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나는 영아기 무렵 부모의 손에 직접 교회앞에 버려진 흔히 말하는 천애고아중 한명이였다. 남들이 금수저니 흙수저니 할때 아예 수저없이 세상에 태어난 나였지만 운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 행운이란 바로 교회부속 고아원에서 스즈키 원장님같은 사람을 만났다는 점.
스즈키 원장님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겉과 속이 다르지 않게 날 따듯한 사랑으로 감싸주셨으니 내가 이런 불우한 성장환경에서 자살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는건 그분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어떻게 그 사람이 겉과 속이 다르지 않는지 알아냐고?
왜냐하면 내가 날때부터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싸이킥 능력자였기 때문이였다. 얼핏보면 시험공부 따윈 필요없는 사기적인 능력을 타고났으니 인생의 탄탄대로가 펼져진게 아닌가 싶겠지만, 세상물정 모르던 나에게 이 능력은 최악의 저주나 다름없었다.
다음은 내가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을때쯤 보육사들이 나를 두고 했던 생각들,
'저 애는 엄마도 없는게 코도 없네. 킥킥킥.'
'저 애 기분나쁘게 생겼어. 다른 고아원으로 그냥 보내버렸으면.'
'저 애는 코가 있었어도 극혐이였을것 같은데, 굳이 비싼 수술비를 들여서 인공 코 이식수술을 할 필요가 있으락? 안그래도 고아원 예산이 빠듯한데 원장님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물론 친부모조차 자식을 버리게 만들정도의 기형이였고 저치들이 내가 생각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걸 알고 저런 마음속으로 저런 말들을 한건 아니다. 하지만 면전에서는 따듯한 말로 위로와 동정을 보내온 이들도 속으로는 코없이 태어난 나를 쥐잡듯이 헐뜯었기에 나는 그 이중성에 한층 더 치를 떨어야만 했다.
그에 반해 스즈키 원장님은 앞에서 나를 걱정하는 말을 했을때 속으로도 걱정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앞에서 나를 사랑한다고 말을 했을때 속으로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계셨다. 그렇게 스즈키 원장님이 한결같은 사랑으로 날 감싸주시니 바로 옆 교회에서 애타게 부르짖는 성녀 마리아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초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런 스즈키 원장님을 한줄기 빛삼아 지금처럼 엇나가지 않고 곧게 자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생전처럼 보육원 밖의 사람들을 조우한 순간 나는 속생각이 문제가 아니라 직접적인 괴롭힘에 모진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나와 달리 양 부모의 온전한 사랑을 받고자란 초등학교 동급생들. 앞에서도 날 괴롭히고 속으로도 날 경멸하니 이중성은 없다고 봐야겠지만, 신발에 압정을 넣는다거나 하는 물리적인 괴롭힘과 조롱 섞인 놀림들은 나의 내면속에 증오의 씨앗을 자라나게 만들었다.
'특수학교로 꺼져 이 못생긴 년아!'
'선생님 저 사나코랑 짝궁하기 싫어요. 바꿔주세요.'
'내가 신발에 압정 안넣었는데? 증거있어? 증거있냐고?'
선생님들은... 그닥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고자질을 해봐도 겉치례성 징벌만 내릴뿐 속으로는 그들 또한 내가 하급에서 나가길 바라고 있었다.
미웠다. 너무 미웠다. 너무너무 미웠다. 너무너무너무 미웠다. 세상 모든게 미워서 염력같은 것으로 학교고 나발이고 전부다 찢어죽여버리고 싶었다. 왜 하느님은 그 많은 초능력중 이 쓸데없는 것을 내게 줬냐고 고아원 기도시간에 수백, 수천번씩 원망했다.
그런 와중에도 내가 꾹참고 학교를 다닌건 스즈키 원장님이 내게 인공 코 이식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였다. 눈가의 다크써클이 올라온 이유를 물었을때 밤늦게 코미디 쇼프로를 봐서 그렇다고 말한게 스즈키 원장님의 처음이자 마지막 거짓말로 실은 내가 정상적인 얼굴로 등교를 하는걸 보고 싶다고 밤새 인형 눈 붙이기 알바를 하고 있던 것.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때 나는 마침내 인공 코 이식술을 받고 없었던 코를 되찾았다. 비록 후각기관은 없어 냄새를 맡지는 못하지만 나는 너무나 기뻐 퇴원하자마자 가장 먼저 스즈키 원장님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려 했따.
하지만 고아원에 돌아왔을때 전해진 청천벽력과 같은 낭보. 스즈키 원장님이 평소 지병의 심화로 돌아가셨단다. 그 소식을 들은 순간 나는 이 세상에 신따위는 없다는걸 직감했고, 내 안의 증오의 씨앗은 싹을 피웠다. 이유를 막론하고 내가 지닌 이 이신전심의 싸이킥 능력으로 세상을 멸망시키기로 한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초등학생이나 할법한 어리숙하기 그지없는 발상이였지.'
