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거고 사실 나에게는 익숙한 음(陰)에너지가 공기중에 풍부하다는 소리였는데, 하희빈은 그렇다쳐도 히야신스 3세나 수룡 세류에게는 버티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였는지 갑자기 의식을 잃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00423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야 이것들아 길안내는 해주고 기절을 하든가 해야지."
히야신스 3세 여왕이야 밴쉬아쳐 하희빈이 챙기면 그만이라지만 수룡(水龍), 세류의 거대한 동체가 이대로 지면과 충돌할 경우 어떤 상처를 입을지 알 수 없었다. 하여 나는 급하게 토구 대륙의 망령들을 끌어모아 이매망량 군단을 편성해 세류의 낙하속도를 서서히 줄여나갔다.
마왕군이 이미 요정국과 대판 싸움을 벌였는지 눈덩이를 불려나가듯 금새 십만 병력을 채워나가는 이매망량 군단. 덕분에 손쉽게 세류를 받아내긴 했지만 히야신스 3세 여왕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상황으로, 이 근방만 사상자가 이 정도라면 사실상 국토전역이 쑥대밭이 됐을 확률이 다분했기 때문이였다.
뭐 하희빈의 품안에서 완전히 곯아떨어진 히야신스 3세 여왕이 그런 사정을 알 도리는 없겠지만서도. 지상에 도착한 나는 악마들의 피에 오염됐는지 검게 물든 대지에 차마 세류를 눕히지 못해 부유 상태를 유지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이제부터 뭘 어떻게 해야하나. 싸대기를 때려서라도 히야신스 여왕을 깨워야 하나 아니면 목청껏 신원미상의 마왕들을 불러봐야 하나.
"토구 대륙의 마왕놈들아 지구의 마왕 아크리퍼님께서 왔으니 어서 모가지를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오오오 히야신스 3세 여왕님 마침내... 10년만에 돌아오셨군요. 콜록콜록."
사실 부른다고 해서 마왕이 떡하니 나타나는것도 우스운 일이였으나 막상 아무것도 없는줄 알았던 황무지에서 대답이 돌아오자 나는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여길보고 저길봐도 다 썩어빠진 나무 그루터기밖에 없는데 누가 말을 했단 말인가?
그 해답은 바로 세계수 자체에 있었다. 지구의 세계수 못지않게 거대한 나무의 한 귀퉁이의 나이테가 삐그덕거리더니 교묘하게 위장된 나무문이 열리며 요정족 늙은이 한명이 기어나왔다. 지팡이에 의존해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모양새가 당장 내일 제삿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은 느낌.
그런데도 그놈의 예식이 뭐라고 지팡이 없이는 걷지도 못하면서 히야신스 3세 여왕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목놓아 이름을 외치는데 보는 내가 다 삭신이 쑤실 지경이였다. 어찌됐든 그 덕분에 잠시 정신을 잃고 기절했던 히야신스 3세 여왕이 의식을 되찾았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였다. 늙다리쪽이야 절을 하다 무릎이 닳든 허리를 삐긋하든 내 알바아니였고.
"그, 그대는 궁정술법사인 파스크가 아닌가? 못보던 사이에 주름살이 더 늘어난걸 보니 내가 없는 사이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군. 길이 엇갈려 드래곤 나이트 용사님을 모시지는
못했으나 다른 차원에서 강력한 우군을 데려왔으니 이제는 걱정말게. 혹시 아인종 연합군단장이 어디 있는지 알고있나? 현재 마왕군과의 전선상황에 대해서 논의를..."
"크흐흐흐흐흑! 히야신스 3세 여왕님 아인종 연합군단장은 공석이 된지 오래이옵니다."
"공석이 된지 오래라니? 설사 마왕군의 암살자에게 당했다손 치더라도 대체인력을 뽑아야지 어찌 머리를 비워둔채로 아인종 연합군을 방치할 수 있단 말인가?"
"꺼이꺼이... 대체인력을 뽑을 아인종 연합군 자체가 전멸한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히야신스 여왕폐하."
"저, 전멸을 했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내가 튜리파와 히야신스 4세를 이끌고 드래곤 나이트 용사님을 찾아 토구 대륙을 떠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거늘 어찌 아인종 연합군 전체가 괴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전선이 수적열세에 몰려있었다고 해도 그건 너무 터무니없는 속도가 아... 설마 연합군 내부에 반역자가?"
"흐어어어어! 아니옵니다, 여왕폐하. 아인종 연합군은 위기속에서 오히려 똘똘 뭉쳐 토구 대륙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모든것은 신의 불찰이옵니다."
"그대의 불찰이라니 질질짜지만 말고 어서 속사정을 이야기해보시요, 파스크공! 제 4, 제5의 신마왕이 등장한게 아니라면 그리빨리 아인종 연합군이 당할 이유가 없지않소!!"
