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 더 이상 수비턴에 머물 수 많은 없다고 판단한 나는 검은 날개를 펼쳐들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반신타락자 서열 5위라고 해서 이런 무지막지한 공격을 따발총처럼 남발할 수 있을리는 없겠지만 상대가 힘이 빠질때까지 얻어맞아주는 전략은 역시 기분이 좀 아니 많이 더럽단 말이지.00430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화를 내야하는건 이쪽이다, 도마뱀 대가리! 파충류 나부랭이 주제에 감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형상을 모방하다니 백만년은 이르단 말이닷!!"
용언낭독(龍言朗讀) 이구(二句) 움브라 아미스(Umbra Amice)
공중전의 포문을 연 기술은 역시 마룡(魔龍), 쉐도우스틸의 용언이였다. 이 기술은 아크네메시스가 무슨 공격을 하든간에 저절로 그림자가 그 공격을 본떠 추가타를 가하는 메커니즘이였기에 어떤 상황에서건 이득을 보면 봤지 손해 볼 일은 없는 일종의 전천후 패시브 스킬이나 다름없었다.
여기다가 생명체라면 그 누가됐던 기운자체를 쇠약하게 만드는 쉐도우 블레이드가 결합되면 아주 휼륭한 가드 불가 공격이 완성된단 말이지! 가뜩이나 괴룡왕 바하무트가 큰 기술을 쓰고난 직후기도 했기에 나는 자신감있게 소나무 자루를 휘둘렀다.
쒜에에에에에엑!
하지만 뭔가를 베었다는 느낌이 조금도 오지않는걸 보니 이건 영락없이 헛스윙 판정이다. 씨부럴! 그래 가드 불가라고 했지 회피 불가라고 한적은 없으니 어쩌면 나는 쉐도우 블레이드를 휘두르기도 전에 이미 이런 상황을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삼위일체 모드로 재미를 본 상대들은 숫자가 바글바글하거나(디파일러 킹 긴고), 덩치가 아크네미시스만큼이나 거대했기에(사흉수 도철능약) 타율같은건 신경쓸 필요없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면 됐지만 정상적인 상대라면 이 무지막지한 공격을 받아치기 보다는 피하는게 정상이였다.
어찌됐든 계속 휘두르다 보면 한대는 맞겠지라는 심정으로 내가 다시 타격 자세를 잡는데 쉐도우 스틸이 또 다시 입을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아크리퍼, 나를 포박하고 있는 영혼의 족쇄를 풀어라. 고위용언으로 지원해주겠다.'
'지랄하지마, 이 새끼야! 내가 널 어떻게 믿고 영혼의 족쇄를 풀어줘.'
'괴룡왕 바하무트는 그림자용 일족의 원수기도 하다. 절대 너에게 반항하지 않을테니 제발 나에게 원수의 목을 칠 기회를 다오!'
'우리 개는 안물어요도 아니고 니가 그렇게 나온다고 내가 순순히 족쇄를 풀어줄것 같냐?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너는 그냥 찌그러져있어. 신경분산되게 자꾸 말걸지말고.'
'그러면 아크리퍼 네 특기인 치졸하고 더러운 전략으로 어서 포위망부터 펼쳐라. 그 많던 부하들은 어디다 쳐박아두고 너 혼자서 영웅 행세를 하고 있는것이냐. 날 쓰러트렸던 바로 그 방식으로 어서 괴룡왕 바하무트를 쓰러트리란 말이다!!!.'
'이 좆같은 새끼가 용언때문에 일부러 아가리의 족쇄만 풀어놨더니 뚫린 입이라고 좆같은 소리만 지껄이네. 주인한테 짖는 개는 복날에 잡아먹히는 법이다, 이 빌어먹을 놈아! 이 싸움 끝나고 보자.'
휘익, 휘익, 휘이이이이익!
쉐도우스틸과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눈먼 쉐도우 블레이드가 번번히 허공을 가른다. 애써 녀석이 쓸데없이 말을 거는 바람에 집중력이 흩으러진 탓이라고 위로를 해보지만 이건 명백히 무기 숙련도의 차이였다. 천지를 격동캐하는 전설의 명검이 팡팡유치원 새싹반 원아에게 들려있는 꼴이랄까.
쉐도우 블레이드의 지속시간은 마력코어 하나당 1분씩해서 고작 12분에 불과했기에 나는 조바심을 느끼고 음에너지 공급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필요하다면 흡성대법으로 스텔라비타 즉 별의 생명력을 갈취하는 방법도 있었으나 그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만 했다.
"괴룡박격탄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살아남은 그 끈질긴 생명력은 칭찬해주지. 하지만 누가 벌레아니랄까봐 정말 굼벵이처럼 굼뜬 공격속도는 하품이 나올정도야. 네놈들 인간들이 드래곤보다 진화된 개체라는걸 증명하고 싶다면 주둥아리만 털어댈게 아니라 드래곤들의 왕인 이 몸에게 어서 실력을 보이란 말이닷!!"
"아니 근데 씨발 드래곤의 왕이란 놈이 왜 그렇게 좆만한건데. 솔직히 말해봐. 너 이 새끼 진짜 드래곤이 아니라 돌연변이 아종 나부랭이지?"
