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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455화 (455/599)

<--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히익! 주인님 조심...'

콕!

초강시왕은 연검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먹잇감을 노리는 뱀처럼 기묘한 각도로 내 이마를 찔러온다. 그 속도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 눈깜빡할새 보다 빠른 수준이였기에 나는 염왕채(閻王砦)를 펼칠 생각조차 못하고 이마에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마신의 세번째 눈, 요슈아의 단말마가 들려오는가 싶었지만 녀석은 공격이 채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몸을 숨긴 상태였다. 빌어먹을 녀석 공격을 감지했으면 더 빨리 알려준더가 고기방패라도 서야할꺼 아니야.

어쩔 수 없이 선제공격을 허용한 나는 다가올 고통을 예감하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뒤늦게 이마 부분을 만져보니 뭔가 종기같은게 느껴지긴 했지만 딱히 치명적인 외상인것 같지는 않고. 이게 뭐지?

"허둥지둥 하시긴. 첫공격이라 가볍게 장난을 한번 쳐봤을뿐입니다. 다음 두번째 공격은 진짜 제대로 갈테니 이번에야 말로 염왕채를 제대로 사용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저승 최고의 소울웨폰인 염왕삼신기를 썩힐셈입니까?"

"이게 진짜 감히 아크리퍼를 상대로 장난을쳐? 빨리 제대로 들어와."

"예 그럼 사양않고 바로, 뿅!"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FUCK!, FUCK!, FUCK!, FUCK!, FUCK!, FUUUUCK!!! 나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들어온 통한의 일격에 연거푸 익숙하지도 않은 외국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미 입과 혀가 모조리 불타버린 뒤라 그 욕들은 속으로 되삼켜질 뿐이였다. 별것 아닌줄 알았던 종기가 알고보니 극도로 열에너지가 농축된 콩알탄이였으니 염왕채 반사고 나발이고 내 몸에 붙은 불부터 꺼야할 형편이였다.

다행히도 언옥타늄(Unobtanum)으로 보호되고 있는 두개골 안쪽까지 화마가 미친건 아니였기에 의식을 잃지않은 나는 염왕채의 흡자결로 화기를 모조리 흡수했다. 사살상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다름없는 일이였으나 이쪽 소는 얼마든지 다시 번식이 가능했기에 초강시왕에게 제대로 한방 먹이는데만 집중하기로 했다.

가공할만한 화기를 흡수한 염왕채가 붉게 빛나는 가운데 뼈만 풍자결로 그 기운을 다시 되돌려보내니 고위 술법인 파이어스톰에 준하는 아니 그 이상의 열풍이 발생해 초강시왕을 덮쳤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륵!!! 내가 저지르고도 순간 앗차 싶을정도로 강대한 위력이였지만 열풍이 사그러들고 모습을 드러낸 초강시왕은 옷고름 살짝 그슬렸을뿐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모습이였다.

"어라라 봄바람이 참으로 따사롭기 그지없군요. 이런 극박한 상황만 아니였다면 꽃놀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이 맘때가 저승꽃이 참 예쁘게 필때꺼든요."

"지랄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봐. 지금 사실은 극심한 내상을 입었는데 아무렇지 않은척 하고 있는거지?"

"재밌는 소리를 하시는군요. 지금이야 부업을 하고 있다지만 화탕지옥의 관리자인 제가 풍속성으로 강화됐다곤 해도 화속성의 공격에 당할것 같습니까? 게다가 제 소울웨폰인 염왕편에는 불의 기운을 감쇄시키는 공능까지 있다고요."

"아오오 열받아. 그런 말도 안되는게 어딨어?"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옥사건씨. 흑점폭발을 정면으로 얻어맞고 안면이 녹아내린 주제에 언제 그랬냐는듯 재생을 끝내고 제게 말을걸다니 지옥을 관리하면서 못볼꼴을 많이본 저조차 흠칫했다고요. 뭐 소울웨폰을 다루는 실력은 과장급만도 못한것 같긴 하지만서도. 어라 죄송합니다. 지금껀 속으로 했어야 하는 말인데."

"뭐가 어쩌고 저째? 야 다시 한번 대련해보자. 이번엔 내가 공격턴이다. 똑같이 화속성으로 공격할테니까 어디 한번 막아봐. 이번에도 지면 내가 염왕삼신기를 계승할 자격이 없다는걸 깔끔하게 인정하고 염왕채까지 반납하지."

"염왕채는 타인의 공격을 흡수한게 아니라면 풍속성 공격밖에 할 수 없습니다만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디 한번 들어와보시죠. 안그래도 저승관리국 소속이 아닌 외부인이 염왕삼신기를 들고있다는게 심히 불편하던 참이였거든요. 참고로 제 머리카락을 한올이라도 태운다면 제 패배를 인정하고 당신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유곽의 최고급 풀코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너 그 말 나중에 취소하지마라. 륭 사부 도움!"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나는 색향천월관을 용제성으로 떠나보내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크림슨 메이든(Crimson Maiden)에 모셔둔 륭 사부를 소환했다. 설마하니 내가 다른 부하를 소환할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는지 벙찐 표정으로 그 과정을 지켜보는 초강시왕.

