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아죠씨 어서 일어나보세여, 어서여."
"으음. 누가 감히 이 옥사건님의 단잠을 방해... 으아악! 크로커가일 또 네놈이냐? 저리꺼져!!"
빠악!
나는 눈을 뜨자마자 입천장에도 이빨이 빼곡한 아뮤트의 특유의 구강구조가 보이자 반사적으로 발길질을 했다. 하지만 이 아뮤트놈의 이빨은 어찌나 건치인지 발차기를 한 내쪽이 오히려 나가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상처(어차피 금방 재생될 수준이지만)를 입은건 난데 엄살을 피우며 기다란 주둥이를 감싸는 아뮤트.
크로커가일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였기에 나는 그제서야 세심히 눈앞의 아뮤트를 살폈다. 그 애꾸눈 악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덩치(그럼에도 여전히 상가건물 2층 수준)가 작은건 둘째치고 양쪽 눈 모두 멀정했으며 결정적으로 목에 목걸이 다발이 아닌 열쇠를 매달고 있었다.
"아죠씨 갑자기 왜 때리세효? 제가 아죠씨가 갑자기 천장위에서 떨어져서 병간호까지 해드룟는데."
"병간호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이 천하무적의 육체를 지닌 옥사건님에게 그딴 나약한 개념은 필요없다. 그것보다 넌 뭔데 아까부터 아저씨, 아저씨 부르면서 친한척이야. 내가 크로커가일을 쓰려트렸다고 벌서부터 줄타기하는거냐?"
"에에에에에엣? 아죠씨 저 벌써 잊어버리신거에혀? 저에요, 저. 아죠씨가 생선머리 토막을 주는 대신 제 목걸이를 가져가셨잖아효. 호, 혹시 저한테 목걸이 하나만 다시 주실 수 없어효? 제가 지켜야하는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때문에 벌칙으로 혼자서 간수역할을 하고 있어효. 너무 외로워서 이제 그만 나가고 싶어효. 아까보니까 아죠씨 목걸이 대따많이 가지고 계시던데..."
"아 그게 너였냐? 아뮤트는 크로커가일 빼고 다 똑같이 생겨서 뭐 알아볼 수 가 있어야지. 그런데 이 씨벌놈이 어디서 은근슬쩍 손을 뻗어! 생선토막 쳐먹은건 생각나고 사신놈들로부터 내가 퇴로를 만들어준건 기억안나냐? 하여튼간에 꼭 있어요. 물에 빠진걸 구해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놈들이."
"죄송해효, 죄송해효, 죄송해효. 때리지만 마세효."
내가 손을 들어올리는 시늉만해도 머리를 감싼채로 움츠러드는 아뮤트. 그 모습은 입 윗천장과 아랫천장이 뚫린와중에도 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나있던 크로커가일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였다.
갑자기 몰려든 아뮤트떼를 감당 못하고 링이 무너졌을때 나는 주위에 혼령이 단 한마리도 없어(본래 길가의 자갈돌만큼이나 혼령이 많은게 저승이였지만 이상하게도 이 유적안에선 그랬다) 그냥 속절없이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블랙탈론을 길게 늘려서 지침대로 삼으려 했는데 때마침 죽은줄 알았던 크로커가일이 날 덥쳐온 것이다.
양손을 쓸 수 없고 기갑교룡 아쳐까지 반쯤 맛이갔기에 실로 일촉즉발의 상황. 놀랍게도 고장난줄 알았던 기갑교룡 아쳐가 갑자기 크로커가일을 껴않더니 부스터를 사용해 공중위로 부상한 다음 자폭해버렸다. 아무래도 파일럿이 위험에 쳐하면 스스로를 희생하는 자폭 시퀀스가 있었던 모양인데 그 정도면 돈값을 하기는 개뿔!
언데드와 로봇의 크로스오버 테크놀로지를 실현하겠다며 투자한 자금이 얼마인데 기갑교룡 골리앗도 아쳐도 너무 손쉽게 완파당한 느낌이라 지금 생각해도 배알이 꼴리는 기분이였다. 내가 앞으로 무슨 기술 협업같은걸 하나 봐라. 괜히 옛 성인들이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고 강조했겠어?
"얌마 안때릴테니까 지금 여기가 어딘지나 말해봐."
"여기효? 여기는 유적의 최하단에 있는 사자의 방인데효. 저는 간수로서 여기있는 사자의 관을 지키는 역할을... 읍읍. 아참 이거 외부인한테 말하면 안되는 정보였지. 아죠씨 못들은걸로 해주세효."
"유적의 최하단이라면 역피라미드의 꼭지점이라는건가."
보통 피라미드라면 꼭지점이 최상층에 해당하겠지만 이 유적은 특이하게도 피라미드가 뒤집어진 구조였기 때문에 꼭지점이 최하층에 해당했다. 참으로 불가사의하기 짝이없는 건설물이였지만 정말 제대로 따지고 들려면 어떻게 모래밑바닥에 이런 공간이 있을 수 있는가부터 따지고 들어야만 했으니 속편하게 한가지만 생각하면 편했다.
여느 던전이 다 그렇지만 제일 귀한 보물은 제일 깊숙한 곳에 있다는 것!
"좋아 못들은걸로 해주지. 아뮤트 아니 헷갈리니깐 지금부터는 아뮤라고 줄여부르마. 아뮤 네가 아무말도 안했다고 치고 내가 합리적인 추론을 좀 해볼게. 여긴 아뮤트들의 유적의 최하층이야. 그런데 웬 관짝이 하나 있네? 그것도 열쇠로 잠긴채로. 그리고 그 옆엔 웬 못생긴 악어 한마리가 목에 열쇠를 매달고 있어. 그러면 여기서 문제. 보물을 찾으러 천릿길을 달려온 보물 사냥꾼은 지금 여기서 무슨 행동을 해야할까? 10초 줄테니 한번 맞춰봐. 맞추면 네가 전에 부탁했던 목걸이를 하나쯤은 공짜로 줄 수 있어."
