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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419화 (419/599)

아무튼 영혼의 상처는 육체의 상처와 달리 자연치유될 기색도 없고 더 악화될 기색도 없어서 한동안은 용태를 지켜볼 생각이였지만, 이렇게 된 이상 남은 여신도서관 이용권을 소진해서라도 치유법을 찾아내야만했다.00419 vol.12 Oxogan The Dragon Knight Saga ========================='영혼의 상처라는건 사실 잘못된 표현일세. 엄밀히 말하자면 혼백중 백(魄)과 육신을 잇는 끈이 일부 끊겨졌을뿐이니 영혼의 단선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군.'

"영혼의 단선이요? 아니 병명같은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치료법이나 내놔봐요, 오시리스."

'미안하지만 영혼의 단선은 전깃줄 단선처럼 전기테이프를 감는다고 해서 뚝딱 고쳐지는게 아니라네. 신의 권능: 복원을 사용하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정도의 상위권능을 사용할만한 신앙에너지가 남아있지않다네.'

"왜 없는건데요! 나 몰래 어디다가 빼돌린거 아닙니까?"

'...빼돌릴만한 신앙에너지라도 있으면 다행인일이나 안타깝게도 나는 아크리퍼 그대의 혼백중 혼(魂)과 연결된 이후로 단 하나의 신앙에너지도 받지못했다네. 그 이유는 말할것도 없이 그대가 나에게 조금의 존중도 표하고 있지않기 때문일세. 처음부터 나를 숭배할 자가 아닌 동생 세트에게 대항할 자를 모색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나 솔직히 이정도일줄은 몰랐군. 매번 언데드에게 축복까지 내려주고 있었것만...'

"흠흠. 그런 사정이 있었을줄은 몰랐군요. 그런데 없는 살림에 그 언데드 축복이란건 어떻게 계속해서 내려주신겁니까?"

'내가 언데드에게 내리는 축복인 암흑의 광휘 줄여서 암광은 나라는 신 오시리스만의 고유권능이라 신앙에너지 소모가 적을뿐만 아니라 새로운 언데드를 만드는 행위자체가 나에게 조금이나마 신앙에너지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지금까지 어떻게든 돌려막기를 해올 수 있던 것일세. 물론 그것도 이제는 한계에 달한지라 아크리퍼 그대가 최근에 만든 황일, 황이, 황삼 그리고 황천에게는 축복을 내리지 못했지만 말일세.'

"그러면 제가 황월방도 전원을 귀혼강시로 만든 후에 암광의 축복을 아예 받지않으면 그 복원이란 권능으로 제 왼팔을 치료할 수 있는겁니까?"

'흐으음. 그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겠지만 신앙에너지가 조금 아깝긴하군.'

오시리스가 못내 아쉬운듯한 어투로 말끝을 흐렸다. 신의 권능: 복원(Power Words: Restoration)이라는걸 사용하면 단순히 영혼의 상처뿐만 아니라 뭔가 원래 상태에서 어긋난 온갖 것을 되돌릴 수 있기때문에 닭잡는데 소잡는 칼 쓰는꼴이 될 수 있다는거겠지.

허나 혼(魂)이 됐건 백(魄)이 됐건간에 눈에 보여야 닭잡는 칼을 쓸텐데 보이질 않으니 뭘 어떻게 손을 쓸 수 가 있나. 만능인줄 알았던 사령안으로도 아무런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으니 원래 그게 사령안의 한계인건지 아니면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의 말마따라 내가 사령안의 능력을 100%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같이 사령안이 계륵처럼 느껴지는 때가 없었다.

마신의 세번째 눈, 요슈아의 제안대로 대마신 루시페르의 눈을 섭취한걸 영력 스텟에 투자하는 대신 잃어버린 왼쪽 사령안을 재생해냈지만 별다른 효과를 못보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눈이 한짝일때나 두짝일때나 사령안의 특수능력인 트루스피커(영혼의 속삭임 도청가능), 샤프마인드(정신망 다발의 색 관찰가능)의 기능은 그 나물에 그 밥이였다.

그나마 지긋지긋한 안대를 벗어던졌다는게 유일한 장점이라면 장점이였지만 나는 캐릭터의 외관보다 성능을 중요시하는 타입이란 말이닷! 뭐 사령안이 어찌됐든간에 왼손의 치료를 위해 지금 당장 내게 주어진 길은 크게 두갈래였다.

