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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435화 (435/599)

00435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

이매망량의 사지포박을 풀어주자 무려 7단 점프로 하늘로 솟구치는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 필시 그의 소울웨폰인 칠방삭의 특수능력을 활용한 기술이리라.

벡터 재생산을 통해 공격과 방어뿐만 아니라 기동력까지 커버하다니 이래서 내가 함부로 우버리퍼란 카드를 버릴 수 없는 것이였다.

진'사령안 ~카마이타치의 새벽을~을 이용해 우버리퍼를 흡수한 다음 혼(魂)을 지우고 백(魄)을 흡수하면 나 또한 칠방삭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살아있을적에 죽이는게 아니라 영혼 그 자체로 흡수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 우버리퍼가 쌓아올린 칠방삭의 숙련도와 응용에 관한 방대한 경험치는 가져올 수 는 없다.

결국 마샬아츠 더 비타와 에테르만으로도 이미 소화불량에 걸린 나로서는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장님 사신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것이였고, 그 리턴은 제법 나쁘지 않은 것이였다.

시뻘건 화룡의 트롤링을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무너진 드래곤 나이트 편대가 수십마리의 드래곤 기생체에 흡수되기 직전, 로켓트처럼 솟아오른 우버리퍼가 단 한번의 손짓으로 7마리의 용머리를 끊어버리고 황금갑옷의 드래곤 나이트의 신병을 확보 것이다.

물론 그 목적은 구명이 아닌 살상이였기에 우버리퍼는 드래곤 나이트가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정수리, 목덜미, 심장, 폐, 오금, 아킬레스건, 명치에 칠방삭을 꽂아넣었다. 그말인즉슨 드래곤 나이트의 오장육부를 49번의 칼질로 유린한거나 마찬가지였고 척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 황금갑옷은 이 상황에선 꿔다놓은 보릿자루에 불과할 뿐이였다.

그 상태에서 우버리퍼가 사신의 기본권능이라 할 수 있는 영혼강탈로 드래곤 나이트의 영혼을 회수하자 녀석은 자신의 죽음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듯 엄한소리를 늘어놓았다.

'다, 당신은 아크리퍼?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부디 같이 힘을 합쳐서 저 괴물용을 무찔러주셨으면... 으으으으으으!'

"혼을 소멸시킬려면 지금 당장 해야합니다, 주인님. 괜히 자신의 사인을 각성하면 악령으로 돌변할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백이 썩어들어가기때문에 흡수하기도 여의치않아요."

"알았어, 알았어, 임마.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하지."

라고 말했지만 실은 진'사령안으로 혼백(魂魄)을 다루는게 우버리퍼의 존댓말만큼이나 익숙치 않았기에 시간이 걸리는 중이였다. 다행히도 드래곤 나이트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싼채로 아직까지 생사의 경계를 확정치 못하고 있는중이였기에 어느정도의 딜레이는 용납될 것 같았다.

하지만 마치 먹구름처럼 그림자를 드리우는게 아니라 아예 태양을 가려버릴만큼 거대한 존재가 자신의 뚜렷한 존재감을 나로 하여금 재확인하게 했다. 아무리 칠방삭이라고 해도 자연재해에 가까운 괴룡왕 바하무트의 본체의 짓밝기나 꼬리치기를 막아낼 순 없다는걸 알았기에 나는 의식을 분배해 전방과 하단의 낌새를 모두 지켜보았다.

-그녀석을 살려뒀으면 2:1 구도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텐데 왜 네 속으로 직접 죽인거지?

"왜긴 왜야. 나 아크리퍼가 1:1의 정정당당한 싸움이 아니면 남자의 수치라고 생각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협객이기 때문이지."

-또 뚫린입이라고 헛소리를 늘어놓는군. 그렇다면 네녀석의 옆에서 나에게 살기를 풀풀 풍기고 있는 장님 노인은 뭐란 말이냐!

