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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462화 (462/599)

<--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뭐? 10번째 북두십성 유저 갓핸드? 연꽃의 구도자, 미륵? 나는 정말 뜬금포로 터진 올라운더의 폭탄선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북두십성 랭커유저중 최약체로 뽑히던 올라운더가 북두십성 랭커유저중 가장 베일에 싸여 이명조차 공개되지 않은 자와 동일인물이라니 그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솔직히 말해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 사실이였으나 애초에 말이 안되는걸로 따지만 지구에 난데없이 언데드 군단이 쳐들어온것도 말이 안됐고,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의 랭커들이 하니둘씩 저마다의 이능을 각성한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였다. 그러니 지금 중요한건 올라운더가 하는 말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게 아니라 녀석이 시간을 끌동안 도주각을 보는 것이였다.

그렇게 결심을 굳힌 내가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치는데 갑자기 기묘한 공진음과 함께 낡은 로브를 착용한 리치들이 10명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아지트가 그리 넓은게 아니였기 때문에 사실상 포위 아닌 포위를 당한거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버린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된바에 그냥 싸이킥 능력을 대폭주(Overdrive)시켜서 동귀어진을...

"그러지 말게. 본좌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대화로 풀어볼테니 극단적인 선택은 피하게나."

"정체가 바껴도 한심한 소리나 해대는건 여전하군.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대화로..."

"크하하하하하핫!!! 연꽃의 구도자, 미륵? 웃기지도 않는군. 나는 그딴 이명은 만년도 넘는 유구한 삶을 살아오는 동안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불멸자의 핏줄을 이어받은 이름없는 자손이 변방행성에서 왕행세를 하는 모양인데 백억 언데드 신도들을 거느린 이 죽음의 구도자, 세트님을 상대로 만용부렸다간 그냥 죽는걸로 끝나지 않는다.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오체분시되어 영원히 구천을 떠돌게 되리라! 십주교는 어서 저 이교도를 척살하라!!"

-세트님의 의지를 따르겠나이다. x 10

"자신과 뜻이 일치하지 않는다고해서 이교도 취급을 해서야 쓰나. 그리고 참고로 말하지만 본좌의 부모님은 두분다 평범한 인간이셨네."

사방팔방에서 10명의 리치들의 각자의 고유특기에 해당하는 파괴술법들을 퍼부어온다. 개중에는 물리력의 간섭을 받지않는 망령의 손길같은 기술들도 있었기에 내 염동력 차폐막으로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는 그야말로 불가항력적인 전방위 포격이였다. 갓핸드 미륵이 범상치않은 인물이란건 나비가면의 사나이를 막아설때 증명됐지만 0.1초만에 순간이동을 하는게 아닌 이상에야 저 공격을 전부 막아내긴 쉽지 않으리라.

천수천안관세음보살권(千手千眼觀世音菩薩拳) 무(無)의 초식 자비베풀기

허나 갓핸드 미륵은 그런 예상을 박살내기라도 하듯 그 자리에서 돌부처처럼 가부좌를 틀고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등뒤에 소환된 손이 여러개 달린 불상이 리치들의 공격을 속성가리지 않고 전부 쳐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처음부터 신기루였던것처럼 증발해버리는 갖가지 파괴술법들.

게다가 비단 상대방의 공격을 쳐내는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불상의 나무손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더니 10명의 리치를 옴짝달싹 못하게 포박해버렸다. 사실 육체의 운신이 제한됐다고해서 술법을 쓰지 못하는게 아닌데 얌전한 새끼 강아지처럼 아무런 반항을 하지 못하는 리치들. 그야말로 '갓핸드'라는 이명에 어울리는 공격방식이였지만 문제는 후속타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였다.

"야 임마 적을 포박했으면 바로 끝장을 내야지 뭐하고 자빠진거야!"

"불자는 무의미한 살생을 하지않는 법이네."

"뭐라고!? 개소리 지껄이지마!! 저 리치놈들이 지금까지 몇명의 지구인들을 죽였는지 너도 두눈으로 직접봤잖아!!!"

"그대가 알고있는 올라운더와 나 갓핸드는 동일한 육체를 공유하고 있을뿐 동일인물이 아닐세. 물론 그렇다고해서 본좌가 지구에 일어난 참상에 대해서 모르는건 아니네만 상대방이 피를 봤다고해서 똑같이 대응 하는건 무의미한 피의 복수의 연쇄고리를 만들어낼뿐 진정한 의미의 구원은 아니지. 그대도 이젠 마음속의 분노를 내려놓고 마음의 평화를 찾게나."

"이제보니 갓핸드 너는 올라운더보다 더 좆같은 위선자였군. 어렸을때부터 왜 신이 이렇게 불쌍한 나를 방치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이젠 아주 잘 알겠어. 시끄럽고 포박한 리치들을 한군데다 모아놔. 네놈이 하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저 놈들을 싸이킥 파워로 끝장내겠어."

