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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434화 (434/599)

00434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

듣기만해도 절로 손이 오그라드는 드래곤 나이트의 자기소개. 하지만 그보다 더 가관인건 드래곤 나이트의 복장이였다. 찬란한 황금색 일색의 기사갑옷은 뚝까놓고 말해서 중세시대때 이미 유행이 끝났을듯한 구닥다리 디자인으로 보는 내가 다 쪽팔릴정도였는데, 정작 본인은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지 어깨와 가슴을 활짝 핀채로 검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괴룡왕 바하무트의 본체를 보자마자 쥐새끼처럼 꽁지를 말고 도망쳤던 빨검색의 드래곤 두마리 또한 복귀했으니 여전히 용머리숫자로 따지면 숫적으로 열세라고 해도 어느정도 대등한 싸움의 구도는 갖춰진 셈이였다(겉으로 보기엔).

"용제형 살아있었구나! 역시 용제형이 그렇게 쉽게 죽을리가 없지."

"용제오빠 이제 세류 언니도 돌아왔으니까 다같이 힘을 합쳐서 저 괴물용을 무찌르자!!"

"그래 모두 가까이와서 내게 힘을 빌려줘. 용의 인장 스킬의 효율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염병하고들 있네, 저것들이.'

마치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는듯한 오그리 토그리 상황극의 연속에 나는 욕지거리가 육성으로 튀어나오는걸 간신히 참아냈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드래곤 나이트의 생환은 의외의 변수이긴 했어도(정작 나 자신은 커다른 구멍이 위아래로 두개나 뚫려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득이 되면 득이 됬지 실이 될일은 없어보였기 때문이였다.

드래곤 나이트가 바하무트를 쓰러트려 손안대고 코푸는 시나리오까지는 아니더라도 녀석이 바하무트와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독령제절초가 자랄 시간을 벌어준다면 그만한 이득이

또 없었다. 하여 독룡(毒龍), 팔타로스에게 명령만 내리면 바로 독령제절초의 용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려는데 뜻밖의 반론이 들어온다.

'어이 팔타로스 용언을 사용할 준비는 끝났겠지? 드래곤의 육체가 필요하다느니 같은 개소리는 집어치워라. 이미 마룡 쉐도우스틸을 통해서 용언의 힘은 드래곤의 영혼만 있어도 사용가능하다는 사실검증을 끝냈으니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아크리퍼. 가급적이면 최대한 빨리 저 황금갑옷을 입은 기사를 죽이는게 좋겠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VOT 온라인 보스몬스터 레이드가 아니라고. 저자식이 바하무트의 피를 깎는다고 해서 경험치나 아이템이 분배될 일따위는 없어. 그냥 서로 싸우다가 누가 이기든간에 힘을 빼놓는게 누이 좋고 매부좋은 일 아니겠어?'

'꼭 그렇지만도 않아. 네가 알아듣기 싶게 게임용어로 설명하자면 황금갑옷의 기사가 지닌 용의 인장이란 스킬, 파트너 드래곤도 아닌 나까지 버프를 시켜주고 있어. 아마 실제 파트너 드래곤인 저 세마리의 용은 무자막지한 버프를 받고 있겠지.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 그 용의 인장 스킬이 괴룡왕 바하무트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영향력은 파트너 드래곤에 비하면 경미하겠지만 수많은 드래곤 기생체의 결합체인 바하무트라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알 수 없다.'

'아니 씨발 그런 얘기는 진작에 했어야 될거 아니야. 일단 독령제절초부터 바하무트한테 심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그러지.'

용언낭독(龍言朗讀) 사구(四句) 마르카 데 라 무에르테(Marca de la Muerte)

내가 무슨 복화술사라도 된것마냥 용언을 읊조리자 손안에 민들레 홀씨처럼 생긴 식물이 자라났다. 본능적으로 그 정체불명의 식물에 후!하고 바람을 불어넣자 조그마한 씨앗들이 느릿느릿한 속도로 하늘로 흩어지더니 알게모르게 바하무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그 과정을 사령안으로 마지막까지 지켜본 나는 더 이상 독령제절초의 씨앗이 남아있지 않다는 판단이 서자 바로 이매망량의 물결을 타고 하늘위로 날아올랐다. 솔직히 말해 내가 굳이 처단하지 않아도 바하무트에게 알아서 쳐발릴줄 알았던 드래곤 나이트는 의외로 선전하고 있었다.

그게 저 촌스러운 황금갑옷 덕분인지 아니면 팔타로스의 말마따라 용의 인장이란 스킬로 버프를 받은 빨파검(빨강, 파랑, 검정)색의 드래곤 3마리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싸움이 이정도로 팽팽하다면 나 또한 조급하게 굴 이유가 없었다. 이대로 얌전히 존재감없는 구경꾼 모드로 임하다가 싸움의 추가 기울어 어느 한쪽이 상처를 입으면 그때 하이애나처럼 달려들어 숨통을 끊으면 되는 것이다. 그게 누구든간에.

"와 이거 갑자기 왜이러지. 온몸에서 힘이 철철 샘솟늠 기분이야. 나 혼자서도 바하무트를 때려잡을 수 있을것 같은데."

"헬라이온 이 멍청이가 헛소리하지말고 용제 오빠가 하는말이나 잘들어."

"모두 포메이션 C를 계속 고수해! 뭉치면 살고 떨어지면 죽는거야. 세류는 조금 힘들더라도 우리 모두를 감쌀 수 있는 여의보주를 계속 유지하고."

