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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441화 (441/599)

<-- vol.13 Oxogan The Bony City Of Necropolis -->

탈구축함급 함선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의 최심부에 있는 선장실. 이곳은 오직 선장 계급의 생체식별코드가 있어야만 오픈되는 곳으로 이제는 포로 계급에서 일등항해사가된 핑크팬텀 비비앙조차 내 허락없이는 들어올 수 없는 곳이였다.

그야말로 보안엄수가 필요한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지만 솔직히 그런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지구는 엄연히 나의 권역이나 마찬가지였고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북두십성 유저 한명이 간첩을 잠입 시킨다고해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였던 것이다. 뭐 앙그릿사가 허언을 할만한 여자는 아니였으니까 일단 참고 들어보겠다만.

"자 원하는대로 보안이 철저한 장소도 섭외했고 바지까지 입어줬어.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아까봤던 그 낡아빠진 고성이 뭐 어쨌다고?"

"저도 시간이 촉박한 만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그전에 아크리퍼 당신이 제가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 반신타락자 서열 5위 괴룡왕 바하무트를 격퇴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가 없겠군요. 엔도미야님께서도 치하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고 저 또한 개인적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바하무트 그자는 불구대천의 원수라는 표현도 부족할정도의 악연으로 저와 엮여 있거든요. 자세히 말하자면 길지만 드래곤을 잡아먹어 생명을 유지하는 그와 어린 헤츌링을 보호하는 것을 업으로 여기고 있는 제가..."

"길면 그냥 생략해. 그 덩치만 딥다 큰 양아치 드래곤 녀석 얘기는 더 듣고싶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정말로 내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거라면 입으로만 씨부리지 말고 그 고운 입으로 내 자지나 맛나게 빨아주지 그래. 백날 고맙다고 공치사나 해봐야 실직적인 보답이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걸 모르나?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양반이 말이야."

"아크리퍼 당신은... 정말이지 여전하군요. 예, 좋습니다. 탐욕스런 인간들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동반하지 않은 순수한 칭찬이 얼마나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는지 저 또한 모르지

않으니까요. 만약 당신이 괴룡왕 바하무트를 무찌른 대가로 원하는게 진심으로 보석술법의 비전이 아닌 그 구강성교라면 저는 언제든지 해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보석술 학파의 일인전승 원칙을 고려했을때 그정도라면 오히려 싸게먹힌다고 해도 좋을정도지요."

"내가 언제 보석술법을 가르쳐달라고 한번이라도 조른적 있나? 자지 좀 빨아달라니까 무슨 일인전승 타령이야. 거기다가 펠라치오를 얕보는듯한 발언 그냥 지나칠 수 가 없군. 24시간 동안 이 몸의 주니어를 햝다보면 턱이 얼얼해서 그런 소리는 쏙 들어갈걸. 설마하니 괴룡왕 정도의 상대를 쓰러트린 대가로 행하는 구강성교가 5분정도 자지를 입에 머금고 있는걸로 끝날거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24시간이라. 그러고보니 얼추 그정도쯤 되겠군요. 지구 멸망의 카운트다운까지."

"앙!?"

나는 목걸이 형태의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가슴골에서 꺼내며 딴소리를 하는 앙그릿사의 행태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24시간 연속 펠라치오가 하기싫다면 하기싫다고 말로 할것이지 뜬금없이 지구 멸망의 카운트다운은 또 뭐란 말인가. 나는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떡 한번을 더 칠 사람이야, 이것아!

"방금 전에 보여드렸던 고성 네크로폴리스. 그 정체는 아스트랄계로 숨지않은 불멸자들중 가장 강대한 세력을 이루고 있는 악신 세트의 본진입니다. 말은 도시형전함이라고 했습니다만 실은 초괴수급 언데드들이 뒤엉켜 성의 형태를 하고 있는 생체전함이라고 할 수 있죠."

"아아 그때 성토전에서 반신타락자들을 싣고 왔던 요르문간드 어쩌구하는 녀석? 그런데 그게 지구 멸망이랑 무슨 상관인데."

"엔도미야님이 전우주에 흩뿌려 놓으신 1조개의 소형위성을 풀가동한 결과 고작 3장의 사진을 건졌을뿐입니다만, 고성 네크로폴리스가 모습을 드러낸 좌표를 분석한 결과 그 목적지는 지구인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애초에 이 은하계 근처엔 지구를 제외하고 지적생명체가 거주하는 별이 없기때문에 오차일 확률은 거의 제로. 게다가 고성 네크로폴리스는 일반적인 워프엔진이 아니라 저승의 아케론강을 경유해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전함의 초고출력 스피드와 비할바가 아닙니다. 그리고 죽음의 구도자라 불리우는 세트가 그 멀고먼 우주를 가로질러 지구로 향하는 이유로 짐작되는 것은 오직 하나뿐. 지구의 60억 인구를 오롯이 그의 언데드 신도로 만드는 것.