첫번째 길은 멀지만 확실한 길로 황월방도 965명 전원(이미 귀혼강시가 됐거나 납치된 인원은 제외)을 귀혼강시로 만들어 오시리스에게 신앙에너지를 제공한 다음 신의 권능: 복원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다. 시간과 자원은 많이 들겠지만 그만큼 치료 가능성이 99.9%에 수렴하는 나름 괜찮은 선택지였다.

두번째 길은 가깝지만 불확실한 길로 여신도서관 검색찬스를 1회를 소모해 영혼의 상처 아니 단선의 치료법을 찾는것이다. 색향천월관으로 올라가기 위해 기야스에 탑승할때만 하더라도 내가 마음에 두고있던 치료방식은 이쪽이였는데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여신도서관이 그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해줄 수 있는 만능 지식인이긴 했지만 해결방법을 알려주지 해결수단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였다.

'처방전이랍시고 나온게 백신마켓이나 여신마켓에서 구할 수 없는 초초 희귀한 약초를 먹으면 낫습니다라고 나오면 진짜 개노답이지.'

사실, 차라리 그런거라면 다행이지 검색찬스를 썼더니 고위신격에게 신의 권능: 복원(Power Words: Restoration)을 받으면 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면 영혼의 상처는 둘째치고 내가 홧병이나서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

결국 어느 선택지를 고르건 일장일단이 있었고 그렇기에 나는 지금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였다. 분노가 끓어오른다. 으으 이 분노를 무고한 제 3자에게 끼얹고 싶구나!

"야 요슈아 이 새끼야 정말 이 왼손 못고치는거야? 사령안은 아예 씹어 삼켜서 소화까지 시킨걸 재생시켜놓고 겉보기엔 멀쩡한 왼손은 왜 재생못시키는건데!?"

'주, 주인님 저는 안과전문입니다. 다른 신체부위에 관해서는 까막눈이라 다름없는지라 뭐라 드릴말씀이... 세레브 녀석이라면 뭔가 방법을 알고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성토전의 특성상 상대를 납치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죠.'

"이 쓸모없는 새끼! 밥만 축내는 구더기 새끼! 겉멋만 든 엄살쟁이 새끼!"

'그, 그렇게 욕하셔도 안되는건 안되는겁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적의 눈을 흡수해서 상승한 영력량이 얼만데 그렇게 매도하시다니 너무하십니다. 최근엔 사령안까지 재생해드렸는데. 훌쩍훌쩍.'

"그러니까 그 재생된 사령안이 하등의 쓸모가 없으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열불을 내고 있는거잖아! 암튼 당분간은 아바타에 접속할 일이 없을것 같으니까 내 왼손을 고칠 방법을 잘 생각해봐. 위에서 까라면 불가능한것도 되게 만드는게 군인정신이다. 설마 PT 체조 8번을 다시 받고싶은건 아니겠지?"

'아니욥! 일단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런식으로 나와야지."

나는 요슈아에게 쌍욕을 하고나자 조금은 스트레스가 풀리는걸 느끼고 인벤토리를 오픈했다. 스트레스 해소도 좋지만 왼손의 통증이 점점 심화되서 더 이상은 버틸 수 가 없었다. 그런데 아바타를 보관하는 일반 관 바로 옆에 그레이메이든이 시야에 들어오자 문득 네크로필리아가 판데모니엄과 연결된 차원문을 꼬매버렸던 일이 떠올랐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였지만 바로 눈앞에서 벌어졌으니 부정할 수 도 없는 일. 그렇다면 혹시 네크로필리아의 실이라면 내 영혼의 상처도 꿰멜 수 있는게 아닐까? 비약에 가까운 추측이였지만 시도해서 나쁠것도 없는 일이였다.

진시황의 옥쇄검의 검손잡이에 이마를 찍힌 네크로필리아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나를 죽일듯이 괴롭히지 않았기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인벤토리에서 그레이메이든을 꺼내 오픈했다. 그러자 눈과 입을 꼬맨 실을 푼 덕분에 나름 귀욤귀욤해진 네크로 필리아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나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아빠, 약속대로 나를 바로 꺼내줬구나. 이번에는 2,592,000초밖에 안걸렸으니까 특별히 새끼손가락끼리만 꼬맬게. 어서 나랑 놀아줘!"

"앙? 지금 네 아빠가 불치병에 걸렸는데 놀아달라는 말이나와? 이제보니 네크로필리아 너 아주 불효녀였구나."

