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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453화 (453/599)

<--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역시 죽이되든 밥이되든 핵폭탄으로 일단 전선을 소강상태로 만드는게 좋겠어. 저 리치놈들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놈들이 아니야.'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의 리치의 경우 밸런스적인 이유로 인해 살아생전의 술법을 자유자재로 쓸 수 는 있지만 맷집은 터무니없이 약하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놈들은 느낌이 완전히 틀렸다. 웬만한 염력은 베리어로 튕겨내는건 예삿일이고 지능이 말도안되게 뛰어나서 지구의 현대무기를 상대로 빠르게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직 전술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을때 일을 서둘러 진행하는게 맞았다. 아직까지도 참새의 눈으로 본 리치의 안광때문에 돋은 소름이 가시지않는 가운데 나는 미리 세뇌를 시켜둔 중국 주석에게 핵미사일 발사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물론 말이 버튼이지 실제로는 수십자리의 암호를 삼단계에 걸쳐 입력해야 열리는 금고에 내장된 컴퓨터 터미널을 이용해야 했기에 발사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 뭐 그래봤자 10분을 채 넘지 않을것이고 언데드 군단의 리치들은 이상하리만치 민간인 시체 수집에 집착했기 때문에 시간상으로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거기다 중국땅이 넓다 넓다하지만 핵폭탄의 유효범위도 그에 못지않게 넓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간다거나 하는 일따윈 없을테니 지금부터는 어떻게 베이징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재편성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면 되겠군.

"사이킥 마스터공, 결국 핵미사일을 발사하셨소?"

"그래 발사했다. 왜 꼽냐?"

"아, 아니 그런건 아니고 언데드 군단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낸다해도 모든 대지가 방사능에 오염된다면 지켜낸 의미가 없는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오. 미래의 후손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야이 올라운더 개새끼야 나도 참는게 한계가 있으니까 개소리 작작해! 뭐? 방사능이 어쩌구 저째? 네눈에는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냐? 중국에 있는 핵미사일을 전부 발사해도 지구를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무슨 미래의 후손 타령이야!! 지금은 인류의 존속을 걱정해야할 때라고!!!"

"미, 미안하오. 내 생각이 짧았소. 그런데 한가지 확인하게 싶은게 있소. 그렇다면 사이킥 마스터공은 지구의 완전한 멸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을 원하는게 맞소? 그래서 근처의 고아원도 후원하고 있는 것이고."

"네, 네까짓게 알필요 없는 얘기니까 그냥 찌그러져 있어."

"사이킥 마스터공 위험하오!!"

콰광!

고아원 이야기는 내게 있어 터부에 가까웠기에 반사적으로 올라운더를 염력으로 밀어낸 순간 그가 반사적으로 나를 밀쳐왔다. 지금까지의 폭언에 그가 반항을 하는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였다. 바로 내가 있던 자리에 참새를 격추했던 것과 동일한 사이즈의 뼈의 창이 쇄도 했던 것이다.

-이런이런 아깝군. 저 기이한 술법을 쓰는자를 한큐에 죽일 수 있는 좋은 찬스였거늘.

-이거봐, 이거봐. 내 말이 맞지, 크락? 내가 이 건물 지하에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했잖아. 아무래도 우리 콤비가 제대로 빙고를 맞춘것 같은데.

-설마하니 마력을 단 한줌도 쓰지않고 배리어를 칠 수 있는자가 이런 척박한 행성에 있을지는 몰랐다. 듄 네놈의 탐색술법이 이런식으로 도움이 될지는 몰랐군. 어쨌든 앞으로 있을 전투는 내게 맡겨라.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세트님에게 저 여자의 시체를 받칠때 내 공을 확실히 말씀드리라고.

-그럴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세트님께서는 지금도 지구를 정복중인 주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보고 계실테니. 오스 페네스트라!

파바바바바바박!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연쇄적으로 파고드는 뼈의 창들. 전방위를 압박해 들어오는 모양새가 제법 위협적이였지만 난 이미 물리력을 역전시키는 사이킥 배리어를 친 상황이였기에 뼈의 창들은 고스란히 정체불명의 침입자들에게 반사되었다.

그제서야 적들의 생김새를 살필 여유를 찾은 나는 불길한 안광과 낡은 천로브를 보고 상대가 예의 리치들임을 파악했다. 보안상의 목적으로 지하 15층까지 파내려서 만든 지휘통제실이 이렇게 간단히 노출되다니 역시 저 리치들은 VOT 온라인의 리치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지능과 술법을 지니고 있었다.

-듄, 가만히 구경하라는 말은 취소다.

-엥? 그럼 나도 참전하라고? 싸움광인 오크 배틀메이지께서 웬일이야. 난 파괴술법은 젬병인데.

