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58화 (458/599)

<--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목걸이 쟁탈전이니 크로커가일이니 영문모를 단어들때문에 어리둥절하던 나는 역피라미드의 형태를 한 유적안으로 입성하고 나서야 대강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위대한 자의 유해 그러니까 오시리스의 유해를 목걸이의 호리병에 넣어 보호하는 사명을 타고난 아뮤트들은 저승에 그믐달이 떠오르는 날이면 이곳에 모여 서로의 생사나 전투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왜냐하면 이 날에만 아뮤트의 주식인 썩은시체가 유적에 소환되기도 하고 전투력이 뛰어난 자에게 위대한 자의 유해를 몰아주기 위한 펜던트 쟁탈전이 열기 때문이였다. 사실 정말 중요한건 도대체 누가 이 모든 이벤트를 주최하는가였지만, 이종 보행을 하는 악어놈들이 득실거리는 역피라미드 안쪽에서 사족보행을 하며 주어들은 귀동냥으로는 이게 한계였다.

즉 이 날 모든 목걸이를 회수했다가 링 위에서 연승전을 펼쳐 연승횟수에 따라 목걸이가 늘어나다보니 제일 강한 사람이 지쳐 나가떨어질때나 목걸이를 얻을 수 있는 모양. 언뜻 들어보면 굳이 힘들게 싸울 필요가 없어 보였지만 목걸이가 일종의 썩은시체 배식권처럼 활용되기 때문에 모든 아뮤트들이 승산이 없어보여도 최선을 다해 싸운다고 한다.

바로 지금처럼,

철푸덕!

"으캬캬캬캬컄! 이 약골놈들 이래가지고 사신놈들한테서 목걸이는 둘째치고 자기 목숨을 건사할 수 는 있겠냐, 이것들아!!"

"으으으으으... 역시 크로커가일은 못이기겠어."

"놈은 그 염라를 상대로도 눈하나를 내주고 살아남은 녀석이야. 우리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길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냥 늘그렇듯이 몇십연승을 한뒤에 지쳐서 링을 나가면 뛰어드는 수 밖에."

제일 작은 덩치가 3m인 아뮤트를 무슨 곰인형처럼 던져버린 던져버린 변종 아뮤트 크로커가일이 링 위에서 표효한다. 덩치도 덩치거니와 악어주제에 안대를 한 모양새가 확실히 범상치않은 녀석은 내가 탐색전을 하는 사이 벌써 열댓개의 목걸이를 손에 넣은 상태.

그런 와중에 내가 고민하고 있는건 딱히 저 크로커가일이란 녀석이 상대하기 꺼려진다거나 하는건 아니고 이 아뮤트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려야할지 아니면 나 또한 이 우스꽝스러운 레슬링 이벤트에 참여해야할지였다. 솔직히 말해 후자쪽이 더 간단해 보이는건 사실이였으나 문제는 기갑교룡 골리앗도 아니고 아쳐로 싸움을 한다치면 열병기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뮤트놈들이 아무리 눈은 장님에 머리는 멍청해도 같은 동족인줄 알았던 녀석이 미사일과 레이저를 뿅뿅 쏘기 시작하는데 의심을 안할까? 그러면 결국 모든 아뮤트들과 전면전을 펼치는 전자쪽으로 쏠리게 되는데 이런 딜레마가 또 없었다. 모로 가도 아뮤트들과 붙게된다면 한번 시도해 보는것도 나쁘지 않긴 한데...

"으캬캬캬캬컄! 이 겁쟁이 놈들아 다음 도전자는 없는거냐. 내가 나머지 한쪽 눈까지 안대로 가려야 올라올셈이냔 말이다!"

-내가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으응? 넌 못보던 놈인데. 냄새도 좀 이상한것 같고. 뭐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마침 주둥이가 근질근질 하던 참이니까 바로 올라와라. 네놈은 특별히 10초동안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마."

-정말? 그래도 괜찮겠어? 안그래도 열댓판 연속해서 싸우느라 많이 지쳐있던것 같은데.

"아니 이 크로커가일님을 뭘로 보는 것이냐. 말이 열댓판이지 실제로는 전부 기술 한방에 나가떨어져서 이 몸은 아직 쌩쌩하단 말이다. 어서 링 위로 올라오기나해."

-그럼 사양않고...

나는 많은 이목이 집중되는터라 일부러 두발로 걸어 고대 이집트풍의 벽화가 장식된 결투장위로 올라섰다. 대에에엥! 그리고 결투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핀포인트(Pinpoint) 미사일로 크로커가일의 멀쩡한 오른쪽눈을 조준 및 발사!

콰과광! x 6

실로 비겁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였지만 어차피 아뮤트들과 대립하게 될거라면 가짱 쌘놈부터 조지는게 맞았다. 그렇게 육탄전만이 전부였던 경기양상을 봐오다가 신문물을 접한 아뮤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저능아나 다름없던 아뮤트들도 뭔가 이상한점을 느꼈는가 싶었는데 정작 공격을 받은 크로커가일쪽의 반응이 가관이였다.

"으캬캬캬캬컄! 이녀석 아주 화끈한 기술을 쓰는구나. 그래 이정도는 되야 싸움할 맛이 나지. 이제 5초정도 남았으니 마져 공격해보거라!!!"

-이봐 혹시 방금 내 공격에서 이상한 점 못느꼈어?