"뭐긴 뭐야 내 수족이나 다름없는 노예지. 그러는 너야말로 몸에서 기생충처럼 들끓고 있는 수백마리의 드래곤 기생체부터 토해내고 나한테 따지는게 어때. 그런식으로 싸우면 누구랑 싸워도 수백대 일로 싸우는거나 마찬가지인데 안부끄럽냐?"

-흥! 그 황갑옷의 기사를 계속해서 살려뒀다면 네말대로 그리됐을지도 모르지.

"그게 무슨 개소리냐. 이 새끼가 뒤진거랑 드래곤 기생체랑 무슨 상관인데."

-용의 인장. 나는 과거 딱 한번 그걸 영혼에 새긴 인간을 만나본적이 있다. 태어난지 얼마안된 젖먹이에 불과한 놈이 그저 울어재꼈을뿐인데 내 몸의 힘이 끓어올라 흘러넘치는 기분이더군. 문제는 내 몸의 드래곤 기생체들까지 덩달아 날뛰기 시작했다는 것. 그래서 그 젖먹이가 있던 마을채로 괴룡박멸포로 날려버렸지. 그런데 그때로부터 수천년이 지난 오늘 나는 제대로 각성한 용의 인장의 소유자와 조우했고 그 결과는 네가 보던 그대로다. 자칫 잘못했으면 억겁이 세월동안 쌓아올린 공든탑이 한번에 무너질뻔했어. 그러니 이번만큼은 왕으로서 진심으로 네게 감사인사를 올리도록하지.

"아, 그래? 근데 너무 고마워할 필요없어. 왜냐하면 내가 그 공든탑 아예 주춧돌도 남김없이 다 쓸어버릴 생각이거든."

-건방진 놈! 그렇다고해서 내가 네놈을 살려둘줄 알았더냐?

"글쎄. 목숨구걸을 해야할쪽이 어느쪽인지는 얼마안가 밝혀지겠지."

[No.95 용의 인장]

-드래곤의 시조 용제와 한 인간의 맹약으로 만들어진 스킬.

-근처에 드래곤이 있을 경우 본인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근처에 드래곤이 있을 경우 해당 드래곤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위의 능력치 향상은 해당 드래곤과의 친밀도에 따라 보정을 받는다.

이명은 드래곤 나이트 그리고 본명은 이용제인 북두십성 유저의 혼(魂)을 지우고 백(魄)만을 남겨 흡수하는데 마침내 성공한 나는 용의 인장 스킬 설명창의 마지막줄을 보고 나도모르게 피식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파트너 드래곤과의 친밀도라니 나 그리고 팔타로스, 쉐도우스틸간의 호감도는 아무리 잘쳐줘도 마이너스일 수 밖에 없는데 말이지. 아무튼 지금 상황에서 용의 인장 스킬의 진면목은 내 능력치를 향상시키는게 아니라 바하무트의 능력치를 하락시키는데 있었기에 나는 주저앉고 용의 인장에 남은 영력을 때려박았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딱히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바하무트. 뒤늦게 팔타로스와 레비아탄이라는 거물급 하수인의 현계유지에 대부분의 영력을 할당하고 있다는걸 깨달은 나는 가타부타 말도없이 그들을 역소환 시킨 다음 이번에야 말로 용의 인장에 모든 영력을 올인했다.

그제서야 피부가 찌개처럼 끓어오르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내는 바하무트.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을 한것이냐! 용의 인장의 소유자는 분명 죽었을지언대. 그것도 두번씩이나!!

"더러운 짓 하나랑 치졸한 짓 하나. 이렇게 1+1으로 저질렀다. 니가 뭐 어쩔건데."

-크으으으으윽! 이 괴룡왕 바하무트님의 지배력을 얕보지 말란 말이닷!!

박[撲]    [一]일

멸[滅]    [拳]권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콰과과과과과광!!!

금방이라도 뒤질줄 알았던 바하무트가 자신의 양손을 깍지낀채로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내가 있는 곳을 내려쳤다. 서둘러 이매망량을 전개해 방벽을 펼쳤지만 순식간에 만여마리의 이매망량들이 영멸에 영멸을 거듭했고 나는 해저 밑바닥에 그대로 쳐박힐 수 밖에 없었다.