"으음으음. 그러니까..."
"10, 9, 2, 1. 땡! 정답은 악의 목에서 열쇠를 빼았은 다음 관을 열어서 보물을 손에 넣는다입니다. 아뮤 선수 안타깝꾼요. 조금만 머리회전이 빨랐어도 정답을 맞출 수 있었을텐데."
"자, 잠깐만요. 아죠씨 이 열쇠는 진짜 안돼효. 이번에도 열쇠를 빼았기면 절 사신한테 팔아넘긴다 했단 말이에효."
"생선머리 토막에 꼬리까지 얹어서 줄게. 좀 내놔 봐!"
"꿀꺽. 아, 안돼효! 이번만큼은 아저씨라도 진짜 안돼효."
"아 이 새끼가 좋은말로 할때 그냥 내놓으라고 깝치지말고!!"
나는 열쇠를 보호하겠답시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아뮤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그런데 성격은 소심한게 힘은 어찌나 좋은지 아무리 용을 써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 결국 괴련난신 아크토두스 모드를 사용하고 나서야 아뮤의 열쇠를 강탈할 수 있었던 나는 세상이 무너진듯한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바로 사자의 관의 열쇠구멍에 열쇠를 꽂아넣었다.
자 어디 한번 소혼녀가 말한 저승의 지고한 보물이 뭔지 이 두눈으로 확인해볼까? 기대감에 가득찬 내가 관짝 활짝 열었지만 그 안에는 언제 죽었는지 짐작도 안가는 미라와 낡아빠진 서채뿐.
'가짜 심장을 가진 자가 감히 사자의 관을 열었구나. 섣부른 호기심이 그대로 팔멸로 이끄리라.'
"뭐야 이거. 시덥잖은 소리 작작하고 제대로된 보물이나 내놔, 이 삐적고른 미라 새끼야."
"흑흑. 아죠씨 제가 열면 안된다고 했잖아효. 이제 어떻게 할거에효. 곧 있으면 죽음의 사냥개들이 우리를 덮치러 올거라고효."
"넌 좀 닥치고 있어. 악어가 되가지고 개를 무서하는 놈이 어디있냐?"
"그야 저도 한마리 정도는 안무섭긴 하지만서도..."
아뮤가 말끝을 흐리는 가운데 갑자기 사방팔방에서 포탈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포탈에서 머리를 들이민건 무려 머리가 셋 달린 도사견으로 그 수가 족히 수백마리는 될법한 모양새였다. 좋아, 감히 이 옥사건님께 물량승부를 걸었다 이거지.
어디 한번 아이언 메이든이 먼저 동날지 저 포탈이 먼저 닫힐지 끝까지 달려보자고. 허나 그런 나의 기합좋은 각오는 예상밖의 목소리의 등장에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통해 오시리스가 한 마디를 꺼낸 순간 귀신같이 모든 포탈이 닫히고 머리 셋 달린 도사견들도 증발해버린 것이다.
-투탕카멘 그만하면 됐네. 이 인간은 나의 새로운 후계자이니 얼마남지 않은 힘을 남발해가며 맞서싸울 필요는 없어.
'이, 이 목소리는 오시리스님?'
-그래 날세. 태초의 사자를 윤허한자, 오시리스.
'그, 그런 바보 같은. 어떻게 그럴 수 가. 오, 오시리스님 저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세트의 갖은 회유에도 버티고 버티면서 저승으로 이주하면서까지 몇천년동안 당신만을 기다려왔습니다.'
-그래 투탕카멘 그대가 만약 세트의 편에 섰다면 지금같은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겠지. 평생 해준것 하나없는 못난 신을 섬기기 위해 죽어서까지 고생이많군.
'해준게 없다니요. 이 리버스 피라미드 유적도 아뮤트들도 모두 당신의 권능에서 비롯된 피조물들입니다. 저는 당신이 없으면 그저 무력한 한낱 필멸자에 불과할뿐. 그보다 어째서 필멸자의 몸에 깃들어 계시는겁니까? 저는 당연히 육체를 잃다라도 고귀한 영혼은 아스트랄계를 타고 저승으로 오실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뮤트들에게도 심장이 있는 혼령에게 당신의 힘이 담긴 유해를 넘겨주라고 명령해 놓았... 쿨럭쿨럭.'
-말하자면 기네만 간단히 말하자면 세트 또한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게야. 육체를 갈기갈기 찢어났을뿐만 아니라 나의 영혼까지 아티팩트에 봉인해둔거지. 그러니 비록 이런 몰골이라도 그대와 다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게 기적이나 다름없는게야. 나의 최후의 제사장 투탕카멘이여.
'아아 그렇습니까? 정말 기적이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겠군요. 솔직히 거의 포기한 상황이였습니다. 제 힘으론 더 이상 리버스 피라미드를 유지하는게 벅차서 아뮤트들과 같이 저승의 밑바닥인 나락으로 가라앉을까하는 생각도... 쿨럭쿨럭. 그래도 이렇게나마 당신과 당신의 차기 제사장을 만났으니 마음편히 저도 쉴 수 있겠군요. 여기 데모닉 그리모어의 원본을 가져가십쇼. 저는 마지막 힘을 짜내서 리버스 피라미드를 지상으로 올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