"이상하다니 뭐가 이상하다는거냐."

-아니 그러니까 보통 아뮤트들은 콧구멍에서 미사일같은게 발사되지않잖아.

"그딴건 내 알바가 아니다. 지금 중요한건 10초가 다지나서 이 크로커가일님의 공격턴이 돌아왔다는 것이닷!!!"

크로커가일이 충혈된 오른쪽눈에서 눈물을 질질 흘리며 내게 돌진해 들어왔다. 실로 대책없는 막무가내식 공격이였으나 일단 서로 몸싸움을 시작하자 기갑교룡 아쳐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구도가 형성됐다.

아무리 기갑교룡 아쳐가 골리앗과는 달리 원거리교전을 목표로 설계된 로봇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니야? 나는 이대로 갔다간 정체가 탈로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위험경고를 보내오는 조종간의 팝업을 무시하고 크로커가일의 주둥이 안쪽에 양손을 들이밀었다. 그야말로 사자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짓이였으나 모든건 하이리스트 하이리턴을 노리기 위한 설계였다.

"감히 나 크로커가일의 입에 손을 집어넣다니 죽고싶은게냐? 아뮤트의 치악력은 완력의 100배란 말이다 이 어리석은 녀석아!!"

-누가 진짜 어리석은지는 두고봐야겠지. 스크류 드릴펀치!

드르르르르르르르륵!!!

내가 미리 눈여겨보던 조종옵션을 활성화하자 크로커가일이 내 양손을 씹어먹기도전에 드릴파츠가 분리되어 녀석의 윗천장과 아랫천장을 드릴로 꿰뚫기 시작했다. 아뮤트의 입천장은 인간처럼 맨살이 아닌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 채워져 있었기에 사위엔 때아닌 치과소음이 울려퍼졌다. 이정도라면 제 아무리 변종 아뮤트라도 버텨낼 수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녀석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또라이였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앓던이가 갈려나가니 참으로 시원하구나. 보답으로 나 또한 최신기술로 네놈을 갈아마셔주마!!!"

-자, 잠깐 지금 뭐하는... 으어어엇!

크로커가일이 아뮤트 둘도 무거워했던 기갑교룡 아쳐의 묵중한 동체를 양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링 바닥에 져먼 스플렉스를 꽂아버렸다.

"으캬캬캬캬컄! 이것으로 이 크로커가일님의 연승이 또 하나 추가되는구나. 네놈도 제법 재밌는 기술을 쓰는것 같았다만 그런 잔재주론 이 몸의 우월한 파워를 당해낼... 쿨럭쿨럭."

"히이익! 크로커가일이 쓰러졌어. 그 크로커가일이 쓰러졌다고!!"

"그렇다면 저 신입이 새로운 챔피언이 되는건가? 아니 잠깐 그런데 저쪽 상태도 좀 안좋아보이는데?"

-경고! 경고! 경고! 기갑교룡 아쳐의 장갑 손실율이 임계치를 넘어섰습니다. 파일럿을 강제로 사출합니다.

두개의 드릴 파츠가 양쪽으로 구강안쪽을 유린하는 와중에도 거친 기술을 사용한 대가는 제법 컸다. 크로커가일 그 산만한 덩치의 악어가 과다출혈을 버티지 못하고 링 바닥에 쓸어진 것이다. 허나 문제는 기갑교룡 아처쪽도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것.

나는 공중위에서 완전히 함몰된 조종간을 지켜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래도 파일럿이 탑승할 수 있게 개조되면서 위험이 닥치면 바로 탈출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을 해둔 모양이였다. 자 그럼 이제 남은건 만천하에 노출된 짭퉁 아뮤트의 정체를 어떻게 수습하냐는건데 말이지.

"시, 신입의 머리에서 사, 사신이 튀어나왔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첩자다, 첩자가 분명해! 가짜 아뮤트속에 사신을 넣어서 우릴 속인거야!"

"그걸 이제 알았냐 이 멍청한 악어대가리 놈들아! 이렇게 된바에 그냥 목걸이는 전부 다 내가 가져가마! 꼬운놈들은 링위로 올라오던지."

궁기옥쇄겸 영식(零式) 죽음의 무도(Death's waltz) 영자결 발(發)

영입자로 만들어진 사슬낫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아직 크로커가일에게 목걸이를 빼았기지 않은 아뮤트의 목덜미를 습격했다. 정말 중요한건 목걸이 자체가 아니라 목걸이에 매달려있는 호리병이란걸 알고있는 나였기에 사정없이 연결고리를 분쇄해 오시리스의 유해를 긁어모았다.

크로커가일이 가지고 있던 열댓개의 목걸이를 진즉에 갈무리한건 말할것도 없는 일이였다. 좋아 그럼 밤낮으로 개조에 몰두한 리쿤다룬한텐 좀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기갑교룡 아쳐한테 자폭명령을 내린 다음 이곳에서 도망쳐보실까.

콰지지지지지직!!

라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이집트 벽화가 새겨진 링 바닥이 개떼처럼 몰려든 아뮤트들때문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역피라미드 유적이라고 해서 중력이 반대인건 아닌지 나는 그렇게 기갑교룡 아쳐의 잔해와 함께 시커먼 구멍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니 이런 씨발! 이런건 계획에 없었단 말이다아아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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