 양손에 듬뿍 묻히더니 시멘트 바닥에 술법원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뭔가 정교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분신사바 주문에나 쓸법한 기괴한 문양들의 향연이였지만 만류귀안으로 앙그라마이뉴 법진을 익힌거라면 숙련도의 높고 낮음이 있을뿐 오차가 있을리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금새 피구름을 일으키며 공능을 발휘하는 앙그라마이뉴 법진. 그 피구름 너머에는 뿔, 날개, 꼬리 삼박자를 갖춘 전형적인 악마의 실루엣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구름이 가시자 제빵 요리사모자, 앞치마, 국자라는 전혀 악마와 어울리지 않는 악세사리들이 등장하는게 아닌가?
"키히히히히힠. 에이지씨 한창 워리놈 군주님께 바칠 지옥견 보신탕을 끓이고 있는 와중에 부르시면 어떡합니까. 이번에도 저번처럼 제물이 준비되어 있지 않느니 하는 개소리를 지껄이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악마는 그렇게 한가한 존재들이 아니라고요."
"이봐 네가 바르바토스 백작이라는 작자인가? 백작정도 되는 양반이 왜 요리사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잘됐군. 판데모니엄의 4군주들에게 할말이 있으니 네 메신저 역할을 좀 해줘야겠다."
"으흐음? 이것참 곤란하군요. 계약자도 아니신분이 이래라 저래라 이러쿵 저러쿵. 에이지씨 이게 어떻게 된겁니까?"
"바르바토스공 미안하지만 그분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셨으면... 쿨럭쿨럭. 우웨에에에에엣!"
좀 괜찮아졌나 싶었더니 또 다시 검은피를 한웅큼이나 토해버린 올라운더. 아무래도 이미 좋지않았던 몸상태로 앙그라마이뉴 법진을 그린게 육체에 부담을 준 모양인데 내 알바 아니였다. 그러니까 평소에 몸관리를 잘했어야지. 쯧쯧.
"이런이런 또 자기피로 앙그라마이뉴 법진을 그리신겁니까? 그런짓을 하면 수명이 줄어들어버린다고 제가 누차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에이지씨도 참 고지식하시긴. 아무튼 대리계약자를 지명하셨으니 일단 계약은 절차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거기 신사분의 성함은?"
"옥사건 더 디파일러."
"옥사건 더 디파일러라 잘 알겠습니다. 계약의 내용이야 차치해두고 제물은 준비되어 있겠지요?"
"아 그 생심장 말인가? 여기서 바로 꺼내줄게."
"키히히히히힠. 산사람이 몸에서 바로 심장을 꺼내주신다는겁니까? 이런이런 제 취향은 또 어떻게 아시고. 마침 워리놈 군주님의 디저트로 뭘 준비할까 고민중이였는데 이렇게 고마울때가. 생심장 푸딩은 저도 그렇지만 워리놈님도 참 좋아하시는 메뉴지요."
"잠깐 여기서 생심장을 꺼내준다니 아크리퍼 너 설마 올라운더를..."
푸우우우우우우욱!!
사방으로 핏방울이 튀어오르고 부분변이로 마룡의 삼지족이 된 내 손엔 진짜 산낙지처럼 펄떡거리는 심장이 놓여있었다. 물론 그 심장의 주인은 올라운더가 아닌 바르바토스 백작이였다. 설마하니 인간에게 눈뜨고 심장을 강탈당할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는지 국자까지 놓아버리며 전신을 부들부들 떠는 녀석. 그래도 꼴에 고위악마라고 바로 즉사하지는 않는듯 했다.
"아, 아니 이게 지금 무슨 수작입니까?"
"무슨 수작이긴 무슨 수작이야. 아주 전형적인 개수작이지. 악마놈들중에선 심장이 두개인 경우도 심심치않게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자기 심장이 눈앞에서 폭죽처럼 터지는걸 달가워할리는 없겠지. 심장을 돌려받고 싶으면 워리놈을 포함해서 판데모니엄의 4군주들에게 전해라. 루시페르를 처치한 자가 할말이 있다고."
"이,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성 싶소?"
"시끄럽고 10초 줄테니까 당장 갖다와. 너같은 쫄병이랑은 더 말섞기도 싫으니까."
내가 삼지족의 발톱을 번쩍이며 금방이라도 심장을 터트릴듯 위협하자 결국 바르바토스 백작도 백기를 들었다. 녀석이 피구름속으로 사라지는걸 지켜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심장을 인벤토리안에 챙겨넣었다. 처음부터 불칸더러 흡수시킬 요량으로 빼았았으니 심장을 돌려줄 생각따윈 눈꼼만큼도 없었다. 요즘 용어로 이런걸 뭐라고 하더라? 불공정거래? 먹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