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분명 앙그릿사가하는 이야기를 전부 듣고 있었을터인데 한참이 지나서야 침묵을 깨고 입을 여는 오시리스.
'죽음의 구도자 세트 그가 이곳으로 오는건가. 이건 운명력이 작용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겠군.'
'아니 내 술법이 세트의 권능의 하위호환이 맞냐고 물었잖아요! 무슨 운명력이니 뭐니 딴소리에요.'
'아 미안하네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운명력이란 필연적으로 일어나야할 일을 최소한의 간섭만으로 유도하는 힘을 말하네. 세트와 나 형제간의 악연이 결국 이런식으로 매듭을 짓게 되려는 모양이야.'
'내 술법이 세트의 권능의 하.위.호.환이냐고 물었어요, 오시리스. 한번만 더 딴소리하면 내 몸에서 쫓아낼겁니다.'
'아하 술법과 권능의 관계에 대해서 말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반만 아니 삼분지 일만 맞는 얘기라고 할 수 있겠지. 저 드래곤 처자의 말대로 술법의 기원이 권능인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술법이 단 한명의 불멸자로부터 갈라져 나오는것은 절대 아니야. 각 계통의 불멸자마다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은 다른법이고, 권능에서 뿌리 내린 술법을 필멸자가 자신만의 고유한 형태로 발전시킨 경우도 있다네. 아크리퍼 그대의 얼티밋 언데드 폼 또한 그런 맥락이 아니겠는가?'
'하하핫! 역시 제 강령술법이 완전한 하위호환은 아니였던거죠? 괜히 쫄았네.'
'좀 더 자세히 풀어 말하자면 네크로노미콘의 경우 죽음 계통의 불멸자가 관여한 것은 분명하나 내가 볼땐 다른 계통의 불멸자가 관여한 흔적이 보여. 최소 두명, 세명?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거기에 귀혼강신법은 아예 죽음 계통의 불멸자의 흔적조차 보이지않고 그 내용이 난해해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허나 그렇다고해서 방심은 금물일세. 데모닉 그리모어의 한해서만큼은 100% 하위호환이 맞으니까. 특히나 그대가 주로 사용하는 이매망량이란 기술만큼은 절대 세트앞에서 사용해서는 안되네. 망령은 영력이 더 높은 자에게 귀속되는 경향이 있어 앗차하는 사이 적으로 돌변할지도 모르니까. 그 레레라는 친구라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만...'
오시리스가 완전히 확실치는 않은지 뒷말을 흐리며 이매망량의 사용을 금할것을 조언해왔다. 지금까지 내 수족이 되어 육체적 능력이 부족한 사령술사의 단점을 보완해왔던 십만 이매망량군의 부재는 분명 뼈아프다.
아무리 마샬아츠 더 비타의 힘이 있다고해도 그건 마찬가지. 하지만 내게는 그 밖에도 수많은 부하들이... 아니 잠깐 그런데 여신칼날단 이것들은 동료가 위험에 빠졌는데 뭐하고 자빠진거야. 다른놈들은 몰라도 성토전에서 버스를 탄 슈퍼로이드 퀼레뮤츠나 대지의 수호정령 몰은 제깍제깍 튀어와야 할거 아니야.
"이제 어느정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셨나요, 아크리퍼?"
"아아 인지하고야 말고. 성토전에서 그렇게 내 덕을 본 것들이 막상 은인이 위기에 처하자 코빼기도 보이지않는 현상황에 대해서 말이야. 다죽어가는 세라푸스를 구할때는 그렇게 공을 들이더니 쌩쌩하다 못해 한참 최고주가를 달리고 있는 이 아크리퍼님을 방치하는건 여신칼날단의 모랄 해저드라고 생각하지않나, 앙그릿사?"
"아크리퍼군이 서운하게 생각하는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봐요. 하지만 유독 주요 은하계에서 떨어져있는 이 지구는 오고싶다고해서 올 수 있는곳이 아니에요. 당장 각 여신칼날단원이 보호중인 행성의 치안이 비는건 둘째치고 저조차 중계기 역할을 하는 세계수가 없었다면 지구방문은 꿈도 꾸지 못했을거에요."
"엔도미야가 대권능 집결인지 뭔지를 써주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
"물론 그렇게만 된다면야 여신칼날단이 몇명이 됐든 지구로 집합시킬 수 있겠지요. 하지만 대권능은 엔도미야님조차 큰 부하를 감수해야만 하는 능력인데다 그분께선 이번 일에 대권능과 여신칼날단이란 고급인력을 사용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셨어요."