"크흡! 지구 대륙과 토구 대륙의 시간선이 다를 수 도 있다는걸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 그 무지가 바로 반역죄보다 죄질이 나쁜 신의 죄목입니다. 히야신스 3세 여왕님께서는 일주일도 채 안됐다고 느끼셨겠지만 토구 대륙에서는 이미 10년의 세월이 지난 바. 아인종 연합군이 전멸한것도 벌써 5년도 더 된 일입니다. 세계수의 시대별 나이테를 연구하기만 했어도 알 수 있었던 것을 뒤늦게 세계수에 피난처를 만들면서 알게됬으니 모든건 신의 어리석음이 불러온 대참사입니다. 부디 신을 벌하여주십오소서."
거기서 고개를 더 숙일데가 어디 있다고 땅을 파고들어갈 기세로 납작 엎드리는 궁정술법사 파스크와 그의 폭로를 듣고 혼이 나간듯 무릎을 꿇는 히야신스 3세 여왕. 그리고 겉으론 태연한척 했지만 나 또한 심적으로 많이 동요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까지 내가 수왕성, 백토성, 팔륜성, 사흉성, 천익성 별의별 행성을 다 다녀봤지만 지구와 시간선이 다르다고 느껴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였다. 어쩌면 이 토구 대륙은 내가 생각했던것처럼 우주에 흔해빠진 행성중 하나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종류의 차원에 존재하는 제 2의 우주에 속해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뭐 내가 아인슈타인도 아니고 그걸 이론적으로 증명할 자신은 없었지만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단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사용해 보는 것이였다. WWW(World Wide Web)에 버금가는 범우주 네트워크나 다름없는 백신마켓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토구 대륙이 특수한 차원에 속해있다는걸 증명하는거나 다름없었다.
치지직, 치직!
아니나 다를까 괴상한 노이즈를 뿌리며 로비화면조차 보여주지않는 VOT 단말기. 만약 하희빈이 없었다면 깜짝 놀라 껑출 뛰어올랐을정도로 대단한 발견이였지만, 그녀에게 당황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나는 다시금 태연한척 단말기채로 주먹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어이 놀라는건 그 정도로 해두고. 마왕군의 수뇌부는 어디있는지나 말해봐. 빨리 쓸어버리고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졌으니까. 과학 발전이 더뎌서 공기가 깨끗할줄 알았더니 왜 이렇게 미세먼지가 많아? 숨쉬기 불편해죽겠네."
"다, 당신들이 히야신스 3세 여왕님이 지구에서 모셔온 지원군? 히야신스 요정국 아니 토구 대륙 전체의 공기가 탁해진건 전부 마왕 데스친칠라의 역병술법때문입니다. 많은 아인종 연합군의 병사들이 이 역병술법에 장기적으로 노출돼 폐렴사하고 말았죠. 그러고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역병의 가루농도가 진한것 같기도 합니다. 히야신스 3세 여왕님 어서 피난처로 몸을 피하시지요. 저같은 늙은이야 이미 폐가 망가질대로 망가져 상관없다지만 여왕님에게는 위험할 수 도 있습니다."
"...아인종 연합군이 전멸한 마당에 저 하나 몸 건사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피난처엔 간신히 목숨을 건진 패잔병들과 너무 어리거나 늙어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 요정족 난민들이 남아있습니다. 그들을 돌보셔 왕국을 재건하..."
"끼릿끼릿끼릿끼릿끼릿! 그 조무래기들을 모아 왕국을 다시 세우겠다고? 꿈도 야무지군."
찍, 찍, 찍, 찍, 찍, 찍, 찍!
너무 황량해서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던 세계수 주변의 땅에 갑자기 새까맣게 쥐떼가 몰려온다. 그리고 그 수천, 수만 아니 수억 마리의 쥐떼의 중심에서 경차 수준의 거대 들쥐 한마리가 걸어나오더니 지독한 입냄새를 풍기며 궁전술법사 파스크를 조롱해왔다. 내가 부를땐 안나오더니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뭐 그런건가.
"데스버팔로, 데스크로우 어서 나와봐라! 지난 5년간 내가 땅굴에 숨겨둔 귀여운 쥐새끼들이 어떤 대어를 낚아올랐는지 톡톡히 보란 말이닷!!"
"말그대로 패잔병 조무래기 몇몇 발견한거 가지고 데스친칠라 녀석 거 대게 유난 떠네. 막말로 드래곤 나이트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땅굴밖으로 올라오지 않았을 겁쟁이 녀석이 말이야."
"뭐, 뭣이라!? 데스크로우 이 건방진 녀석이 아인종 연합군 섬멸의 일든공신인 이 데스친칠라님의 공적에 흠집내기를 할셈이냐!?"
"드래곤 나이트? 드래곤 나이트가 다시 소환되었나? 그렇다면 녀석은 내 몫이다. 싸우고 싶다! 싸우고 싶다! 싸우고 싶다! 싸우고 싶다! 어서 녀석과 싸우고 싶다고!!!"
펜싱 더 사이즈(Fencing The Scythe) 착(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