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보니 네녀석에게도 드래곤의 영혼이 그것도 고룡의 것이 2마리나 느껴지는군. 전부 흡수해서 짐의 영성을 강화하는데 쓰도록 하겠다. 성체의 것은 산채로 잡아먹어도 간에 기별도 가지않는데 마침 잘됐군. 이런 변방의 땅에서 용의 혼을 다섯개나 취할 수 있게 되다니 기쁘기 그지없도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00431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 고룡의 영혼이 2개?
나는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지는 괴룡왕 바하무트의 발언에 잠시 멍을 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제법 치명적인 것이였다. 바하무탁 이제 겨우 어느정도 아물기 시작한 괴룡박격포의 상처에 삼지족을 우겨넣더니 아크네메시스 동체를 위아래로 있는힘껏 잡아당겨 그대로 찢어버린 것이다.
아크네메시스의 덩치가 덩치인만큼 모든 뼈를 언옥타늄으로 대체할 수 는 없다. 허나 그렇다해도 쉐도우스틸 그러니까 드래곤의 뼈일진데, 무슨 닭뼈다구 뿐질구는것처럼 가볍게 척추뼈를 두동강내는 바하무트의 괴력에는 완전히 질려버린다.
물론 상체와 하체가 완전히 분리된 지금의 상태조차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나에겐 하등의 문젯거리가 안된다. 아크네메시스로서 전투수행을 할 수 없다뿐이지 어차피 대부분의 중요 신체기관은 상체에 몰려있는데다가 언옥타늄과 상시 슈퍼젤라틴화가 가능한 내 녹혈(綠血)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였다.
어쨌든간에 삼위일체 모드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는걸 알았으니 다음 전투 페이즈로 넘어갈 궁리를 해야하는데 나는 하염없이 분리된 상체에 머문채로 수직낙하하고 있었다. 바하무트가 했던 말이 자꾸에 마음에 걸려.
내가 가진 드래곤의 영혼은 마룡(魔龍), 쉐도우스틸 하나뿐인데 왜 바하무트가 날 보고 고룡의 영혼이 2개나 있다고 좋아했을까? 쉐도우스틸의 육체가 뼈와 살 그리고 영혼으로 나뉘어 있어서 착각한건가. 아니아니지. 만약 그랬다면 3개라고 말하지 2개라고 말하진 않았을거야.
왜 고룡의 영혼이 2개일까?
왜 고룡의 영혼이...
왜 고룡...
첨벙!!!
'설마 그것때문에!?'
이번 횟수까지 합하면 벌써 3번이나 바닷물에 다이빙을 하게된 나는 불현듯 깨달음을 얻고 하늘위로 솟구쳤다. 하반신이 사라진 상태였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때마침 아크네메시스의 하반신을 질겅질겅 씹어 삼키고 있던 바하무트는 똥씹은 표정으로 내게 불만을 표출했다.
-퉤에에에에엣! 네녀석 도대체 드래곤의 육체에 무슨 짓을 한것이냐. 짐은 100일 동안 부패가 진행된 드래곤의 시체조차 소화시킨 적이 있음이야. 하지만 이건 도저히 입에 댈 수 조차 없군. 토악질이 나오니 도로 가져가라 이 버러지놈.
"그걸 먹을 생각을 하다니 베히모스보다 더한 놈이였군. 어쨌든 돌려준다니 고맙게 받지. 그런데 어이 바하무트 형씨 아까 내 몸에서 고룡의 영혼이 2개나 느껴진다는 말 정말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한 것이냐? 감히 짐의 혜안을 의심하는 것이냐? 이 몸은 드래곤에 관한 것이라면 우주의 그 누구보다 정통해있다. 드래곤의 피냄새라면 백리밖에서도 맡을 수 있고, 드래곤의 심장고동 소리라면 천리밖에서도 들을 수 있으며, 드래곤의 영혼의 메아리라면 만리밖에서도 그 떨림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니 네녀석의 안에 잠들어 있는 고룡의 영혼 2마리, 버러지따위에게는 몹시 아까우니 어서 토해내거라.
"킄킄킄킄킄킄킄킄킄킄킄킄!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사령안의 비밀이 고작 그런거였다니 우버리퍼놈 쓸데없이 방정 떨때부터 알아봤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 척추가 덜렁거리는 용전사가 미친놈처럼 웃어재끼는 장면은 B급 호러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매니악한 것이였다. 하지만 바로 앞에 한라산만한 용이 야자수도 아니고 용머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모습과 비교하자면 애교(?)나 다름없었고, 실제로 바하무트는 공포스럽다기보다는 황당하다는 감정이 어린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짐의 본신을 보고 싶다고 그리 사정을 하더니 막상 진정한 괴룡왕의 위엄을 목도하니 미쳐버린 모양이군. 오금이저려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겠나? 어이쿠 이런! 이제보니 서있을 하반신조차 없었군 그래.
"고작 아크네메시스의 하반신을 찢은걸로 우쭐해하지마라, 괴룡왕. 이까짓 상처 백번이고 천번이고 다시 재생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한가지 정도는 자랑스러워해도 좋아. 고작 왕 나부랭이 주제에 대사신님에게 깨달음을 선사했으니까 말이야."