"미안하네, 마음에 상처를 간직한 소녀여. 그럴 순 없네."

"그럼 어쩔건데! 이대로 지구가 멸망하는걸 지켜보기라도 하겠다는건가? 그럴거면 도대체 뭐하러 나타난건데!!"

"지금 지구를 활보하고 있는 걸어다니는 시체들의 수괴인 1000여명의 리치들. 그들 모두를 천수관음보살님의 손길로 붙들어둔 다음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불법을 설파할걸세. 1년으로 안되면 10년, 10년으로 안되면 100년, 100년으로 안되면 1000년, 1000년으로 안된다면 10000년 동안이라도 계속해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여 자신들의 행동을 스스로 반성할 수 있게 만드는거지. 그것이야말로 조화를 추구하는 나의 불도일세."

나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갓핸드의 발상에 말을 잇지 못했다. 불멸자라고 불리우는 존재들은 다 이런식인건가? 못된놈들을 천년만년동안 설교를 해서 착한놈으로 만든다니 그 무슨 정신나간 발상이란 말인가. 다행히도 모든 불멸자가 그런 사고방식을 지닌건 아닌지 나비가면의 사나이가 대노하며 끼어들었다.

"걸어다니는 시체들의 수괴인 1000여명의 리치들의 수괴가 바로 나 죽음의 구도자, 세트다. 네놈의 그 얼토당토않는 계획을 내가 그냥 지켜볼것 같으냐? 정말이지 지구에 옥사건이란 자 말고도 이런 정신나간 녀석이 있을줄이야."

"물론 그대 또한 설교의 대상일세. 마음속에 형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는 신이여."

"뭐, 뭐가 어째고 저째? 네놈만큼은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영혼을 나락 밑바닥 가장깊은 곳으로 떨굴것이야. 건방지게 입을 놀린 대가를 치루게 해주마!!"

나비가면을 쓴 사나이의 기세가 급변하더니 안그래도 숨을 쉬기 힘들었던 아지트의 공기가 바늘로 찌른듯 따갑게 느껴진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척추를 타고 웬 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열매 대신 해골이, 잎사귀 대신 낫이 달린 그 기괴한 나무는 성장촉진제라도 맞은듯 끝도없이 그 덩치를 늘려나가더니 아지트 천장을 뚫고 하늘 높이 치솟았다.

내가 혹시 몰라 외부침입을 염두해서 마련해둔 보안장치들이 모조리 무용지물이 됐음은 말할것도 없는 일이였다. 결국 그 괴목(怪木)은 지상까지 치고올라가 미약한 햇살을 비추게 만들었고 나는 사실상 이 싸움이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스케일을 벗어났음을 깨달았다.

"만년귀혼목은 주위의 살아있는 영혼을 흡수하면서 끊임없이 자라나지. 아마 반나절만 방치해도 이 열도 전체는 죽음의 땅이 될것이다. 일주일이면 지구 인류 전체를 양분으로 삼는것도 무리는 아니야. 이런데도 무의미한 살생은 않겠다는 어줍잖은 논리를 갖다될건가, 자칭 연꽃의 구도자 양반?"

"물론.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입장을 바꾼다면 어찌 그게 진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일단 자리를 옮겨보는건 어떻겠나? 너무 공간을 제약하면 나무도 잘 자라지 않는법일세."

"하하하하핫! 그쪽의 계집을 어떻게든 전장에서 떨어트리겠다는 수작인가? 너무 뻔한 수법이라 하품이 나올정도지만 일단 따라주지. 어차피 네놈만 끝장내면 지구의 운명은 그걸로 끝이니까!!"

나비가면의 사나이가 웬만한 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무를 어깨에 지고도 불편함이 없는지 자연스럽게 하늘위로 부양해갔다. 그리고 그 뒤를 가부좌 상태에서 뒤따르는 갓핸드. 하지만 그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갓핸드가 상공 50m쯤 올라갔을때 마치 고장난 열기구처럼 추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엉겹결에 염동력으로 그를 받아낸 순간 나는 텔레파시와 유사한 느낌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아무래도 평범한 인간의 몸으론 강신(降神)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었던 모양이야. 하여 화신(化神) 상태로 세트란 자를 상대하려하니 소녀는 그자를 잘 보살펴주길 바라네. 이러니 저러니해도 올라운더는 다른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줄 아는 성인이니.'

"끝까지 개소리만 하다 가는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설명을 해주고 가야할거 아니야!"

'때가 되면 모든걸 다 알게될걸세. 부디 앞서 말했듯이 마음속에 간직했던 분노란 얼음을 녹이고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나.'

"시끄러워, 시끄러워!! 난 날 괴롭힌 세상에 복수할거야, 복수할거라고. 지구가 언데드 군단에 멸망하지 않으면 내 손으로 멸망시킬거란 말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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