"뭐라고? 이런 썅..."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아크리퍼. 엔도미야님은 당신을 구할가치가 없다고 판단한게 아니라 당신의 행성 지구를 구할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신거니까. 다소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지구는 신비문명 레벨이 제로나 다름없고 과학문명 레벨도 이제 막 걸음마를 뗀거나 마찬가지죠. 그런 지구의 쓸모는 오직 VOT 온라인 프로젝트의 실험장뿐. 그것도 당신이라는 아웃풋이 나온 순간 무의미해진거나 마찬가지지만요."
내가 눈에 불을켜고 으르렁거리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팩트를 집어주는 앙그릿사. 덕분에 나는 엔도미야라고 하는 초월 인터페이스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새김질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언뜻보면 자유의지를 가진 인공지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질서의 엔트로피라고하는 목줄에 매여사는 주식투자 중독자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지구라고 하는 주식종목이 하한가를 치기전에 손절을 하고 싶다는건가. 어차피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의 메인서버는 다른 차원에 있을 확률이 높으니 엔도미야가 지구를 포기한다고해서 안게될 손실은 전무하다고 봐도 좋았다. 60억 인구라고 해봐야 그녀 입장에선 개미떼보다도 하찮게 보일테니.
하여튼간에 이럴때 보면 야미도엔보다 엔도미야가 더 독하다니까. 오히려 지구의 주인이 야미도엔이였다면 악신과 싸우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다며 반신타락자를 파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뭐 인명을 소중히 여기지않는건 이쪽도 매한가지였지만.
"그러니 결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엔도미야님께서는 절대 아크리퍼군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으세요. 누가 뭐라해도 유례없이 단시간내에 많은 반신타락자들을 처단하고 심지어 디파일러 킹까지 격퇴한 경력이 있는 당신이니까요. 하지만 지구 전체를 구하는것은 무리기때문에 당신이 가지고 있다는 도시형전함에 최대한 많은 지구인들을 태워 피난을 갈것을 권고하는 바입니다. 엔도미야님께서는 당신이 요청만 하면 언제든지 임시 워프게이트를 만들 준비가 되있으세요."
"색향천월관을 두고 노아의 방주 역할이라도 하라는건가. 뭐 이미 괴룡왕 바하무트가 침입해온 시점에서 미리 준비해두고 있던 상황이긴 하지만 정확히 어디로 피난을 가라는거냐. 지구는 은하계에서도 촌구석중의 촌구석이라며."
"당신이 평소 아바타로 활동할때 눈여겨보고 있던 행성도 좋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관리중인 용제성으로 오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다수의 고룡들이 행성 전체에 결계를 펼쳐 보안이 우수하기도 하고 행성 자체가 넓어서 피난민들이 거주하기에 모자람이 없을겁니다. 저 또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고요."
"그건 이번 괴룡왕 사건때 내가 노획한 해츌링 3마리를 자연스럽게 건네받기 위함인가?"
"...제가 지구를 방문한 목적을 진즉에 알고계셨군요."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앙그릿사 네가 말하는걸 들어보면 굳이 직접 찾아올 필요도없이 엔도미야가 평소처럼 날 VOT 온라인속으로 초대해서 했어도 될말들이야. 오히려 그쪽이 더 공신력이 있을뿐만 아니라 피난 시점을 정하기도 쉽지. 그런데 구태여 막대한 마력을 들여 세계수를 타고 넘어온 이유라는게 그것 말고 더 있나? 정말이지 내가 괴룡왕 바하무트를 격퇴한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귀신 같이 냄새를 맡고찾아왔군."
이번에는 내게 팩트폭격을 맞고 침음성을 삼키는 앙그릿사. 나는 지금이 딜을 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란 것을 깨닫고 넌지시 말했다.
"드래곤이라고 하는 생명체는 술법사에게 있어 참 놓치기 아까운 귀한종이야. 뼈, 비늘, 피, 심장 뭐 하나 버릴게없지. 하지만 나도 고룡도 아니고 이제 막 성룡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있는 해츌링을 도축하고 싶지는 않아. 딱히 측은지심때문이라기 보다는 저런 애들 가슴을 갈라봤자 최상급 마력석보다 조금 나은 드래곤 하트밖에 못건질테니까."
"그래서 지금 저와 거래를 하자는 말씀이신가요? 거래의 최소단위는 최상급 마력석이고?"
"이해가 빨라서 좋군. 하지만 돈주고 살 수 있는 물건을 거래할 생각은 없어. VP라면 나도 썩어넘치니까 말이지. 그러니 내가 원하는 조건은 다음의 세가지다. 해츌링이 3마리니 대가 3개인게 당연한거 아니겠어?"
"경청하겠습니다."
"첫번째 조건은 비취드래곤, 앙그릿사 당신이 내 잠자리 시중을 드는거야. 두번째 조건은 광휘의 치천사, 세라푸스가 내 성노예가 되는 것.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세번째 조건은 내가 건네준 해츌링중 암컷종이 있으면 마리수 불문하고 내 전용 정액받이가 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