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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461화 (461/599)

<--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성가신 여자가 이제 그만 좀 죽어라!!

시야공유를 통해 리치를 지켜볼때와 직접 앞에서 리치를 맞상대하는건 실로 천지차이인 일이였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파괴술법은 둘째 치더라도 정신공격 형태의 싸이킥 능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게 너무나도 치명적이라 나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소위 높으신 양반들이라 불리우는 의원, 기업 회장, 장군 나으리들도 손짓 한번으로 내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 정신지배 능력도 이미 죽은 몸인 리치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이 아지트가 싸이킥 안테나(Psychic Antenna)의 신호세기가 가장 강한 곳이였기에 내 주변의 모든 위협행위를 염동력으로 튕겨내는 방식으로 버티곤 있었지만 슬슬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였다.

지구를 침략한 리치가 저놈뿐인게 아닌 이상 시간을 끌면 끌 수 록 불리한건 이쪽이였으니 저 크락이란 리치가 공적 독차지라는 명목으로 동료들을 부르지 않고 있는 지금 속전속결로 끝내 버려야 했다.

그러고 난 후 본거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거지. 이번에는 더 지하 깊숙히 인적도 드문곳으로 해야겠어. 설마하니 보안시설을 무시하고 바로 지하 십몇층으로 텔레포트를 해올줄이야. 적외선 감자기를 층마다 설치한답시고 괜히 헛고생만 했잖아. 제기랄!

-이럴줄 알았으면 저주술법을 전문으로 하는 라켄이라도 부를걸 그랬군. 뼈를 소재로 하는 내 파괴술법으로는 좀처럼 네년의 특수한 배리어를 뚫기 어려우니 말이야. 하지만 저기 책상밑에 숨어있는 쥐새끼는 어떨까? 내눈엔 완전히 무방비해 보이는데 말이지!

드디어 어느정도 결심을 굳히고 수비에서 공세로 전환하려는 와중에 리치 크락 또한 전략 노선을 바꿔버렸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진짜 쥐새끼마냥 잽싸게 책상밑으로 숨어버린 올라운더를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콘크리트도 꿰뚫어 버리는 뼈의 창이 수십다발 소환되어 녀석을 향해 쇄도하는 가운데 목제책상 따위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것 같았다.

사실 무쓸모의 결정체인 올라운더의 목숨따윈 내 알바 아니였지만 어차피 죽일거였으면 만류귀안(萬流歸眼)을 빼았았던 그때 죽였지 지금 방치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였기에 난 염동력 배리어를 확장했다. 그런데 그 순간 수십다발의 뼈창이 갑자기 뱡향을 급선회하더니 내가 있는곳을 향해 일점 타격을 해왔다.

생각지도 못한 변칙공격에 나는 당황을 금치 못했지만 사이칵 안테나의 강화를 받은 염동력 차폐막은 실로 단단해서 수십발의 뼈창을 도로 리치 크락에게 튕겨냈다. 단 한개를 제외하고. 전부 막아낸줄 알았건만 수비범위가 늘어나면서 약화된 염동력 차폐막을 뼈창 하나가 비집고 들어왔다.

다행히도 완전히 염동력의 영향을 받지않은건 아닌지 방향이 틀어졌지만 아무리 약화된 뼈창이라도 인간의 살점중 가장 약한 부위중 하나인 귀를 찢어발기기엔 충분한 위력이였다. 새하얀 가부키 화장위로 피가 튀기고 생전처음 살점이 찢겨져나간 고통을 맛본 나는 정신적 패닉 상태때문에 충동적으로 싸이킥 능력을 폭주시켰다.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이 해골바가지 새끼!!"

-고작 귀가 조금 찢어진걸로 엄살이라니 전투경험이 부조ㄱ...

사이코키네시스(念動壓縮) ~메트로폴리스의 폐차장~

으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방어따윈 안중에도 없이 모든 싸이킥 파워를 집중시켜 리치 크락을 염동력으로 압착하자 마치 해골이 분필처럼 부서져 나간다. 그야말로 폐차장의 한장면 같은 풍경이 연출되자 나는 그제서야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방금같은 경우 운좋게 적을 처치했다지만 그 과정에서 염동력 차폐막을 거둔건 치명적인 실수였다. 만약 리치 크락이 죽기직전 뼈창을 하나라도 내게 던져두었다면 아마 패배한건 내쪽이였으리라. 상상만으로 존재하던 모든 초능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나였지만 육체만큼은 일반인과 다를바 없었기 때문이였다. 오히려 간단한 일(냉장고에서 물 떠오기)조차 초능력에 의지하다보니 더 약골이랄까.

아무튼 결국 리치 크락을 물리치는데 성공한 나는 서둘러 아지트 이전을 위한 물품들을 챙겼다. 아무리 싸이킥 안테나가 있다지만 전세계의 전황을 실시간으로 챙겨보기 위해서는 라디오와 노트북이 필수였다. 물과 식량이야 말할것도 없는 부분이고. 그렇게 허겁지겁 보급품을 챙기고 있는데 내 발밑으로 웬 해골바가지 하나가 굴러들어왔다.

