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29화 (429/599)

지성이 있는 언데드 부하는 이래서 좋아. 따로 명령을 받지않아도 저런 비장의 결단을 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가끔씩 자기 주관이 너무 뚜렷해서 반항을 한다는게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때는 또 따로 응징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반면에 저런 임기응변은 뚜드려 팬다고해서 나올 수 있는게 절대 아니였다.00429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자 그럼 이제 어떻게 싸운다.'

단 한번의 공수 교환이였지만 괴룡왕 바하무트가 반신타락자 서열 5위에 걸맞는 강자라는걸 파악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성토전같은 특수한 경우도 아니고 1:1 싸움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으나 문제는 누구를 불러내는가다. 일단 색향천월관에 머물고 있는 트롤왕 리쿤다룬과 네크로필리아는 즉각소환을 할 수 없으니까 제외.

월영공 듀리스는 현재 초월 그림자 도약의 무분별한 사용으로인한 빈혈때문에 요양중이고, 슈퍼구울 베히모스는 그 덩치에 물을 무서워한다(이유는 불명). 밴쉬세이지 누시아는 광휘의 치천사 세라푸스를 위해 100일 안식기도인지 뭔지에 들어간 상태고, 사일런트우커 푸스카와 머미메이지 무슈는 지금 상황에서 그리 큰 도움이 될것 같지가 않다.

결국 남은건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뿐이였는데 녀석을 단독으로 소환하는건 이래저래 불안하단 말이지. 칠방삭이라고 하는 전무후무한 소울웨폰을 갖고 있는 녀석은 육해공을 가리지않고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인재였지만, 문제는 그 칠방삭의 칼끝이 여차하면 나를 향할 수 도 있다는 것이였다.

대놓고 언젠가 나를 죽이고 사령안을 다시 되찾겠다고 떠드는 놈인데 더 말해 무엇하랴. 그냥 차라리 혼자 싸우는게 낫지 뒤에 적으로 돌변할지도 모르는 아군을 소환하고 싶지는 않았던 나는 장고끝에 마룡(魔龍), 쉐도우스틸의 시체, 뼈 그리고 영혼을 꺼내들었다. 까짓것 서열 6위 루시페르도 손수 때려잡았는데 5위라고 그렇게 못할까.

얼티밋 언데드 폼 제 3형 삼위일체(三位一體) 아크네메시스(Arcnemesis)

"프랑케네트야 요정족 난민과 수룡 세류를 데리고 멀리 피해있어라. 조금 있으면 여기는 완전히 쑥대밭이 될거다."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물론! 아빠 실력 잘 알잖니. 토구 대륙에서도 소, 새, 쥐의 형태를 한 짐승형 마왕들을 3놈이나 때려잡고온 참이다. 도마뱀 마왕정도야 한손으로도 충분하지."

"저는 용제 오라버니를 지키기 위해서 여기 남겠습니다."

나는 죽은 자식 불알만지기도 아니고 수룡(水龍), 세류가 복부에 하수구 뚜껑만한 구멍이 뚫린 사람을 머리에 지고 무슨 호위 운운하는게 우스웠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드래곤하트를 지닌 드래곤이라면 모를까 여의주를 지닌 용은 연구가치도 떨어지고 부산물 또한 그리 값이 많이 나가지 않기 때문이였다.

죽는 그 즉시 여의주는 빛을 잃고 시체는 한급 아래인 이무기로 전락하는데 심장은 극최상급의 마력석이, 비늘은 극최상급의 방어구 재료, 뼈는 극최상급의 무기 재료, 피는 극최상급의 포션 재료가 되는 드래곤과는 아주 상반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 쉐도우스틸? 너는 죽어서 이렇게 내 뼈와 살이 됐는데 용은 죽어도 베히모스의 밥으로 주는것 말고는 하등의 쓸모가 없단 말이지.'

'괴, 괴룡왕 바하무트 저 자가 어째서 여기에...'

'앙, 뭐라고?'

'괴룡왕 바하무트 저 녀석이야말로 시체조차 남길 수 없도록 내 일족을 전부 흡수해간 장본인이란 말이닷!'

'그게 무슨 소리야? 어서 자세히 말해봐 이 도마ㅂ... 으악!'

"감히 벌레따위가 드래곤 형상을 흉내내다니 죽어라!!"

박[撲]    [一]일

멸[滅]    [拳]권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삼위일체 모드에서 용언을 편리하게 빌려쓰기 위해 일부러 영혼의 표식을 최고단계로 발동중이던 나는 쉐도우스틸의 영혼이 갑자기 엄한 소리를 내뱉자 사실관계를 추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대로된 대답을 듣기도 전에 눈깜빡할사이 지근거리로 접근해온 바하무트에게 옆구리를 강타당해 형편없는 꼬락서니로 바닷물에 쳐박힌 아크네메시스의 거대한 동체. 바닷물이 쿠션 역할을 해준 덕분에 사실상 그렇게 치명적인 데미지는 입지 않았으나 배떼기에 선명하게 새겨진 주먹 자국을 확인한 나는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드래곤의 비늘이 극최상급의 방어구 재료가 된다는걸 역으로 말하자면 드래곤은 극최상급의 전신 방어구를 입고 있다는거나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그건 드래곤 좀비도 마찬가지였으니 특수한 방부처리를 했기때문에 오리지널 보다 튼튼한게 정상이였다.