"훗, 짐의 본모습이 보고싶은건가? 미안하지만 왕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하는 놈에게 왕의 본신을 볼 자격따위는 없다!"
박[撲] [一]일
멸[滅] [拳]권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괴룡왕 바하무트가 자신의 망토를 펄럭이며 내 눈을 현혹시키더니 어느샌가 아크네미스의 후미에 나타나 뒷통수를 후려갈겼다. 또 한번 바닷물에 쳐박혀 졸지에 거품 세안을 하게된
나. 두개골속이 진탕되는듯한 끔찍한 감각은 둘째치고 맞은 부위의 특수성으로 인한 좆같은 기분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가지 정도. 하나는 도검류에 익숙한 영혼에게 아크네미시스의 지배권을 주던가 내게 익숙한 무기를 아크네메시스에게 쥐어주는 것이였다. 전자를 고른다면 불가피하게 에녹을 소환할 수 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평생동안 펜싱검을 갈고닦은 마왕격살자라고 해도 용의 육체에는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비단 에녹만이 아니라 이 거추장스러운 날개와 꼬리가 달린 파충류의 몸에 인간이 적응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였다. 벌써 열댓번도 넘게 삼위일체 모드로 변신중인 나조차 종종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운 기분이였으니까.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마샬아츠 더 에테르를 이용해 아크네메시스가 사슬낫을 착용하는 것뿐이였는데 이것도 마냥 쉬운 길은 아니였다. 덩치에 맞게 사슬낫의 사이즈를 늘리는거야 기초단계중의 기초단계였지만 쉐도우블레이드의 음에너지를 사슬 너머 낫에 전달하는건 륭 사부나 할 수 있는 고급응용중의 고급응용이였다.
'그렇다고 천하의 아크리퍼가 이대로 쳐맞고 있을 수 만은 없잖아. 언데드 부하들을 총 집합 시킬땐 시키더라도 혼자서 제대로 한방 먹인 다음이다!'
바닷물속에서 결의를 다진 나는 이전처럼 고농축 에너지 구체가 날라올세라 하늘위로 솟구쳤다. 물론 이번에는 쉐도우블레이드가 아닌 사슬낫을 든채였다.
펜싱 더 사이즈(Fencing The Scythe) 착(着)
마샬아츠 더 행잉체인(Hangingchain) 궁기용쇄겸 음자결 발(發)
"옷깃만 스쳐도 본체로 현신한다고 했겠다. 그때가 네 제삿날이다, 이 하등한 도마뱀 새끼야!"
촤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사슬낫의 움직임. 그리고 조금은 거칠지만 서슬퍼런 기세로 낫주위에 일렁거리는 음에너지의 파동. 사슬을 타고 기운이 전달되면서 약간의 마력손실이 있긴 했지만 결국 음에너지를 사슬낫에 씌우는데 성공한듯 싶었다.
실전에서 불현듯 필살기를 각성하는 스타일은 전혀 내 수련방식이 아니였지만, 성토전을 대비하기위해 임했던 지난 륭 사부와의 특훈이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된 순간이였다. 기묘한 각도로 궤도를 시시각각 바꾸며 하희빈의 영자시처럼 바하무트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나의 사슬낫.
사용자의 의지를 반영하는 마샬아츠 더 에테르의 강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였다. 그렇게 한참을 추적한 결과 사슬낫의 날은 아니고 날에 서린 음에너지 기운에의해 바하무트의 망토 끝자락이 썩어들어갔다. 생명체는 아니라고 해도 음에너지의 부패의 힘은 도끼는 녹슬게하고 도끼자루는 썩게 만들 수 있단다, 이 느려터진 도마뱀 친구야!
"좋아하던 망토였는데 안타깝군. 별 수 없지. 네놈의 가죽을 산채로 벗겨 새 망토를 만드는 수 밖에."
"헛소리하지 말고 약속대로 본체를 내게 보여라, 괴룡왕 바하무트. 어디 한번 집채만한 덩치로도 내 공격을 피할 수 있는지 한번 보..."
울룩부룩, 울룩불룩, 울룩뿔룩.
바하무트가 본체로 현신하면 쉐도우 블레이드와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을 앞세워 소모전으로 끌고가려고 했던 나는 바하무트의 변신 과정을 지켜보면서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녀석의 본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조차 장난감처럼 보이게 만들정도였기 때문이였다.
무슨 베이킹 파우더를 드럼통채로 부운 빵처럼 계속 그 덩치를 늘려나가더니 어느샌가 세계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정도로 거대해져 나를 내려다보는 괴룡왕 바하무트. 싸움은 덩치로만 하는게 아니라지만 이정도면 아무리 나라도 위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성토전의 강화보정을 받은 루시페르보다도 거대하다고? 씨발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괜히 본체를 불러냈나.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아니 뒷날개질을 치다가 본체의 현신을 끝낸 바하무트의 삼지족에 붙잡혀 녀석과 1:1로 초근접 아이 컨택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근데 사실 1:1이라고 하기엔 뭣한게 바하무트의 어깨에는 드래곤의 머리만 수십개가 눈을 번뜩이며 일제히 나만을 노려보고 있는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