"불치병!? 아빠 불치병에 걸렸어? 이제 곧 죽는거야?"

"그래 빌어먹을 삐에로놈한테 아주 제대로 당해서 오늘내일하는 상태지. 딱보면 모르겠어? 그 잘생겼던 얼굴이 이렇게 수척해졌자나."

"그러면... 어차피 죽을거면 내 손으로 아빠를 죽이면 안돼?"

네크로필리아가 소도 찔러 죽일 수 있을것 같은 대바늘을 들어올린채로 그리 말하자 전혀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았기에 나는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잠깐, 잠깐! 말이 그렇다는거고 진짜 오늘 내일할 정도는 아니야. 아마 최소 500년은 남았을걸? 그러니까 아빠가 천년, 만년 만수무강할 수 있게 네크로필리아 네가 치료좀 해봐."

"치료? 나는 간호사가 아니야, 아빠. 혹시 바늘을 주사기처럼 엉덩이에 찔러달라는 말인가?"

"아 내가 말을 잘못했네. 치료가 아니라 수선을 해봐. 내 몸을 잘 보면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어야하는데 끊겨진 부위가 보이질않아?"

"눈꺼풀?"

"그거말고. 눈을 꼬매면 우리 귀여운 네크로필리아를 볼 수 없잖니."

"입술?"

"그것도 말고. 입술을 꼬매면 우리 네크로필리아한테 자장가를 불러 줄 수 가 없잖아."

"그러면 엉덩이 구멍?"

"그건... 꼬매면 오히려 더 병이 심해지는 부위잖아! 장난하지 말고 빨리 진지하게 잘못된 부분을 찾아봐!!"

나의 호된 질책에 네크로필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연신 내몸을 살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에휴... 기대한 내가 바보지. 이런 저주받은 인형따위가 내 몸을 치료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과거의 나에게 죽빵을 날리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네크로필리아가 갑자기 호들갑을 떨며 자신의 회색 머릿카락을 바늘에 꿰기 시작했다.

"아항! 아빠 손목 부분의 인형의 실이 끊겼구나. 나도 예전에 바느질이 서툴때는 전아빠한테 많이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내가 새아빠를 수선해줄게."

네크로필리아가 생긴것 답지않게 섬세한 솜씨로 내 왼쪽 팔목의 혈관에 대바늘을 쑤셔넣더니 바쁘게 손을 놀려 종국에는 나비 매듭까지 완성해내보였다. 나는 입을 헤~하고 벌린채로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조심스럽게 왼쪽 손몸을 움직여보았다. 놀랍게도 통증이 멎었을뿐만 아니라 조금 어색하게나마 왼쪽 손을 움직일 수 가 있었다.

"히히히히! 역시 전아빠처럼 섬세한 바느질은 안돼서 손목 돌리는게 뻣뻣하네. 그래도 이정도면 나 불효녀 아닌거지?"

"오구오구. 누가 우리 네크로필리아 보고 불효녀래? 이렇게 말잘듣고 일잘하는 딸이 어디 있다고."

"히히히히! 새아빠한테 칭찬들었다. 그러면 이제 나랑 놀아줄거야? 내장 보물찾기 하고싶은데."

"아니. 지금 당장은 힘들고 이 아빠가 좀 바쁘니까 나중에 놀아줄게. 일단 그레이 메이든으로 다시 들어가."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왜 또 들어가야하는데? 나는 놀고 싶다고! 전에 다음에 관에서 꺼내줄땐 놀아준다고 했잖아!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나는 네크로필리아가 색향천월관의 선내 복도를 마구잡이로 찔러 구멍을 내기 시작하자 아연실색해서 그녀를 달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저 바늘은 무슨 노블메탈로 만들었기에 두부도 아니고 전함에 구멍을 숭숭낸단 말인가.

바늘을 기점으로 네크로필리아와 필사적인 힘싸움을 하기를 십여분. 나는 그녀와 놀아줄 수 있을만큼 담력이 큰 베이비시터를 떠올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소소! 당장 이리로 와서 이 말괄량이랑 놀아줘!!"

"소소? 그게 누구야."

"소소라고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도 곱고 예쁜 언니가 한명있어. 근데 결혼을 못해서 가끔씩 히스테릭하게 굴때가 있으니까 아빠한테 그랬던것처럼 너무 까불면 안된... 아하하 소소 벌써 왔었구나. 진짜 귀신처럼 빠르네가 아니라 원래 귀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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