하여 엔도미야님은 당신에게 정식으로 대피를 권고하셨습니다."

"그놈의 지구멸망, 지구멸망, 지구멸망 지겨워 죽겠네 진짜! 차라리 내 손으로 싹다 멸망시키고 여신칼날단 일은 쏜씻는게 낫겠어. 이봐 앙그릿사. 지금까지 지구에 망조가 든게 이번이 처음인줄 알아? 내가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구제한것만 세번이야, 세번. 처음에는 네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드래곤 한마리가 나이값 못하는 늙은이랑 손잡고 세계에 블랙플라워 바이러스를 유포하려했고, 두번째는 악신도 아니고 천신이라는 녀석이 지 신도 한명이 자살했다고 지구랑 달을 충돌시켜 했지. 세번째는 댁도 알다시피 반신타락자 서열 5위씩이나 되는 괴룡왕 바하무트가 지구에 뭐 먹을게 있다고 찾아와서 깽판을 부렸고.

이런 와중에 내가 불고기버거 세트인지, 치즈버거 세트인지 뭔지가 찾아온다고해서 눈하나 깜빡할것 같아?"

꽝!

내 진심이 담긴 주먹질에 선장실의 전략 테이블(기야스를 중심으로 지형지물과 적기체를 표시해주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이 지진이라도 난것처럼 진동한다. 지끔까지 무슨무슨 강대한 적이 코앞에 있으니 주의하라는 얘기를 들은게 한두번인가?

그때마다 꼴사나운 모습으로 바닥을 나뒹군건 내가 아니라 바로 이름도 기억나지않는 무슨무슨 강대한 적씨였다. 이런 패턴이 무수히 반복됐음에도 내 실력을 의심한다는건 단순히 성격이 신중한걸 넘어서서 나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아크리퍼, 당신의 실력이 뛰어나다는건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있어요. 하지만 이번건은 전투가 아닌 전쟁이에요. 성토전때처럼 제 3자는 개입할 수 없는 한정된 필드에서 힘의 제약을 받은채로 싸우는 격식있는 무대가 아니라고요."

"거 말 한번 잘했네. 앙그릿사 네말대로 성토전에서 나는 100%의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건 둘째치고 수많은 부하들중 단 셋을 동원할 수 있었을뿐이였다. 내가 얼마나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는지 제대로 본적도 없으면서 함부로 내 패배를 예단하지마라. 아크리퍼의 특기는 원래 VOT 온라인 시절부터 전투가 아니라 전쟁이였어."

"아크리퍼 내 말을 오해하지말고 들어요. 저는 절대 당신을 얕보고 있는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지요. 만약 지난 성토전때의 전과가 여신칼날단 서열화에 반영된다면 당신의 서열이 저보다 두단계는 위로 올라가야한다고 저는 확신해요. 하지만 고성 네크로폴리스에는 당신보다 한끗 밑의 사령술사가 1000명이나 거주하고 있어요. 소위 사군의 주교들이라 불리우는 작자들이죠."

"그깟 개미 새끼들이 1000마리 모인다고 해서 사자를 이길 수 있을것 같나?"

"엄밀히 말하자면 개미가 아니라 하이애나겠죠. 아무리 밀림의 제왕인 사자라고해도 하이애나가 1000마리씩이나 모이면 꽁지를 말고 도망가기 마련입니다. 그전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게다가 그 사군의 주교들의 정점엔 그들이 숭배하는 악신 세트가 있습니다. 죽음의 구도자라는 이명을 지니고 있는 그는 사실상 사령술사의 모태나 다름없는 존재. 옥사건군이 익힌 사령술법들도 원류를 쫓아올라가다보면 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겁니다. 애초에 술법 자체가 불멸자들이 자신의 권능을 필멸자들이 쓸 수 있게 순화시킨 버전이기 때문입니다."

술법이 권능을 순화시킨 버전이라고? 나는 꿈에서조차 상상못했던 앙그릿사의 충격발언에 어안이 벙벙한 기분이였다. 물론 그녀의 주장이 아주 허황된 것은 아닌게 디아나가 사용했던 신의 권능: 유성(Power Words: Shooting Star)을 순화시키면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되는것이고 엔도미야가 사용했던 대권능: 집결(Grand Power Of Words: Gathering)을 순화시키면 매스 텔레포트가 된다고 생각하면 얼추 들어맞았던 것이다.

물론 말이 순화지 둘다 파괴술과 전이술의 최고위단계인 구십번대에 해당하는 지고한 술법이였지만. 바꿔말하면 신의 권능은 그 자체로 인간들의 술법개념을 깡그리 무시하는 초월적인 힘이라는 소리였으니 앙그릿사가 싸워보기도전에 내 패배를 점찍는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하지만 괜히 꿀리기 싫었던 나는 다짜고짜 오시리스를 호출했다.

'오시리스 저 말이 진짜에요? 제가 익힌 모든 술법이 사실은 세트의 권능의 하위호환이라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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