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구의 이매망량 군단장 소소는 천기나 되는 망령들의 결합체였기에 사실 그녀가 처녀귀신인지 아닌지를 분간할 방법은 없었다. 어쨌거나 그녀라면 최소한 네크로필리아랑 놀아주다가 심장마비로 죽거나 바늘공포증에 걸릴일은 없었기에 나는 허겁지겁 베이비시터 일을 떠넘기고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00420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그래 지금 하희빈을 위시한 요정족 일행이 해상플랜트로 복귀하는 중이라고?"
"예, 따거. 수룡이라고 하는 특수한 탈것을 통해 이동중이라 아무래도 오래걸릴것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만, 탑승해본적이 없어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만큼 빠를지는 모르겠습니다."
"흐음. 출발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드래곤 나이트를 생포한것도 아닐텐데 복귀 타이밍이 조금 이르군. 단순히 식량이나 식수를 보급하려고 오는건가? 아니면 그냥 경유지일뿐일지도. 뭐 어느쪽이든간에 마침 잘됐어. 저화질 동영상이 아니라 직접 이 두눈으로 요정족 3인방의 외모를 확인하고 싶었던 참이야."
"저 따거 송구스런 말씀입니다만 가급적이면 하 협회장에게 제가 비밀을 누설했다는것을 말하지 않아주셨으면..."
"알았어, 알았어 임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누가보면 내가 부협회장쯤 되는 지위인줄 알겠다."
나는 귀갑소환단때문에 이제 20년 남짓한 내공을 쌓아놓고 단전이 파괴될까 조마조마하는 황삼에게 한소리 쏘아준 다음 해상 플랜트의 외곽 감시 카메라 화면을 주시했다. 사령안의 특성상 상대방의 생얼을 직접 봐야만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CCTV 화면을 보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동양의 용의 존재는 VOT 온라인의 동대륙 서버에서도 드문 몬스터였기에 한번쯤은 그 모습을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뭐 막상 네크로필리아에게서 도망치다시피 색향천월관을 빠져나놔 아리수 본부에 도착하니 마땅히 할일이 없었던것도 크게 작용했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색향천월관의 멤버들은 어쩔 수 없다쳐도 황이 정도는 슬슬 지구로 내려보내 내 전용 펠라치오 비서로서 일하게끔 하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영특한 황이인 만큼 지구의 주요언어는 진즉에 다 익혔고 황삼 말고도 황월방도들을 제어할 지휘관이 필요하던 참이였으니까. 아직 전국시대의 사고방식에 얽메어있다는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며칠 지구에서 살다보면 그녀도 분명 깨닫게 될 것이다.
칼자루가 아닌 미사일 버튼으로 전쟁을 하는 시대에 '적의 본진으로 향하는 길목의 성을 함락시켰다!'같은 느낌의 땅따먹기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걸. 물론 초법적인 능력을 지닌 북두십성 유저가 나선다면 얘기가 또 달라지지만 내 관심사는 늘상 말하지만 땅따먹기가 아닌 보지 따먹기뿐이였다.
지금 이렇게 정지상태나 다름없는 CCTV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것도 다 그 과정의 일환이 아니겠는가.
'드디어 왔군.'
그렇게 멍하니 해상 플랜트 외곽지역을 둘러보길 한 식경쯤 됬을까? 바람 한점 없이 잔잔한 해수면에 갑작스럽게 물보라가 휘몰아치는 장면을 목격한 내가 속으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의 물장구같던 물보라는 점점 더 그 세를 불려나가 수만마리의 청어떼가 몰려오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허나 결국 물살을 헤피고 해수면 위로 올라온건 단 한마리의 수룡. 그리고 그 수룡은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경찰이 단속을 하는것도 아닐진데 비눗방울처럼 생긴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같이 드래곤 나이트를 찾기 위해 동반했던 요정족 3인방과 하희빈 일행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인듯 싶었다.
나는 도저히 협회장 집무실에서 가만히 않아 기다리고만 있을 수 가 없어 방문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그 뒤를 떨리는 눈빛으로 따라붙은 황삼은 여전히 단전에 밴쉬아쳐의 화살이 꽂힐까 불안해 하는 모습이였다. 짜식 사내 놈이 무슨 겁이 저리많아. 하희빈따위 화살이 꽂히기 전에 내 자지를 먼저 꽂으면 그만인데 말이다.