-지금 당장 지상으로 텔레포트해서 주변에 고아원이 있는지 살펴봐라.

-고아원? 아아 버려진 아이들을 모아놓는 인간들의 시설을 말하는거지? 갑자기 고아원은 왜. 세트님께 영혼을 바치는건 나중에 다른 주교들과 협력해서 도시채로 한꺼번에 하기로 하지 않았어?

-저 인간 여자의 술법.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주문영창 시간도 없고 마력의 흔적도 느껴지질 않아. 방심했다간 우리가 당할지도 몰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아까 대화에서 등장한 인질들을 잡아두는 편이 좋을것 같다.

-어차피 결국엔 다 죽일텐데 굳이 그런 귀찮은 짓을 할필요가 있나? 그냥 다른 주교들에게 협력요청을 하는건?

-공을 빼았기고 싶나, 듄? 다른 주교들과 협력하는건 도시를 제물로 받칠때면 충분해.

-알았어, 알았어. 갔다오면 되잖아. 라누에 메지캐!

그그그그그극!!

기회가를 엿보던 내가 염력을 발동해 둘을 짓누르려 했지만 그땐 이미 리치 한놈이 허공에서 증발한 뒤였다. 남은 한 놈도 뼈마디가 부셔지는 소리가 생생히 들리는데도 딱히 당황한 모습이 아니였기에 나는 신중히 후상황을 살폈다.

-재미있군. 눈에 보이지도 만질 수 도 없는 힘의 파동이라니. 자 그럼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해보자, 애송이 인간!

* * * *

"저승은 여전하구만. 자 이제 여기서 어떻게 시간을 때운담."

네크로노미콘의 70번대 술법 저승문개전을 통해 저승으로 들어온지 이걸로만 다섯번째. 허나 그럴때마다 나를 맞이해주는 이 홍사해란 지역은 위로 보나 아래로 보나 동서남북으로 보나 붉은모래알 투성이라 이렇다할 감상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허나 네크로필리아에게는 이 붉은 모래사장이 그 어떤 해수욕장보다 재밌어보였는지 기야스의 입구가 열리자마자 바로 다이빙을 해버렸다. 그 후 귀나 옷속으로 모래알이 들어가는건 아랑곳 않고 물장구 아니 모래장구를 치는데 보는 내가 다 민망해질 정도였다. 이렇게 좋아할줄 알았으면 지구를 버리기전에 진짜 바다에 한번 데려가줄걸 그랬나.

"헤헤헷! 신난다, 신나!! 사방천지가 모래밭이야, 모래밭. 아걸로 좀있다가 대따 큰 모래성 만들어야지. 소소 언니 얼릉 나와봐."

"이곳이 저승이라는 곳인가요, 아버지?."

"그래 보통의 인간이라면 수명이 다한 후에나 찾아올 수 있는 곳이지. 물론 프랑케네뜨 네 경우에는 조금 케이스가 다르지만. 그러니 지금 실컷 구경해두라고."

"블랙홀도 아니고 차원의 위상좌표가 잡히질 않다니 저승이란 곳은 정말 신기하네요."

"아니 뭐 신기할것 까지야... 퉤퉤퉷! 필리아, 아빠한테 모래 좀 던지지마 이것아!!"

"소소언니가 나랑 안놀아주잖아! 아빠라도 나하고 좀 놀아줘!! 프랑케하고만 말하지 말고!!!"

"소소가 너랑 안놀아준다고?"

나는 의문스런 목소리로 네크로필리아에게 되물었다. 소소에게는 별다른 일이 없으면 나를 보좌하는건 레레에게 맡기고 네크로필리아를 돌보는데 총력을 다하라고 명령을 내려둔 바가 있었다. 영혼의 표식으로 직접적으로 나와 연결된 소소였기에 그 명령은 분명 지금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터.

설마하니 천하의 소소조차 네크로필리아의 보모 역할은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일까? 나는 자세한 내막을 알이위해 기야스의 격납고로 다시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마치 호러영화의 한장면처럼 입구 바로 옆에서 날 빤히 지켜보는 소소. 여전히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이였지만 사령안을 활성화시킨 내 눈에는 소소가 포승줄에 휘감겨 있는게 훤히 보였기에 재빨리 에테르 웨폰을 소환했다.

영력으로 구체화된 사슬낫을 포승줄의 빈틈에 우겨놓고 있는힘껏 사슬을 잡아당기자 간신히 자유를 되찾은 소소가 고개를 기괴한 방향으로 까딱거린다. 소소 나름대로의 감사를 표하는 방식인듯 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심장마비로 주저앉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행동이였다.