마음을 읽는 능력이 아무리 대단해봤자 한계는 명확했다. 실직적인 전투력은 동네 들개 한마리 잡을 수 없는 정도였기에 이런 내 결심은 결국 어린아이의 헛된 망상으로 끝날뻔 했다.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바깥으로 외출(인공 코를 이식했어도 밥맛 뚝 떨어질정도로 못생긴건 여전했기에)을 꺼려하는 나였기에 자연스럽게 접하게된 시작한 이 게임은 마치 나뭇가지를 뻗어나가듯 나의 싸이킥 능력을 개화시켜줬고 종국에는 그토록 염원하던 염력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처음엔 단순히 게임 속 능력이라고만 생각했다.
현실과 다름없는 리얼함에 외모가 아닌 레벨로 사람을 평가하는 가상세계에 빠져들어 식음을 전폐하며 VOT 온라인을 플레이 하길 연속 24시간. 나는 심전도 상태이상으로 캡슐에서 쫓겨났고 무심코 내 손에 물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마치 마술이라도 부린듯 내 손으로 딸려들어온 생수통.
내가 해놓고도 스스로 놀라 바닥에 생수통을 떨구고 말았지만 얼마안가 지금 이곳이 현실이란걸 깨달은 나는 어렸을때 마음먹었던 세계멸망 프로젝트를 다시 리부트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 록 이 세상이 얼마나 썩어빠졌는지를 그리고 제 2의 스즈키 원장님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였다.
물론 생수통을 들어올릴 정도의 염력으론 세상은 커녕 고아원조차 지배할 수 없다는걸 알았기에 처음에는 가볍게 교회 목사의 정신세뇌로 스타트를 끊었다. 여자 신도를 간음하는 쓰레기였기에 양심의 가책따위는 요만큼도 없었고, 그를 시작으로 이와테현 의회 종국에는 일본 열도 전체를 피한방울 묻히지 않고 내 손아귀에 넣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VOT 온라인속에선 북두십성의 지위와 사이킥 마스터란 이명을 얻었으니 코가 없던 기형소녀가 이런 자리에 오를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허나 나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세계를 가장 쉽게 멸망시키는 방법은 강대국끼리의 핵전쟁 발발이였고 최초의 핵미사일 한방이면 자연스럽게 도미노처럼 따라올 수 있었기에 중국에 마수를 뻗쳤다.
허나 SSS의 간섭도 뿌리치고 중국인민회의 정신지배에 성공한 순간 문제가 생겼다.
"사이칵 마스터공 만주 제 3전선이 결국 이형의 좀비부대에 의해 돌파당했소. 이제 어쩌면 좋단 말이요?"
"닥쳐 이 무능한 올라운더 새끼야. 나도 눈이 있고 만주 인민군 사령관이 내 정신지배를 받고 있는데 그걸 꼭 보고를 받아야 알겠냐?"
"미, 미안하오. 하지만 저기가 뚫리면 탄환보급에 지대한 영향이..."
"닥쳐! 닥쳐! 닥쳐! 닥치라고 했잖아! 애초에 네녀석이 아크리퍼한테 만류귀안 한짝을 뺐기지만 않았어도 이럴일은 없었어. 제기랄 이럴줄 알았으면 만류귀안으로 싸이킥 안테나 대신 인터스텔라 텔레포트를 익혀서 이런 빌어먹을 행성따위는 버리고 나도 도망가는건데."
그 문제란 바로 뜬금없이 지구 전체에 좀비부대가 창궐한 것을 말했다. 여기서 내가 좀비부대라고 칭한것은 이 언데드 놈들이 절대 무차별적으로 주위 인간을 공격하는게 아니라 명확한 지휘체계 아래에 인간들의 도시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였다.
그말인즉슨 이 좀비부대의 뒷편에 지휘관이 있다는 뜻이였고 언데드의 지휘관이라면 두말할것 없이 사령술사가 떠오르는게 당연했고, 사령술사하면 자연스럽게 같은 북두십성 유저인 아크리퍼가 떠오르는게 당연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구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난리를 피우던 녀석이 뜬금없이 지구정복을 강행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갑자기 지구를 침공한 대규모의 언데드 병사들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뭐 언뜻 생각하면 나 대신 아크리퍼가 지구를 멸망시켜주니까 손안되고 코푼다고 할 수 도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건 이런식의 지구멸망이 아니였다.
내가 원한건 이미 마음이 검게 물든 어른들을 이 세계에서 박멸하고 아직 때묻지 않은 고아들과 함께 정화된 지구에서 새출발을 하는 것이였다. 그런식으로 리셋된 세계에서 스즈키 원장님의 사랑을 고아들에게 전하려고 했건만 난데없이 지구멸망 저지선의 지휘통제관 역할을 맡게되다니 신의 장난도 이런 신의 장난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