-인간 버러지같은 하등한 종족은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드래곤의 발밑도 따라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은 모양이군.
"아니 그거 말고. 자세한건 이 양반한테 들어보라고."
흑단관구(黑檀棺柩)에 잠들었던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Blind)
묘지기의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현현(顯現)하라
나는 혹시모를 배신의 가능성때문에 소환을 자제하고 있었던 장님 사신을 불러냈다. 암운을 뿌리며 등장한 쇠약한 노인은 앞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무기라곤 녹쓴 쇠꼬챙이 뿐이였기에, 움직이는 활화산이나 다름없는 바하무트의 본체 앞에서 안그래도 볼품없는 꼬라지가 더욱더 초라해지는 느낌이였다.
허나 외양과는 별개로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는 사장급 영력을 지닌 Ex급 하수인으로 글래셜투스의 전주인이였던 송제시왕과도 동급인 존재였다. 만약 바하무트가 겉모습만 보고 방심했다간 큰코다칠 수 가 있으리라. 물론 방심하지 말아야하는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령안의 진정한 공능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은 지금 한층 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저 늙다리가 언제 내 사령안을 빼았으려들지 모르는 일이였으니까. 그럼에도 내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우버리퍼를 소환한건 일종의 최종 컨펌을 받기 위함이였다. 내가 짐작하고 있는 사령안의 숨겨진 힘이 과연 진짜인지 본 소유자로부터 체크받을 심산이였던 것.
"할아부지 나쁜 괴물용이 자꾸 절 괴롭혀요. 할아부지가 좀 혼내주세요."
"역겨운 가면극은 집어치워라, 아크리퍼. 네녀석이 상대하기 벅찰만큼 강한 적을 내가 대신해서 쓰러트려줄거라 생각하느냐? 만약 그랬다면 그건 아주 큰 오산이다. 그때야말로 내가 그 적과 힘을 합쳐 너를 쓰러트릴 날이니까."
"후후훗. 실로 우버리퍼 너다운 생각이로군. 미안하지만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을거다. 왜냐하면 내가 사령안의 진짜 힘을 각성하고 말았거든."
"뭣이라고!? ...그러고보니 네녀석 멋도모르고 한쪽 사령안을 씹어먹더니 용캐 다시 재생시켰군. 허나 내가 눈이 없다고해서 그런 허세가 통할줄 알았더냐? 네놈이 정말로 사령안의 진짜 힘을 각성했다면 저런 뒤틀린 괴물용에게 고전할리도 없었거니와 나를 소환할 이유는 더더욱 없지. 그저 요행만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길 원했던거라면 하찮은 네놈이 맞이할 운명은 파국뿐이다!"
"요행이라니 거 말씀 한번 섭섭하게 하시네. 나는 그저 전 소유자에게 사령안의 새로운 계승자로서 멋지게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뿐인데 말이야."
내가 아크네메시스의 삼지족으로 오른쪽 눈알을 뽑아올리며 그렇게 말한 순간, 우버리퍼의 기세가 급변했다. 장님이라고 생각되지않는 섬전과 같은 움직임으로 정확히 내가 있는 곳에 도달한 녀석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삼지족을 칠방삭으로 베어버리고 오른쪽 눈알을 강탈해 갔다.
그리고 그 오른쪽 눈알을 자신의 왼쪽 눈두덩이와 일체화시킨 뒤 기묘한 수인을 그리며 주문을 영창하는 우버리퍼.
진'사령안 개안(開眼) ~카마이타치의 새벽~
"이걸로 지긋지긋한 부역자 생활도 끝이다, 아크리퍼! 진사령안으로 내가 심판했던 극악무도한 명부의 죄인들을 전부 소환하면 네놈의 언데드 군단에게 받은 모욕을 되갚..."
'끄아아아아아악! 주인님 저를 이런식으로 몸에서 떼어내시면 어떡합니까. 저는 세레브 녀석처럼 독립보행을 못한단 말입니다. 기생안구에게 산소랑 포도당 공급이 막히면 각막건조증이 온다구욧! 으캬캿, 벌써부터 금이가려하고 있어. 요슈아 살려!!'
"이, 이게 무슨!?"
"뭐긴 뭐야 우버 리퍼 네녀석의 말대로 요행을 바라고 잔재주 한번 부려본거지. 아무튼 사령안의 숨겨진 능력의 발동메커니즘은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로군. 자신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명부에서 불러들여 다시 소환한다는건가. 아주 신박해. 게다가 그야말로 죽음조차 초월한 대사신에게 딱 어울리는 권능이 아닌가."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안돼긴 뭐가 안돼. 나는 이번에야말로 우버리퍼를 속박하고 있는 영혼의 족쇄의 보안단계를 최고수준으로 올린 다음 요슈아와 바꿔치기한 진짜 사령안을 삼지족 가운데로 밀어넣고 반대쪽 사령안과 마주보게 했다.
중이 제머리를 못깎듯이 일반적인 사람들은 절대 본인의 왼쪽눈으로 본인의 오른쪽눈을 직접 보지는 못한다. 사령안의 봉인해제 조건은 그만큼 간단하면서도 쉽게 달성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였던 것이다.
진'사령안 개안(開眼) ~카마이타치의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