그런 드래곤 스케일을 주먹 한방으로 이렇게 간단히 뚫어내다니 생전의 륭 사부라면 모를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공능으로 조금씩 회복은 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덩치가 덩치다 보니 그 재생속도가 현저하게 느리다. 씨부럴 그냥 자존심 세우지말고 부를 수 있는 놈들은 다 부를까.

아니 애시당초 강령술사가 부하들을 호출하는건 자존심을 굽힐일도 아니였다. 그냥 원래 강령술사가 하는 일이 전투가 개시되자 마자 유능한 언데드 수하들을 좌르륵 소환한 뒤 본인은 뒷짐지고 앉아서 구경만하는 것이였다. 거기다 바로 옆에 젖탱이랑 궁뎅이가 빵빵한 서큐버스 수하가 한명있으면 금상첨화겠지.

그런데 요즘 내가 유니온 키네시스 ~데모고르곤의 너와 나~로 너무 재미를 보다보니까 무의식적으로 직업을 격투가로 착각하고 있었던걸지도.

'에라 모르겠다. 그냥 다 불러, 다 불러. 서로 대련중인 륭 사부랑 황천도 부르고, 서로 숨박꼭질중인 네크로필리아랑 소소도 부르고, 세계수를 연구중인 김여령 여사랑 리쿤다룬도 부르면 게임셋이잖아. 내가 뭐하러 이 고생을 하느냔 말이지.'

그렇게 결심을 굳히고 VOT 단말기를 조정하기 위해 삼지족을 조심스럽게 까딱거리는데 그 모양새가 티라노사우르스가 스마트폰을 만지는듯 애처로운 모양새였다. 한술 더떠서 바닷물이 끓어올라 시계가 흐려져 홀로그램 화면이 잘 보이질 않으니... 아니 잠깐! 바다가 끓어오른다니 그게 무슨 개소리야.

스스로도 잘 실감이 가질않아 위를 올려다보니 괴룡왕 바하무트가 두손으로 거대한 에너지 구체를 집약시키고 있는중이였고, 그 여파로 바닷물이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증발하고 있는중이였다. 덕분에 VOT 단말기로 딸깍질이나 하고 있을때가 아니라는걸 깨달은 내가 서둘러 쉐도우 브레스를 뿜어낼 준비를 하려는데 목에서 호흡기관이 느껴지지않는다.

아, 맞다. 삼위일체모드에서는 쉐도우 브레스가 아니라 쉐도우 블레이드(Shadow Blade)였지. 오랜만에 사룡(死龍), 아크네메시스로 강림하다보니 호흡기관을 목에서 손으로 이식했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망각한 모양이다.

바하무트의 초고농축 에너지 구체는 지금도 시시각각 나를 짓누르기 위해 덩치를 불려나가고 있는중이였기에, 나는 도데카 마력기관을 예열할새도 없이 마찬가지로 초고농축된 음에너지를 끌어올려 삼지족 가운데 구멍으로 분출시켰다.

그리고 도검류라고 칭하기엔 이미 그 형태가 종잡을 수 없는 소나무 자루처럼 생긴 마검 아닌 마검을 메이저 리그 4번 타자처럼 휘두른다. 뭐 말이 그렇다는거지 실제로는 유소년 야구단 벤치후보보다 형편없는 자세였지만 어차피 그딴건 중요한게 아니였다. 이 동네 싸움은 어차피 극한의 힘과 힘의 대결의 연속일뿐이였으니까.

'데드볼이나 당해라 이 하등한 파충류 새끼야!'

까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극!!!!!

거대한 에너지 구체와 쉐도우 블레이드의 정면충돌. 바닷물이 증발하다못해 소멸하다 보니 무한에 가까운줄 알았던 바다가 그 앙상한 바닥을 잠시지만 드러냈다. 이 정도면 모세의 기적이 아니라 깽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정상궤도에 올랐던 바다 생태계가 완전히 초전박살난다.

역시 파괴가 재생보다 곱절로 쉬운 행위다. 나는 드래곤의 비늘을 재생한지 얼마나 됐다고 커다란 구멍이 두개나 뚫린 아크네미시스의 배떼기를 보며 중의적인 의미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쉐도우 블레이드로 거대한 에너지 구체를 갈라내는 것까지는 어찌어찌 성공했는데 문제는 갈라진 에너지 구체가 그 기세를 잃지않고 덮쳐와 내 배떼기를 꿰뚫어 버렸다는 점이다.

물론 바람구멍 두개 좀 뚫렸다고 해서 아크네메시스가 쓸어질 일은 없었다. 진짜 드래곤이라고 해도 골백번 죽고도 남을 상처였지만 이쪽은 엄연히 언데드 드래곤이다. 이 정도 상처는 통풍이 이중으로 된다는 것 말고는 딱히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허나 이런 구멍이 2개에서 4개로, 4개에서 8개로, 8개에서 16개로 늘어나기 시작하면 답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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