그런 소소를 애써 애면한채 그녀를 속박한 술법의 정체를 분석하려 해봤지만 바닥에 떨어지자 마자 새하얀 입자가 되어 사라지는 포승줄. 그러는 와중에 바깥에서 프랑케네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니 나는 이 모든게 너무 절묘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영혼이 없는 자와 영혼이 뒤틀린 자라 기묘한 손님들이 저승을 방문해주셨군요."

"아버지 손님이 오신것 같은데요? 나와보셔야 할것 같아요."

"내가 만든 모래성 망가트리지마아!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헐레벌떡 기야스 격납고 밖으로 뛰쳐나가자 입술, 눈화장 그리고 머리카락이 모두 잿빛인 신원미상의 여성이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단순히 이질적인 색감만으로 차별을 하는건 아니고 그녀가 한걸음을 내딛을때마다 붉은모래알이 녹아내리면서 용암줄기를 만들고 있었기에 딱 봐도 범상치않은 인물이란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 영압은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 사장급인 것 같은데...

"이런이런 이유 불문하고 남의 귀한 자식 이야기를 면전에서 하는게 아닌데 실례했습니다. 보라색 머리 꼬마 숙녀도 미안해요. 급하게 달려오느라 영압을 억제하는데 실패한 탓에 모래가 녹아버렸군요."

"시덥잖은 예의는 그만차리고 그쪽 정체부터 밝히지 그래."

"아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토벌팀 시라소니의 초강이라고 합니다. 근처에서 저승을 떠도는 강력한 원귀를 감지하고 찾아왔습니다만 아무래도 사역귀였던 모양이군요."

"거짓말하고 있네. 토벌팀이 혼자서 움직이는 것도 이상한데 사장급 사신이 고작 원귀 사냥같은 허드렛일이나 하고 있다고? 사장급이면 사장급답게 쇼파에 앉아서 아랫것들을 손짓으로 부리는게 정석 아닌가?"

"후후후. 외부인치고 꽤나 저승사정에 밝으신 분이군요. 당신 말이 아주 틀린건 아닙니다. 백여년쯤 전만 하더라도 다 그런식으로 했으니까. 하지만 최근에는 지옥의 관리가 대부분 자동화가 되서요. 일개지옥의 관리자에게도 여유시간이 제법 많아졌답니다. 덕분에 화탕지옥의 관리자인 저 초강시왕도 소일거리로 원귀사냥에 나설 수 있게 된거죠. 물론 모든 시왕이 이런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엉덩이를 가만히 붙이고 있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아니나 다를까 잿빛통일의 코디를 한 여자의 정체는 일개지옥의 관리자였다. 오호라 그렇다면 저 여자에게도 구십번대의 소울웨폰이 있다는 소리인가. 스치듯 복장을 훑어본 결과 복대역할을 하고 있는 연검이 바로 그녀의 사신의 낫인듯 한데 겉으로는 특출난 기운을 전혀 뿜어내지 않아 확실치는 않았다.

"엉덩이를 가만히 붙이고 있지 못한다라. 그런 사람한테 추천할만한 체위가 있는데 말이지. 여성기승위라고 들어보셨나?"

"후후후. 역시 염라님께 듣던대로 재미있으신 분이군요. 사장급 사신에게 아무렇지않게 성희롱성 발언을 하다니 뭣하면 저승의 유곽을 방문해 보시겠습니까?"

"뭐!? 저승에도 유곽이 있었어? 아니 그 이전에 염라에게 내 얘기를 들었다면 역시 소소가 아니라 내가 진짜 방문목적이였군? 이제보니 아주 그냥 입에 거짓말을 달고사는 여자였네. 저승에 유곽이 있다는 것도 날 꾀어내기 위한 거짓말 아니야?"

"아뇨. 저승에 유곽이 있다는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여기서 보시기엔 전부 붉은 사막뿐이라 미심쩍으시겠지만 여기서 1000리쯤 달리면 저승관리국을 중심으로 성대한 도시가 형성되어 있답니다. 그곳에는 비단 유곽뿐만 아니라 각종 유흥시설이 즐비하지요. 보아하니 딱히 특별한 용무가 있으신건 아닌것 같은데 절 따라오시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뭐 마침 시간때울거리가 필요하긴 했는데 어떻게 할까나."

나는 고민을 하는척 하면서 사령안으로 초강시왕의 영혼의 속삼을 엿들었다. 하지만 같은 사장급 사신이다 보니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사령안은 묵묵부답. 쓰잘데기없는 입씨름으로 속을 떠보는건 내 성미에 안맞고 그냥 밑져야 본전인셈치고 따라가볼까. 에라이씨 그래 그냥 한번 가보자. 내가 언제부터 신중하게 행동했다고 못먹어도 고지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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