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저승에서 지구로 복귀한 내가 가장 먼저 알아본건 과연 세트의 언데드 식민지화가 어느정도까지 진행됐는가였다. 사실 하루도 아니고 일주일이나 시간이 지난 상황이였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김여령 여사의 유산인 GFT(Genetic Foce Trooper)나 미국의 SSS(Special Secrete Service) 그리고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북두십성 랭커 유저 2명이 예상밖의 활약을 해줄지도 모르는... 이 아니라 저건 도대체 뭐야!?
세간에는 만리장성이 너무 길어서 달에서도 보인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달에서 지구를 관찰했을때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정도의 조형물이면 그 크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수준인게 맞았다. 바로 지금 내게 보이는 것처럼.
"네크로폴리스 고성이야 그렇다치고 초거대 불상이랑 초거대 해골나비는 뭐야. 지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군. 프랑케네트야 네 초소형 위성으로 지구정찰 좀 해볼래?"
"그냥 무작위로 생존자들 전부를 탐색할까요? 아니면 키워드를 입력해서 탐색범위를 좁힐까요? 전자는 시간이 오래걸리지만 생명반응을 단 하나도 놓치지않고 전부 스캔하겠지만, 후자는 키워드의 정확도에 따라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을거에요."
"흐음 키워드라... 딱히 내가 급할건 없긴한데."
나는 잠시 지구의 풍광을 지켜보며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문득 뭔가의 위화감을 느끼고 기야스의 외곽카메라로 지구를 다른 각도에서 관찰했다. 아니나 다를까 세계수(엘리멘탈 로드안에 잠들어 있던 불멸자 테라가 성장시킨 것)인줄 알았던 거대한 나무는 달이 아닌 고성 네크로폴리스를 향해서 자라나고 있었고 카메라를 확대해서 관찰하자 생김새도 전혀 딴판이였다.
열매 대신 해골바가지가 잎사귀 대신 낫이 달린 그 기괴한 나무는 멀리서 카메라로만 지켜보고 있는데도 모골이 송연하게 만드는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팔아먹은 지구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진행중인게 분명했기에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과연 어떤 키워드로 초소형 위성을 정찰시키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제일 잘 파악할 수 있을까? GTF? SSS? 아냐 둘 다 아니야. 그 이능력 조무사들이 아무리 용을 써봐야 세트의 주교 한명을 이길 수 있을지도 불분명했다.
그렇다면 아직 생사확인이 안된 북두십성 랭커들을 찾아봐야 하는데 사이킥 마스터는 그렇다치고 나머지 한명은 이명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였기에 선택지는 급속도로 좁혀졌다. 올라운더야 조무사라는 칭호도 아까운 녀석이니 당연히 제하는거고.
"일본인. 여성. 진한 화장. 이 세가지 키워드로 한번 찾아봐. 내가 마지막으로 본 사이킥 마스터는 그런 인상착의였으니까. 화장이야 지웠을 수 도 있겠다만."
"네 그러면 화장은 키워드 우선순위를 낮춰서 일본이란 국가부터 탐색을 시작해볼게요."
프랑케네뜨가 나 대신 선장석에 착석하다니 직통 엘리베이터로 바로 우주밖으로 뛰쳐나갔다. 우주밖에서도 크게 제약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은 슈퍼로이드의 큰 장점중 하나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 어떤 위성도 하지못하는 인물단위의 탐색이 가능하다는 장점에 비할바는 아니였지만서도.
-입실론(E) 사출 준비중(7/100)
-입실론(E) 사출 준비중(27/100)
-입실론(E) 사출 준비중(55/100)
-입실론(E) 사출 준비중(92/100)
-입실론(E) 사출 완료(100/100)
"전방위 호밍 모드(Omnidirectional Homing Mode) 발동!"
그렇게 탁구공만한 미니 위성들이 지구 각지로 흩어지는 가운데 나는 고성 네크로폴리스를 향해 뻗어가는 괴이한 나무가 조금 더 자란것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 제발 기분탓이였으면 좋겠는데 안그래도 다른 행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지구에 세계수가 두개나 있을필요는 없잖아.
"아버지 바로 찾은것 같아요! 혹시나 싶어서 저 이상한 나무의 뿌리부근을 조사해봤는데 마침 일본지역에다 화장이 진한 동양계 여성이 눈이 세개인 남자랑 같이 있어요."
"눈이 세개라고? 뭐야 내 팬이 코스프레를 한건 아닐테고 확실히 수상하기 그지없는 한쌍이로군. 그럼 바로 출발하자. 다시 기야스로 돌아와, 프랑케네뜨."
"네, 아버지!"
내게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그리도 기뿐지 밝은 목소리로 대답을 해오는 슈퍼로이드, 프랑케네뜨. 네크로필리아와 달리 정말 제대로 착한딸 역할을 해주고 있어 개인적으로 참 뿌듯하기 그지없는 부분이였다.
아무튼간에 사이킥 마스터로 추정되는 인물의 위치를 색출해낸 나는 프랑케네뜨가 복귀하자마자 바로 기야스를 출발시켰다. 목적지로 향하는 와중에 잠깐 지구의 인터넷에 접속해본 결과 현재 지구는 선진국, 후진국 가릴것없이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아마 초초거대 불상과 초초거대 해골나비간의 세력다툼과는 별개로 대규모 언데드 군단과 인류방위군과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인듯 했다. 이렇게 보니 갑자기 조금 미안해지긴 하네. 세트를 상대로 지구를 지켜주진 않는다손 치더라도 미리 귀뜸이라도 해줬으면 조금 더 효율적인 싸움이 가능했을텐데 말이지.