경을 사용해 거의 날라가다시피해서 해상 플랜트의 도킹 포인트에 도착한 나를 가장 처음 맞이한건 동양 장군의 복장을 한 황일과 서양 장군의 복장을 한 레레였다. 한쪽 무릎을 꿇은채로 부복을 하는 지극히 충성스러운 태도였지만 시커먼 사내 녀석들 그것도 이미 한번 뒤진놈들이 내 눈에 들어올리가 만무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를 사위를 연신 살피니 하희빈을 필두로 요정족 3인방이 뒤늦게 수룡의 머리위에서 해상플랜트로 착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같이 드래곤 나이트를 찾지 못해 살짝 풀이 죽은듯한 그 얼굴들은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얼싸를 해서 정액범벅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청순가련 그 자체였다.
'주군을 뵙습니다.'
"신 황일 옥승상을 알현하오."
"아버지 웬일로 마중을 다 나오셨네요. 저 이번에 남극대륙이란 곳까지 갔다왔어요. 얼음으로만 이루어진 극한의 땅인데도 펭귄이라는 귀여운 생명체가..."
"응, 그래그래. 우리 프랑케네트 펭귄이 키우고 싶었구나. 나중에 해상 플렌트의 냉동고를 개조해서 펭귄 기를 수 있게 해줄게."
"아뇨. 그런 의도로 말한게 아니라..."
"어른이 주는거 사양하는거 아니다. 그럼 나중에 펭귄 사육사가 초빙되면 또 얘기하자."
나는 뭔가 더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듯한 프랑케네트를 밀쳐낸 뒤 하희빈의 코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드래곤 나이트를 찾으러 간 일은 어떻게 됐지? 빈손으로 온걸 보면 아예 행방을 추적하는데 실패한 모양인데. 설마 이 정도 전력을 가지고 조우하고 나서 생포에 실패했을리는 없을테니."
"네 말대로다, 아크리퍼. 바로 코앞까지 추적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귀신처럼 증발해버리고 말았지.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그런 일이 반복되니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더군. 드래곤 나이트가 우리로부터 의도적으로 도망치고 있다라고."
"그, 그럴리가 없습니다. 드래곤 나이트 용사께서 저희를 구태여 피할 이유가..."
"히야신스 여왕님 저로서도 드래곤 나이트가 원한을 빚진 사람도 아니고 은혜를 빚진 사람을 피하는 이유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겠군요. 그 천상의 화원이란 아티팩트 꽃받침 파치를 지닌 사람쪽에서도 꽃 파츠를 지닌 사람의 위치를 탐지할 수 있습니까?"
"예,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두사람중 누군가 한쪽을 추적할려고 만든게 아니라 서로 떨어져도 찾기 쉽게할려고 고안된 탐지 아티팩트니까요."
"그렇다면 더더욱 드래곤 나이트가 의도적으로 저희와 거리를 벌리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가 없군요. 그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헤에? 나는 사정을 듣자마자 바로 알겠던데 현장답사까지 마친 사람들이 그래서야 쓰나."
허리에 두 손까지 얹은 나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에 단박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나는 너무나 박음직스러운 엘프 암컷 3마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자 아랫도리가 바짝 달아오르는 기분이였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조금만 기다려라 요 깜찍한 것들. 침대위에서 듬뿍 귀여워 해주마.
"뭐 짐작가는거라도 있는건가, 아크리퍼?"
"아아 물론 있지. 드래곤 나이트는 말이야 지금 마왕을 두려워하고 있는거라고."
"당치도 않은 소리입니다! 드래곤 나이트 용사께서는 일찍이 대륙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역병의 마왕 데스프로그와 그 수하들을 일거에 격퇴하신 전력이 있습니다. 단순히 마왕의 숫자가 셋으로 늘었다고 해서 도망치실분이 아닙니다."
"맞아요! 드래곤 나이트님이 거느리고 있는 용도 세마리인데 따지고보면 숫적으로 열세인것도 아니라고요. 차라리 저랑 결혼하기 싫어서 도망쳤다는 쪽이 현실성이 있겠네요."
"내가 말하는 마왕은 토구 대륙의 마왕을 말하는게 아니야. 바로 지구의 마왕을 말하는거지. 애시당초 드래곤 나이트는 아직 토구 대륙에 새로운 마왕이 출현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텐데 지레 겁먹어서 도망칠리가 없잖아. 설사 모종의 루트로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우리 꼬마 아가씨의 말처럼 성룡 세마리가 함께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전력이기도 하고. 하지만 지구의 마왕은 다르지. 성룡이 아니라 고룡 세마리가 있어도 감당키 어려운 절대적인 존재니까 예비 신부나 예비 장모가 코앞에 당도했음에도 삼십육계 줄행랑을 칠 수 밖에 없었던거지."
"고, 고룡 세마리로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니 그렇게 절대적인 힘을 지닌 마왕이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