리치 크락의 것으로 유추되는 그 해골은 뒷통수가 완전히 박살난 상태에서 정체모를 썩은물이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중이였다. 거기까지라면 딱히 놀랄만한 사건은 아니였으나 잠시 뒤 누군가가 또각또각 걸어와 창백한 손으로 그 해골을 들려올렸을때 나는 염동력으로 들어올린 생수를 떨어트릴만큼 놀라고 말았다. 올라운더는 아직 책생밑에서 벌벌 떨고있어. 저건 도대체 누구지?

"크락 주교 이런식으로 날 실망시킬 셈인가? 1000명의 동료 주교가 있는데도 혼자 욕심을 내다가 패배를 하다니."

-며, 면목없습니다. 세트님 제발 제게 한번만 더 기회를...

"기회라면 글조차 읽지 못하는 무지렁이 오크인 자네를 지금 이 자리에 올려놨을때 충분히 줬지. 허나 안심하게. 평소라면 그 자리에서 영멸시켰겠지만 이미 라켄 주교가 더 큰 사고를 치는 바람에 자넨 무사하게 지나가겠군. 일개국가를 멸망시키기 충분한 병력을 혼자 운용하다가 전략열병기를 얻어맞았거든. 10명의 주교만 있었어도 충분히 배리어를 칠 수 있을정도의 위력이였는데 정말 나의 주교들은 왜 하나같이 다 이 모양인지. 혹시 내가 가장 높은 공적을 얻은 주교를 추기경으로 승격시켜주겠다고 해서인가? 후후훗."

두개골밖에 남지않은 리치 크락이 어떻게 하면 자신이 더 비굴해 보일 수 있을지를 연구라도 한듯 굽신굽신거리는 상대. 말할것도 없이 이번 언데드 군단 지구 침략 사건의 배후자가 바로 눈앞의 나비가면을 한 사나이가 분명했다.

뭐야 이거 아크리퍼 김사건이 이번 사건의 배후가 아니였다고? 아니 그럼 씨발 이 새끼는 이 사단이 났는데 지구를 안지키고 뭐하고 있는거야!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면서도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 성격파탄자에 자기밖에 모르는 김사건이 정체모를 언데드 교단을 상대로 지구를 지킨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만큼 허황된 얘기였다. 나만해도 도망칠 수단만 있었어도 지구를 버리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건 그렇고 이게 우연이라면 참 재미있는 우연인데. 여기있는 지도의 전황판을 보면 우리 주교들이 이끌고 있는 언데드 군단의 배치현황과 유사하군. 심지어 라켄 주교가 전략열병기를 맞은것까지 표시되어 있는데 어찌된 영문일가. 혹시 이 초라한 아지트가 사실은 지구의 최후방위선이라던가? 후후훗. 나도 나이를 먹다보니 상상력이 참 풍부해졌단 말이야. 뭐 자세한건 저 계집의 영혼을 수확해보면 알 수 있겠지.

미천한 필멸자여 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이 몸의 뼈갈퀴손앞에서 고개를 숙이거라."

흠칫!

도망쳐야해, 도망쳐야해, 도망쳐야해!

머릿속에서 붉은 경보등이 연신 위험신호를 보내온다. 사내치곤 제법 곱다고 생각했던 세트의 손가죽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더니 흉측한 뼈만 남은채로 내게 접근해오고 있었다. 염동력으로 저항해보려고 했지만 마치 뱀앞의 개구리처럼 손가락도 까딱할 수 없는 상황.

나는 최후를 직감하고 눈물을 한방울 흘렸다. 이렇게 죽을거였으면 나는 도대체 왜 지금까지 그 모진 멸시를 참아가며 아둥바둥 살아온걸까. 이럴거였으면, 이럴거였으면 태어나지 않는편이 좋았을텐데...

"여린중생이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아도 좋았을 생명따윈 없다네. 개미 한마리조차 천지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소중한 생명의 일부분. 그대의 가치를 스스로 폄하하는 일은 없도록 하게나."

"오, 올라운더?"

"웬놈이냐!"

모든걸 포기하고 내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진대피요령도 아니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않던 올라운더가 뜬금없이 나타나 나비가면의 사나이를 정면으로 막아선 것이다.

나는 눈앞의 상황이 의심스러워 두 눈을 비비고 다시살폈다. 생긴거로 보나 목소리로 보나 올라운더가 틀림없었으나 풍기는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였다. 거기다가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는듯 이마에 자리잡은 세번째 눈은 마치 아랫사람을 살피듯 나비가면의 사나이를 관조하고 있었다.

"웬놈이냐고 물었다! 감히 죽음의 구도자의 권능에 저항해놓고서 평범한 인간이라고 잡아땔 생각은 아니겠지?"

"자신은 누구인가. 그것은 참으로 중요한 질문이지. 나는 참선을 통해 1000년도 넘는 시간 동안 그 질문에 관한 답을 찾아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허나 타인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서 어느정도의 타협은 필요한 법이지. 그러니 두가지 답변을 각자에게 따로 들려주도록하지. 내 뒤의 초능력 아가씨는 나를 10번째 북두십성 유저 갓핸드라고 알고있으면 된다. 그리고 내 앞의 불멸자 양반은 나를 연꽃의 구도자, 미륵이라고 부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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