"내가 언제 내가 직접 공격할거라고 말했냐? 내 공격턴이라곤 말했지. 륭 사부 전에 보여준 그 태양의 어쩌구 저쩌구 기술로 저 백발여자 좀 혼내줘요."

"연자여 이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죽은 영혼의 고향인 소위 저승이라는 곳입니다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저 백발여자가 제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냈다는거에요. 사부로서 응징 좀 해주세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머리카락 한올만 태우면 되니까 제발!"

"죽은 영혼의 고향? 그렇다면 이곳이 인간이 죽었을때 자신이 귀의했던 신의 전당에 입성하는데 실패하면 떨어지게 된다는 나락이란 말인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평범한 공간이로군... 아니 그보다 연자는 참으로 다이나믹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어떨때는 괴물용과 싸우질 않나. 또 어떨때는 죽은 자만이 갈 수 있다는 저승을 방문하질 않나. 어쨌든 그런 연자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본녀이니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지. 개인적인 원한은 없네, 백발을 한 여성이여."

마샬아츠 더 어퍼컷(Uppercut) 태양의 에테르, 양자결 발(發)

륭 사부의 오른손이 마치 형광등처럼 빛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이 멀어버릴듯한 섬광을 뿜어냈다. 내가 륭 사부의 가슴을 만졌다가 징벌적 의미로 얻어맞았던 그때의 기술보다 훨씬 더 진화(아무래도 황천과의 대련에서 마샬아츠 더 에테르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킨 모양)된듯한 모습이였기에 나는 순간 앗차싶을 수 밖에 없었다.

괜히 대련이랍시고 공수를 교환하다 초강시왕에게 부상을 입히면 염라와의 관계에 트러블이 생길 수 도 있었기 때문이였다. 거기다 내쪽에서 억지로 주장한 내기성의 대련이라면 더더욱. 허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얌전히 구경만하고 있던 염라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귀신같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 젓가락 그러니까 염왕저로 륭 사부의 주먹을 막아선 것이다. 후폭풍이라곤 단 1도 느껴지지않는 깔금한 수비. 와 저러면 륭 사부 자존심에도 스크래치가 좀 긁히겠는걸.

"이만하면 됐다. 재능을 알아보는 수준의 대련이 이정도로 과열될 필요는 없어."

"염라 회장님 하지만 이 대련에는 내기가..."

"그거라면 내가 대신 지불하지. 저승유곽 최고의 소혼녀를 일주일 동안 독점할 수 있도록 해주겠어. 대신 조건이 있다. 너도 네 사부라는 륭을 일주일 동안 빌려다오."

"뭐라고!? 그건 안돼, 염라 이 씨발새끼야! 륭 사부는 나하고만 섹스하기로 예전에 약속했단 말이다!! 이 자식이 겉으로는 점잖은척 하더니 어디서 우리 사부를 노려!!!"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군. 내가 륭이란 자를 빌려달라 한건 그녀에게서 가능성을 보고 배팅을 하기 위함이다. 이봐 륭이라고 했나? 방금 그 기술은 어디서 배운거지?"

"누군가에게 배운것이 아니다. 본녀가 직접 고안했다."

"아무런 베이스도 없는 상황에서 네가 직접 익혔다고?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올정도의 재능이로군. 아무런 매개체도 없이 맨주먹으로 그런 위력을 내다니 전용 소울웨폰이 생겼을땐 어느정도일지 심히 궁금해지는군. 좋아, 이렇게하지. 저승관리국의 지하에는 염무장이라고 하는 특별한 수련장소가 있다. 시간이 11배로 느리게 흘러서 그곳에서 일주일간 수련하면 실제로는 77일동안 수련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악신 세트와 일전을 펼치기전에 그곳에서 내가 영력을 더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식을 가르쳐주겠다. 동시에 염왕투라는 새로운 소울웨폰까지 제련해주지. 내가 초강시왕에게 해줬던 것처럼 말이야. 오시리스 듣고있습니까?

저는 옥사건이 아닌 이 륭이란 여자에게 올인해보겠습니다."

염라의 갑작스런 충격선언에 사위에 정적이 깃들었다. 염라처럼 일개차원의 지배자격인 불멸자가 그 재능을 눈독들일 정도라면 륭 사부의 재능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한 모양이였다. 나 또한 그리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듯 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초강시왕이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했다.

"하지만 염라님 이들은 저승관리국 소속이 아닌 외부인입니다. 거기다 반쯤 필멸자의 굴레를 벗어던져 다시 저승으로 귀속될지도 알 수 없는 자들에게 그렇게 과투자를 해도 되겠습니까?"

"확실히 일반적인 상황이였다면 지금의 내 행동은 지탄받아야 마땅한 일이겠지. 하지만 현재 세트는 유래없이 빠른 속도로 명부의 블랙리스트를 늘려나가고 있어. 이승의 일이라고 이대로 방치했다간 정말 손쓸 수 없는 사태가 될거야. 그렇게 되기전에 어떻게든 놈을 견제해야만 한다. 세트를 봉인시키는 것 까지는 무리라고 해도 지구란 행성이 언데드 식민지화 되는 것만큼은 막아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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