물론 그렇다고해서 승패의 결과가 바꼈을것 같지는 않다만. 완전히 쑥대밭이 된 각국의 수도 이미지를 스크롤 하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 나는 어설픈 감상따윈 집어치우고 바로 선장석을 이용해 밖으로 뛰어내렸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사이한 기운을 내뿜는 괴이한 나무뿌리 근처의 지하시설에서 일찍이 본적있는 얼굴의 사이킥 마스터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부축하고 있었다.
"곤니찌와, 사이킥 마스터상!"
"너, 넌 또 누구야! 깡통처럼 찌그러지기 싫으면 저리꺼ㅈ... 넌 설마 아크리퍼?"
"어이쿠 내 얼굴을 다 기억해주시고 이것 참 영광이로군. 뭐 내가 누구누구씨처럼 생얼을 못알아볼 정도로 짙은 화장을 하고 다니는건 아니니까. 아참 그런데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하면 오히려 피부가 숨을 못셔서 피부가 안좋아진다는 얘기 못들어봤어?"
"아크리퍼 이 개새끼가 지금 상황에서 그런 농담이 나와?"
"미안한데 내가 잠깐 외유성 출장을 다녀와서 지금 상황이란게 뭔지 전혀 모르겠거든. 사이킥 마스터 네가 좀 자세히 설명 좀 해줄래? 육하원칙에 맞춰서 해주면 더 좋고."
"우, 웃기지마! 지구 전체가 이 모양인데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어디 다른 차원이라도 다녀오셨나? 솔직히 말해봐, 이 새끼야! 아크리퍼 네가 저 리치를 필두로한 언데드 군단들을 지구에 불러들인거지. 아크데빌이 그랬던것처럼!!"
"이런이런 증거도 없이 사람을 핍박하면 곤란하지. 야박하게 굴지말고 좀 조리있게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그래야 나도 지구를 구하던가 말던가 할거 아니야."
"지구를 구해? 이제와서? 이미 인류의 전체 인구수가 반의 반으로 줄었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구하긴 뭘 구해!!! 게다가 아무리 아크리퍼 너라고 해도 지구 각지에서 언데드 병력을 이끌고 있는 1000명의 리치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는건 불가능해. 이렇게 된바에 차라리 그냥 싸이킥 파워를 대폭주시켜서 동귀어진을..."
"쿨럭쿨럭. 그러지 마시오, 사이킥 마스터공. 이번 사건의 배후는 결코 아크리퍼공이 아니외다."
사이킥 마스터아 설전을 버리는 와중에 그녀가 부축하고 있던 남자가 깨어났다. 거의 다 죽어가는 얼굴을 하고 있던터라 제대로 살피지 않았던 그 남자의 얼굴은 이제보니 내게 만류귀안을 상납한 올라운더와 똑 닯아 있었다. 이마 한가운데에 자리한 기이한 눈동자를 제외한다면.
"네까짓게 뭘 안다고 저런 양아치 자식을 감싸는거야! 설마 만류귀안 한짝을 빼았긴걸 벌써 잊은건 아니겠지?"
"쿨럭쿨럭. 갓핸드공이 이 모든 일의 주범인 악신 세트를 상대로 관심법을 행했을때 찰나지만 나 또한 그 악신의 속내를 엿볼 수 있었소. 데스스토커라는 교단을 이끌고 있는 교주기도한 세트는 비단 지구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이라면 우주 그 어디든지 가리지않고 자신의 언데드 식민지로 만드는듯 하오."
"뭐? 뭐야 그럼. 그럼 올라운더 네말은 우주밖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들이 많은데 그 중 지구가 운나쁘게 정복대상으로 선택됐다는거야?"
"믿기힘들겠지만 그렇소... 쿨럭쿨럭. 그러니 지금은 같은 북두십성 유저들끼리 싸울때가 아니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갓핸드공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하오. 갓핸드 공이 지금 당장은 악신 세트와 대등하게 맞서싸우는듯 보이나 한손으로 열손을 막을 수 없듯이 다른 리치들이 참전하게 되면 상황이 어찌 흘러갈지 알 수 없소."
"하! 자기 말로는 1000명의 리치들을 모두 상처없이 포박해서 설교를 하겠다는데 이제와서 후달리니 도와달라는건가?"
"그것은 갓핸드공 자신만의 행동방침인지라 어쩔 수 없을듯 하오. 허나 그것과 별개로 아무런 매개체 없이 화신 상태를 유지하는건 갓핸드공이라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둘러야만... 쿨럭쿨럭. 우웨에에에엑!"
"이봐 올라운더. 상태가 많이 안좋아보이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방금 도착한 나는 갓핸드가 뭔지 화신은 또 뭔지 전혀 모르겠거든? 협력을 구할땐 구하더라도 좀 설명을 좀 곁들어주겠어?"
"후욱후욱. 알았소. 내가 갓핸드공을 처음 만난건 전국일주중 도착한 어느 이름없는 신사에서였소. 모든 인연이 그곳에서 시작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