치이이이익. 등이 뜨끈뜨끈한게 아무래도 용암지대를 건든것 같은데 이대로 찜질이나 해볼까. 살이 노느릇게 익어가는 와중에도 내가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건 어차피 시간은 우리의 편이였기 때문이였다. 이까짓 주먹 몇대 더 맞아준다고 해도 얼티밋 언데드 폼이라면 얼마든지 다시 재생할 수 있지만 바하무트의 소모된 마력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지부진한 진흙탕 싸움끝에 최후의 미소를 지을 사람은 바로 이 몸이라고. 하여 여유롭게 바하무트의 추가타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공격행위가 들어오지 않는다. 시부럴 이러다가 내가 야키니쿠가 되버리고 말겠어.

혹시나 녀석이 세계수를 이용해 도망치는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아남은 잔여 이매망량의 물결을 타고 수면위로 오른 나는 여기저기 토사물처럼 널부러진 드래곤 기생체와 인간형태로 복귀한 바하무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놈은 백설공주의 왕비도 아니면서 손거울을 붙잡고 신세한탄에 한창이였다.

"야미도엔, 어서 짐을 도와라! 설마 반신타락자 서열 5위를 이렇게 허무하게 잃고 싶은건 아니겠지?"

-끼히히히히히히. 언제는 명령하지 말라더니 이제와서 반신타락자의 소속감을 내세우는거야? 정말 추하구나, 도마뱀의 왕 바하무트여. 그래도 SOS요청을 했으니 답은 해줘야지. 네식대로 표현하자면 이런거야. 왕은 왕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다. 고로 나는 너를 돕지않겠어.

"제발 짐은 아직 죽고싶지 않... 크어으으으으으으으윽!!!!!"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성체 드래곤 2마리로 만족하고 바로 떠나자고. 결국 내가 얘기했던대로 세번째 토끼를 잡으려다 넘어져서 양손의 토끼까지 놓치고 말았네? 아니지 넘어져서 목뼈가 뿌러진 탓에 목숨까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구나. 그래서 내가 친절하게 경고까지 해줬자나. 이 지구에는 성질 더러운 여신칼날단원이 살.고.있.다.고.

"크억! 애시당초 네년이 제대로 성체 드래곤 3마리를 준비하지 않은탓이 아니더냐! 어서 짐을 살려내라, 살려내란 말이다!!"

-뭐래 병신이. 이만 통신끊는다. 엔도미야 언니가 내가 놀러온걸 눈치챈것 같네. 빠르기도 하셔라. 키키킼.

쨍그랑!

종국에는 더 이상 신세한탄을 들어줄 수 없다는듯 손거울이 깨져나갔고 바하무트는 절망에 빠진듯한 표정으로 해상 플랜트 잔해위에 주저앉았다. 그러다가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는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바하무트.

"그래 아직 살아있는 성체 드래곤들이 있었지. 녀석들의 드래곤하트를 흡수하면 다른 행성으로 탈출할정도의 마력은 보충할... 끄어어어어어어어억!"

그러나 그의 야무진꿈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내가 근처에서 대기중인 우버리퍼에게 목을 긋는 시늉을 해 사형선고를 내렸기 때문이였다. 반신타락자 서열 5위 괴룡왕 바하무트. 그의 이름값치고는 참으로 허무한 죽음이였으나 감히 대사신에게 대항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최후였다.

평생동안 다른 동족을 잡아먹으며 그 교만한 힘을 키워왔으니 언젠가는 자신이 다른 누군가에게 잡아먹힐 수 도 있다는걸 알았어야지. 물론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평생동안 남의 것을 빼았으며 살아왔으니 언젠가 나 또한 소중한 것을 빼았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이 그 날은 아니였으니 나는 오늘의 전리품을 마음껏 취할 생각이였다. 요정왕국의 히야신스 3세여왕의 순결이란 전리품을 말이지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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