"알겠습니다, 용제 오라버니."

슈우우우우우우우우웅!

마치 잘 훈련된 일개편대의 전투기처럼 서로 각잡고 비행을 하는 드래곤 나이트 일행. 그들의 날개가 하늘을 수놓을때마다 괴룡왕 바하무트의 용머리 또한 하나씩 황금검날에 효수된다.

문제는 용머리가 잘리면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또 다른 드래곤 기생체가 올라온다는 것이였지만, 쏜살같이 움직이는 드래곤 나이트 일행을 어찌하지 못하는건 바하무트쪽도 마찬가지였다.

딱 내가 원하던 소모전 양상이라 내가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는데 뻘건 드래곤놈이 갑자기 돌발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세류의 여의보주에서 벗어나 유독 거대한 바하무트 본체의 시커먼 아가리속으로 자신의 머리를 들이 밀었던 것이다. 아오 저 용새끼 날개짓부터 방정맞은게 사고 칠줄 알았다.

"헬라이온 그러면 안돼!"

"용제형 나 과부하 상태였던 호흡기관이 다시 회복된것 같아. 그러니까 플레임 브레스 한방 먹여주고 올게. 지금이라면 왠지 다 태워버릴 수 있을것 같아."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아예 믿는 구석하나 없이 돌발행동을 벌인건 아닌지 뻘건 드래곤놈의 아가리에서 LNG가스 공장이 통채로 폭발한듯한 화력이 뿜어져 나왔다. 동족인 드래곤을 삼키려다 졸지에 입천장을 홀라당 데어버린 바하무트가 당황한듯 움찔거렸지만, 그건 잠시뿐 곧이어 흡사 개구리의 혀를 연상시키는 드래곤 기생체들이 튀어나와 뻘건 드래곤놈의 사지와 날개를 포박하기 시작했다.

그걸 구하겠답시고 또 무리한 행동을 하던 드래곤 나이트 일행이 어디선가 날라온 괴룡박멸포에 얻어맞고 뿔뿔이 흩어진다. 일찍이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수룡 세류의 여의보주는 괴룡왕의 브레스를 버텨낼만큼 방호력이 뛰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전형적으로 미꾸라지 한놈때문에 파티전원이 망해버리는 시나리오를 코앞에서 목격한 나는 이 일이 수습되면 부하단속을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일단 이 장님 사신부터 참교육을 시켜야겠지!'

뿌득!

내가 구경꾼 모드에 들어갔다고 해서 아예 긴장의 끈을 놓고 있었던건 아니였다. 바하무트놈이 또 언제 천지무쌍괴룡박멸포같은 광역기를 시전할지 모른는데 미쳤다고 멍을 때리겠는가. 하물며 영혼의 족쇄로 연결되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우버리퍼의 기습따윈 눈감고도 막을 수 있는 것이였다.

칠방삭이 아예 내 옷깃도 스치지 못하게 우버리퍼의 사지를 이매망량으로 잡아당겨 능지처참형의 준비를 마친 나는 한껏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뒤끝이 너무 너저분한 것 아닌가, 우버리퍼? 이 몸이 자력으로 진사령안까지 각성했으면 이제는 좀 미련을 버리고 내게 절대충성을 하든가, 자결을 하든가 둘 중 하나를 골랐어야지. 애시당초 그렇게 사령안을 주기 싫었으면 내가 처음 언더월드를 침략했을때 카마이타치의 새벽을 쓰지 그랬어. 아끼면 똥된다는 기본적인 속담도 모르나?"

"아끼고 싶어서 아낀게 아니다. 엔도미야가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었기에 함부로 쓸 수 가 없었던 것 뿐. 가짜명계에 진짜명계의 죄인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들켰다간 그년이 나를 가만두지 않았을것이다."

"역시 그런 사정이 있었던건가. 뭐 어찌됐든간에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일뿐. 현재 사령안의 소유주가 나 아크리퍼라는 사실에는 조금의 이의도 있을 수 없지. 왜냐하면 내가 이의를 제기하는 새끼들을 전부 쳐죽일거거든. 하지만 우버리퍼 네녀석에게만큼은 지금까지의

공을 생각해서 특별히 기회를 한번 더 주마. 1000년동안 나의 충실한 노예가 되어라. 그러면 내가 그 정성에 감복해서라도 사령안 한짝 정도는 빌려주지 않겠니?"

제안을 하면서도 나는 별다른 기대는 하지않았다. 우버리퍼처럼 자존심이 강한 사장급 사신이 그런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일리가 없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사령안에 대한 녀석의 집착은 그야말로 순수한 광기로 얼룩져 있었는지 뜻밖의 반응을 보여왔다.

"저, 정말로 1000년간 네녀석의 노예 노릇을 하면 사령안 한짝을 돌려줄것이냐?"

"돌려주는게 아니라 하사하는거야. 못믿겠으면 때려쳐. 진사령안을 각성한 지금 내가 부하를 잃는걸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는걸 누구보다 네가 더 잘알텐데."

"그, 그렇다면... 며... 명령을 내려주십쇼, 주... 주인님."

"크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그 비굴한 태도가 아주 잘어울리는군,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 좋아, 그럼 첫번째 명령이다. 가서 저 황금갑옷을 입은 기사의 목숨을 취한 다음 그의 영혼을 내게 바쳐라!!"

"부,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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